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금 이라크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닐 듯 해요... 아프가니스탄도 이라크와 비슷하게 미국에게 밟히고 있죠.
그런데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에 대해 그다지 잘 알 수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칸다하르라는 이란의 영화감독이 지은 책을 보았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내가 알고 있던 것은 무엇이었나? 여성의 낮은 권리, 탈레반 정권, 이슬람 원리주의에 따른 야만적인 불상 파괴, 미국의 공격. 몇 몇 개의 단어뿐.
이 책의 원제는 '아프가니스탄의 불상은 파괴된 것이 아니라, 치욕스러운 나머지 무너져 버린 것이다'. '칸다하르'는 이 책을 쓴 감독의 영화 제목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개봉되었으니 비디오를 찾아보면 볼 수 있을 것이에요.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홈페이지도 있더군요. http://www.makhmalba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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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았다. 모든 자료와 숫자는
상대적이고 근사치이다. 숫자에 따르면, 1992년까지 아프가니스탄의 인구는 2천만 명이었다. 지난
20년간 250만 아프간 인들이 살해당하거나 사망했다. 원인은 군사 공격, 기아, 의료 설비
부족이었다. 다른 말로, 매년 12만 5천명, 혹은 매일 340명, 시간당 14명, 5분당 1명이
살해당하거나 사망했다.
....비교적 정확한 통계에 따르면 아프간 이외 지역, 즉 이란이나 파키스탄에서 살아가는 아프간
난민의 수는 630만 명이다....이 숫자는 내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북부에서 남부로, 남부에서
북부로 쫓겨다니는 사람들은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나는 어느 나라도 사망으로 인구의 10%가 감소하고 탈출로 30%가 감소하고, 그러면서도 세계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예를 알지 못한다.
아직 심장이 돌로 변하지 않은 유일한 존재는 바미얀의 석불이었다. 자신의 위대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거대한 비극이 주는 굴욕감에 무너지고 말았다. 빵을 구하는 국민 앞에서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기만 했던 부처는 치욕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부처는 이 모든 빈곤,
무지, 억압과 죽음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산산이 무너진 것이다. 그러나 무관심한 인류가 들은
것은 단지 불상이 파괴되었다는 소식이 전부였다. 중국의 속담이 생각난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어리석은 자는 손가락만 쳐다본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24시간마다 7명이 지뢰를 밟습니다. 오늘 혹은 내일 그들 중 하나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나는 적십자 캠프에서 더욱 심각한 통계를 발견했다. 지뢰 제거 작업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온 캐나다 인들이 상황이 너무나 처참한 것을 알고 절망해서 그냥 돌아가
버렸다는 것이다. 이 통계대로라면 아프가니스탄이 사람이 살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한 곳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50년 동안 아프간 인들이 무리를 지어 지뢰를 밟아야 한다. 각 부족들이 다른
부족을 상대로 지뢰를 마구 설치해 놓았는데 나중에 있을 제거 작업에 필요한 지도나 계획 같은
것은 처음부터 없었다.
....레자 샤의 통치 기간 동안 부족주의가 쇠퇴하고 민족 의식이 형성되었던 이란과 달리
아프가니스탄은 그렇지 않았다. 심지어 아프가니스탄의 무자헤딘(이슬람 동맹군)도 서로 단결하여
외적과 싸운 적이 없으며, 각 부족이 자기 지역에서 외적을 상대했을 뿐이다. 내가 '칸다하르'를
촬영하느라고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의 국경에 있는 난민 수용소에 머물고 있었을 때, 나는 그들이
10년 넘게 수용소의 어려운 상황을 함께 견디면서도 아프간 인이라는 민족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않음을 확인했다. 그들은 여전히 타지크 족이냐 하자레 족이냐 아니면 파슈툰 족이냐로 갈등하고
있었다.
아프간 인들은 타 부족과는 결혼도 사업도 하지 않는다. 극히 사소한 문제가 대규모 살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수용소에서는 환자가 넘쳐나고 의사도 부족한데 의사가 오면 가장 위급한
환자부터 치료받는 것이 아니었다. 치료받는 데도 부족간의 순서가 가장 중요했다. 하루는 하자레
족 환자들이 치료받고, 다음날은 파슈툰 족 환자들, 이런 식이었다. 뿐만 아니라 같은 부족
내에서도 계급 차별이 있어 계급이 다른 파슈툰 족이 같은 날 병원에 오는 것도 불가능했다.
....아프가니스탄의 부족주의가 계속되는 것은 유목을 주로 하는 경제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모든
아프간 부족은 지리적 장벽이라고 할 수 있는 협곡에 갇혀 있으며, 산악 지형과 목축 경제로부터
유래하는 독특한 문화에 갇혀 있다.
....경작 가능한 땅이 국토의 7%에 불과한 거칠고 건조한 땅에서, 게다가 그 절반이 가뭄에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 땅이 양귀비 재배지로 변해 전국민을 먹여 살리는 것은 당연하다... 곧
떠오르는 질문은 아프간 인은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느냐이다. 이란의 건설 현장에서 노동을
하거나 전쟁에서 싸우거나 탈레반의 학생이 되는 방법이 있다. 통계에 의하면 2,500여 개의 탈레반
신학교가 300명에서 천 명까지의 학생을 수용하면서 굶주린 고아들을 계속 끌어들이고 있다고
한다. 이 학교에서는 누구나 빵 한 조각은 먹을 수 있다. 학생들은 코란과 기도서를 외우고
나중에넌 탈레반 군대에서 싸운다. 이것이 유일하게 남은 고용 기회이다.
....2000년 UN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 세계적으로 1억 8천만 명이 마약을 사용했다. 불법
마약의 90%가 두 나라에서 생산되는데 그 중 하나가 아프가니스탄이며, 헤로인의 80%가 역시
이곳에서 생산된다. 즉 전세계 마약의 50%가 아프간에서 생산된다. 그 50%가 5억 달러 어치에
해당한다면 전세계의 마약 거래액은 10억 달러가 될 텐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왜 그럴까?
아프가니스탄이 마약 생산으로 5억 달러를 번다 해도 실제 거래액은 800억 달러이다. 다른 나라를
경유하면서 원가에 비해 160배로 가격이 오른다. 795억 달러는 누구 손에 들어가는가?
예를 들어 헤로인이 타지키스탄을 거친다면, 나갈 때는 들어올 때에 비해 가격이 두 배로 뛴다.
우즈베키스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마약이 네덜란드의 소비자의 손에 이를 즈음에는 원가의
160배에서 200배까지 가격이 오른다. 그 돈은 결국 중계 루트가 되는 나라의 정치에 개입하는
마피아에게로 간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마약을 만드는 아프간인 자신은 마약 소비자가 아니다. 마약 사용은
금지되어 있지만 제조는 합법화되어있다. 이 모순은 종교적 설명으로 정당화되는데, 죽음에 이르는
약은 유럽과 미국에 있는 이슬람의 적들에게 보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적당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굶주린 수니파 파슈툰 족 아프간 인들은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해
주는 신학교에 이끌린다. 아프간 난민 문제를 조직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이란과 달리, 파키스탄은
아프간 인들을 훈련시켜 '탈레반'이라는 이름으로 위성 '정부'를 세웠다....멀리서 보면 탈레반은
비이성적이고 위험한 원리주의자들로 보인다. 그러나 그들을 가까이서 보면 직업이 신학교
학생이며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서 학교에 가는 파슈툰 족 고아들이다. 탈레반 출현의 동기를
살펴보면 파키스탄의 국익이 그 배경임을 알 수 있다.
....소련군 철수 후에 발발한 격렬한 내전은 국가 전체를 불안으로 몰고 갔으며 나라 전체를 극히
위험한 상황에 빠뜨렸다. 각 집단이 싸움을 계속하면서 자신들의 안전을 도모하려 했다.
아이러니는 모두가 나라 전체를 위험하게 만들면서 치안을 확보하려 했다는 점이다.
무장 해제와 평화를 내세운 탈레반을 민중은 환영했다...탈레반을 적대시하는 사람도 그들이
평화를 가져온 사실에 대해서는 만족해 했다.
치안이 확보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는 전면적 무장 해제이고, 다른 하나는 절도범의
손목을 자르는 식의 잔혹한 처벌이었다. 처벌은 모질고 가혹하고 즉각적이어서 헤라트의 2만 명의
굶주린 사람들 앞에 빵 한 조각이 놓여 있어도 아무도 가져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탈레반은 무장 해제와 함께 절도범의 손목을 자르거나 간통한 사람을 돌로 던져 죽이거나
반대자를 잔인하게 처형하는 식의 잔혹한 형벌 도입으로 아프가니스탄에 표면적 안정을 가져왔다.
매일 두 시간만 방송을 내보내는 샤리아트 라디오(탈레반의 목소리)는 어디에선가 전투가 일어나도
치안 유지를 위해 방송하지 않는다. 한 예로, 타카르 시의 주민들이 탈레반을 환영했다고 말하면
그것은 탈레반이 타카르 시를 공격하고 점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머지는 금요일 기도나
바미얀에서 산적의 손목을 잘랐다는 소식이거나, 칸다하르에서 간통한 사람을 돌로 던져 죽였다는
것, 서양의 이교도 풍으로 십대들의 머리를 자른 이발사를 처벌했다는 내용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무장 해제와 형별과 선동으로 일종의 범국가적 치안이 아프가니스탄에 자리잡히고 있는데
이는 탈레반 이전의 불안과는 다른 상태이다.
첫댓글최근 탈레반의 영향권아래로 스스로 돌아가고 있는 지역이 많다고 하더군요. 미군정에 의지하는 것 보다 치안이 안정된다는 이유로... ㅡ,.ㅡ; 결국 미국은 밑빠진 독에 물만 붙고 간 셈입니다. 끝이 좋아야 다 좋다는 거라는데... 시작도 끝도 이리 너저분해서야... ㅡ,.ㅡ;
첫댓글 최근 탈레반의 영향권아래로 스스로 돌아가고 있는 지역이 많다고 하더군요. 미군정에 의지하는 것 보다 치안이 안정된다는 이유로... ㅡ,.ㅡ; 결국 미국은 밑빠진 독에 물만 붙고 간 셈입니다. 끝이 좋아야 다 좋다는 거라는데... 시작도 끝도 이리 너저분해서야...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