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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7일 러시아 남부 흑해 연안의 소치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인 '발다이 클럽'의 연례 포럼에 참석해 기조 연설한 뒤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고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북한-러시아 관계와 우크라이나 전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와의 대화, 단극화하는 세계질서, 러-나토(NATO) 관계,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 등 전 세계적인 현안이 두루 논의됐다. 대통령과의 대화는 이날 밤 늦게까지 4시간 이상 진행됐다.
발다이 포럼에서 연설하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2004년에 설립된 발다이 클럽은 △세계의 시스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세계 주요 지식인들의 통합 △정치인과 전문가, 언론인들 간의 열린 대화 △정치 경제 안보 에너지 등 국제 현안에 대한 토론 △21세기 세계 질서의 주요 동향 예측 등을 수행하는 러시아의 국제 문제 분석 모임이다. 통상 러시아 안팎의 전문가들 모임으로 일컬어진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매년 이 포럼에 참석해 국내외 현안에 대한 의견을 솔직하게 털어놓아, 러시아 대외 정책의 '오늘과 내일'을 예측하게 해주는 무대로 주목을 받아왔다. 올해는 21번째로, 5~7일 소치에서 열렸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 중 우리에게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역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여부다. 그는 일본과의 관계정상화 의지를 표명한 뒤 '발다이 포럼'의 진행자인 표도르 루키아노프로부터 북한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북러 포괄적인 전략적 관계 조약)와 북러 합동 군사훈련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지켜보자. 훈련을 할 수도 있다. 왜 안 되지"(Посмотрим, можем и учения проводить. Почему нет-то?)"라고 답변했다.
사회자와 함께 나란히 앉아 포럼을 진행하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 대통령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북한과도 체결된 조약(지난 6월 평양에서 서명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이하 북러조약/편집자)이 있다"며 "이미 소멸된 과거 소련과 맺은 조약(1961년 체결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 통칭 조·소 동맹조약/편집자)'을 현대적인 의미로 되살린 것으로, 새로운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이 조약은 역내 안정과 상호 안보 강화를 겨냥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다면 북한과의 협력이 중국과 마찬가지로 안보강화를 위해 합동군사훈련도 할 것이냐'는 뒤이은 사회자의 질문에 그는 "북러조약에는 상대방이 침략받으면 상호 지원한다는 제4조도 있다. 거기에는 모든 게 들어 있다"며 북러 합동군사훈련 실시 가능성도 인정했다. 그는 "북러 조약이 새로운 게 아니다. 조·소 동맹조약을 되살린 데 불과하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러 관계가 과거 소련시절로 되돌아갔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답변으로 해석된다. 조·소 동맹조약은 쌍방 중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면, 다른 한쪽이 지체 없이 군사 지원을 제공한다는 '자동군사개입' 조항을 담고 있었다.
이날 포럼에서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관한 구체적인 질문이나 북러 조약에 관한 언급은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의 발다이 포럼 발언을 콤스몰스카야 프라우다(KPru)등 러시아 언론과 크렘린 발표 자료 등을 바탕으로 소주제 별로 묶어 정리한다. /편집자
◇ 트럼프 당선자에 대해
"(트럼프 당선자에게 먼저 전화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는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서방 국가의 지도자들이 거의 매주 나에게 전화를 하다가 갑자기 그만뒀다. 그들이 원하지 않았고, 또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 보다시피, 우리는 살아 있고 건강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누구라도 연락을 하고 싶다면 난 거부하지 않는다."
"그의 대선 캠페인에서는 '그(트럼프)는 사업가다', '그는 정치를 모른다'고들 했다.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인간은 특별한 상황에서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게 되는데, 암살 시도 당시, 그의 행동은 나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그는 남자답게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고."
"주변에서 말리겠지만, 그가 러시아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우크라이나 위기(전쟁)를 종식시키려는 열망을 공개적으로 말한 것이 마음에 든다. 주목할 가치가 있다. 이 기회를 빌어 당선을 축하한다. 나는 이미 미국 국민이 택한 국가 원수라면 누구든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는 그럴 것이다."
"우리에게는 적이 없다. 수십개의 비우호적인 국가도 있지만, 그들과도 언제든지 생산적인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 물론, 그들도 우리의 입장이 존중해야 한다."
2017년 귀속말을 나누는 푸틴-트럼프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 우크라이나 국경선 인정의 전제
"소련 붕괴 이후, 우리는 우크라이나 국경을 (소련을 해체시킨 1991년 12월의) 벨로베즈스카야 협정의 일부로 항상 인정해 왔다. 우크라이나의 독립 선언문은 '우크라이나는 중립 국가'라고 명시하고, 러시아도 이를 지지했다. 국경 인정은 이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나중에 헌법을 개정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우리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 쿠데타도 지지하지 않으며, 우크라이나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번 쿠데타(2014년 유로마이단 사건, 러시아는 이 사건을 합법적인 친러 야누코비치 대통령 정권을 전복시킨 쿠데타로 본다/편집자)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친러시아계 주민)을 이해하고 지지하며, 그들의 이익을 옹호할 권리가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다. 그는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러시아가 국제법의 규범과 유엔 헌장의 원칙을 위반해 우크라이나에서 '특수 군사작전'을 시작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편이다. 구테흐스 총장의 논리를 인용하더라도, '모든 국민이 자결권을 갖고 있다'는 유엔헌장 제1조에 따라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남동부(돈바스 지역) 주민들은 자결권을 갖고 있다고 본다. 그들의 쿠데타에 동의하지 않았고 불법이고 위헌 행위라고 여긴다.
(발칸반도 세르비아의 민족 분쟁 지역인) 코소보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는 독립을 선언한 영토에서는 (국제법상) 소속된 세르비아 정부의 의견과 허가를 구할 의무가 없다고 결정했다.
이 결정은 바로 '노보러시아'(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유혈사태 당시,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에서 친러시아 국가를 만든 뒤 러시아 연방에 편입하기 위해 푸틴 대통령이 만든 프로젝트로, 이듬해 중단됐다/편집자)와 돈바스 지역의 주민들이 주권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오늘날의 국제법 해석과 유엔헌장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새로운 국가들(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작전, DPR과 LPR로 독립/편집자)과 협정을 체결할 권리가 있고, 실제로 우리는 그렇게 했다.
이 협정에는 상호 지원 조항이 들어가 있다. 이들이 막판에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했고, 우리는 이에 응했다. 우리는 2014년 키예프(키이우) 정권에 의해 시작된 이들에 대한 적대 행위를 멈추기 위해 나선 것이다. 우리가 공격을 시작하지 않았고, 적대 행위를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구테흐스 총장에게 설명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 말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좋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당신은 (우크라이나를) 공격했습니다'라고. 합리적인 말은 아니다. (발칸반도의 코소보 사태와 비교한) 나의 발언에서 논리적 오류가 무엇인가? 내가 뭘 잘못 말했나? 국제법과 유엔 헌장을 어디에서 위반했나?
만약 그렇다면(위반하지 않았다면) 우크라이나의 국경은, 우리가 '역사적 영토'라고 부르는 특정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주권적 결정에 따라 그어져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진행 중인 (전쟁의) 역학관계에 달려 있다."
◇우크라이나의 중립화 문제
"우크라이나가 중립화가 되지 않으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좋은 이웃이 될 수 없다. 왜? 우크라이나가 지속적으로 '잘못된 손(서방)에 의한 도구'로 활용돼 러시아의 이익을 해칠 것이기 때문이다. 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건은 조성되지 않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다. 우리는 정말 이것을 피하고 싶다. 그래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궁극적으로 독립된 주권 국가가 되고, 제3국의 이익을 위해 이용되는 도구가 되지 않도록 만들기로 결심했다."
◇ 우크라이나 전황
"지금 우크라이나 최전선과 러시아의 쿠르스크주(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쿠르스크를 공격한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3개월 간 엄청난 손실을 봤다. 탱크 손실도 2023년 한 해(약 240대)보다는 적지만, 약 200대에 이른다. 그들이 왜 거기서 그렇게 큰 손실을 입고 있을까?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미 민주당 행정부의 대우크라 지원 노력이 실패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해 적어도 11월 미국 선거까지는 우크라이나에게 버티라고 했기 때문이다.(젤렌스키 대통령은 쿠르스크 공격을 미국의 군사 지원을 추가로 얻기 위해 필요한 작전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편집자) 이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군대 모두에게 끔찍한 비극이다."
발다이 포럼 참가자의 질문을 듣고 있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솔직히 말해 군사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고려에 의해 내려진다. 예를 들면 (하르코프로 향하는 루간스크주) 쿠퍈스크 전선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방어 진지가 두 군데 있다. 한 곳에서는 약 1만명이, 다른 곳에서는 약 5천명이 사실상 포위돼 있다. 포위망을 뚫으려는 우크라이나 부대를 러시아 포대가 즉각 타격한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를 잘 알고 있지만, 모든 작전 명령은 우크라이나 국가나 국민의 이익이 아닌, 정치적 수준에서 내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무한정 계속된다면, 오랜 두 나라간의 역사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웃 국가 간의 평화와 안정, 협력을 위한 환경 조성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우려한다. 우리가 노력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 것으로, 우리는 평화협상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그 명칭이 매달 바뀌는 우크라이나의 '희망 리스트'(젤렌스키 대통령의 평화공식, 평화정상회의, 승리플랜 등)에 기초할 게 아니라, 당면한 현실과 이스탄불에서 (2022년 3월 말에) 가서명한 합의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우리는 6개월 휴전, 이런 걸 논의해서는 안되며, 두 나라의 미래 이익을 위해 관계 회복및 협력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비극적 사건(전쟁)으로 아무리 상황이 어렵고 복잡하더라도, 그 기본은 형제애다. 우리는 이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나토의 존재 가치와 확장 전략
"나토(NATO)는 오래 전에 존재 가치를 잃었다. 소련 중심의 바르샤바조약기구가 붕괴된 뒤, 나토는 출범 당시 공식적으로 선언한 존재 이유및 의미를 잃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나토의 확장은 시대착오적이다. 나토 회원국 중에도 브릭스(BRICS)와의 협력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도 있다. 나토의 동진(東進)은 러시아 문제에 조금씩 개입하는 것처럼 비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세계 지배를 꿈꾼 사람들을 한 번 이상(나폴레옹과 히틀러) 막았다. 누군가는 또다시 러시아가 없는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러시아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쓸모가 없다. 우리는 항상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
◇유럽의 대미 관계
"냉전 이후, 유럽이 거의 자유로워졌다고 믿는다. 그러나 미국은 유럽에 대한 기존의 통제권을 잃을까봐 두려워했다. 그 결과, 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미국에 유익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 유럽 기업들의 대규모 미국 투자가 대표적이다. 또 거의 모든 유럽 국가가 나토 회원국인데, 그들은 자국의 국익보다 미국 정치및 경제적 이익을 위한 정책을 취한다. 미국의 에너지 가격은 유럽보다 3~5배 저렴한 것도 그 때문이다."
"나는 유럽 국가들에게 러시아 에너지 자원을 활용하도록 권유했다. 그들에게도 이익이다. 이전에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가 '유럽이 문명국으로 살아남기를 원한다면 오직 러시아와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
"유럽은 글로벌 안보 시스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 나라의 안보가 다른 나라의 안보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 러-유럽 관계의 주요 문제는 신뢰 부족이다. 이를 회복해야 한다. 이 문제를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내일 아침까지도 계속되겠지만) 통합안보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첫 단계가 신뢰회복이다."
◇새로운 세계 질서-단극화 붕괴
"21세기의 첫 20년은 참으로 역사적이었다. 앞으로 20년은 훨씬 더 복잡할 것이다. 이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얄타체제와 같은, 과거에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세계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새로운 세력이 부상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과 자존감을 점점 더 깊이 인식하기 시작했다. 개발과 정의에 대한 독자적인 주장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세계는 러시아를 필요로 하며, 다른 국가보다 우월하다는 워싱턴이나 브뤼셀(유럽연합, EU)의 어떤 결정도 이를 바꿀 수 없다. 우리나라를 다른 세계로부터 고립시키려는 시도는 비극으로 이어질 뿐이다."
"새로운 세계 질서 형성으로 가는 심각하고 화해할 수 없는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이것은 권력이나 지정학적 영향력을 다투는 싸움도 아니기 때문에 화해가 불가능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다음 단계는 국가(와 민족 간의)관계가 구축되는 원칙 자체의 충돌이 될 것이다."
"서방은 러시아와 유럽, 특히 러시아와 독일, 프랑스를 분리하려고 한다. 그래서 우크라이나에서 쿠데타(유로마이단)를 일으켰고 돈바스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벌였다. 우리의 반대자들(서방)은 우리를 제거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과 도구를 찾고 있다. (과거에) 러시아인이 되도록 강요당할 때 이를 비웃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을 이제 대포의 먹이감(전쟁 희생자)으로 만들고 있다."
"서방은 몇 년 전 우리를 세계 경제에서 분리시키고자 했다. 대러시아 제재는 역사상 그 유례가 없을 정도다. 그들은 러시아가 결코 회복할 수 없도록 엄청난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와서 그 결과를 더 이상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서방은 세계 질서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러나 헤게모니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서방이 동맹국들에게 '(러시아나 중국 등이) 당신을 붙잡지 못하게 해라', '우리와 함께 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반대하는 것'이라는 압박이 점점 더 눈에 띈다.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부메랑 효과라는 말이 있다."
"전체주의 이념의 강요는 세계 질서에 대한 위협이다. 이는 모든 독립적인 사상및 이념을 공격하고 억제하려는 현재의 서구 자유주의에서 그 예에서 볼 수 있다. 러시아는 서방 세계와 문화를 봉쇄하지는 않을 것이다. 러시아는 우리의 반대자들과 달리, 서구 문명을 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우리와 그들을 나누고, 우리와 함께 하지 않는 사람들은 반대한다는 따위의 말을 하지 않는다."
"서방 엘리트들은 세계 다수의 이익을 충족시키는 새로운 국제 시스템(예를 들면 브릭스)의 출현을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수영 선수라도 거센 물살을 거슬러 헤엄칠 수는 없다. 지금 세계정치의 큰 흐름은 서구의 열망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미국의 통치에 기반한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시도는 세계를 혼란과 타락으로 몰아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민간인들이 잔인한 정책으로 고통받는 경우다. 지난해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대지진 이후, 순전히 정치적인 이유로 시리아 국민에 대한 지원이 차단됐다. 거기 뿐만 아니다."
◇ 핵무기 위협
"서방은 냉전 이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세계 질서를 재편하기 시작했다. 전례 없는 지정학적 탐욕은 유고슬라비아, 이라크, 리비아의 비극에서 우크라이나와 중동에 이르기까지 연결되는 유혈 분쟁의 원인이다."
"서방의 이같은 정책으로 지구촌 자원의 대부분은 가장 부유한 10억 명의 손에 넘어갔다. 하지만 역사를 통해 알고 있듯이, 모든 독점은 언젠가 끝난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는 무력 충돌로 가득 차 있었다.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가하려는 열망은, 일부 정치인들의 극단적인 모험주의로 이어지고, 세계적인 비극으로 변할 수 있다. 상호 대량파괴를 초래하는 국제적 충돌에는 이를 수행할 수 있는 무기(핵무기)가 존재하며, 기술의 발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량되고 있다. 그러한 무기의 소유자도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눈사태와 같은 위협이 증가하고 법적, 도덕적 규범이 마지막까지 파괴될 경우, 그것이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보장하지 못한다."
“러시아는 핵보유국으로서 세계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전략적 안정성을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서방은 우리에게 전략적 패배를 가하고 핵무기감축협정 같은 것을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축소하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략적 대화는 부적절해 보인다. 그동안 그런 대화도, 계획도 없었다. 러시아는 계속 새로운 핵무기를 개발하고 시험할 것이다."
"우리는 5년 전에 발표한 첨단 무기(극초음속 무기들)을 실전에 투입하기 직전에 와 있다. 발사 시험도 점진적으로 완료되고 있다.”
◇브릭스의 단일통화 체제
"브릭스는 자국 화폐의 사용을 늘리고 있다. 러시아 대외무역의 3분의 2는 국가간 통화로 이루어지며, 전체 회원국 기준으로도 88%에 달한다. 브릭스 단일 통화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그 전에 회원국 간의 화해 과정이 더 지속되고, 상호 이익이 전제돼야 한다. 단일 통화의 도입에는 경제적 조건도 중요하다. 회원국 간 서로 더 큰 경제적 통합이 필요하고, 질적 수준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각국 경제의 질과 구조가 양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중국과의 관계
“중국과의 현재 관계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긴밀하고, 다른 국가, 특히 서방 국가와의 관계는 부족한 수준이다. 러시아와 중국 간의 협력이 세계 안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국가들은 이제 서로를 보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어떤 지역에서든 중국에 대해 제재를 가할 때, 러시아는 항상 중국을 구하고 이를 극복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대처
"인공지능(AI)가 현대 사회의 발전과 경제적 번영의 핵심 요소다. 러시아에게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 AI라는 도구는 러시아의 경우처럼 실업률이 낮고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특히 쓸모가 많다. 우리는 그만한 지적, 기술적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고, 의욕도 있다. 그러나 철학적이고 근본적인 AI의 문제에 대해서는 함께 노력해야 할 게 있다. 우리 모두의 몫이다."
"우리가 아무리 인터넷 자유를 위해 노력하더라도, 이는 유토피아적이고 달성할 수 없는 목표다. 하지만 노력은 해야 한다. 다만, 인터넷 플랫폼은 해당 국가의 형법을 위반하지 않고 그 국가 법률을 존중해야 한다. (러시아 중심의) 미르 국제결제 시스템은 바로 그렇다. 이제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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