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기아자동차의 경차 모닝의 1월 국내 판매량이 약진했다는 경제뉴스가 보도됐다. 작년 1월보다 25.7%, 작년 12월보다
3.9% 더 팔렸다. GM대우의 경차 마티즈크리에이티브는 작년 12월보다 9.8% 감소했다. 하지만 GM대우 전체의 내수 판매는
38.1% 줄었다. 마티즈는 상당히 선전(善戰)을 한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정부는
작년 5~12월 9년 넘은 낡은 차를 폐차하거나 팔고 새 차를 살 경우 소비세, 취득·등록세를 250만원 한도 내에서 70%
감면해주는 자동차산업 지원책을 시행했다. 문제는 그 대상에서 경차는 빼버린 것이다. 경차는 이미 세금감면(減免) 혜택을 받고
있다는 논리였다. 지원액은 자동차 가격이 비쌀수록 컸다. 아반떼 1.6은 98만원, 쏘나타 2.0은 154만원, 오피러스
3.3은 250만원의 혜택을 받았다. 정부가 큰 차를 권장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 결과 작년 쏘나타의 내수 판매는
2008년보다 18.8%, 그랜저 13.9%, 제네시스는 13.0%가 늘었다. 에쿠스는 2008년의 세 배 이상 팔렸다. 반면
국내에 두 종류뿐인 경차 마티즈(800㏄)와 모닝(1000㏄)의 판매량은 합해서 2008년 13만4303대에서 13만5753대로
1.1%가 늘었을 뿐이다. 국내 승용차 판매대수가 22.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위축된 것이다. 현대차의 최경량
승용차인 클릭(1400~1600㏄) 판매량도 2008년보다 22.2%나 줄었다. 이런 결과를 가져온 노후차 처분 보조금이 금년
1월 들어 폐지됐다. 그러자마자 차량 판매 패턴이 원위치되면서 '경차 판매 약진'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자동차
업계 보조금은 지난해 세계 주요 나라가 대부분 시행했다. 그러나 큰 차에 더 큰 혜택을 준 나라는 한국 말고는 별로 없다.
프랑스는 10년 이상 된 중고차를 폐차하고 새 차를 구입하는 경우 1000유로의 보조금을 줬다. 다만 주행거리 ㎞당 배출
온실가스(CO₂)가 160g 이하인 자동차를 사는 경우로 조건을 붙였다. 160g 이하면 마티즈·모닝·프라이드·베르나 정도만
해당된다. 그랬더니 2009년 1~9월의 승용차 판매대수 가운데 소형차 비중이 2008년 같은 기간의 49.9%에서 56.0%로
늘어났다. 독일도 '유로4' 이상의 환경기준을 만족시킨 신차를 구입한 경우에 한해 2500유로의 보조금을 줬다. 이런 정책에
힘입어 유럽의 경차 판매 비중은 2008년 9.0%에서 2009년 상반기 12.7%로 늘어났다. 심지어 중국도 배기량 1600㏄
이하 소형차를 산 경우만 세금을 절반 깎아줬다.
우리는 안 그래도 큰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2007년 국내
신규등록 차량의 평균 배기량은 2113㏄였다. 유럽연합은 1744㏄였다. 자동차를 한 번 구입(購入)하면 10년, 15년
운행하게 된다. 정부가 대형차 선호 경향을 바로잡으려 하기는커녕 세계 추세와 정반대인 '큰 차일수록 보조금 더 주기' 정책을 편
것이다. '녹색 정부'를 자처하는 정부에서 나온 정책이 이래선 안된다. '서민 정부'라는 취지와도 맞지 않다.
얼마
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발표된 세계 환경성과지수 순위에서 대한민국은 163개국 가운데 94위를 했다. 2008년 51위에서
43계단 떨어졌다. 온실가스 대처 분야 성적이 특히 나빴다. 이런 조사(調査)에 큰 의미를 부여할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녹색 성장'을 주문처럼 외는 정부가 작은 차를 밀어내고 큰 차에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폈다는 것은 모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