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동포가 운영하는 사설학원이 복지사의 일종인 ‘케어기버(Caregiver)’ 취업을 보장한다며 한국 여성들을 데려온 뒤 수강료만 챙기고 책임을 회피해 말썽이 되고 있다.
뉴 웨스트민스터에 있는 로열 시티 인터내셔널 칼리지(RCIC·대표 박철)는 지난해부터 한국의 이민알선업체인 하나로이주공사를 통해 ‘케어 워커’ 지망자를 모집했다. 케어 워커는 개인집에 숙식하며 어린이·노인·장애인 등을 돌보는 일을 하며, 고용된 외국인에게 취업비자를 내주는 연방 이민부 프로그램이다.
하나로이주공사는 한국에서 전문대 졸업 이상 20~44살의 미혼여성을 대상으로 6~9개월 교육 한 뒤 100% 취업을 보장한다는 조건으로 희망자를 모았다. 수강료는 6개월 과정 6천800 달러, 영어반(ESL)을 포함한 9개월 과정 8천800 달러씩 한국에서 선불로 받았다.
9개월 과정에 등록해 지난 1월 캐나다로 온 유창희(35)씨는 “처음에는 수강생이 20명 가량 있었는데, 교육내용이 워낙 엉터리인데다가 ‘케어기버’ 프로그램 자체가 고급인력인 한국 여성들에게 맞지 않아 절반 이상이 중도포기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교사가 아닌 리셉션 직원이 영어를 가르치고 ‘Where do you live?’ 같은 대화를 2~3달 동안 반복해서 가르치는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에는 수강생들이 부실한 교육내용과 열악한 시설 등에 항의해 수업을 거부하고 수강료 환불을 요구하는 사태가 있었으나 학원쪽이 “학생비자를 취소해 추방시키겠다”는 협박과 회유로 무마했다고 수강생들은 전했다.
유씨 등 2명은 시간 때우기에 급급한 교육방식과 무자격 강사 등의 문제를 제기하다 몇차례 경고를 받고 4월말 수강료의 50%만 돌려받은 채 학원에서 쫓겨났다. 유씨는 “그동안 얻은 것 하나 없이 2천만원 이상 썼다”고 말했다.
끝까지 학원에 남은 수강생들 가운데 7~8명이 6개월 과정을 마쳤으나 현재 취업이 된 사람은 1명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0월 첫 수강생으로 이곳에 온 강미란(26)씨는 “실습시설이 전혀 없고 교육내용이 엉터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큰 돈을 들여 캐나다까지 온 것이 아까워 꾹 참고 모든 과정을 마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씨는 시험날짜 변경 등의 사소한 이유로 수료증을 받지 못했고 취업도 안되고 있는 상태다.
유씨는 “더 이상 이런 악덕업자에게 희생되는 사람이 없어야겠다”는 생각에서 밴쿠버 총영사관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캐나다 현지 교육기관이어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학원 관계자는 “첫 수료자가 과정을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아 취업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케어기버’ 프로그램은 이른바 ‘필리핀 가정부(Filipino nanny)’들이 많이 일하는 제도로서 일부 고용주들이 취업비자를 가진 피고용자의 약점을 악용해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제도다. 지난 4월에는 중노동과 고용주의 학대에 시달리던 한 필리핀 여성이 자살을 기도해 일간지 <프로빈스>등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문제점이 부각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