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fifty5(클리앙)
2023-09-10 06:00:22 수정일 : 2023-09-10 06:41:14
한국의 백화점이나 식당에 가면 한글 없이 영어로만 적은 표지판들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아래는 여의도 더현대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위에 토일렛에 보라색으로 표시해 둔 이유는 저 표지판 전체가 외국인들을 배려해서 만든 것이 아님을 나타내기 위해서입니다. 미국식 영어로는 토일렛은 (도기로 만든) 변기 자체를 뜻합니다. 대변기와 소변기가 설치되어 있는 화장실은 고상하게는 레스트룸 (restroom), 워시룸(washroom) 또는 일반적으로는 배쓰룸(bathroom)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저 간판은 마치 미국의 백화점에 화장실로 가는 방향을 한국어로 "변기"라고 써 놓는 꼴입니다. 의미는 통하지만 품위는 없죠.
백화점 관계자가 미국식 영어로 화장실이 레스트룸인 것을 몰라서 저렇게 적은 것은 아닐겁니다. (폼나게) 영어로 적기는 해야겠고, 토일렛이라고 적지 않으면 고객의 대부분인 한국사람이 화장실을 못 찾을테니 고육책으로 영어로 토일렛이라고 적었겠지요.
하지만 제 생각에 제일 좋은 것은 화장실이라고 한국어로 멋지게 적고 그 밑에 작게 영어로 RESTROOM이라고 적는 것입니다.
외국에서는 굳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글이 찍힌 의류를 한글 글자가 멋있다고 입고 다니는데, 우리나라 가게 주인들은 영어가 멋있고 한글은 미천하니 숨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네요.
아래 더현대 백미당의 간판은 백화점 음료 매장 안내판 중에서 한글이 많이 쓰였는데, 옥에 티가 있습니다. 소/중/대 크기 표현은 영어로만 되어 있네요.
관광지에서 외국인을 위해서 가장 잘 통하는 언어인 영어로 간판이나 안내판을 적는 것은 프랑스 파리 등 국제적인 도시에서 흔한 일이지만, 자국민을 위한 언어 병기가 없이 자국민도 영어로 읽으라고 표기하는 발상은 비웃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댓글 중---
브리앙즈
독살용 채소요
4fifty5
@브리앙즈님 영어 표기 크기가 2배 크고 위에 올라와 있군요. 과연 저 마트는 외국인이 한국인보다 두배 많이 방문하는 지점일까요?
그리고 할 거면 제대로 번역하지, 저래서는 고객의 66%를 차지하는(?) 외국인 손님들도 헷갈리겠군요.
PWL
지나친 영어사랑은 한심한 일입니다.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글을 읽고 목적을 쉽게 이룰 수 있게하는 일종의 약속을 너무 가볍게 여긴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toilet은 영국 영어에서는 가장 보편적인 표현이며 미국에서 받아들여지는 그런 ‘변기’의 의미로만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링크는 런던의 해로즈 백화점 안내문입니다.
https://www.harrods.com/en-gb/store-guide
4fifty5
@PWL님 토일렛에 대한 좋은 설명 감사합니다. 영국에서는 사용하는 단어가 맞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다가 영국이 생각나서 '미국식 영어'라고 적었습니다. 만약 더현대 관계자가 영국식 영어로 밀겠다고 작정했다면 화장실은 토일렛이 맞지만, 엘리베이터는 리프트(Lift)라고 적고, 층수 표시는 1층부터 G, 1, 2, 3...순서로 갔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은 미국식 영어로 밀고 나갔다는 뜻이라고 봅니다.
PWL
@4fifty5님 제 생각에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막 쓴거 같아요. :-) 미국식 영국식 생각할 정도면 저렇게 영어로 떡칠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toilet이 틀린 영어표기가 아닌 이상 써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G 쓰면 난리가 날거구요 ;;;;
올리신 사진을 보니 ABOUT FASHION이라고 쓴 것도 진짜 웃기네요.
떡갈나무
두 분 말씀이 다 맞습니다.
저걸 만든 사람은 보그 병신체를 잘 쓰시는 분이신거죠.
Pazz
저게 한국백화점 입간판이라니 정말 놀랍네요 한글 영어 병기도 아니고 영어로만 저렇게 만드니 더 없어보이네요... 어느나라를 가도 자국어를 버리고 영어로만 저렇게 쓰는나라가있나요?
첫댓글 댓글 중---
Superium
비단 상업 시절의 문제만은 아니죠
외국인이 거의 없을 지방의 아파트들도 경로당을 Senior Club 같이 표기하고 있으니까요...
시니어 클럽이라고 한글로 표기되어 있어도 헛웃음 나올 판에 완전 영문표기는 진짜 한심해 보일 정도입니다.
umorukia
최근에 웃긴 걸 봤는데 메리어트 호텔 계열 예약하는데 객실 예약 버튼에 "리저브" 라고 써 있더라구요 ㅋㅋ
4fifty5
@umorukia님 호텔 업계도 심하지요. 저는 제주 조선호텔을 예약하러 들어갔는데 한글은 뜨문 뜨문 있고, 방 갯수 선택부터 시작해서 모두 영어만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https://gjj.josunhotel.com/main.do
떡갈나무
보그병신체 부터 무슨 중세시대를 떠올리는 긴~ 영문 또는 라틴어 아파트 이름을 보면,
진짜 다들 미친거 같습니다.
문화 사대주의, 문화 식민지.
보그 병순들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