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S 김범석·이인경]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국정원 얘기가 아니다. 영화 크랭크 업부터 개봉 때까지 눈썹을 휘날리는 영화 홍보 마케터들 얘기다. 대한민국의 잘 나가는 홍보우먼들이 22일 싸이더스FNH 회의실에 모였다. 이들은 영화 성격에 맞게 인터뷰를 잡고, 일반시사를 결정하고, 기발한 이벤트도 기획한다. 흥행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 <마파도> <구세주>처럼 패색 짙은 영화를 심폐소생술로 살려내는 것도, <
왕의 남자> <
괴물>을 1000만 클럽에 안착시키는 것도 바로 이들 덕분이다. 충무로를 쥐락펴락하는 7인의 홍보우먼들이 돌아 본 2006 한국 영화계.
대담 참석자(가나다 순)=권영주(홍보사 영화사숲 이사) 김은(홍보사 디어유엔터테인먼트 실장) 명수미(홍보사 에이엠시네마 실장) 서정(
시네마제니스 기획실 이사) 양은진(홍보사
올댓시네마 팀장) 조윤미(싸이더스FNH 기획실장) 최은영(홍보사 영화인 팀장)
●'스타=흥행' 공식이 깨지고 있다=1000만 영화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왕의 남자>와 <괴물>의 히트는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스타 배우의 자리를 점점 스타 감독들이 메워가고 있다.
=그렇다. 유명 감독들이 점점 브랜드화 돼 간다. 이준익·봉준호 감독과 <타짜>의 최동훈 감독들이 관객에게 믿음을 주고 있다. 반면 배용준·이병헌·설경구·차승원·김수로·문근영 등 스타들은 맥을 못춘 한 해였다.
=물론 아직까진 '누구 나오냐'가 영화 선택의 키이지만 중요한 건 관객들이 점점 감독과 작품성을 종합해 평점을 매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강동원도 꽃미남이라 여성 관객이 몰린 게 아니라 연기력이 뒷받침 됐기 때문에 흥행한 거다. 이젠 '잘 생겼다'에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된다.
=요즘 포털사이트 평점 조작에 대해 말이 많은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나. 특히 관람 후 평점은 조작이 어렵더라(웃음).
=포털측에서 1점과 10점을 주는 네티즌을 가려낸다는 말을 들었다. 한 500명 정도 동원하면 모를까 알바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요즘 관객은 New와 Fun에 꽂힌다=댓글 문화가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관객들이 영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채널이 그만큼 많아졌고, 수준도 향상됐다. 영화 선택의 기준이 배우나 예고편, 포스터가 아니라 종합적으로 결정되는 것 같다.
=맞다. 요즘 관객은 새롭고, 재미있으면서도 수준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트렌드는 사라지고 군중심리가 강해지는 것 같다. 일단 터진 영화에 사람들이 붐빈다. 반면 <
청연>처럼 논란에 휩싸이면 우르르 몰려가 '아작'을 내는 경향이 짙은 것 같다.
=우리 국민들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11월 많은 영화가 참패하는 걸 보면서 영화 보다는 화제나 이슈를 더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예전엔 기본 관객이란 게 있었는데 편수가 늘다보니 요즘엔 깨지면 사정없이 깨진다. <열혈남아> <그해 여름>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
=요즘 관객들이 너무 박사다. 안 되는 영화는 관객들이 먼저 알아본다.
●관객층이 점점 어려진다=인터넷 때문에 주요 관객층의 나이가 점점 내려가는 추세다. 예전에 20대 여성들이었다면 요즘엔 중고생으로 봐야 한다. 그만큼 18세 영화가 흥행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이통사의 관람료 할인 폐지도 직격탄이다. 10대들의 경우 2000원이면 꽤 큰 돈이다. '심심한데 영화나 볼까'가 이젠 안 통한다.
=반면 40~50대 관객이 늘고 있는 건 반갑다. 젊어지고 싶은 심리가 강해지고, 화제작이 나오면 대화에 소외되지 않기 위해 극장을 찾는 것 같다. 요즘 관객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금주의 인기작 한 편을 본다.
=7000원에 대한 보상심리가 강해진다는 증거다. 공짜로 영화 보는 일반시사회 관객도 얼마나 냉정한가. 설문지 20자평에 '개봉하지 마세요'라고 적힌 글을 봤을 땐 억장이 무너졌다.
=가족 관객층이 확실히 늘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처럼 가족 영화가 잘 된다. <
맨발의 기봉이> 때도 그걸 느꼈다. <
몬스터 하우스> <빨간 모자의 진실> 등이 흥행한 것도 두터워진 가족 관객층 덕분이었다.
●이런 배우 꼭 껴안아 주고 싶다=<비열의 거리>의 조인성과 <타짜>의 김윤석 등 재발견된 배우가 많은 한 해였다. 특히 조인성은 얼마나 많은 영화에서 죽을 쒔나. 배우는 조금 기다려주면 언젠가 보답하는 존재인 것 같다.
=차승원·김수로·임창정처럼 홍보할 때 '제가 뭘 더 하면 좋을까요'라고 눈빛을 반짝이는 배우도 늘 반갑다.
=박용우에게 한표를 주고 싶다. 슬럼프가 길었는데 사석에서는 정말 배우 같지 않은 배우다. 너무 진지하고 진실해 이 양반이 출연한 영화는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웃음) 결국 본인이 아이디어를 내 SBS TV <웃찾사>까지 출연했다. 꼭 다시 일해보고 싶은 배우다.
=여배우 중엔 최강희가 좋았다. 너무 순수한 여자다. 천연덕스런 연기를 보면 자신만의 세계가 있는 것 같다.
=
다니엘 헤니의 정직함도 인상적이었다. <여걸 식스>에서 퀴즈를 풀 때였는데 반대쪽에서 매니저가 답을 알려주는데도 애써 외면하더라. NG를 많이 내긴 했지만 제작진이 '이런 출연자는 처음'이라며 헤니를 기특해 했다.
=김태희는 높은 기대치와 일부 언론의 공격 때문에 지켜보는 게 안쓰러웠다. 다행인 건 김태희가 워낙 낙천적인 성격이라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꿈쩍 안 한다는 거다. 힘들텐데 늘 주위 사람들을 챙기는 걸 보면 천성이 착한 것 같다.
=비슷비슷한 질문에 모두 다르게 답하는 김승우의 순발력에도 놀랐다. '이런 게 바로 배우의 능력이구나'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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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탕> 때는 말 천둥이가 무대인사에 오르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때 천둥이가 언제 갑자기 배변할지 몰라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모른다.(일동 웃음) 한번 싸면 양이 엄청나다고 해 쓰레받기까지 들고 동행했는데 다행히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무대인사는 언제나 힘들어=개봉 후 무대인사 일정이 얼마나 빡빡한가. 분초를 다투면서 돌아다니는데 다니엘 헤니가 팬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사인해주는 바람에 곤혹스러웠다. 자기 이름을 부르면 뒤돌아 보고, 손 내밀면 모두 잡아줘야 직성이 풀리는 젠틀한 성격 때문에 우리는 죽을 맛이었다.
=비 때문에 부산이 난리가 난 적이 있다. 남포동 대영극장과 부산극장의 900석과 1000석이 빼곡히 채워진 걸 처음 봤다. 한동안 무대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하마터면 깔려 죽을 뻔했다.
=무대인사 때 경호원을 고용하는 것도 2~3년 전부터 생긴 진풍경 아닌가. 장동건·원빈도 아닌데 경호원을 요청하는 배우와 소속사 때문에 여러 번 끓은 적도 있다.
=서울지역 무대인사는 이제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특히 강남은 연예인을 너무 쉽게 볼 수 있어서 그런지 객석 반응이 거의 없다.
=올해 싸이더스FNH에서 열 두 작품을 개봉했는데 <열혈남아>와 <사랑따윈 필요없어>가 같은 날 개봉하는 일이 벌어졌다. 늘어난 제작편수와 그에 따른 배급 부작용 때문이었다.
=영화의 운명이 대개 개봉 첫주에 결정돼 제대로 평가 받기도 전에 간판이 떨어지는 영화가 너무 많다.
=멀리 갈 필요 없다. <
올드 미스 다이어리>가 100개가 넘는 극장을 간신히 잡았고 첫주부터 '퐁당퐁당'(교차상영) 신세다. 얼마든지 다크호스가 될 수 있는데 제 평가를 못 받고 있어 가슴이 찢어진다.
●내가 만난 최악의 배우=무명 시절이 길어서 그런지 L이 나온 영화를 맡으면 늘 힘들다. 인터뷰 기사 크기에 과민 반응하고, 동료 배우들과도 지나친 경쟁의식 때문에 걸핏하면 트러블을 겪기 일쑤다.
=S도 지방 무대 인사 때 혼자 비행기를 고집해 스케줄을 맞추느라 진땀을 뺐다.
=일부지만 함량 미달 매니저들도 문제다. 무대인사 갈 때 KTX 한량을 비워놓으라고 요구하고 육두문자를 내뱉는 몰상식한 매니저도 있다. 그들을 믿고 의지하는 연기자가 안쓰러울 때가 많다.
=우리도 공부할테니 그들도 매너 공부를 좀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에겐 소리 지를 수 있는 옥상이 꼭 필요하다.(웃음)
●내가 본 올해 최고의 영화는=<라디오 스타>였다. 참 따뜻했다. 상업적으로 잘 만든 영화가 많았지만 이 영화는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동감이다. 이준익 감독은 앞으로도 자본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영화를 만들 것 같다.
=<타짜>가 좋았다. 좋은 영화는 조연들을 다 살려주는 것 같다. 감독이 배우들의 연기력을 잘 끄집어내줬다. 같은 여자로서 김혜수에게 브라보를 외치고 싶었다.
=<괴물>이 재미 있었다. 봉준호 감독은 내가 홍보하는 영화의 경쟁작으로 꼭 부딪쳤다. <살인의 추억>이 개봉할 때 난 <오! 해피데이>를 홍보했고, 이번에도 <각설탕>을 맡으며 <괴물>과 경쟁했다. 그래도 <괴물> 두 번은 안 봤다. 경쟁작의 스코어를 늘려줄 수는 없지 않나.(웃음)
=<후회하지 않아> <천하장사 마돈나>가 좋았다. 앞으로 이런 영화들도 잘 됐으면 좋겠다. 1000만 영화 한 편 보다 200만 영화 다섯 편 나오는 게 훨씬 건강한 거다.
=<달콤, 살벌한 연인>은 대사 맛이 있어서 좋았다. 스타가 안 나와도 이렇게 잘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서 통쾌했다. 올해 영화계가 험난하다고 하는데 내년엔 더 어려울 것 같다. 올해 126편 제작했는데 108편이 개봉했다. 나머지는 다 내년 라인업으로 밀린 거다.
=아~ 우린 왜 매년 이렇게 힘들기만 한 거야.(일동 웃음)
김범석·이인경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중앙 엔터테인먼트&스포츠(JES)
첫댓글 다니엘 멋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태희는 성격도 좋나봐... ㅠㅠㅠㅠ
달콤, 살벌 역시! 용우옵화 강희언니 좋구려 ㅋㅋㅋ 그래 요즘 관객 박사 마좌요! 망할 영화는 눈에 딱 보이는 것을 어쩌란 말이에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