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일로의 인도 오리사주 등의 반기독교 폭력사태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중앙정부는 본격적인 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다소간의 변화가 있다면 중앙정부는 심한 폭력사태가 진행 중인 5개 주 가운데 2개 주의 주정부에 대해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경고한 정도이다. 중앙정부는 오리사주와 카르나타카주에 대해 지난 18일자로 인도헌법 355조에 따른 공식 경고문을 발표했다. 중앙정부는 이 두 지방정부가 헌법에 따라 비록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하더라도 중앙정부의 치안에 대한 지시를 수용하고 이행하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고로 중앙정부는 국민회의당이 중심이 된 연합세력인 연합진보동맹이 이끌고 있는 반면 오리사와 카르나타카는 이들과는 정치적 라이벌 관계이며 힌두교민족주의정당이 바하르티야자나타당이 이끌고 있어서 협조관계가 매끄럽지는 못하다.
바하르티야자나타당은 중앙정부에서는 제1야당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연합진보동맹은 현재 오리사주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바즈랑 달 등 힌두교극단주의활동그룹들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반기독교폭동사태를 주의 깊에 지켜보고 있다며 폭동의 배후단체로 추정되는 비쉬와힌두드파리샤드(세계힌두위원회)의 자중과 주정부 집권당인 바하르티야자나타당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그러나 바하르티야자나타당이 힌두교민족주의를 표방하고 있고, 이번 폭동의 배후로 추정되는 비쉬와힌두파리샤드와도 느슨한 정치적 동맹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주정부는 사태에 대한 개입 의지도 별로 없고, 있다해도 역부족인 상태이다.
한편 인도의 기독교 커뮤니티 역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개입만이 현재의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델리카톨릭교구의 도미니크 엠마누엘 신부는 이번 중앙정부의 성명은 인도의 기독교인들에 대해 약간이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며, 이러한 성명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들어온 모든 정보를 종합해 보면, 오리사주 반기독교 폭동사태로 인한 사망자의 수는 최소한 36명에서 최대 100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오리사주 내의 14개 지역에서 폭력사태가 보고되었으며, 300개 마을의 5만 명 가량의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4천 채의 집과 115곳의 교회가 파괴되거나 불탔다. 17일에도 사건은 어김없이 벌어져 칸다말 지역의 경우 문디가르와 랑카가르 등에 있는 기도의집 두 곳이 불탔다.
평소에는 반기독교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었던 인근의 카르나타카주도 오리사주 사태 발생 이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17일 하루 동안에도 카르나타카주에서도 3개 지역에서 폭력사태가 보고되고 있다. 다크시나 칸나다 지역에서는 우지레에 있는 성조지교회가 폭도들에 의해 습격을 당해 성경과 기독교 관련 서적, 가구 등이 불태워졌다. 콜라르 지역에서는 성마리아성당의 마리아상이 잘려 철거되는 일이 있었고, 치카마갈루르에서도 교회 한 곳이 피해를 입었다. 카르나타카주의 경우는 과거에도 간간이 반기독교 폭력사태가 없지는 않았으나 오리사주 사태 이후 양적으로 급증했으며, 오리사주 사태 발생 5일 후인 29일부터는 조직적인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시간이 갈수록 해소되기는커녕 인근의 다른 주로 확산되는 추세라는 점이다. 카르나타카주가 제일 먼저 자극을 받은 이후 인도 남부의 케랄라주, 북중부의 마드야 프라데시주, 우타르 프라데시주, 동부의 자르칸드주 등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도인 델리도 심상치 않다. 지난 17일, 아직 소속이 확인되지 않은 힌두극단주의 성향의 폭도들이 동부 델리의 트릴로크푸리에 있는 하나님의 빛교회라는 카톨릭교회 앞 잔디밭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교회와 주변의 출입문 두세 곳을 파괴하고 교회의 구조물도 일부 파괴했다. 또 교회에서 잔디밭으로 통하는 통로를 봉쇄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현지 목격자들에 의하면 이 사건은 사전에 정교하게 계획된 것처럼 보였으며 이정도의 상황에 대해 교회와 기독교가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 그 반응을 떠보려는 의도가 있어 보였다고 한다. 하리야나주에서도 비쉬와힌두파리사드 지지자들에 의한 기독교 시설에 대한 공격이 있었다. 이 공격은 물리적, 무력 공격이 아니라 법률적인 시위이다. 힌두교 측은 히사르 지역 행정 당국 앞으로 북인도기독교선교회가 운영하는 한 학교를 폐쇄해 달라는 청원서를 접수했다. 힌두교 측의 주장은 이 학교가 인근의 주민들과 학생들의 개종을 유도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