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People-스펜서 존슨의 ‘선물’
참 귀한 선물을 받았다.
강정 한 보따리가 바로 그 선물이었다.
2022년 2월 4일 금요일인 바로 어제 일이다.
아내와 같이 집 가까운 곳의 등심구이 전문집인 ‘서울갈빗살’에서 품격 있는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온 때는 밤 9시쯤이었다.
현관문 앞에 택배 하나가 와 있었다.
아내에게 특별히 깍듯한 고향 후배가 보내준 것으로, 발신지가 경북 구미로 되어 있었다.
미루어 짐작컨대, 명의자로 되어 있는 후배가 구미 쪽 누군가에게 특별히 부탁해서 보낸 택배인 것이 분명했다.
열어봤다.
쌀강정에, 들깨강정에, 참깨강정 해서, 지난날 명절 때 즐겨먹던 강정이 금빛 보자기에 가득 담겨있었다.
모두 아홉 가지 강정이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했던 속담처럼, 강정 또한 아홉 가지 강정 모두가 달짝지근하게 맛이 있었다.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감사의 뜻을 전해야 했다.
곧바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띄워 보냈다.
강정을 찍은 사진 한 장과, 내 감사의 마음을 담은 글 한 편이었다.
다음은 그 글 전문이다.
‘내가 지금껏 먹어본 강정 중에 최고! 쌀강정에 깨강정에 가지가지 갖가지인 것이 그렇고, 갖가지 마다 일품의 때깔이 그렇고, 한 입에 집어넣기 딱 좋은 크기로 자른 것이 그렇고, 맨손으로 집어도 찐득하게 묻어나지 않을 정도의 묽은 조청이 그렇고, 당뇨인 내가 기본 아홉 개를 다 집어먹어도 당 걱정 안해도 될 정도로 저당분인 것이 그렇고, 하나하나가 정성을 다해서 빚어낸 것이 분명해. 좀 더 일찍 알았으면 명절 선물로 주위 두루 농갈라줬을 텐데. 덕분에 잘 먹을게. 그나저나 명함 한 장 보내줘 봐. 주위 두루 소개 좀 해주게.’
그렇게 글을 쓰는 동안에 문득 떠오르는 책이 한 권 있었다.
십 수 년 전으로 거슬러, 내가 아직 검찰수사관 현직에 있을 때의 일로, 누군가의 추천으로 읽은 책이었다.
바로 스펜서 존슨의 ‘선물’(The Present)라는 책이었다.
그때 내 그 책을 읽고 검찰 내부통신망인 e-pros에 그 독후감을 게시하기도 했었다.
다음은 그 독후감 전문이다.
얼마 전이었습니다.
최근에서야 비로소 가까이 하게 된 친구 같은 후배로부터 선물 하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책을 꽂아놓고 편히 독서를 할 수 있도록 한 자그마한 독서대였습니다.
그렇게 값비싼 것도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정성이 가득 담긴 것임을 대번에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차마 거절 하지 못했습니다.
평소 책보기를 즐겨하지 않던 저였기 때문에, 그 독서대를 받아놓고 어떻게 요긴하게 쓸까 하면서 궁리하던 중에, 이번에는 같은 청에 근무하는 검사님 한 분으로부터 책 두 권을 선물 받게 되었습니다. 늘 가까이 있는 분으로부터 받는 책 선물은 또 다른 의미가 담겨서 참 좋았습니다.
선물 받은 책 두 권 중 한 권은 두어 시간 만에 독파 할 수 있었으나, 다른 한 권은 다 읽기까지의 시간이 만만치 아니하여 독서대에 걸쳐놓고 지난 2월 마지막 연휴 이틀 동안에 의미 있는 감동을 느끼면서 다 읽어 버렸습니다. 그 책은 다름 아닌 최근의 소설부분 베스트셀러인 박완서의 장편소설 ‘그 남자네 집’이었습니다.
광복직후 당시로서는 인텔리로 불리던 한 여성이 6. 25전쟁을 통하여 부침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이웃으로 이사 온 청년인 ‘그 남자’에게 정신적 의지를 하다가, 현실적 삶에 더 무게를 두고 종내에는 경제적 안정을 쫒아 은행원과 결혼을 한 후, 옛 그 남자를 잊지 못하여 무너질 듯한 위험한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사실적 시대상을 배경으로 꾸며 놓은 소설이었는데,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찡하게 울려왔습니다.
저는 일반적으로 한 번 본 책은, 그 감동의 퍼짐을 위하여 다른 이들에게도 돌려서 읽어보게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이 책만큼은 저의 전 시대의 전부와 저의 시대의 초입 부분을 그려놓은 것이어서, 그때를 잊지 않고 늘 기억해놓고 싶어서 저의 서가에 챙겨 꽂아놓았습니다.
저는 지난 주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감사관들과 같이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정기사무감사를 다녀왔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매우 의미 있는 선물 하나를 받아 왔습니다. 감사 준비하느라고 무척 힘들었을 터이고 감사 받느라고 또 많이 당황했을 텐데도, 감사 마치고 떠나는 저에게 그곳 청 총무과 어느 주임이 책 한 권을 선물해주었습니다. 그 주임의 정성스러움이 그대로 저의 가슴에 파고들어왔습니다.
나무에게서 배운 인생의 소금 같은 지혜를 담은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라는 나무의사 우종영씨가 쓴 책이었습니다.
그 뜻이 너무 고마워서 하루 밤사이에 다 읽어 버렸습니다. 주목나무, 이팝나무, 소나무, 오리나무, 아까시나무, 자작나무, 동백나무, 조팝나무, 느티나무, 등나무, 생강나무, 밤나무, 명자나무, 회양목, 모과나무, 노간주나무, 라일락, 대나무, 서어나무, 은행나무, 사위질빵, 개나리, 젓나무, 자귀나무, 회화나무 등등...이들 나무의 이름의 유래와 우리들 인생과의 연관성에 대하여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엮어가고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근무할 때 유난히도 나무에 대해 애착이 깊던 선배 과장님 한분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 분께서는 직접 전지가위를 들고 가지를 잘라내다가 손가락을 다치는 아픔을 겪기도 했었습니다.
이 책은 저만 보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아까울 뿐만 아니라 선물한 이의 깊은 뜻을 새겨 전해주고 싶어서 또 다른 이 에게 선물을 해드릴 생각입니다.
또 최근 저는 이상한 선물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현물이 아닌 책 제목만 선물 받았던 것입니다. 최근 비소설부분 베스트셀러인 스펜서 존슨의 ‘선물’-The present-란 책이었습니다.
어느 노인이 동네 어린 소년에게 어릴 적부터 선물을 하겠다고 약속을 하는데, 그 소년이 어른이 될 때까지 그 노인은 약속한 선물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년이 그 노인에게 선물을 달라고 보채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노인이 주겠다고 했던 그 선물이란 것이 바로 Present의 또 다른 의미인 ‘지금’이란 것을 깨우치게 된다는 내용을 담은 글이었습니다.
이 책은, 선물의 의미를 ‘Learn from the past, Plan for the future, Be in the present’라고 정의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오늘 인천지방검찰청 감사를 위해 출발 합니다. 바쁜 일상이겠지만 책 한권 읽어보는 여유도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