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롭고 한가하게 웰빙 아침을 먹고 한 잔의 차로 인연을 마감하고
돌아서 나오는 길...차마 발걸음 떨어지지 못하도록 월인당 쥔장들이 하염없이 배웅을 한다.
그래도 가야할 사람은 떠나야 하는 법.
아주 오래전에 좋았던 기억을 따라 구암리로 가는 길은 그동안 불변의 법칙을 요구하며 찾아든 발길에게
보란 듯이 세월의 변모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아쁠사, 남도의 정취가 그득한 돌담들이 사라지고
겨우 몇몇 허물어진 돌담만이 흔적을 지닌 채 지난 과거를 회상케 할 뿐
제법 21세기형으로 빠르게 적응 중인지 이름하여 티켓 다방이 버젓이 눈에 들어온다.
커피가 고팠던 시울님은 혹시나 하였지만 역시나 로 돌아오는 것 맞고
이래저래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일행들은 강진 청자 박물관에서의 우세스러움을 또 만나게 될까 싶어
도자 박물관을 빠르게 뒤로 하고 서둘러 도갑사로 운전대를 돌렸다.
이름하여 도갑사 아닌가.
그래도 나름 월출산 밑자락에 이름만 대면 알만한 절이기도 해서 걸음을 놓았건만
통일신라로 부터 전해 내려오는 석조여래좌상을 비롯한 도선국사 수미선사비, 해탈문, 5층석탑 등
많은 보물을 지니고 있는 사찰치고는 아, 정말...개비한 겉 모습만큼은 완전한 새 절이다.
물론
몇번의 부침이 있어 어쩔 수 없는 복원 과정에 의해 절집이 변모를 하였을 것이라 이해는 되지만
눈으로 보는 광경은 조촐하지만 아름다운 풍광 속에 자리한 사찰 치고는 어울리지 않게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만 그득했다.
말하자면 완전 템플스테이 전문 사찰로 자리매김 하느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절집 배치가 눈에 거슬렸다는 것이요 본래와 달라진 주객전도의 절집이 되어버린 것이 아쉽다
뭐 그런 말이다.
거의 템플스테이형 호텔로 전락한 셈이라고나 할까?
월출산 자락 밑에 통일신라 말에 도선 국사가 세웠다고 전해지는 역사가 있다고 치면
나름 전통과 역사가 있는 절집이건만 제 색깔을 잃고 헤매는 듯 하여 안타깝기도 하고
여러가지 신경을 써서 호도되는 절집이 아닌 의미있는 본분을 다한다는 느낌이어야 할텐데
그것이 그렇지 못해 아쉽기도 하고 이즈음의 모양새는 완전히 그즈음과 달라도 한참 다르다 보니
갓 쓰고 양복 입은 꼴 같아 보였다 는 말이다.
새롭게 지어지는 템플스테이용 절집이라니...아무리 불교가 쇠락의 길을 가고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불교의 원천적인 방향과 수행을 전파한다고 하더라도 본분을 잃는다 는 것,
제 모습을 버리거나 잊어버린 채 유행처럼 번지는 웰빙, 휠링 테마에 발맞춰
관광 문화의 대열에 합류하고픈 도갑사라면 굳이 영암까지 내려가 도갑사를 만날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조촐하지만 본래 사찰로서의 진면목을 지녔을 도갑사가 어찌 저리도 변했단 말인가....아니
현실적으로 보자면 그럴 수 있겠다 싶다가도 욱 하고 치받혀 오르는 것은 껍데기만 불교인,
행위만 얻어가게 하는 수박 겉 껍데기만의 행태가 난무하는 템플스테이-템플스테이 한 번 다녀오면
천하를 얻은 것처럼 혹은 대단한 수양을 며칠 만에 쌓아낸 것처럼 왜곡되는 것도 꼴 불견이다-를
자제했으면 좋겠다 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기도 하다.
어쨋거나 해탈문을 들어서면 눈에 확 들어오는 새건물의 좌우배치도가 미리 시선을 가로 막으니
도갑사가 지녀야 할 덕목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지사...좌우지간 쌔애한 그 느낌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돌아나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입장료 2천원의 가치....2분이면 걸어가 만날 수 있는 도갑사,
주차장 근처에서 4백년이 넘도록 도갑사를 지켰을 팽나무가 새삼스럽다.
그 마저도 관광용으로 농락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안고 갈 길 바쁜 시울님을 위해
서둘러 광주로 달려간다.
씁쓸하다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그러나 그 불쾌하고 어딘가 서늘했던 마음은 광주 쌍촌동 1318-5번지에 자리한 "장군 알요리-062 374 3577-""에서
진정한 알탕을 맛보는 순간 끝이 났다.
거대한 뚝배기에 일인분씩 차려져 나오는 알탕은 그 어느 곳에서 먹어본 맛과 달랐다.
내용물이 그득그득 충실함은 물론이요 냉동 알이 아닌 생물인 관계로 씹히는 맛이 고소하고 부드럽다...젬마님이 굳이
점심을 먹고 올라가라고 붙들며 자신있게 권한 이유를 알겠다.
미안하게도 위장 꺼질 새가 없어 배 부르다던 우리는 젬마님의 성화에 힘입어 할 수 없이 먹었지만
안 먹었으면 어쩔뻔 했느냐며 완전 식탐 대마왕이 되어 후회막급할 일을 만들지 않았다...웃다가 돌아가실 일이다.
그렇게 남도를 또 한 바퀴 돌아 각자의 집으로 귀소 본능을 행기며 정읍을 지나자니
윗녘 거처지에 비가 억수로 내린다는 제보가 뜬다.
그래도 좋다....갈 길 바쁠 일 없이 쉬엄 쉬엄 돌아가도 충분할 만큼 구림마을을 아웃시키고 돌아선 보람이
광주의 입맛으로 돌아왔으니 말이다.
그렇게 또 하나의 여정이 끝났다.
언제 어떻게 또 어디로 튈지 모를 일이지만 길 떠날 여건이 되면 휘리릭...난 모르쇠로
길 위에 서게 될 것이다.....역마살이 잠들지 않는 한
첫댓글 음~! 올 휴가때 내려가다들러봐야 겠는데요 알탕집~!
종교인과 종교쟁이가 있다죠~! 스스로 종교쟁이가 되지 않으려 깨어 있으려 합니다. ^ ^
맞아요...종교쟁이.
이판사판이 한 자리에 있기는 어려운 법.
알탕은 9천원인데 내용물이 아주 충실해요...장흥 가시면서 산지의 낙지를 먹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
영암에서 연포탕을 아주 맛있게 먹었던 식당이 있는데....
생각이 잘 안나네요...
저도 종교쟁이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합나다
울 동네 소림사 주지스님과 시간나는대로 얘기를 꾀 오랜동안 하기도 합니다
워낙 여행을 좋아하다보니 반 불교쟁이가 되버렸으니 불교신자들이나 스님들과 애기가 잘 통할밖에...
결국 인간을 위한 종교들이기에....
굳이 종교를 따질 것도 없는 것이 또 세상사....단지 소시민은 기댈 곳이 필요하다 뭐 그 정도?
하지만 수행정진을 하여야 할 본분을 잃어버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 이라는 것.
세상사가 변하는대로 따라 움직이는 것이 옳다 그르다가 아닌 제 역할만큼은 충실히 하라 는 말이기도 합니다.
들어서는 순간, 템플스테이를 위한 사찰로 변모해 버린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워서 저도 모르게 욱 했으나
입장 바꿔 생각하면 또 그럴 수도 있지 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