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가을 바람에 먹는 소갈비, 갈비탕
간단히 갈비(乫非)의 계보를 알아 본다. 조선 인조 17년(1639년) 6월 24일자 '승정원일기'에도
기록되어 있다. 1920년대 중반 이후 소갈비 구이가 본격적 외식(外食) 문화로 자리 잡았다.
선술집 저렴한 음식으로 출발했다. 1940년대 중반 이후 고급 식당 요리가 된다. 불고기,
스키야키와 비슷한 가격에 팔렸다.
1980년대 갈비가 가족 외식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다. 1990년대 양념을 하지 않고 굽는 생갈비가 등장한다.
평양 : 갈비 문화의 시작
'평양우'라는, 농사에 쓰는 일소가 아닌 고기를 생산하기 위한 육우(肉牛)가 있었다. 갈비는 불고기와 더불어 평양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외식이었다.
1929년 잡지 '별건곤'에는 평양에 갈비집이 생긴 것은 1920년대 중반 이후라고 나온다. 평양 갈비는 암소 갈비를 크게 썰어 설탕을 안 쓰고 굵직굵직한 석쇠에 굽는 것이 특징이었다.
부산 : 다이아몬드 커팅의 시작
간장 양념이 배도록 갈빗살에 지그재그 칼집을 넣는 '다이아몬드 커팅' 등 서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보편화된 소갈비 문화의 기본은 부산 국제시장,해운대다.
국제시장에는 1952년부터 '암소갈비 전문'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릴 정도였다. '해운대소문난암소갈비'는 1964년 지금 자리에서 창업했다. 갈비집을 창업하기 전 동래 요정에서 일본인들에게 칼집 내는 것을 배운 창업자의 기술이 깃든 조리법이다.
수원 : 소금으로 간한 왕갈비
1924년 이용기가 쓴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옛날 갈비 고명은 간장을 쓰지 않고 소금을 기본 양념으로' 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는 수원 갈비와 흡사하다. 1960~70년대 싸전 거리의 갈비집들은 거리를 형성한다.1980년대가 되자 자가용을 가진 '마이카'족이 등장한다. 수원 근처 용인자연농원(현 에버랜드), 민속촌 등에서 여가를 보낸 사람들은 수원을 찾아 수원 갈비를 먹고 돌아갔다.
서울 : 1980년대 '가든'의 탄생
1981년 강남 논현동에 문을 연 '삼원가든'에서 시작된다. 초기에 서울의 대형 갈비집에서는 수원의 갈비 기술자를 많이 고용했지만 간장을 많이 쓴 서울의 먹거리 방식이 결합해 달달한 간장 양념을 사용했다. 갈비를 양쪽으로 갈라내는 양갈비에 다이아몬드 형태로 칼집을 낸 갈비가 만들어졌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마블링이 가득한 고급 쇠고기가 등장하자 생갈비 문화가 본격화한다.
포천 : 이동갈비
양쪽으로 포를 떠서 가운데를 썬 쪽갈비로 유래는 두가지다. 첫째 설은 미군 부대에서 버린 갈비를 주워 포를 떠서 먹으면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설은 1950년 9·28 수복 이후 군부대가 많던 포천에 장교를 상대로 갈비를 팔던 집이 생겨나면서라는 것이다. 이동갈비란 간판이 등장한 것은 1963년 일이고, 1976년 이동에 포장도로가 생기면서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대구 : 경북 갈비 문화의 중심
1968년 '실비갈비집'에서 시작된 이 독특한 갈비 문화는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다. 양재기에 고춧가루와 마늘을 듬뿍 넣은 찜갈비는 대중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다.안동·영주·자인·산내·봉계·경주·언양 같은 유명한 경북의 한우 단지가 대구를 중심으로 모여있다.
영주 : 생갈비만 파는 갈빗살 골목
영주 시내에는 오로지 생갈비만을 짝으로 걸어놓고 주문과 동시에 갈빗살만을 발라내 구워준다. 1990년대 초반 본격화한 생갈비 시대와 더불어 생겨나 번성하고 있는 신생 음식 문화다.
안동 : 즉석에서 버무리는 안동 갈비
1970년대 초반 '구서울갈비'가 마늘 양념한 갈비를 팔면서 시작된다. 안동식 갈비는 대구와 달리 양념을 미리 재워놓지 않고 다진 마늘, 간장 등을 즉석에서 버무려 내는 것이 특징이다.
함양 안의·거창 원동 : 갈비찜&갈비탕
갈비탕에 두꺼운 본갈비(1~3번), 부드러운 꽃갈비(4~8번), 졸깃한 참갈비(9~13번) 부위를 한 점씩 넣어 갈비 전 부위를 맛볼 수 있게 한 것도 특징이다. 찜과 탕의 양념이 대구로 갈수록 강해진다.
해남·담양·광주 : 떡갈비
해남 '천일식당'에서 1960년대부터 만들기 시작한 떡갈비는 갈비를 심줄을 제거해서 양념을 섞어 구웠다. 광주광역시 송정리에서는 돼지갈빗살을 기본으로 소고기를 다져 섞어 구워 낸 갈비를 판다. 조선 중기부터 떡갈비 문화가 시작됐다는 이야기 등 많은 설이 있지만 근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