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은행, 미국發 관세폭탄 터지기 하루전 내달 5일 0.5% P 인하...119조원 푼다 지지부진 부채출자전환⋅중소기업 자금난 심화 등 부채축소 정책 역풍 완화 포석
중국 인민은행이 두달여만에 또 은행 지급준비율을 내리기로 했다. 부채 축소(디레버리징)정책으로 심화된 기업과 중소 금융사의 자금난을 덜어주고, 미중 무역전쟁발(發) 경기둔화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인민은행은 일요일인 24일 오후 은행 지준율을 내달 5일부터 0.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대형 은행의 경우 지준율이 16%에서 15.5%로 낮춰진다. 인민은행은 이번 은행 지준율 인하로 7000억위안(약 119조원)의 자금이 시중에 풀리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주재로 지난 20일 열린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은행의 지준율 인하 등 통화정책 수단을 운용해 영세기업에 대한 대출 공급 능력을 키우기로 결정하면서 지준율 추가 인하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은행 지준율 인하 집행 시점은 미국이 연간 500억달러에 이르는 중국산 수입품에 25% 추가관세를 물리기 시작한다고 공언한 7월 6일에 하루 앞선 날이다. 미국이 중국 2위 통신장비업체 ZTE(中興通訊)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지 하루 뒤인 4월 17일 은행 지준율을 4월 25일부터 1%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한 정황을 떠올리게 한다.
인민은행은 이번 은행 지준율 인하가 공식적으로는 미중 무역전쟁과는 관계 없다는 입장이다. 인민은행은 은행 지준율 인하 발표 이후 홈페이지에 올린 질의응답 형태의 설명에서 △부채출자전환 가속화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 등 2가지 목적을 내세웠다.
인민은행은 우선 공상 농업 중국 건설 교통은행 등 5대 국유 대형 상업은행과 중신 광다은행 등 12개 주식제 상업은행의 위안화 예금 지급 준비율을 0.5%포인트 낮춰 5000억위안(약 85조원)의 자금이 시중에 풀리게 됐다며 은행들로 하여금 이 자금을 기업에 대한 부채출자전환에 사용하게 하고 유사한 규모의 사회자금(민간자금)도 참여시키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들어 은행들이 기업과 맺는 부채출자전환 계약과 실제 계약뒤 집행 속도가 비교적 둔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겉으로만 부채 출자전환이고 실제로는 고정수익을 보장하도록 한 , 부채를 또 다른 부채로 전환하는 무늬만 부채출자전환도 억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좀비기업의 부채출자전환은 지지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부채출자전환의 시장화 법치화를 거듭 강조하면서 지방정부가 개입할 여지를 최소화했다.
인민은행은 또 우정저축은행 도시상업은행 외자은행 등의 위안화 예금 지준율을 0.5%로 내려 2000억위안(약 34조원)으로 자금이 시중에 흘러나오게 됐다며 주로 중소기업 대출에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종합적으로 이번 맞춤형 은행 지준율 인하가 안정적으로 구조적인 부채축소를 추진하는 데 유리하고, 중소기업 등 취약한 부분에 대한 지지 역량을 키우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민은행은 잇단 은행 지준율 인하가 통화정책의 변화가 아니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온건한 중성적인 통화정책을 계속 실시하면서 높은 질량의 발전과 공급측 구조개혁에 적합한 통화 금융환경을 만들어나가겠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계 은행의 베이징 분행장은 “중국 당국의 부채축소 정책에 따라 중국 은행들이 만기도래한 대출을 연장안해주는 사례가 늘면서 외자계 문을 두드리는 중국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토종은행들도 거부한 기업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중국 기업의 자금난이 심각한 수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국계 리스회사 관계자는 “은행들이 자금줄을 막고 있어 중소 금융회사의 자금난이 심각하다”며 “이 대로 계속 가면 금융리스크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리스크를 키워 중국을 경착륙으로 이끌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융에서 실물경제로 흘러간 자금을 의미하는 사회융자 증가액이 5월 7608억위안(약 129조 3360억원)으로 예상치(1조 3000억위안)와 전달(1조 5605억위안)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023억위안(약 51조 3910억원)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내달 6일 정식 개시될 예정이어서 중국 당국은 부채축소와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에 동시 대비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미국이 금리를 잇따라 올리면서 미중간 금리 격차가 줄어든데도 중국은 금리를 따라 올리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어서 위안화 절하 압력을 받는 등 자본유출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