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숙체락(瓜熟蒂落)
외가 익으면 꼭지가 떨어진다는 뜻으로, 모든 일은 시기가 되고 조건이 갖춰지면 절로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瓜 : 오이 과(瓜/0)
熟 : 익을 숙(灬/11)
蒂 : 꼭지 체(艹/9)
落 : 떨어질 락(艹/9)
출전 : 조귀명(趙龜命)의 동계집(東谿集)
조귀명(趙龜命)의 동계집(東谿集)에 정체(靜諦)란 글이 있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길어올린 깨달음의 단상을 포착했다. 그중 정좌(靜坐)의 몇 구절을 읽어본다.
靜坐內視, 心體光明,
如琉璃映徹, 雜念不生.
雖過耳聲音, 了無將迎.
고요히 앉아 내면을 응시하면 마음에서 환한 빛이 나와 마치 유리처럼 투명하게 비쳐 잡념이 생겨나지 않는다. 비록 다른 소리가 귀를 스쳐가도 아예 들리지 않는다.
默坐燒香, 聞窓外禽聲, 亦自怡悅.
묵묵히 앉아 향을 사를 때 창밖에서 새소리가 들리면 또한 절로 마음이 기쁘다.
前知匪難, 心靜斯前知矣.
衆人寐時, 心乍靜, 夢猶前知, ?常靜者乎?
앞일을 알기란 어렵지 않다. 마음이 고요하면 앞일을 알 수 있다. 보통 사람은 잠잘 때만 마음이 잠깐 고요해져서 꿈속에서 앞일을 알게 되는데 하물며 늘 고요한 사람이겠는가?
하루하루가 분답하기 짝이 없다. 약속을 해놓고도 날짜를 놓치기 일쑤요, 해야 할 일도 맥을 놓고 떠내려간다. 고요와 적막의 시간이 없는 탓이다.
다시 다음 한 구절에 가서 눈길이 멎는다.
水到渠成, 瓜熟?落. 兩語可醫計較心.
물이 지면 도랑을 이루고, 외가 익으면 꼭지가 떨어진다. 이 두 마디 말로 계교하는 마음을 고칠 수가 있다.
물이 자주 흘러 땅이 패자 봇도랑을 이룬다. 외는 익으면 꼭지가 똑 떨어진다. 시기가 무르익고 조건이 갖춰지면 굳이 작위해서 애쓸 것이 없다. 절로 이루어진다. 때가 아닌데 억지로 하려 드니 이룰 수도 없고 인생이 덩달아 피곤해진다.
다음 글은 스케일이 참 크다.
開闢久, 高者崩, 卑者塡.
崩則土削而石露, 塡則道塗平.
後千萬世, 山益奇, 行路益利.
개벽하고 오랜 세월이 흐르면 높은 것은 무너지고 낮은 것은 메워진다. 무너지면 흙이 깎여 바위가 드러나고, 메워지면 길이 평평해진다. 아득한 후세에는 산은 더욱 기이해지고 다니는 길은 더욱 편리해질 것이다.
흙을 다 털어내고 바위만 남은 산은 더욱 기이해지고, 무너진 흙으로 메워진 길은 점점 평탄해진다.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억지로 안 된다. 빈틈을 고요로 채워야 길이 명료하게 보인다. 군더더기를 덜어낸 산이 그제야 우뚝한 것처럼.
▶️ 瓜(오이 과)는 ❶상형문자로 瓜(과)자는 오이와 같은 덩굴식물을 뜻하는 글자이다. 덩굴식물이란 오이나 참외, 수박, 호박 등과 같이 나무가 아닌 줄기를 통해 열매를 맺는 식물을 말한다. ❷상형문자로 瓜자는 오이와 같은 덩굴식물을 뜻하는 글자이다. 덩굴식물이란 오이나 참외, 수박, 호박 등과 같이 나무가 아닌 줄기를 통해 열매를 맺는 식물을 말한다. 그래서 瓜자는 덩굴과 열매가 매달린 모습으로 그려졌다. 瓜자는 금문에서 처음 등장한 글자이다. 초기의 간략했던 모습이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아 본래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다. 瓜자는 다른 글자와 결합하기보다는 주로 단독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예외적으로 孤(외로울 고)자가 있기는 하지만 子(아들 자)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다. 그래서 瓜자는 덩굴과 열매가 매달린 모습으로 그려졌다. 瓜자는 금문에서 처음 등장한 글자이다. 초기의 간략했던 모습이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아 본래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다. 瓜자는 다른 글자와 결합하기보다는 주로 단독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예외적으로 孤(외로울 고)자가 있기는 하지만 子(아들 자)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다. 그래서 瓜(과)는 오이 덩굴에 열매가 달려있는 모양으로 ①오이 ②참외 ③모과(모과나무의 열매) ④달팽이 ⑤(오이가)익다 ⑥성(姓)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기한이 다 됨 또는 여자의 15~16세 되는 해를 과기(瓜期), 여자의 과기에 이른 나이 또는 임기가 다한 해를 과년(瓜年), 벼슬의 임기가 참을 과만(瓜滿), 오이나 참외를 심는 밭을 과전(瓜田), 고기 맛이 오이 맛과 같다는 데서 붙여진 빙어의 다른 이름을 과어(瓜魚), 벼슬의 임기가 차서 돌아옴을 과환(瓜還), 임기를 마치기 전을 과전(瓜前), 조개 관자를 이르는 말을 과유(瓜乳), 오이나 호박이나 참외 따위의 종자를 과종(瓜種), 벼슬의 임기를 과한(瓜限), 오이처럼 생긴 큰 항아리를 과준(瓜樽), 참외를 이르는 말을 감과(甘瓜), 여주를 이르는 말을 고과(苦瓜), 수박을 이르는 말을 서과(西瓜), 참외 비슷이 생긴 흰 빛깔의 오이를 백과(白瓜), 본음은 목과로 모과나무의 열매로 약재로 일컫는 말을 모과(木瓜), 임기가 다 참이나 교대할 시기가 됨을 급과(及瓜), 오이가 익으면 꼭지가 자연히 떨어진다는 뜻으로 때가 오면 무슨 일이든지 자연히 이루어짐을 두고 이르는 말을 과숙체락(瓜熟蒂落), 오이밭과 오얏나무 밑이라는 뜻으로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말을 과전이하(瓜田李下), 오이를 심으면 오이가 난다는 뜻으로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그 원인에 따른 결과가 있음을 이르는 말을 종과득과(種瓜得瓜), 물결처럼 밀리고 오이덩굴처럼 갈라진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의 의논이 한결같지 아니하고 여러 갈래로 나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파분과열(波奔瓜裂), 수박 겉 핥기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어떤 일 또는 물건의 내용도 모르고 겉만 건드린다는 말을 서과피지(西瓜皮舐), 모과를 선물하고 구슬을 얻는다는 뜻으로 사소한 선물에 대해 훌륭한 답례를 받음을 두고 이르는 말을 투과득경(投瓜得瓊) 등에 쓰인다.
▶️ 熟(익을 숙)은 ❶형성문자로 孰(숙)이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연화발(灬=火; 불꽃)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孰(숙)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향(亠+口+曰)은 신에게 바치는 일, 羊(양)는 양, 극(尹을 반대 방향으로 쓴 자)은 일을 함의 이 세 글자의 합자(合字)인 孰(숙)은 잘 삶다, 익숙하여짐, 나중에 글씨 쓰기 쉽게 享(향)과 丸(환)을 합(合)한 모양으로 쓰게 되었다. 孰(숙)은 누구, 어느의 한 뜻으로도 쓰게 되었으므로 본디의 잘 삶는다는 뜻은 연화발(灬=火)部를 덧붙여 熟(숙)이라 쓴다. ❷회의문자로 熟자는 '익다'나 '익히다', '여물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熟자는 孰(누구 숙)자와 火(불 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孰자의 갑골문을 보면 사당 앞에서 제를 지내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고대에는 孰자가 익힌 제물을 바친다 하여 ‘익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소전에서는 여기에 羊(양 양)자가 더해지면서 익힌 제물을 바쳐 올린다는 뜻을 명확히 전달하였다. 그러나 후에 孰자가 '누구'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여기에 火자를 더한 熟자가 '익다'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熟(숙)은 ①익다 ②여물다 ③무르익다 ④익히다 ⑤무르게 되다 ⑥숙련하다 ⑦익숙하다 ⑧정통하다 ⑨면밀(綿密)하게 ⑩상세히 ⑪깊이 ⑫곰곰이 ⑬익히 ⑭정련(精鍊)한 ⑮정제(精製)한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잘 알고 있는 손님을 숙객(熟客), 삶아서 익힌 달걀을 숙란(熟卵), 잘 아는 땅을 숙지(熟地), 잘 살펴봄을 숙찰(熟察), 깊이 잠이 듦을 숙침(熟寢), 충분하게 이루어짐을 숙성(熟成), 충분히 휴식함을 숙식(熟息), 불에 익힌 음식을 숙식(熟食), 찌꺼기를 없앤 맑은 꿀을 숙청(熟淸), 연습을 많이 하여 익힘을 숙련(熟練), 곤하게 깊이 자는 잠을 숙면(熟眠), 익숙하게 앎을 숙지(熟知), 곰곰이 잘 생각함을 숙고(熟考), 초목의 열매가 충분히 여묾 또는 생물이 충분히 발육이 됨을 성숙(成熟), 열매가 채 익지 못함이나 음식 따위가 덜 익음 또는 일에 서툼을 미숙(未熟), 능하고 익숙함을 능숙(能熟), 나이에 비하여 신체적이나 정신적인 발육이나 발달이 올됨을 조숙(早熟), 늘 사귀어 사이가 가까움을 친숙(親熟), 과실이나 곡식이 반쯤 익거나 여묾 또는 음식 따위가 반쯤 익음을 반숙(半熟), 오랜 경험을 쌓아 익숙함을 노숙(老熟), 충분히 생각한 끝에 과감하게 실행함을 일컫는 말을 숙려단행(熟慮斷行), 무슨 일이 익숙한 사람에게는 남이 당하여 내기가 어려움을 이르는 말을 숙습난당(熟習難當), 몸에 익숙하게 밴 버릇은 남이 고쳐 내기가 어렵다는 말을 숙습난방(熟習難防), 한 번 익힌 음식은 날것으로 되돌아 갈 수 없어 그대로 두면 쓸데없다는 뜻으로 남에게 음식을 권할 때 쓰는 말을 숙불환생(熟不還生), 문장의 뜻을 잘 생각하면서 차분히 읽고 음미함을 이르는 말을 숙독완미(熟讀玩味), 경쾌한 수레를 타고 익숙한 길을 간다는 뜻으로 일에 숙달되어 조금도 막힘이 없는 모양을 이르는 말을 경거숙로(輕車熟路), 깊이 생각하고 깊이 고찰함 또는 신중을 기하여 곰곰이 생각함을 일컫는 말을 심사숙고(深思熟考), 머리를 삶으면 귀까지 삶아진다는 뜻으로 중요한 것만 해결하면 나머지는 따라서 해결됨을 일컫는 말을 팽두이숙(烹頭耳熟), 오이가 익으면 꼭지가 자연히 떨어진다는 뜻으로 때가 오면 무슨 일이든지 자연히 이루어짐을 두고 이르는 말을 과숙체락(瓜熟蒂落) 등에 쓰인다.
▶️ 蒂(꼭지 체, 밑 대)는 형성문자로 蔕(체)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帝(제, 체)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蒂(체, 대)는 ①꼭지(과실이 달린 줄기) ②꽃받침 ③성(姓)의 하나, 그리고 ⓐ밑(대) ⓑ가시(대)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감의 꼭지를 약재로 이르는 말을 시체(柿蒂), 정처 없이 떠돌아 다니면서 빌어 먹는 객호를 이르는 말을 부량체호(浮糧蒂戶), 오이가 익으면 꼭지가 자연히 떨어진다는 뜻으로 때가 오면 무슨 일이든지 자연히 이루어짐을 두고 이르는 말을 과숙체락(瓜熟蒂落) 등에 쓰인다.
▶️ 落(떨어질 락/낙)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洛(락)으로 이루어졌다. 풀(艹)잎이 떨어진다는 뜻으로 떨어지다를 뜻한다. 各(각)은 목적지에 도착하다, 안정되는 일, 음(音)을 나타내는 洛(락)은 시내가 아래 쪽으로 흘러가는 일, 초두머리(艹)部는 식물을 나타낸다. ❷형성문자로 落자는 ‘떨어지다’나 ‘떨어뜨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落자의 생성과정은 비교적 복잡하다. 落자의 갑골문을 보면 비를 뜻하는 雨(비 우)자와 ‘가다’라는 의미의 各(각각 각)자가 결합한 모습이었다. 지금은 쓰이지 않지만 각(떨어질 각)자가 본래 ‘떨어지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각자는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다’를 표현한 것이다. 소전에서는 落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각자와 落자를 서로 혼용했지만 지금은 落자만 쓰이고 있다. 落자는 나뭇잎이나 비가 ‘떨어지다’를 표현한 것으로 각자에 艹(풀 초)자를 더해 의미를 확대한 글자이다. 그래서 落(락)은 풀이나 나무의 잎이 떨어지다, 떨어지다, 떨어뜨리는 일 등의 뜻으로 ①떨어지다 ②떨어뜨리다 ③이루다 ④준공하다 ⑤두르다 ⑥쓸쓸하다 ⑦죽다 ⑧낙엽(落葉) ⑨마을 ⑩빗방울 ⑪울타리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떨어질 추(墜), 떨어질 타(墮), 떨어질 운(隕), 떨어질 령(零),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탈 승(乘), 들 입(入), 날 출(出), 더할 가(加), 미칠 급(及), 더할 증(增), 얻을 득(得), 회복할 복(復), 덜 손(損), 더할 첨(添), 오를 척(陟), 오를 등(登), 더할 익(益), 들일 납(納)이다. 용례로는 선거에서 떨어짐을 낙선(落選), 성적이 나빠서 상급 학교나 상급 학년에 진학 또는 진급을 못 하는 것을 낙제(落第), 떨어진 나뭇잎을 낙엽(落葉),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맥이 풀리는 것을 낙담(落膽), 세력이나 살림이 줄어들어 보잘것이 없음을 낙탁(落魄), 문화나 기술 또는 생활 등의 수준이 뒤떨어지는 것을 낙후(落後), 천거 또는 추천에 들지 못하고 떨어짐을 낙천(落薦), 경쟁 입찰 따위에서 입찰의 목적인 물품 매매나 공사 청부의 권리를 얻는 일을 낙찰(落札), 말에서 떨어짐을 낙마(落馬), 여럿이 줄을 지어 가는 무리에서 함께 가지 못하고 뒤로 처지는 것을 낙오(落伍), 과거에 떨어지는 것을 낙방(落榜), 높은 곳에서 떨어짐을 추락(墜落), 값이나 등급 따위가 떨어짐을 하락(下落), 죄를 범하여 불신의 생활에 빠짐을 타락(墮落), 기록에서 빠짐을 누락(漏落), 이리저리 굴러서 떨어짐을 전락(轉落), 당선과 낙선을 당락(當落), 성하던 것이 쇠하여 아주 형편없이 됨을 몰락(沒落), 빠져 버림을 탈락(脫落), 물가 따위가 갑자기 대폭 떨어짐을 폭락(暴落), 물가나 시세 등이 급히 떨어짐을 급락(急落), 지키는 곳을 쳐서 둘러 빼거나 빼앗김 또는 적의 성이나 요새 등을 공격하여 빼앗음을 함락(陷落), 떨어지는 꽃과 흐르는 물이라는 뜻으로 가는 봄의 경치로 남녀 간 서로 그리워 하는 애틋한 정을 이르는 말을 낙화유수(落花流水), 가지가 아래로 축축 늘어진 키 큰 소나무를 낙락장송(落落長松), 함정에 빠진 사람에게 돌을 떨어 뜨린다는 뜻으로 곤경에 빠진 사람을 구해 주기는 커녕 도리어 해롭게 함을 이르는 말을 낙정하석(落穽下石), 가을이 오면 낙엽이 펄펄 날리며 떨어짐을 낙엽표요(落葉飄颻), 몹시 놀라 얼이 빠지고 정신 없음을 낙담상혼(落膽喪魂), 끓는 물에 떨어진 방게가 허둥지둥한다는 뜻으로 몹시 당황함을 형용하는 말을 낙탕방해(落湯螃蟹), 낙화가 어지럽게 떨어지면서 흩어지는 모양을 낙영빈분(落英繽粉), 지는 달이 지붕을 비춘다는 뜻으로 벗이나 고인에 대한 생각이 간절함을 이르는 말을 낙월옥량(落月屋梁)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