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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가 자립생활 권리를 보장하라는 장애인들의 요구를 끝내 외면했다. 이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서울협의회) 등 장애인단체들은 노원구청 1층 로비에서 노숙 농성 투쟁에 돌입했다.
서울 각 구청 순회 투쟁에 나선 서울장차연 등은 노원구청에 △장애인활동보조 24시간 보장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 △시설거주 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활지원(체험홈 건립 지원) △장애인 보장구 수리 지원 등을 거듭 요구하며 6일 오후 3시 규탄대회를 열고 노원구의 성실한 협상을 촉구했으나 노원구청 측이 사실상 요구안을 거부하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노원구청 측은 4시간가량 진행된 서울장차연 등 대표단과의 협상에서 모든 요구안에 '예산의 범위 안에서'라는 문구를 넣을 것을 고집했다.
이에 서울장차연 등은 "명확한 지원 계획을 밝히지 않고 '예산의 범위 안에서'라는 모호한 표현을 쓰는 것은 자립생활 정책이 후퇴할 우려가 있다"라고 받아들이지 않아 끝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협상과 관련해 서울협의회 박현영 사무국장은 "노원구에 요구안을 전달한 지가 무려 3개월이 지났고, 실무자 및 구청장과의 면담을 진행한 지도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아무런 진전이 보이지 않았다"라면서 "노원구는 장애인에 대한 감수성과 인식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실무진에서부터 협상의 진전을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늦은 3시 노원구청 로비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서울장차연 박김영희 공동대표는 "10월 30일 첫 면담에서 구청장이 처음으로 한 얘기가 '원칙적인 얘기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그 원칙이 나의 원칙과 달랐나 보다"라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원칙이라는 것은 아무리 재정이 어려워도 장애인의 생존을 위한 권리를 우선 보장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어울림의 이성수 소장은 "김성환 구청장이 선거 직전에 공약 사항으로 장애인활동보조 월 720시간과 자립생활 체험홈 건립 등을 약속한 바 있다"라면서 선거 공약사항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서울장차연 박경석 공동대표는 노원구의 장애인자립생활지원조례의 허술함을 꼬집었다.
박 공동대표는 "우리나라가 서명한 UN장애인권리협약에는 그 나라의 법률이나 조례뿐만 아니라 심지어 관습까지도 장애인을 차별하는 요소를 고치라고 되어 있다"라면서 "껍데기뿐인 노원구 조례는 모두 뜯어고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 공동대표는 "전두환 정권이 광주를 학살하고 독재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심신장애자복지법이 강제성이 전혀 없는 '…을 할 수 있다'고 표현된 것처럼 노원구 조례도 온통 '…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라고 설명하며, "독재정권의 치장물이었던 심신장애자복지법을 법이라 부를 수 없었던 것처럼 노원구의 자립생활조례도 조례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라고 분노를 표했다.
한편 이날 규탄대회가 끝나고 면담을 요구하던 장애인 활동가들과 경찰들과의 크고 작은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경찰들은 장시간 승강기를 막고 장애인들의 출입을 막았으며, 노원구청 측은 승강기 안에 장애인이 타고 있는 상황에서 전원을 꺼버려 10여 분간 장애인이 승강기 안에 갇혀 있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집회 참가자들은 노원구청 측에 승강기 안에 사람이 타고 있는 것을 확인하지 않고 전원을 내려 장애인을 위험에 처하게 한 책임을 강하게 물었고, 이에 노원구청 종합상황실장이 나와 공개 사과를 하기도 했다.
서울장차연 등은 구청 로비 밤샘 농성에 이어 7일 이른 11시에 노원구청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요구안 수용을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