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내 친구, 요트 타러 갔다!
- ▲ 20일 경기도 안산시 탄도선착장 앞 바다에서 김태봉씨가 자신의 요트 에덜러스 턴호를 조종하고 있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지난 20일 오후 1시 경기도 안산시 탄도선착장. 부슬비가 내리는 파란 바다에 하얀 요트(yacht) 35대가 떠 있었다. 다양한 모양의 요트 갑판 위로 저마다 흰 돛대가 솟아 있었다. 마치 유럽 지중해 해변의 요트 선착장 같은 풍경이었다.
부슬비가 내린 탓인지 이날 요트를 타러 온 팀은 평소보다 적은 4팀이었다. 자기 요트가 있는 사람은 철강업체 사장 김태봉(64)씨, 안산시청 공무원 김철훈(49)씨, 회사원 김모(37)씨, 건설공사장 조장 박광섭(38)씨 등 4명이었고, 이들의 친구 7명이 함께 왔다.
4명 중에는 김태봉씨 요트가 단연 좋았다. 34피트(10.36m) 길이의 하얀 선체(船體)에 14m 높이의 돛대가 솟아 있고, 커다란 돛이 앞뒤로 두 개 달려 있는 '에덜러스턴'호였다.
김씨는 "중학교 때부터 배타고 세계일주 하는 것이 꿈이었다"며 "평생 일하고 가장 노릇 하느라 엄두를 못 내다가 2년 전 외국에서 중고 요트를 8000만원 주고 수입했다"고 말했다.
나머지 3명의 요트도 모두 외국산 중고 요트로 1000만~2000만원대였다. 김철훈씨는 "수억~수십억 하는 비싼 요트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요즘엔 평범한 직장인도 요트를 직접 사거나 즐기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급속히 늘어나는 요트 인구
'갑부들의 사치품', '극소수 마니아들의 레저'로 인식되던 요트가 대중화되고 있다. 요트가 즐비하게 정박한 항구는 탄도선착장뿐 아니라, 부산 수영만·경남 통영·제주 중문·전남 여천·강릉 사천항 등 10여 곳에 이른다.
최근 요트 인구 확산의 주역은 돛으로 움직이는 무동력 요트다. 국토해양부가 올해부터 등록을 받았는데, 지금까지 423대가 등록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아직 미등록 요트가 많아서 관련 업계의 정보를 종합하면 무동력 요트는 1000척 가까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동력 요트는 수입량과 조종면허 취득자가 급증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 면 무동력 요트의 수입 물량은 2005년 105t이었으나, 올해는 8월까지만 이미 200t을 넘었다. 면허자는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1089명인데, 이 중 절반 가까운 451명이 지난해 이후 면허를 취득한 사람이다. 그러나 면허 없이 요트를 타는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실제 요트 인구는 1만여명에 달한다고 대한요트협회는 밝혔다.
부산에서 10년째 요트 수입업을 하고 있는 KT마린 대표 박성빈(41)씨는 "4~5년 전만 해도 고객 중 90% 이상이 사업가·의사 등 재력가나 전문직 종사자들이었는데 최근에는 학교 선생님이나 평범한 회사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전국 요트클럽만 30여개
요트클럽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부산과 통영에서 요트클럽이 생기기 시작해 현재는 서울·안산·강릉·여천 등지에도 요트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현재 서울에만 4개의 요트클럽이 있고, 전국적으로는 30여개가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자기 요트가 없더라도 클럽을 통해 요트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 연봉 2000만원대인 온라인 교육업체 직원 장영우(28)씨도 지난 5월 '서울요트클럽'에 가입해 매주 주말 한강시민공원이나 서해안에서 요트를 즐긴! 다. 클럽 회원들은 12만원의 연회비와, 매월 4만원의 월회비를 내? ?매주 ? 寧?클럽 소유의 요트를 탄다.
요트 유지 비용도 크지는 않다. 에덜러스턴호의 선장 김태봉씨는 "항구에서 바다로 빠져나가 돛을 펴기 전까지 디젤 엔진을 돌릴 때 쓰는 기름값이 한 번 탈 때마다 1만~2만원 정도 든다"며 "골프 치는 비용의 10분의 1도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요트클럽 회원 장영우씨는 "요트를 타고 물살을 가르면 바다 새처럼 날아가는 자유를 느낀다"며 "주말에 요트를 타고 나면 일주일간의 스트레스가 다 풀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