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필립 로스 어게인
작년에 필립 로스의 소설을 처음으로 읽었단다.
나쁘지 않았어.
그래서 그의 다른 소설들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어.
두 번째로 고른 필립 로스의 소설은 바로 <휴먼 스테인>
아빠가 영어가 짧아서 ‘스테인(stain)’이 무슨
뜻인지 기억이 나질 않더구나.
찾아보니… 얼룩…
‘휴먼 스테인’을 해석하면 인간의
얼룩?
이 소설에 대한 의의는 전문가들이 이야기로 대신하고…
“빌 클린턴 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스캔들로 떠들썩했던 1990년대를 배경으로 도덕적 위선과 폭력 등으로 얼룩진 현대 미국 사회의 음울한 표정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소설 중간중간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스캔들에 대해
등장인물들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 소설을 정말 싫어하겠구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기도 했단다.
…
아무튼 아빠는 언제나 그랬듯이
너희들에게 옛날 이야기하듯 소설의 줄거리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해줄게.
먼저 오늘은 1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마.
아참,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소설에 대해 찾아보니,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이미 오래 전에 만들어졌더구나.
안쏘니 홉킨스와 니콜 키드먼 주연…
나중에 시간이 되면 이 영화도 한번 보고 싶더구나.
1. 인종 차별
일흔 한 살 아테나 대학에서 교수생활을 하다가 은퇴한
콜먼 실크라는 유태인이 주인공이란다.
대학에서는 고전학을 가르쳤고, 학장도 역임을 했어.
학장을 하던 시절 개혁을 이유로 교수들을 많이 자르고 해서,
다른 교수들과 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았단다.
그런데, 그가 은퇴한 이유는 따로 있었어. 불명예
은퇴였지.
2년 전이었어.
학장을 그만 두고 다시 평교수가 되어 수업을 하였는데,
수업에 계속 빠지는 두 명의 학생들에게 유령이라는 뜻의 “Spooks”라고 이야기했어.
수업에 계속 결석을 하니 ‘그들은 유령인가요?’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문제는 “Spooks”라는 단어의 또다른 뜻이었어.
Spooks라는 단어는 흑인을 뜻하는 비속어로도
쓰여.
더욱이 결석을 한 두 명의 학생들이 모두 흑인이었고 말이야.
학생들은 이를 두고 인종 비하 발언이라고 하고 콜먼 교수를 고소했고,
이 일은 일파만파 커지게 되었어.
학교의 다른 동료 교수들도 섣불리 콜먼 교수의 편을 들 수 없었어.
같이 욕먹을 수 있으니.
더욱이 사이가 좋은 교수도 그리 많이 않았고 말이야.
결국 콜먼은 억울하지만, 진실을 밝히겠다면서 은퇴를 하였고,
얼마 안가 콜먼의 아내 아리이스가 죽었는데,
콜먼은 이 일로 인해 아이리스가 충격을 받고 몸이 안 좋아져 죽었다고 생각했어.
콜먼의 분노를 극에 달았어.
이웃에 살던 작가 네이선을 찾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달라고 했어.
작가 네이선은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화자란다.
이런 일이 2년 전에 있었던 거야.
콜먼 스스로도 자신이 겪은 이 억울함을 글로 쓰긴 했지만,
만족하지는 못했단다.
2. 나쁜 사랑?
최근에 콜먼이 네이선을 찾아왔어.
아테네 대학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서른네 살의 포니아 팔리라는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고…
일흔한 살의 대학교수와 서른네 살의 청소부의 사랑.
이것 또한 비난 받지 딱 좋은 조합이었단다.
당연히 일흔한 살의 대학교수가 욕을 먹겠지.
하지만, 그들은 진정한 사랑이었어.
포니아 팔리. 어렸을 때는 넉넉한 집안에서 살았지만,
부모가 이혼을 하고 엄마와 함께 살다가 엄마가 재혼을 해서 계부도 함께 살았어.
그런데 그 계부가 계속 포니아에게 성추행을 했고,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집에서 나가 혼자 지내기 시작한 것이야.
밑바닥 생활을 하면서 안 해 본 것이 없었지.
그러다가 베트남 파병 출신 레스터 팔리라는 남자와 결혼을 했는데,
레스터 팔리는 베트남 전쟁에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회부적응자이자,
가정 폭력범이었어.
결국 그들은 이혼을 했어.
두 아이가 있었는데, 그만 화재로 모두 잃고 말았단다.
레스터는 그 일은 포니아가 일부러 불을 내서 아이를 죽인 것이라고 생각했어.
모두 정신질환을 않고 있는 그의 망상이었지.
이렇듯 삽십대 초반 모든 것을 잃은 포니아 팔리…
그렇게 좌절한 그에게 자상한 콜먼을 우연히 만나게 된 거야.
…
그들의 사랑이 처음에는 비밀 연애처럼 이루어졌지만,
이내 소문이 나게 되었지.
콜먼을 아는 이들이 그를 비난하고 나섰어.
인종 차별 주의자의 비윤리적인 사랑까지…
콜먼에게는 네 명의 자식들이 있었는데,
그들도 콜먼과 포니아 사이를 알게 되고 모두 연락을 끊었단다.
사랑에는 국경도 없고 나이도 없고 직업도 없다고 하지만,
그들 마음 속에는 늘 국경도 있고, 나이도 있고, 직업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야.
….
포니아의 전남편도 콜먼과 포니아 사이를 알게 되고, 찾아와 폭행시비가 붙기도 했어.
3. 숨겨 온 정체
그런데, 놀라온 진실..
콜먼 실크가 숨겨 온 정체.
그는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는데,
그의 가족들은 모두 유색인종이었던 것이야. 흑인 말이야.
지금까지 유태인인줄만 알았는데 말이야.
그런데 콜먼만 피부색이 검지 않았어.
그들의 부모가 100% 흑인의 후손이 아니었으니,
유전적으로 피부색이 덜 검은 아이가 나올 수도 있겠지.
하지만 얼굴 생김새는 부모와 형제와 똑같았어.
콜먼은 어렸을 때부터 공부도 잘하고, 권투도 잘하는 만능이었어.
특히 권투는 최상위로 대학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정도였어.
하지만 부모님이 권투를 반대하여 그냥 일반 대학으로 진학했어.
하지만 그 전에 겪어보지 않았던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을 받았어.
그는 자신의 인종을 숨기기로 했어.
겉으로 봐서는 유색인종임을 알 수 없었으니까 말이야.
당시 흑인으로 갈 수 없는 해군에 지원해서 군대도 다녀왔어.
그리고 여자 친구도 생겼지, 물론 백인이었어.
집에 여자 친구를 데리고 가서 소개해 주었는데,
이후 그 여자 친구는 콜먼을 떠났어.
무슨 상황인지 알겠지?
…
다시 백인 여자 친구 아이리스를 만났어.
다시는 집에 데려가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을 하고,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시고 혼자 남았다고 거짓말을 했어. 형제도 없고 말이야.
이때부터 콜먼은 유태인이라고 했어.
그리고 혼자 고향에 찾아갔어.
어머니한테 가족과 연을 끊고 살겠다고 했어.
어머니 가슴에 대못을 꽂는 행위였지.
자신이 흑인 집안 출신이라고 밝히고 인종 차별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었겠지.
그렇다면 사랑하는 여인을 또다시 잃을 수도 있겠지..
콜먼은 자신의 돌연변이 같은 피부색을 이용하는 아주 쉬운 선택을 한 거야.
한가지 마음은 아프겠지만, 가족을 버리는 일이었지.
…
나중에 아이들이 태어나고 조부모에 대해 물어봐도 거짓으로 답했어.
그렇게 완벽하게 오랫동안 살아온 거야.
자신 스스로 흑인 출신인데,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고?
그러니 2년 전 사건에 더욱 억울할 수밖에 없었을 거야.
아내 아이리스도 잃고 말이야.
…
4. 그들은 비난 받아 마땅한가?
포니아와 사랑에 빠지면서, 자식들도 모두 연락이 끊겼다고 했잖아?
콜런은 그래도 가장 말이 통하는 장남 제프에게 전화했어.
이제라도 포니아와 관계를 끊겠다고 했어.
그런데,, 제프가 이상한 소문이 있다는 거야.
포니아가 낙태 수술을 하고 자살을 하려다가 실패했다는 소문.
그것이 모두 콜먼 때문에 생긴 일들이라고.. 물론 모두 사실이 아니었어.
콜먼은 갑자기 욱하면서,
자기를 그렇게 모르냐고? 그런 말도 안되는 소문을 믿냐고..
아빠 말을 믿지 않고..
그렇게 소리쳐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전화는 이미 끊겨 있었단다.
아무도 그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는 것인가?
자식들도 등을 돌린 마당에,
옛 동료 교수들은 경고 편지까지 보냈어.
현재 학장으로 있는 젊은 여자 교수 델핀 루라는 교수였어.
델핀 루는 프랑스 출신으로 미국으로 유학 와서 공부를 했어.
자기 스스로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아는 사람이고,
당연히 명문대에서 교수 제의가 올 줄 알았는데, 아테네 대학에서만 와서 실망했지만,
그곳에서 대학 교수 생활을 시작했단다.
20대에 대학 교수로 채용이 되었는데, 당시 그를 고용한 이가 바로 콜먼 교수였어.
어쩌면 자신에게는 은인일 수도 있는데,
델핀은 자신이 똑똑해서 교수가 되었다고 생각하겠지.
콜먼이 학장에서 물러나고 평교수가 되고, 델펜이 학장이 되었을 때,
그들 사이에는 이미 갈등이 있었어.
그 와중에 콜먼의 스캔들이 터지자 비난의 편지를 보냈던 것이지.
….
글쎄 콜먼과 포니아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이 이해를 할 수 있는 사랑인데 말이야.
사랑이라는 것이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나도 모르게 어느날 옆에 와 있는 것이 사랑인데 말이야.
콜먼과 포니아의 사랑의 끝은 어떻게 될까?
2권에서 더 이야기해줄게.
PS:
책의 첫 문장 : 이웃인 콜먼 실크가 일흔할 살 나이에 인근의 아테나 대학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서른네 살의 여자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내게 털어놓은 것은 1998년 여름의 일이었다.
책의 끝 문장 : 이제 그는 절대 그녀를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책제목 : 휴먼 스테인 1 [원제: The
Human Stain(2000년)]
지은이 : 필립로스
옮긴이 : 박범수
펴낸곳 : 문학동네
페이지 : 324 page
책무게 : 421 g
펴낸날 : 2009년 12월 15일
책정가 : 12,000 원
읽은날 : 2019.10.06~2019.10.09
글쓴날 : 2019.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