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꺾이재’ 들꽃길 트레킹
정선 백운산 화절령
정선 하이원리조트 뒷산인 백운산에 조성된 10.2km ‘하늘길’을 걷는다. 석탄 활황기에 석탄을 운반하던 ‘운탄도로’로 불렸으며, 배고픈 시절 진달래를 비롯한 야생화를 꺾어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해서 ‘꽃꺾이재’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또 다른 이름인 ‘화절령’은 ‘꽃꺾이재’의 한자 이름. 화절령 ‘꽃꺾이재’에 오늘도 꽃들은 피어 아름답다.
화절령에 핀 들꽃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과 정선군 사북, 고한의 경계에 있는 백운산(1,426m). ‘하얀 구름이 드리워진 산’이라는 뜻의 백운산에 유명한 고개가 하나 있다. 나라 전체가 배고팠던 시절, 구름도 걸려 넘지 못한다던 백운산보다 더 높았던 이른바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사람들은 산에 피어난 꽃을 꺾어 먹어야 했다. 그래서 그 고갯길에 ‘꽃꺾이재’라는 이름이 붙었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요즘 사람들은 더 이상 꽃을 꺾지 않지만, 오늘도 고갯길에 피어난 들꽃에 마음을 얹으며 풍요로운 산책을 즐긴다.
나는 산업전사 광부였다
꽃꺾이재는 석탄 활황기에 석탄을 운반하던 길이었다. 그래서 ‘운탄도로’라고도 불린다. 1948년부터 2004년까지 정선의 88개 석탄광과 지하 막장에서 목숨 걸고 일했던 사람들의 땀과 눈물이 고스란히 스며든 이 길을 더 깊이 느끼기 위해서는 ‘뿌리관’을 먼저 들러야 한다.
[왼쪽]‘뿌리관’에 가면 옛날 탄광촌의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사진은 탄광촌 술집을 재현한 것이다.
[오른쪽]화절령길은 석탄 활황기에 석탄을 운반하던 ‘운탄도로’였다. 지금도 그때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뿌리관에서 정선의 탄광 역사와 탄광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자료와 복원 모형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사북 지역에만 2만 5,500여 명이 석탄광에 기대어 살았다. 사북 이외에 정선군 여러 지역의 석탄 광산 종사자까지 더하면 4만 명이 훌쩍 넘었다고 한다. 지자체 하나를 구성할 수 있는 인원이 광산에서 일했던 셈이다. 하지만 정선 산골짜기에 그 많은 사람들이 살 만한 집이 없었다. 사택이 있었지만 5~6평 넓이에 방 2개, 부엌 하나, 화장실은 공동으로 사용해야 했다. 그나마 사택에 입주할 수 있는 노동자들은 반도 안 됐다. 나머지 노동자들은 몸 하나 누일 수 있는 셋방에서 살거나 산에 움막을 짓고 살아야 했다.
돌가루, 탄가루를 뒤집어쓰고 일해야 했던 그들에게 진폐, 규폐 등의 직업병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붙는 꼬리표였다. 그렇게 캐낸 석탄은 운탄도로를 통해 세상으로 나아가 연탄이 되어 우리의 방구들을 달구고, 실비집 화덕에서 안주를 끓이고, 장터의 새벽을 덥히던 불씨가 되었다.
산길 숲길 꽃길
고한시외버스정류장에서 걷기 코스 출발점인 강원랜드 폭포주차장까지는 마땅한 대중교통이 없다. 택시를 타고 뿌리관에서 내려 전시관을 둘러본 뒤 1.3km 정도 걸으면 폭포주차장이 나온다. 그 길 중간에 석탄유물전시장도 있다. 폭포주차장 앞에서 오르막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는 길 어귀에 ‘하늘길’ 이정표가 보인다. 하이원리조트에서 꽃꺾이재에 이르는 트레킹 코스다.
[왼쪽]화절령길은 산길이지만 숲속 오솔길은 아니다. 차 한 대 정도 다닐 수 있는 길이 계속 이어진다.
[오른쪽]석탄 활황기에 석탄을 운반하던 길이라서 아직도 길바닥이 검다. [왼쪽/오른쪽]탄광 침출수를 모았다가 걸러서 흘려보내는 시설이다. 도롱이연못을 지나 한참 더 가면 볼 수 있다. / 숲길은 어디나 걷기 좋다.
이정표를 따라 오르막길을 올라가다 보면 포장도로가 끝나고 돌길이 나온다. 돌길, 흙길을 걷는다. 길은 넓고 주변은 온통 초록빛이다. 오르막이 있지만 길이 넓고 경사가 심하지 않아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게다가 길가에 피어난 들꽃을 보며 걸으니 이마에 흐르는 땀도 시원하게 느껴진다.
초입에서 4km 정도 되는 지점에 낙엽송이 작은 숲을 이룬 곳이 보인다. 그 숲 안에 ‘도롱이연못’이 있다. 도롱이연못은 1970년대 탄광 갱도가 지반 침하로 인해 내려앉으면서 생긴 연못이다. 도롱뇽이 살고 있어서 도롱이연못이라 이름 지었다. 연못이 생긴 뒤로 광부의 아내들은 도롱이연못을 찾아가 남편이 사고 없이 건강하기를 빌었다. 이 연못은 산짐승들의 샘터이고 특히 봄이면 도롱뇽이 알을 낳는다. 해발 1,100m에 자리한 연못도 쉽게 찾아볼 수 없지만 연못 주변에 우거진 낙엽송과 산죽, 야생화가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왼쪽]화절령길에 있는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 시비. 봄에 진달래가 많이 피었다고 한다.
[오른쪽]낙엽송이 우거져 숲이 깊어 보인다. 사진 오른쪽 숲속에 도롱이연못이 있다. [왼쪽/오른쪽]숲속에 있는 도롱이연못 / 도롱이연못은 1970년대 탄광 갱도의 지반 침하로 인해 생긴 연못이다.
도롱이연못을 나와 다시 큰길로 나선다. 4km 정도 걸었으니 이제 6km만 더 걸으면 된다. 햇볕은 뜨겁지만 해발고도가 높아 푸른 숲을 건너온 바람에 땀이 식으며 선선하다. 길가에 핀 꽃은 그 종류도 많고 모양도 아름답다. 꽃을 꺾어 먹으며 넘었다는 이 길에 깃든 이야기처럼 오늘도 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꽃에 눈을 오래 두면 시간이 지체되니 마음은 급한데 아름다운 꽃의 자태에 취해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 벌이며 나비, 꽃과 함께 살아가는 온갖 곤충도 꽃잎에 앉아 움직일 줄 모른다. 카메라를 들이대도 날아가지 않는다.
[왼쪽/오른쪽]화절령길에 피어난 꽃에 곤충이 모여든다. / 꽃을 찾아 날아든 나비가 사진을 찍는 동안 날아가지 않고 꽃에 앉아 있다. 화절령길에 피어난 꽃
푸른 숲의 바다에 아로새겨진 한 줄기 길
꽃과 함께 걷는 길에 마음이 밝아진다. 마음에만 두지 못해 카메라에 담아 오래도록 보고 싶은 아름다운 꽃을 만나면 거기서 그냥 쉬면 된다. 나무그늘이 드리워진 길은 시원해서 좋다. 시야가 툭 트인 곳을 만나면 가슴 시원한 전망이 좋다. 계곡 같은 물줄기가 없다는 게 옥에 티지만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이 그것을 대신한다. 호젓한 산길에서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에 생명의 푸른 기운이 들고 나면서 몸안의 찌든 때를 씻어내는 기분이다.
[왼쪽/오른쪽]이국적인 풍경의 낙엽송 구간 / 낙엽송이 있는 화절령길
이제 낙엽송길이 나온다. 낙엽송은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낙엽송길만 지나면 10km 구간 중 3분의 1 정도 남은 셈이다.
화절령 트레킹 코스 10km를 걷다 보면 백운산 정상으로 오르는 산길이 나오기도 하는데 코스를 벗어나지 말고 가던 길로 곧장 가면 된다. 도착 지점은 하이원리조트 골프장이다. 폭포주차장에 차를 세워둔 자가용 이용자는 골프장에 있는 하이원호텔 로비에서 강원랜드호텔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강원랜드호텔에서 내려 주차장까지 걸어가면 된다. 셔틀버스는 약 1시간에 1대 꼴로 다닌다.
정선군 사북과 영월군 상동의 경계에 있는 백운산 화절령길은 해발 1,000m를 넘나드는 약 10km의 산길이다. 석탄을 운반하던 차가 다니던 길이라서 걷기 편하다.
여행정보
주변 음식점
- 운암정 : 한정식 / 정선군 사북읍 하이원길 265 / 033-590-7631 korean.visitkorea.or.kr
- 시골한밥상 : 한밥상정식 / 정선군 사북읍 사북리 317-33 / 033-592-3316 korean.visitkorea.or.kr
숙소
- 그랜드파크모텔 : 정선군 고한읍 고토일길 111 / 033-591-7077, korean.visitkorea.or.kr
- 호텔인 : 정선군 사북읍 사북1길 38-1 / 033-591-8111, korean.visitkorea.or.kr
- 하이원콘도 : 정선군 사북읍 하이원길 265-1(마운틴밸리) / 1588-7789, korean.visitkore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