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 지정 이후 2년밖에 지나지 않은 준비단계에서 지구지정 해제를 검토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입니다"
정부가 사업 추진이 부진한 전국 6개 경제자유구역내 35개 단위지구에 대해 실사를 거쳐 지정해제 등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다음날인 6일 경기도와 충청남도에 걸쳐 있는 황해경제자유구역내 주민들과 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들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각종 개발행위 제한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지구지정 해제를 요구해온 주민들은 정부의 방침에 대해 적극적인 환영입장을 밝히고 있는 반면, 사업 추진주체인 경제자유구역청측은 장기간에 걸친 개발사업의 초기 단계에서 지구지정을 재검토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
정부가 35개 단위지구 모두에 대해 지정해제를 검토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오는 16일부터 1~2개월로 예정된 전문 평가단의 재조정을 위한 실사가 끝날 때까지 당분간 황해경제자유구역내에서 사업 추진을 놓고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실사 결과 지구지정 해제 또는 사업 지속이 결정되더라도 주민과 경제자유구역청 사이에 또다른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자유구역 사업추진 어디까지 왔나=지식경제부는 2008년 4월 경기도의 평택 포승지구와 화성 향남지구, 충남 당진의 송악지구, 아산 인주지구, 서산 지곡지구 등 5개지역을 묶어 황해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다.
평택항과 당진항을 중심으로 국제수준의 첨단기술산업 클러스터와 대중국수출 전진기지 및 부가가치물류 육성을 위해 총면적 55.05㎢에 주거와 관광, 첨단산업단지를 갖춘 자족도시를 2025년까지 3단계로 나눠 개발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그러나 부동산경기 침체와 일부 구역에서 사업을 맡은 LH의 재정난으로 대상지역에 대한 보상이 지연되면서 주민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포승지구의 경우 경기 평택시 포승읍과 만호리 일대 2014만9000여㎡에 자동차부품 단지와 3만4623가구를 수용하는 주거 및 관광, 상업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그러나 2008년 구역 지정 이후 시행사인 LH측의 토지보상이 지연되자 "농지를 일방적으로 구역지정 해놓고 경제난에 사업성이 없다며 보상을 미뤄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 4월 구성된 '경제자유구역 해제 대책위'는 주민 400여명의 서명을 받아 "포승지구 1, 2단계 사업에 대한 일괄보상 추진 또는 지구지정 해제"를 촉구하는 건의서를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경기 화성시 향남지구도 6000여억원을 들여 530만㎡의 부지에 전자.정보, 바이오 및 주거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지만 사업시행자 조차 선정하지 못한 채 수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들은 경제자유구역 조성에 대비해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려 대체 부지 등을 마련했지만 개발지연으로 이자만 꼬박꼬박 내고 있는 실정이다.
516만㎡에 자동차부품단지와 R&D단지, 주거단지를 조성키로 한 충남 당진군 송악지구는 사업시행자인 당진테크노폴리스㈜가 불투명한 경기 여건과 자금난을 이유로 최근 사업 잠정 중단을 선언하면서 구역 지정 해제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와 전자정보기기업체 유치를 추진중인 아산 인주지구는 지난해 12월 사업시행자로 LH를 선정, 현재 실시계획을 수립중인 상태이며 자동차 부품산업단지를 계획하고 있는 서산 지곡지구는 2014년 이후 본격 사업추진을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중이다.
◇주민ㆍ경제자유구역청 입장 엇갈려= 재산권 제약을 이유로 지구지정 해제를 요구해온 송악지구와 포승지구 주민들은 정부의 재검토 방침에 대해 "원칙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송악지구 주민대책위 김진선(55) 위원장은 "송악읍 부곡리의 경우 2003년 이후 구로공구상가 이전사업 또는 유통상가 조성사업 등 당진군의 각종 개발계획에 따라 7년간 4차례에 걸쳐 건축물 신축 등 개발행위가 제한되면서 부동산 거래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지구 지정이 해제되면 땅값이 인근 지역처럼 3.3㎡당 100만원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영입장을 밝혔다.
그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당시 송악지구의 땅값은 3.3㎡당 40만원 선이었던 반면, 당진군내 면천면 지역은 10만원도 안됐다"라며 "면천지역 땅값은 3.3㎡당 40만원선까지 치솟았지만 송악읍 지역은 지구지정에 따라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가격 산정이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경제자유구역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황해경제자유구역청은 정부의 재검토 방침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황해청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 지정후 2년밖에 지나지 않은 준비단계에서 지구지정 재검토 여부를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주민들 사이에도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대상지구 전체를 해제한다는 것도 아니고 그린벨트 등으로 묶여 애초부터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지구에 대해서만 해제를 검토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송악지구에 대해서도 당진테크노폴리스가 사업 중단을 선언했지만 사업자 재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