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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매] 05
#1. 쇠돌 초옥 마당 / 밤
마루에 지친 듯 앉아 있는 단이. 눈치 슬슬 살피는 쇠돌.
쇠돌 : 성치도 않은 애를 뭔 쥐 잡듯 혀... 짠흐도 안흔가.
단이 : 좋겠어요. 효자 아들을 둘이나 둬서....
쇠돌 : 음마, 뭔 소리여? (순간, 윗입술 오므리며 손으로 입 가리는)
단이 : (한숨 내쉬고 일어나 간다)
쇠돌 : (무슨 말인가 눈 껌벅인다. 여전히 어색하게 입 다물고 있다)
#2. 북촌 기생집 / 후원 방 / 밤
기생 끼고 앉아 술 마시고 있는 시완. 시후 방 앞에 선다.
시후 : 모셔 오랍니다. 그만 가시지요.
시완 : (낄낄대며) 아~주 감동적이더라. 양부 손모가지 구하자고..
시후 : (본다)
시완 : 어떻더냐? 형제끼리 물어뜯고 싸운 소감이...
시후 : (감정 변화 없는 목소리) 그것 때문이었습니까?
시완 : (씨익 웃으며) 기대 보다 아~주 재미 졌다. 뭐 막판에 맥이 좀 빠지기 했다만..
시후 : (감정 없이 비웃는 듯한) 그 맥 더 빠지시겠습니다.
시완 : 뭐?
시후 : 그 아인 제 어미와 양부가 주워다 키운 아입니다.
시완 : (놀라는) 무슨 소리야?
시후 :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란 얘깁니다.
시완 : (분해 부르르 떠는)
시후 : 채비 하시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시후 가면, 시완 분에 못 이겨 으아악 소리 지르며~ 밥상 뒤 엎고, 난리 치는...
기생들, 저 시끼 또 시작이네~ 하는...
#3. 쇠돌의 초옥, 마당 / 밤
마당에 서서 초가지붕 보고 있는 쇠돌.
쇠돌 '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랑께 새 이 줘봐봐~ 초가 위에 빠진 이빨~ 휙- 던지는 쇠돌.
용이 터벅터벅 들어와 그 옆 평상에 앉는다.
용이 : (심드렁) 아부진 새 이빨 안나.
쇠돌 : 엉? 왜야?
용이 : 늙어서.
쇠돌 : 근디 왜 안나?
용이 : (버럭~) 아놔! 늙으면 안 나.
쇠돌 : (버럭~) 그것은 이치가 아니제~ (시비조) 그라믄, 늙어서 대가리 빡빡 밀믄 머리털 안나겄다?
용이 : (답답한) 털하고 뼈하고 같어?
쇠돌 : (시비조) 뼈? 그라믄 늙어서 손톱발톱 깎으믄 안 나겄다?
용이 : (한심한) 손톱발톱이 뼈야?
쇠돌 : (너무나 당연) 암만~ 뼈지! 뼈! 맞어. (갸우뚱~ 자신감 점점 줄어들며) 물랑~뼈.?
용이 : (몸 옆으로 틀며) 암튼 이빨은 안나.
쇠돌 : (가만 생각하다가, 슬슬 열 받는. 결국 버럭) 니미럴~ 그럼 평생 이러고 살어? 화악 저 망할 까치씨끼.
벌떡 일어나 초가지붕 위로 올라가려고 기둥 타는.
용이 : (일어나 붙들며) 아, 뭐해?
쇠돌 : 놔~ 이거! 까치시끼들이 쳐 묵기 전에 내 이빨 찾을 겨!
용이 : 아, 왜에~?
쇠돌 : 밥풀떼기로라도 부쳐봐야제~~
#4. 초가지붕 위 / 밤
지붕위에 앉아 이빨 손으로 닦아 귀중품처럼 고이 천에 싼 뒤 주머니에 넣는 쇠돌. 꺼내보고 넣다 또 꺼내보고.
옆에 누워 멍하니 하늘 바라보고 있는 용이.
쇠돌 : (다시 넣으며) 너무 섭섭해 말어.
용이 : 그럼. 엄니한테 뚜드러 맞는 데는 이력이 붙었어.
쇠돌 : (해죽) 그러긴 하재. 딴 때는 잘만 도망대니드만 오늘은 왜 그라고 가만히 맞고 있었냐.
용이 : 그냥... 그냥 오늘은 맞아줘야 할 것 같아서.
쇠돌 : 으따, 이놈이 갑자기 철이 들고 그랴. 징그랍게. (하며 주머니 천 꺼내 이빨 또 들여다보는)
용이 : 아부지..
쇠돌 : (후닥 놀라 이빨 뚝 떨어뜨린다) 뭐?
용이 : 고마워
쇠돌 : (다시 집어 후- 불고 챙기는) 뭐시?
용이 : 그냥.. 다...
쇠돌 : (울컥- 눈물 찍~) 이눔아. 부모자슥간엔 그런 말 안하는 겨. (깜박 잊고 이빨 싼 천 꺼내 코 팽~ 푸는데..앗, 깜짝!.. 낭패다.
코 묻은 천에서 이빨 꺼내 쓱쓱 닦는) 뭐, 정 고마우믄... 과거 척 허니 급제 혀 불등가..
용이 : (몸 휙 돌리는) 아놔! 그 놈의 과거, 귀에 딱지 앉겄네~
쇠돌e : 인잔 학당 댕기란 소린 절대 안할텡게. 독학으로다가 기냥 한방에!!! 그 도령시끼들한테 뽄때를 보여주자고. 알제?
용이 : (몸 돌린 채 감고 있는 눈에서 눈물 뚝 떨어진다)
쇠돌 : 걱두랑 술이나 한잔 뽈러 댕겨와야쓰겄다.
쇠돌 내려가면, (e. 쿵! 아고고~ 빌어먹을! 누가 여그다 곡괭이를.... 궁시랑 궁시랑..)
이윽고 적막 흐르고.. 혼자 남은 용이, 긴 한숨~ 품에서 범 발톱노리개 꺼내 만지작거리는 용이, 눈에 눈물 그렁이고...
그런 용이의 심정처럼 하늘에 달빛도 유난히 처연하게 비춘다.
#5. 쇠돌의 초옥, 정지 / 밤
약초 찧고 있는 단이.
#6. 변식이 집 / 밤
시후.. 약초 바르는.
#7. 쇠돌의 초옥, 용이 방 / 밤
불 꺼진 방. 잠들지 못하고 뒤척거리는 용이. 그때 문소리 들리자 잠든 척 하는 용이.
들어오는 그림자, 단이다. 단이 호롱불 밝히고, 용이 얼굴 들여다본다.
긴 한숨 내쉬고 약촛물을 정성스레 발라주는 단이. 문득 용이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는다.
단이 : (눈물 그렁이며) 불쌍한 놈...
고개 돌리는 단이, 숨죽여 오열하는 듯... 어깨가 들썩거리는 것이 보인다.
눈감은 척 흘끔 바라보는 용이.
이윽고 단이, 눈물 훔치며, 불 끈 뒤 나간다.
울컥, 뭔가 치밀어오는 용이. 입술을 꼭 깨물며 눈물을 참는다. ...엄니...
#8. 쇠돌의 초옥 전경 / 아침
#9. 쇠돌의 초옥 / 용이 방 / 아침
벽보고 웅크리고 누워 생각에 잠긴 용이. 이때 씩씩거리며 방문 확 여는 쇠돌.
쇠돌 : 안 인나냐? 이 오사랄 놈아. 해가 중천이여! 핵당 안가?
용이 : (심난한 표정에서 평소 아무생각 없는 용이 표정으로 돌변하며 쇠돌 돌아보고) 아씨, 안가, 안가~
나 인제 학당 안 다니잖어. (하며 이불 확 뒤집어쓴다.)
쇠돌 : 참, 그라제. (방으로 뛰어 들어와 이불 확~ 걷으며) 이 눔의 시끼, 그랄수록 더 보지란히 글굉부 해야제.
퍼질러 자라고 학당 안 보낸 지 알어?
엉덩이 득득 긁으며 방 밖으로 뛰어 나가는 용이. 정지에서 밥상 들고 나오는 단이 뒤에 냉큼 숨는다.
용이 : 엄니, 나 과거 안 볼래. 내 깟게 과거 봐 봤자지. 그죠오?
단이 : (쌀쌀하게) 비켜! 댓바람부터 밥상머리 앞에서 재수 없게.. (밥상 들고 방으로 들어가려는)
용이 : (뻘쭘~ 눈 꿈뻑) 아씨, 엄니는 아들네미한테 재수 없다니~ (단이에게 확 들이대며) 하긴. 잘난 것들이 재수가 없긴 해~
단이 : (기막힌 듯 보는~)
쇠돌 : (이 드러내며 해죽 웃다가~ 단이 돌아보자 어색하게 입마무리)
허푸허푸, 앗 차! 앗 차! 세수하는 용이, 오버스런 행동과는 달리 우울한 눈빛. 어제까지의 용이의 눈빛이 아니다.
#10. 북촌 호화 기생집 / 밤
대신들 거만하게 앉아있고, 제일 하석에 변식 앉아, 술 접대 중이다.
이경여 : 심기원을 어찌 처리할지... 도무지 전하의 의중을 알 수가 없으이.
변식 : (냉큼 달려와 술 따르며 교활하게) 심중을 읽으셔야지요. 전하께서 낮에 대신들 앞에서 뭐라셨습니까?
(흉내 내며) “아끼던 벗에게 배신당한 짐의 심장이 갈기갈기 찢겨졌소.” 그리 말씀하셨잖습니까.
이경여 : 헌데?
변식 : 그 속뜻을 모르십니까? (아이고 답답~~) 전하의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졌으니...
당연히, 전하를 배신한 자의 심장도 갈기갈기 찢어라..그 뜻 아니옵니까?! (잠깐 뜸 들여 시선 끈 뒤) 바로, 능지처참을..
대신들 : (웅성웅성 대놓고 무시하는 표정들)
이경여 : (버럭 역정 내며) 어허, 그런 억지가 어딨는가? 심기원은 반정공신에 전하의 절친한 벗이었네.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그러실 전하가 아니네. 얼마나 다정하신 분인데.
변식 : (속 터진다) 아, 글쎄 억지가 아니라니까요~~
대신들 : (흠 모두 못마땅한 표정, 쟤 누가 불렀어하는 눈빛 주고받고)
이시백 : (헛기침 후 총대 멘 듯) 헌데 자네가 왜 이 자리에 왔는가? 오늘 이 자리는 과거출신 모임 아니든가?
변식 : (당황하는)
이경중 : 일단 나가 있게. (눈치 주면)
변식 : 아, 예. 예. 좋은 시간들 되십시오. (마치 나이트 종업원처럼 인사 꾸벅~ 나간다 )
#11. 북촌 기생집 . 후원 정자 / 밤
분해서 씩씩거리며 혼자 술 마시고 있는 변식. 이경중 올라온다.
이경중 : 섭섭해 말게.
변식 : 음서출신벼슬아치가 따~ 당하는 일이 어디 하루 이틀입니까?
이경중 : 심기원의 능지처참을 주장하고 나섰으니 더 눈엣 가실게야. 대신들 사이에 워낙 신망 있던 인물 아닌가.
변식 : (확신에 찬) 전하는 분명 심기원의 능지처참을 바라고 있습니다. 다만, 전하 스스로 입 밖에 내지 못할 뿐이지요...
이경중 : (못 말린다는 듯 고개 절레절레)
변식 : (간만에 눈빛 예리한) 맘껏 비웃으라 하십시오. 두고 보라 하십시오.
#12. 궁궐. 편전 앞뜰 / 낮
부복한 채 엎드려 있는 관복차림의 변식, 난감하게 서 있는 내관들과 궁인들.
변식 : 전하! 대역죄인, 심기원과 권두형을 능지처참하라 하명하여 주시옵소서.
그것만이 이 나라 정사가 바로 서고, 민심이 바로 잡히는 길이옵니다. 전하,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보고 서 있는 대신들. 한심한 듯...
이시백 : 저, 저 한심한 놈. 결국 사고를 치는구먼. 사고를...
멀리서 지켜보는 사천. 그 뒤에 서 있는 무이.
#13. 거리 / 낮
사람들 모여 웅성거리고 있고, 심기원을 비롯한 처형 함거행렬들 지나간다.
사내1 : 사지를 확 찢어 죽인단다.
사내2 : 아이고. 근디 뭐가 부족해서 좌상대감이 역모를 다 일으켰디야?
사내1 : 억울하게 누명 썼단 소문이 장안에 파다해~
나장들 한 눈 파는 사이에 심기원 함거 옆으로 용이 슬쩍 다가서면 ‘저리 가’ 용이 밀쳐내는 나장들.
심기원 태운 함거 가고.. 심기원 안타까운 눈으로 용이 본다.
멀어져가는 심기원의 함거, 망연자실~ 바라보는 용이. 뒤돌아서는데... 장만동이 보고 서 있다.
용이 : (일순 긴장하는)
장만동 : 좌상대감이 능지처참 당한다니까.. 똥줄이 타드냐?
용이 : 아놔! 아제, 사냥하다가 미친개한테 물린 적 있지? 그 병에는 약도 없다든데 어뜩하나? 쯧쯧..
건들거리며 가는 용이...그 뒷모습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는 장만동.
용이, 잔뜩 불안한 표정이다.
#14. 저자거리 / 낮
낡고 헤진 누비스님복장에 가죽피로 빡빡머리 가발 쓴 공갈, 목탁 두드리며, 지나가는 사내들 호객행위 중이다.
공갈e : 나미아무타령~ 관세음 보소... (두리번) 보소.보소.... (나지막하게) 떡밥에 관심 있소?
사내들 : 떡밥?
#15. 저자 뒷골목 / 낮
공갈 따라오는 사내들.
개조한 수레(일종의 크레인박스) 앞 사내들 우글우글 모여 있고, 봉순 수레 위쪽에 올라서서 외치고 있다.
봉순 : (손바닥 짝짝 두드리며) 초대형실신떡밥이 단 돈 두 냥! 단돈 두 냥에 최신판 춘화집, 별전,
아들 낳아주는 도끼노리개, 사내 꾀는 사향노리개.. 애 안 생기는 거시기 장갑... 종류 불문, 가격 불문. 다 낚아 가셔요.
어이, 거그 삼촌 삼촌... 줄 꼬였어. 주울.
수레에 <떡밥이야기>라는 글씨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광목 붙어 있다.
수레 앞에 서서 낚싯줄로 바닥에 놓인 성인용품 (별전, 춘화집, 도끼노리개, 사향노리개 기타 등등) 낚으려고 안달인 사내들.
옆에서 추임새 넣는 봉순.
봉순 : (심하게 호들갑 떨며 정신 쏙 빼놓는) 옳지, 옳지~ 입질 왔어! 입질! 쫌만 더 쫌만 더! 낼름! 낼름!
(그러나 막상 누군가 낚으려하면 은근슬쩍 수레 툭 건들며 방해공작하며) 시상에 시상에 어제 여기서 춘화집 낚아간
행운의 영감님. 밤~새 코피 쑤~아~ 여적꺼정 일어나질 못한디야. (사내들 탄성, 좋아라~)
봉순의 방해공작에도 불구 누군가 막 낚아버리는 순간 봉순, 후다닥 뛰어와.
봉순 : (시루 내보이며) 시간경과. 아, 안타깝네. (물건 확 뺏는다) !
분한 듯 또 엽전 두 냥 내미는 사내. 계속 엽전 내고, 아까워하는... 중독된 사내들...
어느새 사내들 다글 다글~ 앞 다퉈 봉순에게 엽전 내밀고... 서로 낚싯줄 차지하려고 안달 났다...
어느새 봉순 앞에 수북이 쌓인 엽전들... 좋아 해죽 웃는 봉순.
고개 쓱 내미는 공갈 쓰윽 눈치 보며 총총 사라진다.
#16. 주막 뒷마당 봉노 앞 / 낮
떡밥 이야기 붙은 수레 끌고 뛰어오는 봉순. 수레 세우고 방문 활짝 열며.
봉순 : 아부지 우리 <떡밥> 대박이야. 초대박!!!
하며 방문 확 여는데 텅 빈 방, 봇짐 풀러져 있다. 순간 사태 파악한...
봉순 : 도, 돈! 으, 으으으~ 아부지~~~~
#17. 건강약재상 / 낮
천장 여기저기... 건강용품들 관련 약재들 달려있고 각종 건강주 진열되어 있다.
입맛 다시며 이것저것 보고 있는 공갈.
공갈 : 헉, 이것은 울놀제? 바로 그, 물개음경!
두리번거리다 쓱 입에 넣는...
사내, 뱀사주 든 호리병 들고 가다 오는 용이 보고..
사내 : (옜다 닷 냥 준다) 네가 소개해 줬다고 한 놈 찾아왔다.
용이 : 아제, 나 돈 좀 융통해 줘요.
사내 : 이놈아, 묵고 죽을 돈도 없다. (구경하고 있던 공갈에게 다가가) 자, 여깄소. 산삼 먹은 백사주요.
공갈 : 가만.. 이거이거 풀뱀을 백초 물에 담가 염색시켰구먼.
사내 : (헉) 아, 아니요.
공갈 : 어따 대고 사기를 쳐. (약장사버전) 내가 뱀이라면 칠점사, 코브라, 방울뱀, 까치살모사, 불독사, 먹구렁이, 황구렁이,
꽃뱀까지 안 먹어본 것이 없는 사람이여! 확~ (휙 돌아보는데 용이 보고 있다) 옳지. 너, 흑패! 니 눔도 한통속이지!
(하다가 문득 생각난 듯 슬쩍 눈 깔며 돈 자루 뒤로 쓱~)
용이 : (씩 웃으며 다가온다) 아놔! 어째 그 자루 낯이 익네.
공갈 : 뭐, 뭔 소리야.. 내 꺼야. 내 꺼! (지레 찔리는) 증거 있어? 이름이라도 써 놨냐고!
용이 : (자루 확 뺏어 탁탁 털어 까 뒤집어 보면 자루 안쪽에 작은 글씨로 용이거라고 써있다)
공갈 : (헉 당황하는) 아니, 그게 언제 거기에?
용이 : 내가 원래, 내 물건엔 이름 써 놓는 버릇이 있거든요. (저고리 확 열면 안쪽에 바늘땀으로 새겨진 용이거.
신발 벗어 확 털어 보이면 신발바닥에 용이거. 목도리, 귀마개, 등등 다 까 보이면 용이거, 용이거. 용이거)
공갈 : (헉!)
용이 : 어때요? 아놔! 딱 걸렸수. (멱살 확 잡는)
공갈 : 자, 잠깐! 난, 너 생명의 은인이다, 기억 안 나느냐? 산에서 피 흘리고 죽을 뻔한 거 내가 구해줬다.
용이 : 아하~~ 그 때 (마치 생각난 듯)
공갈 : (후 다행이다 싶은)
용이 : (아주 단호하고 냉정하게) 기억 안나. 앞장 서. 확~ 콩밥 먹여줄 테니.
아씨~ 공갈, 일어나는 척 하더니 용이 확 밀치고 도망치는...
용이 : (황당하게 쳐다보며, 혼잣말) 생명의 은인이라 봐 줬다.
#18. 아주까리파 본당 앞 / 낮
아주까리 도장 문이 확~ 열리며 용이 나온다.
용이 : (돌아보며) 그럼, 요 앞, 주막서 기다린다고 전하쇼.
부하 : 참내 같잖아서...
용이 : (가는 용이 눈빛 서늘한)
#19. 장만동 초옥 / 낮
은복의 입속에 음식이 꾸역꾸역 넣어지고, 울먹거리는 은복...
희봉 : 많이 먹어. 절대 씹지 말고 꿀꺽 삼켜버려~
은복 : 배 안 고파요... 안 고프다구요...
들어오는 장만동, 희봉무리에게 싸여있는 은복 발견하고.
장만동 : 뭣들 하는 거야. 저리 비켜! (은복 감싸는)
은복 : (울먹이며) 아부지...
희봉 : 사내놈이 이리 삐삐 마름 어떡해에~? 명국에 팔아먹든, 청국에 팔아먹든 토실토실 찌워놔야 값을 제대로 쳐줄 거 아냐.
장만동 : 이봐. 조금만 더 시간을 주게.
희봉 : 그러게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지. 아들네미 신체포기각서 썼어, 안 썼어? 끌고 가! (부하들 은복이 끌어내려하면)
장만동 : (막으며) 왜, 왜 이러나...내 조만간 큰돈이 들어 올거야...
희봉 : 큰 돈? 뭐해서? 뒷산에서 토끼 잡아서? 어느 세월에?
장만동 : 참말이네. 조금만 말미를 주게...
희봉 : (한숨 내쉬며) 열흘! 이번이 마지막이야. 돈을 마련해 놓든가, 아들놈 살을 찌워 놓든가.. 둘 중 하나는 해놔. 알았어?
희봉 무리 건들거리며 간다.
은복이 : (울먹이며) 아부지... 나 청국 팔려 가기 싫어.
장만동 : 걱정 마. (혼잣말하듯) 그 놈만 잡으면 금세 갚을 수 있어.
#20. 저자거리 / 낮
씩씩거리며 공갈 찾아 헤매는 봉순.
봉순 : 이 망할 놈의 영감탱~. 잡히기만 해 아주!
그때, 어깨 축 늘어뜨린 채, 터벅터벅 걸어오는 공갈 보인다.
봉순 : (팔 걷어붙이며, 꽥!!!) 아부지!!!
공갈, 헉 놀래 뒷걸음치다 심덕 주막으로 휙 들어가면 심덕 주막 앞에서 두리번거리는 봉순. 어라?
#21. 심덕네 주막 / 뒷간 앞 / 낮
주막으로 들어와 두리번거리던 봉순, 음~ 하며 뒷간 앞으로 오더니. 씩씩하게 발로 문 차더니.
봉순 : 나와! 여기 숨은 거 다 알아! 문 안 열어?
안에선 문 안 열려고 꽉 잡지만... 힘이 장사? 인 봉순 잡아당기고.. 밀고 밀리는 힘 싸움...
이윽고 문 확 열리고.. 반동으로 앞으로 튀어나가 봉순 앞에 턱 서는데.. 공갈이 아니라 용이다.
순간 봉순의 시선 아래로 가고. 용이, 후다닥 뒷간으로 들어가 문 닫는다.
용이e : 너! 나가면 죽었어?~
봉순 : 너나 쪽 팔려 죽지 마라.
용이e : 너 똥통에 한 번 빠져 볼래?
봉순 : (샐샐거리며) 허! 한번만 더 빠지면 백 번 채운다. 이놈아.
내 별명이 똥독 오른 년이야. 울아부지한테 물어봐~ 물건도 시원찮은 놈이!
용이e : 야!!!!! 너!!!
봉순 : 너무 좌절은 마라. 그래서 우리가 있잖냐. 물건 하나 싸게 주께.. 그나저나 이 영감탱 어디 숨었어? 걸리기만 해!
봉순 인상 쓰고, 두리번거리며 간다. 마구간 말 뒤에 슬쩍 내비치는 공갈의 짚신.
#22. 심덕네 주막 마당 / 낮
희봉 건들거리며 들어온다.
희봉 : 야, 그 찌질이 어디 갔냐?
대식 : 용이요? 어? 금방까지 저기 자빠져있었는데.. 뒷간 갔나?
#23. 주막 마구간 안 / 낮
구석에 숨어있는 공갈.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에 헉 놀래고,,,
발소리 멈추고, 숨죽이는 공갈. 빠끔히 내다보면. 용이와 희봉이다.
#24. 주막 마구간 앞 / 낮
얘기 나누는 용이와 희봉.
희봉 : (건들건들) 뭔 얘긴데 여기서 하재?
용이 : (목소리 죽이고) 소문 듣자 하니, 흥신일도 한다면서요?
희봉 : (무시하듯 훑어보며) 장안에서 실력은 최고지. 비싸서 그렇지.
용이 : (심각한 표정) 사람도 찾아줘요?
희봉 : 그럼~ 전문이지. 돈 떼먹고 날른 놈, 바람 난 여편네...
용이 : (말 자르며) 나 아는 사람이 관노랑 관비를 찾는데...
희봉 : 어느 지역인데?
용이 : 그건 몰라요. (망설이다) 저.. 이름만 알아요.
희봉 : 그래? 이런 경운 시간도 좀 걸리고 돈도 많이 드는데.
용이 : 무조건 찾아만 줘요. 돈 걱정은 말고.
희봉 : 알았다. 또 우리 조직이 전국망이라... (으쓱) 돈이나 준비해놔.
용이 : (됐다 싶은)
#25. 주막 앞 / 낮
다리 절뚝거리며 코에 침 바르며 주막에서 막 나오는 공갈.
문 앞에 봉순, 콧바람 뿡뿡~ 날리며 허리에 손 척 올리고 서있다.
헉 놀래는 공갈...
봉순 : (눈 부라리고 이 앙문 채) 도온...우 ..쨌...어?
공갈 : 그, 그게... 뺏겼다.
봉순 : 뺏겨?
공갈 : 응.. 헌데 너무 억울해 하진마라. 주인한테 뺏겼으니까...
봉순 : 돈주인? 그 물건 시원찮은 놈? 우씨~ 딱 잡아떼지.
공갈 : 그 놈이 아~주 용의주도한 놈이더라고... ...다시 찾을 방법이 있긴 헌데.
봉순 : (솔깃) 어떻게?
#26. 심덕네 주막 마당 / 낮
용이 깊은 생각에 빠진 채 평상에 앉아 국밥 먹고 있으면, 공갈과 봉순 빼꼼 내다본다.
이윽고 봉순, 장부 들고, 어슬렁거리며 들어온다.
봉순 : 어이! 시원찮은 물건!
용이 : (돌아보고 아씨 쪽팔려~) 저, 저게.. 아놔, 모냥 빠지게.
봉순 : 아깐 미안했다. 난 울 아부진 줄 알고... 사죄의 의미로다가. (옆 평상 술병 들고 와) 한잔!!!
용이 : (무시하고 그저 밥 먹는)
봉순 : 거 참 무색하네. 그럼 내가 마시지 뭐. (한잔 쭉 들이키며 꺼억 트림~) 그나저나 얘기 들었다. 울 아버지가 니 돈 주워서
슬쩍 했다며? 난 감쪽같이 몰랐지 뭐니? 어뜨케 그런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는지... 면목 없다. 내 대신 사과할게.
용이 : 모냥 빠지게 사과는 무슨. 한번 봐 준 거야.
봉순 : 그나저나.. (눈치 살피다 쓱 얼굴 들이대며) 사람 찾는다고?
용이 : (헉 놀래는)
봉순 : 기름떡한테 부탁했지?
용이 : 니가 어떻게 알어?
봉순 : 기름떡이 전국망 얘기하지? 그 전국망이 우리잖아.
용이 : 뭐?
봉순 : 우리가 그 기름떡한테 하청 받아서 사람 찾아주고 다니거든. 물건 팔러 전국 돌아다니다보니 워낙 마당발이잖냐.
용이 : (순간 솔깃) 그래?
봉순 : 어차피 한 다리 건너면, 돈만 더 들고.. 내가 직접 찾아주께. 관노랑 관비 찾는다고?
용이 : 어? 어엉.
봉순 : (장부 꺼내들며 혀에 먹칠 하며) 소상히 말해 봐. 단서가 될 만한 건 다. 그래야 금방 찾아.
용이 : (망설이다) 그게...
#27. 주막 밖 / 낮
내다보는 공갈 흐뭇하게 미소 짓는...
#28. 주막 안 / 낮
봉순 : 역모? 그럼 의금부 관할이네. 역모죄인이면, 어디로 보내졌는지 의금부에 기록이 다 있을 걸?
용이 : 의금부? (맞다 싶은) 그렇구나..
봉순 : 잘됐네. 우리 단골 중에 금부나장이 있는데... (*금부나장 : 조선시대 의금부 하급관리) 기록 좀 빼 달라고 부탁 해 볼게.
(장부 닫으며) 기름떡한텐 비밀! 알지? 우리끼리 거래 한거 알면 그 승질에 머릿기름 붙 붙는다. 불붙어!
용이 : 알았어.
#29. 쇠돌네 초옥 / 낮
장만동, 쇠돌 집 초옥 문 앞에서 기웃거리며 안쪽 들여다보고 있다. 누군가 옆에서 같이 내다보며.
쇠돌e : 뭐 좋은 거 있수?
장만동 : (허걱 놀라 돌아보면 쇠돌이다. 후다닥 가는)
쇠돌 : (갸우뚱)
단이 : (나오며) 왜요?
쇠돌 : 누가 우리 집을 기웃거리는디...
단이 : (왠지 불길한 느낌)
#30. 색주골 뒷골목 / 낮
심각하게 얘기 나누고 있는 봉순과 나장.
담벼락 뒤에서 보고 있는 용이. (봉순과 나장의 대화는 들리지 않는다) 손을 부비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봉순, 뛰어온다.
봉순 : 거, 보통내기가 아닌데... 오백 냥 달라는 거 겨우 삼백 냥에 합의 봤다.
용이 : 그럼 넌? 난 삼백 냥 밖에 없는데...
봉순 : (괜찮다는 듯) 어차피 이 일 해서 몇 푼 안남어. 울 아버지 일도 있고 하니 기냥, 이번 일로 퉁 치자.
용이 : (돈 자루와 봉투 준다) 찾는 사람 신상명세야. (봉투는 꽉 밀봉된 상태다)
봉순 : 알았어. 가 있어.
용이, 고마운 눈빛 하고 가면 나장에게 가는 봉순. 나장한테 봉투 건네주고, 자루에서 삼십 냥 꺼내 준다.
봉순 : 약속한 돈 삼십냥! (인상 팍 쓰며) 그깟 문서 한 장 빼주면서 너무 비싸.
#31. 밀실 (혹은 후원) / 낮
흰도포와 변식, 앉아있고 사천 문 앞에 서 있다.
흰도포 : 능지처참이라... 역시 자넨 머리가 좋아.
변식 : 송구하옵니다.
흰도포 : 그만 가 보거라.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야.
변식, 헤죽거리며 나가면, 사천 들어와 앉는다.
흰도포 : 내가 왜 저 놈을 가까이 두는지 아느냐?
사천 : ...
흰도포 : 약점이 많은 놈이다. 그런 놈일수록 눈치가 빠르고 악착스러운 법.... 본능적으로 생존방법을 잘 알지.
사천 : 하오나...자칫...
흰도포 : (말 자르며) 니가 무슨 걱정을 하는 지 잘 안다.
사천 : ...
흰도포 : 심기원은 처리했고. 이제 권두형만 남았지?
사천 : 예. 이제 다 끝났습니다.
#32. 주막 마당 / 낮
장만동 평상에 앉아있고 대식 국밥 가져온다.
장만동 : 너, 용이랑 친한 벗이라며?
대식 : 그런디요.
장만동 : (눈치 보며) 용이, 그 집 친아들 아니라던데~
대식 : 예? 뭔 소리래요? 아~~ 그 집 아줌니가 자꾸 구박해서 그런 소문이 났나보네..
하기사. 내가 봐도 계모 같긴 혀요. 그 새끼 지 엄니가 구박한다고 몇 번 가출도 했어요.
장만동 : (솔깃!) 구박을 해?
흥견과 걱두 들어와 평상에 앉는다.
걱두 : 대식아, 밥 좀 퍼와라. 고봉으로.
대식 : 참, 아제! 용이 주워온 아들 아니죠?
흥견 : (흠칫) 무슨 말이야?
대식 : 이 아제가 물어보네?
흥견 : (의심의 눈빛으로 장만동 보다) 용이, 내가 업어 키웠어요. (걱두 보며 천연덕스럽게) 기억나죠? 아부지.
용이 세 살땐가? 내가 업다가 떨어 뜨려서.. 댓돌에 머리 찧고...
걱두 : (당황) 어?. 어 맞어. 그때 그래가지고 용이가 여적꺼정 어리버리 하잖냐.
대식 : (갸웃) 아닌디... 그 자식 잔머리 하난 끝내주게 돌아가는디...
장만동 : (저것들이...뭔가 이상하다?)
#33. 저자 / 낮
장만동이 사람들에게 용이에 관해...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다.
걱두 : 저 놈이여.
쇠돌 : 저 놈... 우리 집도 기웃거리던 놈인디.. 시끼. 디졌어~
#34. 저자 뒷골목 / 낮
확 돌아서는 순간, 쇠돌 장만동 멱살을 확 부여잡는다.
장만동 : (인상 팍 찌그러뜨리며 확 꼬나보면) 뭐야?
쇠돌 : (장만동의 위압적인 표정에 갑자기 꼬랑지 확 내리며) 거시기 뭐시냐...뉘시길래...우리 용이를...
장만동 : 용이, 당신 아들 아니지?
쇠돌 : 무, 무슨... (버럭..더듬는) 내, 내 새끼... 마, 맞아라.
장만동 : (실눈 뜨고) 역적, 이원호 아들이지?
쇠돌 : (헉~ 놀라는)
단이e : 뭐예요?
장만동, 쇠돌 돌아보면 바느질보따리 들고 서 있는 단이 눈빛이 매섭다.
단이 : (단호한) 용이 그 아이 내 배 아파서 난 내 새끼예요. 대체 남의 자식 출생은 왜 캐고 다닌답니까?
장만동 : 누가 모를 줄 알고. 당신들, 역적집 아들 숨겨놓고 살면 어찌 되는지 알지?
단이 : 정 의심스러우면 포청에 가 고변해. (단호하고 무섭게) 대신 내가 낳은 내 새끼라는 거 밝혀지면
그땐 당신도 무사하지 못 할 줄 알아.
장만동 : (단이의 당당함에 기죽는)
단이 : 가요.
쇠돌 : (기 팍 살아) 확 이 시끼~ 용이 내 씨여 내 씨~ 얼굴 보믄 모르겄어? 판박이구만... (촐랑대며 단이 따라 쫄레쫄레 간다)
#35. 주막 인근 / 낮
나장, 봉순 손에 삼십 냥 꽉 쥐어준다.
봉순 : 왜요?
나장 : 네가 찾는 그 관비랑 관노 기록은 기밀고에 있드라고.
봉순 : 기밀고?
나장 : 엉, 거긴 절대 못 들어가. 우리 같은 천한 나장은 물론이고 지체 높으신 도사나리도 맘대로 못 들어가는 곳이라고.
봉순 : 아제! 에이... (치마 품에서 전대 꺼내며) 삼십 냥, 아니 오십 냥 더 줄게.
나장 : 오만 냥을 준대도 못하는 건 못하는 거야. 나 오래살고 싶다. (후다닥 가면)
봉순 : (돈 자루 들고) 아씨, 그럼 나도 못 챙기잖아...
#36. 심덕의 주막 봉놋방 / 밤
돈 자루 들고 고민하는 봉순. 그 옆에서 공갈 세상모르고 코 드릉 골며 자고 있다.
문득 자는 공갈 들여다보는 봉순의 따뜻한 눈빛.
봉순 : 아부지~ 왜 이렇게 팍 늙었어. 몸에 좋은 건 다 잡수는 분이.
공갈 : (잠꼬대) 관쉐음 보소 보소 보소..냠..냠...
봉순 : (공갈 보고 한숨) 울 아부지도 고생 그만해야 하는데...
#37. 흥견 작업장 / 밤
흥견 신발 짓고 있고, 그 옆 쇠돌, 걱두 심각한 표정으로 대책회의 중이다.
속닥거리는 쇠돌과 걱두.
쇠돌 : (속닥속닥) 뭐 좋은 방법 없을까?
걱두 : 거시기, 떡을.. 돌려?
흥견 : 설마. 용이 생일 떡 돌리려는 건 아니죠?
쇠돌, 걱두 : (헉- 어떻게 알았지? 하는 표정으로 서로 보는)
흥견 : 생각하는 것 하곤...
걱두 : (쇠돌 귀에 대고 속닥속닥)
쇠돌 : (유심히 듣다가) 뭐? 묻어버려?
흥견 : 아부지!
걱두 : (손사레) 아니아니~ 목은 냉겨 놓고~ 겁만 주자는 것이지.. (말끝 흐린다)
흥견 : (한심) 차라리 떡이 낫수.
#38. 주막 마당 / 낮
심덕 쇠돌 손에 받친 접시에서 떡 집어먹으며.
심덕 : 갑자기 용이 생일 떡을 돌리고 그랴?
쇠돌 : 암튼 누가 물어보믄 용이 내 시끼 맞다고 혀. 알았제?
심덕 : 알았어. 누군데 그래?
쇠돌 : 어? 어어.. 용이 친아부지가 빚을 지고 도망갔나 봐. 그래서 용일 찾는다네...
심덕 : 으응. 알았어. (쇠돌 볼을 확 꼬집으며) 어우~ 근데 이빨 빠지니까 더 야쉬쉬~하다앙~ 아응~
쇠돌 : 화악 이 여편네가~
#39. 주막 앞 / 낮
쇠돌 떡접시 들고 도망치듯 가면... 심덕 쫓아 나오며 큰소리로.
심덕 : 구멍 난 앞니 허전함 채워준다니까 그러네~~ (멀리 도망가면) 거참, 총각 한번 자빠뜨리기 힘드네...
장만동e : 총각?
심덕 : (돌아보고 헉 놀라는)
장만동 : 저자가 총각이라고? 용이 아버지 아니우?
심덕 : (당황한다) 엉? 어어... 마, 맞지.
장만동 : 근데 총각이라니?
심덕 : 엉? 그게.. 그르니까,
장만동 : 똑바로 말해. 다 들었으니까.
심덕 : 그 그게... (짱돌 굴리기 시작) 용이가 어릴 때 아팠잖아. 그때부터 마누라랑 둘이 각방 쓰거덩.
그래서 우리끼린 걍, 총각이라고 부르는 거지.
장만동 : (말이 안 된다 싶다) 용이가 아팠어?
심덕 : 응? 응... 아팠지. 얼마나 아팠는지 애기 때 일을 전혀 기억을 못한다니까. 아조, 약을 달고 살았어. 살어.
장만동 : (혼잣말) 약을 달고 살어?....
#40. 저자 / 낮
미친 듯 달려오는 용이.
#41. 주막 / 봉노 앞 / 낮
문 확 열면, 텅 빈 방...
용이 : 어디 갔어!!! 이 기집애...
대식 : 뭔 일이여...
용이 : 아씨, 아흐~~~ 이 부녀사기공갈단~ 내 돈! 내 돈!!! 으아아~~~~~~~
#42. 변식 집 / 사랑채 마루 / 낮
변식집 술판 벌어져 있고 대감들... 축하, 경하 드립니다. 등등... 술잔 부딪히고,, 다들 거하게 취하고.
변식 : 맘껏 드시게.. 맘껏! 내 오늘처럼 기쁜 날이 없네.
변식처 : 대감, 손님 오셨습니다.
변식 : 누구요?
변식처 : 후원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변식 : 내 잠깐 나갔다 올 테니 맘껏 드시게..
#43. 변식 집 후원 뜰 / 낮
시후, 혼자 활 쏘는 연습 하는데 어깨에 통증이 온다. 순간 화살 잘못 나가고... 누군가 잽싸게 피한다.
헉 놀라는 시후, 보면 사천이다.
시후 : (뛰어가) 죄송합니다. 괜찮으십니까?
사천 : 형편없군. (하다 문득 시후 어깨에 시선.. 심하게 부어오른)
변식e : 왔는가?
< 점핑 >
계속 활 연습중인 시후.
멀리서 바라보고 서 있는 사천과 변식.
사천 : 저 아드님, 어릴 때 본 기억이 있습니다.
변식 : (관심 없음) 그런가? 무과시험을 본다나. 저리 설쳐대네.
사천 : 저 정도 부상으론 힘들 텐데... (말 돌리며) 경하 드립니다. 병조판서에, 판의금부사 자리까지 겸직을 맡게 되셨다구요.
변식 : 내 그래서 오늘 대감들 불러 한턱 거하게 쏘고 있네. 자네 덕이 커... 아니지, 심기원 그 놈 덕이 크지. 으하하~~
사천 : (못마땅한 표정으로 본다)
#44. 한성부 중부 견평방 길 / 의금부 건너편 / 낮
멀리, 의금부 앞 나장들 지키고 서 있는 모습 멀리 보이고..
대로 건너편에 눈이 쾡 들어간 용이 비장한 표정으로 서 있다.
용이 : 좋아. 내가 직접 가지고 나온다. (자신만만! 거만! 오만!) 까이꺼. 의금부가 별 거야?
#45. 저자 거리
쇠돌 삘삘 거리며 걸어가는 데 부르는 소리.
의원e : 어이, 쇠돌이.
쇠돌 : (돌아보면 중인차림의 늙은 노인. 반가워 꾸벅 절하는) 오메, 송의원님. 어뜨케 여까지... 왕진 나오셨어라?
의원 : 응, 용이는 과거 준비 잘 되고?
쇠돌 : 그라믄이라. 장원은 따 놔부렀지라~
의원 : 시험 보기 전에 한번 데려 와. 내 총명탕 한 재 지어 줄 테니.
쇠돌 : 아따메. 비쌀 것인디.. 고마워라. 어르신.
의원 : 거, 용이 여적, 애기 때 기억은 못허재?
쇠돌 : 아, 예... 뭐....
의원 : 그래.. 감세. (걸어가다 문득 가는 쇠돌 돌아보며 기특한 듯) 사람 참 진국이야.. 내 자식도 저리 끔찍이는 못 키우지.
#46. 거리 / 낮
장만동 : (약도 보며 걸어가는) 송의원이라...
#47. 의금부 앞 / 낮
용이 결심한 듯 주먹 쥐고 척척 걸어간다. 결연한 표정.
용이 : 어머니, 누이 조금만 기다리세요. 겸이가 금세 찾으러 갑니다.
육중한 의금부 문. 보무도 당당하게 서는 용이의 표정에서 스틸!
#48. 의금부 앞 / 낮
육중한 의금부 문 앞, 보무도 당당히 서는 용이, 꽉 쥔 주먹 결연한 표정.
용이e : 어머니, 누이 조금만 기다리세요!
우르르 몰려오는 일련의 무리들(사헌부, 대사헌 이식, 집의 김익희를 필두로 한 장령, 감찰관 20여 명) 용이 옆 지나치고...
그들의 위압적인 분위기에 옆으로 비켜서는 용이.
제지하는 나장들을 제치고 금부 안으로 들어가는 사헌부 감찰관들.
나장 : 저, 저 싸가지 없는 사헌부 시끼들. (용이 발견하고 화풀이조로 눈 부라리며) 거기 뭐야?
용이 : (두리번두리번~) 우와 구신도 때려잡는다는 의금부가 이리 생겼구나. (깐쭉대며) 그럼 민중의 육모 뱅맹이 여러분 수고!!!
(뒤돌아 가는데 매서운 눈빛으로 변한다.)
#49. 의금부 뒷담 / 낮
의금부 뒷담 쪽으로 쓰윽- 돌아 나오는 용이.
까마득히 높은 의금부 담장. 담장 위에 솟은 무시무시한 철망들. 감히 넘을 엄두가 나지 않는 높이다.
후~ 절망스런.. 하지만 이내 결의에 찬 눈빛.
#50. 의금부 문서 보관고 / 낮
문서 보관 고에서 각종 추국자료 박스 등 들고 나오는 사헌부 감찰관들. (감사원 압수 수색 느낌으로)
못 가져가게 뺏으려는 의금부 도사, 나장들. 가지고 나가려는 사헌부 감찰관, 장령들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 한창이다.
변식e : 이눔의 시끼들!! 뭣 하는 짓꺼리야~~~
일제히 멈춰 돌아보면 눈앞에 콧바람 풍풍 거리며 서 있는 변식. 그 뒤에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는 강민학.
변식 : (부들부들 떨며) 감히 신성한 의금부에... 니놈들 대빵 어디 갔어? (분해서) 이식이 이시끼이시끼. 어디 갔나고~~~~
#51. 추국청 고신소 / 낮
고신으로 이미 너덜너덜해진 옷자락. 초주검 상태의 권두형. * 권두형 : 심기원의 조카
그 앞에 대사헌 이식과 집의 김익희 서있다.
시끌시끌한 소리와 함께... 우르르 들어오는 무장한 도사들과 나장들.
놀라 돌아보는 이식과 김익희 팔 잡고, 강제로 끌고 나가려한다.
김익희 : 놔라 이놈들.. 뭐하는 짓이냐!
변식 : (거드름 피우며 들어온다) 어허, 살살 모시거라. 살살~ 아주 귀~허신 분들이니...
이식 : (끌려 나가면서 소리치는) 이..무슨 짓이요! 판의금부사!
나장들에게 이식, 김익희 끌려 나가고 문 밖에서도 시끌시끌한..
씩 웃으며 나가려는 변식. 문득 돌아보면, 권두형 무섭게 노려보고 있다.
눈길 피하는 변식. 얼른 나가고 철문 쿵 닫힌다.
#52. 판의금부사 집무처 안 / 낮
번쩍이는 의자에 눕듯 앉아 책상에 다리 올려놓은 변식.
탁자 앞에 앉아있는 대사헌 이식과 집의 김익희. 잔뜩 불쾌한 표정이다.
변식 댕기 꺼내 신발 쓱쓱 닦고 후- 불며 씩 웃으며 탁자 위에 놓인 찻잔 가리키며...
변식 : 좀 드셔보시지요. 그게 300년 된 고목에서 딴 댓잎의 보이차로 청 칭다오 황제님이나 잡숫는 것이지요.
(빈정빈정) 귀한 손님에게만 내놓는 차니 식기 전에 어여~
김익희 : (불쾌한 듯 정색하며) 사헌부 일에 이리 비협조적이시면 곤란합니다.
변식 : 제 말~이 그 말입니다. 다짜고짜 의금부 문서 보관고에 난입하심 아~주 고올~란하지요.
조정 일에도 엄연히 법도와 위계라는 것이 있거늘.
김익희 : (흥분) 말이 심하십니다. 난입이라니요!
이식 : (말리며) 며칠 전부터 이번 심기원 일당의 역모 추국 관련 자료를 내달라지 않았습니까?
헌데 지금까지 일언반구 아무 응대조차 하지 않으셨잖습니까?
변식 : (흠 헛기침) 거, 어지도 가져오지 않으셨잖소.
이식 : 좋습니다. 허면 내일 전하의 어지를 받아 올 테니 이번 역모 사건 추국 관련 자료를 모두 내어 주십시오.
변식 : (떨떠름한) 뭐 ... 그러시든가...
일어나는 이식과 김익희 나가다.
이식 : (돌아보며) 참 내일 판의금부사께서도 자리하셔야지요.
변식 : (무슨...? 하는 표정)
김익희 : 고신소에서 죄인 권두형과 잠시 얘기를 나눴는데 내일 전하와 조정 대신들이 모두 참석한 자리에서
이번 역모의 숨겨진 전모를 밝히겠다 했습니다.
변식 : (당황하는) 수, 숨겨진 전모라니요? 무슨?
김익희 : 그야 모르지요. 내일이면... 다~ 알게 되겠지요. 그럼, 추국 자리에서 뵙겠습니다. 가시지요. 대사헌나리.
가는 이식, 김익희 등.. 새하얗게 질리는 변식.
#53. 저자 / 흥견 작업장 / 낮
삼베와 모시풀로 붙여 백비(신의 기본 모양 틀) 만드는 걱두. 백비에 가죽을 붙이고 있는 흥견.
이때, 호들갑스럽게 들어오는 심덕.
심덕 : 쇠돌이 어딨어? 쇠돌이.
걱두 : 쇠돌이가 신발짝이여? 여서 찾게.
심덕 : (불안한) 저그, 나... 암만해도 사고 친 거 같은디.
걱두 : 오사랄니미럴.. (눈 부라리며) 기어이 쇠돌일 자빠뜨린 겨?
심덕 : 내가 씨름선수여? 자빠뜨리게? 거시기.. 그 놈헌테 말여.
#54. 거리 / 낮
장만동, 행인들에게 송의원집 약도 보여주며 길 묻고 있다.
헉헉 거리며 쫓아온 걱두와 흥견. 드디어 장만동 발견한다.
걱두 : 저 저 거머리 같은 시끼... 송의원님 만나믄, 다 들통 날 것인디.
흥견 : 아부지! 일단 시간을 끄세요. (지름길로 뛴다)
걱두 : (팔 걷어 부치며 비장? 한) 그랴, 알았다!
장만동 약도 보고 있는데.. 누군가 어깨 툭 부딪친다. 걱두다.
걱두 : 오사랄니미럴, 눈깔을 궁둥이에 달고 다니나~?
장만동 : (황당하다) 뭣이 어째?
걱두 : (몸 들이밀며) 어쩌긴! 귓구멍도 궁둥이에 붙었냐?
장만동 : (걱두 멱살 확! 잡고) 이 새끼 너 뭐야?
걱두 : (멱살 풀고 급히 가면서 삿대질 고래고래) 내가 오늘은 바뻐서 그냥 가는디! 앞으로 눈깔, 귓구멍 지 자리에 달고 다녀~~
장만동 : (황당하다) 저, 저 미친 놈..
돌아서는 장만동, 약도 보려는데, 손에 들린 약도 사라지고 없다.
장만동 : (휙 돌아보면 멀리 걱두 도망가는) 너 거기 안서!!!
#55. 송의원 집 밖 / 낮
투덜거리며 걸어오는 장만동 ‘그 미친 새끼 때문에 한참 헤맸네..’ 하는데
대문 앞에 걸어놓은 말린 약재 걷고 있는 송의원 보인다.
#56. 송의원 집 마당 / 낮
평상에 앉아 작두질 하며 약재 써는 송의원.
송의원 : 용이? 알다 뿐인가. 그놈 아부지랑도 잘 알지.
장만동 : 저기, 용이가.. 어릴 때 심하게 아팠다면서요?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송의원 : 응? 응~ (기억난 듯) 그랬지 심하게 아팠지. 그날 애가 열이 펄펄 끓고, 난리도 아니었어.
뭐, 그 정도로 열이 나면 머리가 멍해지기도 하지.
장만동 : (예리한, 기대에 찬 눈빛) 그때가 몇 살 땝니까?
송의원 : (기억 더듬으며) 그때가..
장만동 : (침 꼴깍)
송의원 : 두 돌 막 지나서지.
장만동 : 에?
송의원 : (창고 문 뒤에 숨어있는 흥견과 눈 마주치며 눈짓하는)
장만동 : 아, 아니, 아홉 살 때 쯤 아니고요?
송의원 : (오버스럽게 버럭) 뭔 소리야, 누굴 노망난 늙은이 취급이여? 내가 두 돌짜리랑 9살짜리도 구분 못할 것 같어? 이 사람이..
장만동 : (뭔가 이상한 듯...)
송의원 : (약재 봉지 건네며) 여깄네.
장만동 : 예. (돈 건네며 슬쩍 떠보듯) 그러고 보면 용이 아버지 참 대단해요. 남의 자식을 그리... (하며 일어나 가는)
송의원 : (아무 생각 없이 중얼 거리듯) 그렇지. 남의 자식 키우기 쉽지 않... (순간 아차 싶어 장만동 보는)
이미 장만동 나가는 뒷모습. 송의원, 설마 눈치 못 챘겠지 하는 표정.
그러나 장만동, 회심의 미소 짓고 있다.
장만동 나가면 흥견 뛰어나와.
흥견 : 대답 잘 하셨죠?
의원 : 그러엄. 아주 깜빡 속드라구.
#57. 대나무 숲 / 낮
울창하게 들어선 대나무들.. 길게 죽죽 뻗어있고.
손에 낫 들고 대나무 숲 한가운데 서 있는 용이. 가장 길고 곧은 대나무 앞으로 가 힘차게 낫을 휘두른다.
#58. 벌판 / 낮 - 밤
장대 들고 미친 듯 달려오는 용이.
대나무 짚고 휙 뛰어오르다 쿵 바닥으로 내동이 쳐지는... 고통스러워하는 용이..
그러나 다시 일어나는 용이. 다시 으다다~ 달리고 튀어 오르는... (몽타주로 반복하는 어느새 주변 어둠 깔리고..)
#59. 의금부 건너편 / 밤
멀리 의금부 앞 횃불 밝히고 서 있는 나장들. 삼엄한 경비.
그 건너편, 대나무 장대 들고 숨어 있는 용이.
#60. 밀실 안 / 밤
흰 도포 앞에 안절부절 못 하고 앉아있는 변식.
흰 도포, 미간 찌푸리며 손가락으로 이마를 두드린다.
흰 도포 : 이거야 원, 요즘, 사헌부가 너무 비대해졌어... 그나저나 권두형이 내일 이번 역모의 진상을 밝히겠다?
변식 : 심려 마십시오. 금부로 들어가는 대로 그 놈의 숨통을 끊어놓겠습니다.
흰 도포 : 어찌 감당하려고?
변식 : (당황하는) 어차피 죽을 대역 죄인이고.. 고신에 못 이겨 죽었다고 하면....
흰 도포 : (혀 끌끌 차며) 사헌부가 가만있을 것 같은가? 일을 더 크게 만들 참이야?
변식 : (땀 삐질) 하, 하오면...
흰 도포 : 두형이 스스로 입을 다물게 해야지.
변식 : (눈빛 반짝) 예, 알겠습니다. 하옵고 추국 문서는..
사헌부 놈들 손에 들어가는 날엔 거짓자백문서라는 게 곧장 들통 날 터인데.
흰 도포 : 그 또한 스스로 없어져 줘야겠구나.
변식 : 예? 아니 어떻게?
흰 도포 : 천아! (돌아보며) 좀 도와줘야겠다.
사천 : (고개 숙이고 검객의 자세로 인사) 예.
#61. 의금부 고신소 / 밤
철문 열리는 소리, 권두형 고개 들면, 변식 들어온다.
변식 : 내일 전하와 조정대신들 앞에서 이번 역모의 전모를 밝히시겠다?
권두형 : (노려보는)
변식 : 어디 맘대로 해 보시지.
씩 웃으며 나가는... 순간 불안한 생각이 드는 권두형.
강민학과 송나장 들어온다. 송나장 밥그릇 내려놓고 강민학 지켜보는데.
권두형, 갑자기 강민학 손을 확 잡는... 강민학 놀라 손 빼려 하지만.. 권두형 꽉 잡은 손 놓지 않고.
권두형 : 내일 이 꼴로 전하를 뵙고 싶지 않네. 정갈한 모습으로 뵙게 해 주게.
강민학 : ...웃전에 여쭙고, 허락하시면 새 의복을 준비해 주겠소.
권두형 : 그래, 고맙네.
강민학과 나장 나가고 철문 잠기는 소리.
불안한 눈빛의 권두형, 이미 너덜너덜 찢어진 자신의 옷 바라보다 가장 덜 찢겨진 부분 확 잡아 쫙 뜯어낸다.
#62. 의금부 담장 인근 / 밤
두리번거리며 의금부 뒤 담장 쪽으로 쓱 돌아오는 용이. 담장 위 올려다보며 대나무 대 보면, 담장을 넘기에 턱도 없는 길이다.
실망스런 용이 표정... 그때 저 쪽에서 불빛 다가오고. 후다닥 숨는...
횃불 들고 순찰 도는 금부나장들 지나가면.
용이 : 좋아, 까짓 거! 해 보는 거야...
크게 심호흡 한번 하고 다다다~ 담장을 향해 뛰는 용이. 장대높이뛰기 하듯 대나무 닫기로 뛰어오르는데..
벽에 부딪히고 툭 떨어진다. 으윽- 용이의 신음 소리.
다시 다가오는 순찰 불빛, 신음 삼키며 후다닥 숨는.
횃불 든 순찰나장 지나가면... 용이, 다시 장대 챙겨 들고 나가려는데..
그때, 담 앞으로 휙 나타나는 검은 그림자. (무이다.)
놀란 용이 몸을 숨기면.. 가뿐하게 두 발로 담을 밟고 뛰어올라 순식간에 담장 훌쩍 넘어가는 사내의 그림자.
순간 멍하니, 뭐지? 하는 용이 표정.
#63. 추국청 고신소 / 밤
권두형, 백의(죄수용 흰색 바지, 저고리) 갖춰 입고 있다.
벗어놓은 너덜너덜 피 묻은 옷 챙겨 드는 강민학.
권두형 : 고맙네. 내 저승 가서도 은혜 잊지 않겠네.
강민학, 나가고, 문 닫히고 열쇠 잠기는 소리.
백의를 입고 앉아있는 권두형. 이윽고 머리에 상투를 트는.. 비장한 표정.
#64. 문서 보관고 안 / 밤
죽 늘어선 서고들.. 꽉 들어찬 각종 문서들..
날렵한 그림자, 서고들 사이 다니며 불붙이는.
무이 문서에 불붙기 시작하더니 이내 활활 타오른다.
#65. 의금부 뒷담 앞 / 밤
장대 들고 숨어있는 용이. 다시 장대 들고 담장 향해 뛰다 문득 멈춰 서서 금부 안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본다.
갑자기 확- 치솟는 불길... 부, 불? 놀라는 용이.
#66. 의금부 앞 / 밤
어느새 우르르 몰려온 구경꾼들. 의금부 앞에 서있고.
웅성거리는 구경꾼 틈 뚫고 나오는 용이.
용이 : 뭔 일이래요?
구경꾼 : 문서각에 불이 났대네...
용이 : 예? 문서각..? (중얼거리듯) 안돼! 거긴! 거긴 안 돼...
용이 무작정 앞으로 나가지만, 창으로 막으며 구경꾼들 접근 금지 시키는 무장나장들.
그때 비켜 비켜! 긴급한 소리와 함께 대형소방용 물수레 달려오고... 무장나장들 황급히 문 열어준다.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던 용이, 후다닥 물수레 미는 무리들 속에 합류해 금부 안으로 들어간다.
다급한 와중이라 용이 발견하지 못하는 나장들.
#67. 문서보관 전각 앞 / 밤
문서보관고 안 훨훨 불타고 있고...
소장나장들 물수레에서 구화제자 (물통들) 들고 뛰어 들어가는 나장들.. 화재 진압하느라 온통 아수라장이다.
용이도 구화제자 들고 문서 보관고에 진입한다.
#68. 문서 보관 전각 안 / 밤
이미 서고 여기저기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있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용이 문서자료들 뒤지기 시작하는데 문서들 백지다.
용이 : 뭐야.. 이건.. 어딨어.. 어딨는 거야...
거대한 불길.. 문서들이 들어있는 나무장들 불길에 못 이겨 쏟아지기 시작 하고...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도 문서들 뒤지는 용이. 불이 덜 붙은 나무장 향해 안쪽으로 뛰어 가는데.
나장들 ‘위험해’‘이리 나와’ 하지만 나장들 말 듣지 않고 불길 속으로 들어가려는 용이.
나장들 강제로 잡아끌며 용이 문 앞까지 끌려나오는데 다시 나장들 뿌리치며 안으로 들어가려는 용이.
순간, 용이 몸을 확 잡는..
나장 : 가만, 당신 누구야?
용이 : (일순 당황하는)
나장 : 처음 보는 얼굴인데? 신패 줘봐. 어서!
* 신패 : 통행증
하는데 순간 나장 확 밀치고 도망치는 용이. 저 놈 잡아라~ 쫓는 나장들.
#69. 고신소 인근 / 밤
의금부 각 전각 사이를 헤치며 도망치는 용이. 뒤쫓는 나장을 피해 이리저리 정신없이 달리다
수세에 몰려 한 전각 (추국청) 속으로 후다닥~ 뛰어 들어간다.
#70. 추국청 고신소 안 / 밤
고신 의자에 앉은 채, 꾸벅꾸벅 잠들어 있는 권두형.
무언가(갈고리 달린 줄 정도) 휙 날아와 권두형의 옷자락에 꽂힘과 동시에 권두형 몸 확 잡아끌고.. 휙 끌려가는...
#71. 의금부 지하 고신소 복도 / 밤
음침하고 어둑한 복도. 두리번거리며 복도 따라 걸어가는 용이.
복도 끝 비밀스런 철문 보이고 그 앞에 누군가 서 있는 모습 보인다.
뒤돌아 도망치려다,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 돌아보는 용이.
권두형의 머리 확 짓누르는 무이의 뒷모습. (용이 눈 시선으로)
헉 놀라는 용이. 순간 고개 휙 돌려 뒤 돌아보는 무이.
용이 후다닥 벽 뒤로 몸을 숨기고, 무이 다시 권두형의 몸을 휙 밀치고 천천히 벽 쪽을 향해 다가오는 무이.
용이, 숨죽이며 벽 뒤에 딱 붙어 서 있는데... 점점 다가오는 무이의 발...
눈 꼭 감고 침 꼴깍 삼키는 용이. 부들부들 떨고...
무이, 막 벽을 돌아서려는 순간!
나장e : 놈이다!
순간 무이, 후다닥 몸을 날려, 나장들 턱을 가볍게 가격하며 고신소 밖으로 뛰쳐나간다.
일어나 쫓아 나가는 나장들... 후 한숨 내쉬는 용이.
#72. 의금부 뒷문 앞 / 밤
주위를 살피며 헉헉 거리며 뛰어오는 용이, 의금부 뒷문 보이자 뛰어가 나가려 하지만 굳게 잠겨 있는 철문.
위 올려다보면 끝없이 높다란 담장. 담장위에 솟은 무시무시한 철망들. 감히 넘어갈 엄두 나지 않는...
순간, 횃불 들고 달려오는 나장들.
놀란 용이 두리번거리다 한쪽 구석에 세워진 수레 발견하고 후다닥 수레 뒤에 몸 숨긴다.
이윽고 횃불 든 나장들 나타나 주위 쓱 살핀다. 수레 밑까지 살피는 나장들.
수레에 횃불 비추면 어느새 수레 뒤에 용이 없다.
여긴 없어! 하며 사라지며 수레 밑에 매달려 있는 용이 툭 떨어진다. 후 안도의 한숨 내쉬는 용이.
순간, 용이 눈, 저만치에 문서보관 전각 지붕 불길에 활활 타오르는 모습 보이고....
그 모습에 안타까운 용이의 눈물 ...이윽고 꺽꺽 대는..
용이 : 어머니... 누이...어떡해요.. 이젠 어떡해요...
기어이 무너져 내리는 전각의 서까래...용이 눈동자에 비친 불빛...
#73. 북촌 변식네 집 / 아침
안채 앞에 서 있는 시후.
변식처, 시후에게 비단보 건넨다.
변식 처 : (싸늘한) 드리고만 오지 말고, 갈아입은 옷가지 챙겨오는 거 잊지 말거라.
시후 : (말없이 받는)
변식 처 : (다짐받듯) 사람들 앞에서 행여 대감마님 자식인 척 행세치 말고.
시후 : ...네.
#74. 의금부 문서보관 전각 앞 / 아침
불이 꺼진 전각. 완전 소각 되어버린 문서들.. 보관고 안 치우고 있는 나장들.
전각 앞에는 변식과 금부지사, 도사 등 서 있다.
놀라 뛰어오는 이식과 김익희 등... 기막힌 듯 보고.
그런 이식과 김익희 보고 픽 웃는 변식, 이내 표정 돌변하며...
변식 : (안타까운 듯) 어이구 오셨습니까? ... 헌데 이를 어쩐답니까? 글쎄, 간밤에 나장 놈이 보관고에
등불을 밝혀 놓았던 모양인데...그게.. (나장들 휙 돌아보며) 뭣들 하느냐? 당장 그 놈을 찾아 내거라.
이식,김익희 : (기 막혀 보는)
변식 : 내, 그 놈이 누군지 엄중히 문초 할 것입니다. 엄중히!
김익희 : (꾹 참는) 죄인 권두형이나 어서 인도하시지요.
변식 : 아, 그래야지요, 어서 가시지요. (앞장 서는)
#75. 추국옥, 고신소 안 / 아침
철문 열리는 소리. 고신소 안으로 들어오는 변식과 이식, 김익희. 뒤따라 들어오는 강민학...
사헌부 장령들 문 밖에 서 있고, 고신 의자에 푹 고개 숙인 채 늘어져 있는 권두형.
이식 : (장령들 돌아보며) 대역죄인 권두형을 당장 사헌부로 압송 거라!
장령 : 예. (하고 권두형의 몸 일으키는데.. 입에서 흐르는 피. 축 늘어지는 고개, 놀라는) 나, 나리!
놀라는 이식과 김익희 등... 변식의 서늘한 눈빛...
<점핑>
바닥에 눕혀진 권두형의 시신 살피고 있는 검시관. 저고리 등 풀어헤치고 몸 여기저기 살핀다.
변식과 이식, 김익희 등 긴장한 표정으로 서서 바라보고 있고. 도사 강민학도 그 뒤에 서 있다.
이때 조심스럽게 들어오는 나장.
나장 : 저, 판의금부사 나리. 댁에서..
변식 : (건성건성) 어~ 들어오라 그래. (들어오는 시후 보며 여전히 건성) 어~ 거기 좀 기다리고 있어.
시후 : (구석에 서서 관심 있게 지켜본다)
검시관 : (돌아보며) 혀를 깨물고 자결한 듯 싶습니다.
김익희 : (못 믿겠다는 듯) 확실한가?
검시관 : 예. 다른 치명상은 없습니다.
김익희 : (허망한 표정으로 이식 보며) 일단 나가시죠.
변식 : (나가는 두 사람 들으라는 듯 검시관에게 큰소리로) 전하께 보고 올려야 하니, 검시 결과 철저히 기록하고
(강민학 보며) 시신은 시구문 밖에 내다 버려.
* 시구문 : 시신을 내보내는 문
강민학 : 예...
변식 : (시후 보며) 가자.
강민학 : 저 그런데 판의금부사나리...
변식 : 뭐?
강민학 : 좀 이상합니다. (바닥 가리키며) 여기.. 짚풀이 끌린 흔적이 있습니다.
변식 : 헌데?
강민학 : 의자에서 문 앞까지 끌린 흔적이질 않습니까? 분명... 간밤에 짚 풀을 새로 갈았는데요...
변식 : (속사포처럼) 허면 누가 끌고 나가 문 밖에서 죽이기라도 했단 말이냐? 저 끝에 있던 자를 어찌 예까지 끌고 올 수 있어?
자네가 발견했을 때, 문이 잠겨 있었다며?
강민학 : 예.
변식 : 이 방 쇳대, 자네 말고 또 누가 가지고 있어?
강민학 : 그게... 이 방 쇳대는 소인 혼자...
변식 : (강민학에게 버럭버럭 소리 지르며) 그럼 귀신이 다녀갔냐? 귀신이 죽였냐고?
시후 : (권두형 시신 저고리 가리키며) 저기... 앞섶에 찢긴 흔적이...
검시관, 얼른 앞섶을 확인하는데 고리에 찢긴 흔적 있다.
그 사이로 살에 새겨진 문양 놓치지 않고 보는 시후.
시후 : 찢긴 모양새로 봐서 갈고리 같은 것에 걸린 듯 한데... (조심스레) 혹여 창살 밖에서 갈고리 같은 도구를 이용해
여기까지 (문 앞까지) 끌어다 강제로 혀를 물렸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허면 문을 열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강민학 : (혹- 해서)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변식 : (당황하며 시후에게 버럭~) 야 이놈아, 니가 검시관이냐? 예가 어디라고 니 따위가 끼어들어!
(검시관 돌아보며) 기록해. 혀 깨 쳐 물고 자결! (시후 손에 들린 비단보 확 낚아채며) 주제도 모르고. 가!
시후 : (무참해진... 경직된 표정으로 인사하고 돌아서 나가는데)
강민학 : (변식에게 조심스럽게 묻는) 헌데.. 나리, 누구..
변식 : (퉁명스럽게) 아, 있어! 얹혀사는 놈. (생각할수록 열 받는지) 보면 몰라? 심부름 온 놈이잖아!
시후 : (비참한 듯 입술 잘근 깨무는)
#76. 의금부 당직청 앞 / 낮
당직청 앞 지키고 있는 나장들. 그 앞 서 있는 장만동과 강민학.
강민학 : (귀찮은) 거참, 말귀 못 알아듣네... 지금 의금부가 비상이야 비상! 그런 확실치도 않은 고변에 움직일 인원이 없어.
장만동 : 확실하다니까요. 가서 그 송의원이란 작자를 족치면 다 불거라니까요.
강민학 : (답답한) 그래. 자네 말이 맞다치자구. 근데 그 놈이 그 누구냐? 쇠돌이? 암튼 그 자의 친아들이든 말든
그게 역모자식인 거랑 뭔 상관이냐고.
장만동 : 그게...그러니까...
강민학 : (심드렁) 그리 포상금 받고 싶음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오든가.
송나장e : 나리. 가시지요.
강민학, 돌아보면 나장 거적 덮인 (권두형 시신 실린) 수레 끌고 서 있다.
강민학 : 그래.
앞장 서는 강민학. 나장들 수레 끌고 강민학 뒤따른다.
장만동 : 나리. 나리!... 미치겠네... 그게 증거지.. 뭐가...
#77. 거리 / 낮
어깨 축 늘어뜨린 채 앞장서서 터벅터벅 걷는 강민학. 수레 끌고 가는 송나장과 뒤에서 따르는 김나장.
송나장 : 도사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강민학 : (심드렁하게 돌아보며) 뭐가?
송나장 : 자살 한 게 아닌 것 같다구요. 그렇잖습니까? 내일 상감마마 앞에서 다 밝히겠다고 해놓고, 왜 갑자기 자결을 하겠습니까?
강민학 : 거, 쓸데없는 소리!
송나장 : 쓸데없는 소리가 아니라.. 불 난 문서고에 수상한 놈이 침입한 것도 그렇고...
강민학 : 참, 그 놈 결국 못 잡았지?
송나장 : 예, 쥐도 새도 모르게 빠져 나간 모양입니다.
수레 위 거적 살짝 움직이고, 거적 안에서 그들의 대화 듣는 용이. 거적 속에서 숨죽인 채 권두형의 시신 본다.
잠시 멈춰서는 수레. 밖에서 뭔가 웅성거리는 소리 들리고...
동시에 권두형의 상투에서 뭔가 흰 것이 삐져나온 것을 발견하는 용이. 용이 놀라 꺼내보면 돌돌 말린 흰 천, 끈으로 묶여 있다.
숨죽이고 누운 채, 묶인 끈 막 푸는데, 확 들춰지는 거적... 헉 놀라는 용이.
나장복 차림의 사내1(권두형, 심기원의 부하들이다) 용이 보고 놀라 ‘너 뭐야?’ 하며 용이 손에 든 천을 확 뺏어든다.
용이, 사내1 밀치고 뛰쳐나간다.
저 놈 잡아. 소리와 함께 용이 쫓아 뛰는 사내1.
놀라 돌아보는 사내2(역시 나장차림의 사내-3부 심기원집의 집사) 혼절한 강민학과 나장들 포박하고 있다가,
팽개치고 일단 용이 쫓는다.
#78. 인근 / 낮
헉헉 거리는 사내들(심기원권두형의 사병,집사). 용이 사라지고 없다.
집사 : (헉헉) 누구지? 얼굴 봤어?
사병 : (고개 절레절레) 관원은 아닌 것 같은데...
집사 : (사내1 손에 들린 피 천 조각보며) 그건 뭔가?
사병 : 그 놈 손에서 뺏은 건데... (하며 펼치면)
#79. 일각 / 낮
헉헉 대며 숨 몰아쉬는 용이... 후- 안도의 한숨 내 쉬고.
문득 손에 들린 천으로 된 끈 조각 보는데 피로 쓴 글씨. 놀라는 용이 얼굴.
#80. 인근 / 낮
피로 쓴 천조각 내용 자세히 읽고 있는 사내들.
권두형E : (다급한 목소리 톤) 겸이. 내 죽기 전에 자네에게 꼭 알려 줄 게 있어 급히 몇 자 남기네...
자네 아비를 죽인 자는 다름 아닌...
순간 헉 놀라 마주보는 두 사내. (심기원 권두형의 집사와 사병)
#81. 일각 / 낮
부들부들 떨리는 용이 손. <이겸에서 전해주게>라는 피로 쓴 끈 조각.
플래시 컷- 심기원과 권두형 앉아있고.
심기원 : 내 자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알려주려 하네.
용이 순간 미친 듯 뛰어가는...
#82. 숲길 / 낮
다시 수레 있던 곳으로 미친 듯 뛰어오는 용이. 그러나 수레 있던 자리는 어느새 텅 비어 있다.
용이 : (허망한..걱정스런) 어쩌지.. 관원들 손에 들어갔으니...
#83. 의금부 판의금 부사실 / 낮
탁자에 다리 올려 댕기로 신발 쓱쓱 닦으며..
변식 : 지 아무리 심증이 있다 해도 증거가 없잖은가. 사헌부 놈들 지금쯤 분해 천장을 뚫고 있을 것이야.
그 앞에 정자세로 앉아 있는 사천.
사천 : (무표정) 뒤처리는 확실하게 하셨겠지요.
변식 : 그럼~ 권두형 그 놈은 자결처리로 마무리 지었고, 문서각에 있던 관련문서들은 모두 기밀고로 옮겨놓았네.
불타 없어진 문서들이 가짠 걸 알면 아마 뒤로 넘어갈 것이야. (좋아라 웃다 뒤로 의자 뒤로 넘어갈 뻔)
사천 : 수고하셨습니다.
변식 : 수고는 무슨.. 그나저나 시후 놈 땜에 들통 날 뻔 했네...
사천 : (?)
변식 : 그 놈이 권두형의 옷섶이 뜯겨져 있는 걸 보고, 의심을 품지 뭔가?
사천 : (흠칫) 고신으로 이미 누더기가 됐을 텐데... 어찌 알아냈지요?
변식 : 아, 권두형 그 놈, 오늘 상감마마 뵌다고, 새 의복을 달라기에.. 내 마지막 가는 길, 선심 좀 썼지.
사천 : (뭔가 이상한) 죽기 전에 증거를 남겼는지 확인해보셨습니까?
변식 : 그럼~ 옷이랑 몸 샅샅이 다 보았네. 아무것도 없었네.
사천 : (뭔가 생각하는)
#84. 쇠돌의 초옥 언덕배기 / 낮
터벅터벅 걸어오는 시후. 걷다보니 어느새 쇠돌 집 인근이다.
저만치 쇠돌 집 평상에 앉아 바느질 하고 있는 단이 모습 내려다보이고.
#85. 쇠돌의 초옥 / 낮
착잡하고 우울한 표정의 용이, 터벅터벅 걸어온다. 집 앞에서 표정 확 바꾸고 하품 늘어지게 하며, 건들건들 들어온다.
용이 : 아, 배고파... 엄니. 밥!
단이 : (바느질 하던 손 멈추고, 노려보는) 한심한 놈.
용이, 듣는 둥 마는 둥... 단이 앞에 밥상보로 덮여진 밥상 보자마자 확 열어젖힌다.
숟가락 들고 허겁지겁 밥 퍼 먹는 용이.
용이 : 아~ 이제 좀 살겄네. 엄니, 요즘 투전판 인심 영~ 못 쓰겄어.
(밥알 튕겨가며) 홀라당 쪽박 찬 건도 서러운데... 밥도 안주고 쫓아 내드라고. 에이씨 다신 그 집서 투전 안한다.
단이 : (한심한) 네놈 안 들어온다고 니 아부지 밤새 한 숨도 못 자더니, 신 새벽부터 너 찾으러 나갔다.
용이 : 아놔~ 아부지는 자식을 너무 과잉보호.. (하다 헉 놀라는)
문 앞에 서 있는 쇠돌. 콧바람 풍풍... 문 앞에 놓여있던 싸리 빗자루 들고 쫓아오며 이놈의 쉬끼 또 외박질이여,
용이 밥그릇 들고 요리조리 잘도 피하며, 그 와중에도 밥 떠먹으며.... 에이씨~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든다는데..중얼중얼...
쇠돌 쫓아오자 밥그릇 들고 도망 나가는 용이.
#86. 쇠돌의 초옥 인근 언덕배기 / 낮
그 풍경 내려 보고 있는 시후. 슬픈 눈빛.
시후 : 귀한 사람이 되라 하셨습니까. 헌데 보이십니까... 허울 좋은 껍데기만 부여안고 살아가는 제 꼴이...
이것이 정녕 어머니가 제게 바라던 삶이었습니까. ...나는 저 아이가... 부럽습니다.
#87. 금부 내 소각장 / 낮
나장 물건들 소각하고 있고... 옆에 소각할 물건들 중 너덜너덜 찢어진 권두형의 헌 옷도 있다.
권두형의 헌 옷, 불에 집어넣으려는데...
사천 : 잠깐!
나장 돌아보면 변식과 사천 걸어오고 그 뒤 따르는 무이.
사천 : (송나장 손에 들린 옷에 시선) 죄인 권두형의 옷이냐.
나장 : 그러하옵니다만..
사천, 뺏어 찬찬히 보는데.. 피투성이에 너덜너덜해진 헌 옷 여기저기 살핀다.
사천 눈빛 날카로워지는.
변식 : (무슨 일인가 살피는)
사천 : 시신은 어찌 하셨습니까?
변식 : 시구문 밖에 버리라 했네만...
사천 : (매서운 눈빛) 가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그때 뛰어오는 강민학과 나장들.
강민학 : 나리, 권두형의 시신을 탈취 당했습니다.
변식 : 뭐? 탈취?
강민학 : 예, 그게 갑자기 뒤통수를...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수레 째...
변식 : 뭐 이놈아! (정강이 차는)
강민학 : (아프지만 꾹 참는)
변식 : 니가 그러니까 13년 째 만년 도사지..능력이 없음 눈치라도 있어야할 거 아냐.
변식, 강민학 야단치는 사이.. 사천, 무이에게 너덜너덜 피 묻은 헌 옷 건네준다.
찬찬이 살펴보는 무이. 권두형의 헌 옷 저 고리 한쪽 부분이 휑- 하니 찢겨 지고 없다.
놀라는 무이, 사천 보면.
사천 : (무표정하게) 찾아와 !
#88. 쇠돌의 초옥 / 해질녘
밥그릇 들고 빼꼼 얼굴 들이미는 용이. 나물 다듬는 단이 보며.
용이 : (두리번 거리며) 엄니, 아부지는?
단이 : 흥견이네 가셨다.
용이 : (후 한숨 내쉬며 평상에 앉아 신발 벗어 탁탁 턴다)
단이 : (한심한) 누가 찾드라.
용이 : 누가요?
단이 : 모르겠다. 니 놈 나가고 바로. (나물 바구니 들고 일어서며) 남문교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드라. 또 투전 빚이라도 진 게야?
용이 : 엄니는 아들을 뭘로 보고.. 모냥 빠지게 외상은 안 해요.
단이 : 한심한 놈!
단이 정지로 가면 불안하게 흔들리는 용이 눈동자.
용이 : 혹시... 그 자들이? (후다닥 일어나 뛰어나간다)
#89. 남문교 위 / 해질녘
번잡한 남문교 위 장사치들, 행인들 오가고...
교각위에 서 있는 사내들(심기원의 집사와 사병) 집사 저고리 품을 꼭 쥐며 두리번거리지만 용이 모습 보이지 않는다.
남문교 입구, 헉헉 거리며 뛰어오는 용이 교각 위 오가는 사람들 살피고 있다.
사내들(집사와 사병) 발견하는 용이 찬찬히 보다 놀라는.
플래시 - 심기원의 집.
용이 서 있고 그 앞에 서서.. 마님, 이겸이란 자가 찾아왔습니다. 들어가시지요..
심기원 끌려갈 때 막는 집사...
놀란 용이 반가운 마음에 교각 위로 올라가 사내들에게 달려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