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성’
아주 오래 전 들은 이야기가
문득 생각이 나서 적어본다.
그 분이 초등학생일 때,
누군가의 장례식으로,
부산에서 서울로 아버지와
둘이서 가게 되었다고 한다.
갈 때는 야간열차의 3등석이었다.
3등석이라서인가?
차내는 매우 지저분하였다.
그런 중에, 나는 코를 풀고
그 휴지를 그냥 버렸다.
주위는 휴지로 가득해서 괜찮겠지,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도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
귀가열차는 특급열차, 차내는 정말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고 훌륭하다.
여기에서도 그는 또 코를 풀었다.
근데, 이번 차내는 갈 때와는 달리
휴지 하나도 떨어져 있지 않고,
반들반들 깨끗 그 자체.
‘여기에서는 휴지를 버려서는 안 되겠네’
그렇게 생각하고, 이번에는 바닥에
버리지 않고, 자기 포켓에 휴지를 넣었다.
그러자 아버지에게 호되게 혼났다.
“너는 주위가 더러우면 태연하게
휴지를 버리고, 주위가 깨끗하면
휴지를 버리지 않는 거야.
그렇게 주체성이 없어”라고.
후에, 그는 말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참으로 훌륭한 분이셨다”라고.
무엇을 가르쳐주고 있는 것일까?
그분의 부친은 그녀에게 도덕을
가르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도덕이라면, 휴지를 자리에
버렸을 때 아마도 꾸짖었을 것이다.
“휴지를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된다”라고.
그러나 부친은, 휴지를 버렸을 때가 아니라,
휴지를 버리지 않았을 때에 꾸짖으셨다.
그것은, ‘주체성 노, 일관성 노,
주위환경에 의해 휘둘리는 그
생각의 어리석음을 꾸짖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 휴지를 버리거나,
버리지 않거나, 그런 것에 관계없이,
‘오직 자신은 그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라고 하는, 그 주체성이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닐까.
카페 게시글
인생나침반
‘주체성’
상현 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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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3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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