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청동(靑銅)이다
탑골공원 담벼락은 늙어
참빗장수 몸을 기댈 때마다
밭은기침을 한다
호된 바람에 흩어지던 머리칼
안면을 휘감는 폭포수가 된다
빗질도 못하며 무슨 빗을 파냐고
사거리 신호등 차를 세울 때,
3월이 멀지 않은 어느 날
빗 하나 들고 돈을 건네다
무심코 허공에 헛손질 한다
나무통 위에
앉혀준 그대로 굳어있던 그,
생략된 사지(四肢)는
견고한 삶이 부식된 거라
착각하지 마라
실없는 약속 가식의 악수가 싫어
다만 손을 내밀지 않을 뿐
응축된 몸통을 조이며
세상 아무리 밀어붙여도
뒷걸음치지 않는
유배된 공복의 시간
흔들리지 않는 풍경 속에 고정된
푸른 토르소.
첫댓글 생략된 사지(四肢)에서 쏟아지는 말들이 우렁찹니다. 나날이 다른 장 열어주시는 고경숙 시인님, 내일은 어떤글이 올라올까 기다려지네요. 여긴 지금 비가 옵니다.
휘적이는 손짓보다 깊은 상징이 얼마든지 내재되어있는 일상..그 속에서 건들거리며 가벼웠던 제 존재를 돌아봅니다. 가늘게 시작하는 빗속을 우산 쓰고 밤운동 하고 왔네요. ^^*
시의 탄력이 이 부지런함에서 나오는군요. 우산 받고 하는 밤운동이라~!
요즘 열심히 눈팅과 퍼가기만 하면서 정작 감사 인사를 못 올렸네요. 가능하면 많이 좀 올려 주세요. 30편으론 절대 양이 안차는 것 아시죠.
ㅎㅎ 권시인님, 잘 지내고 계시죠? 7월에 서울에 오시면 뵐 수 있을텐데..이거 그리움인거 아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