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살이하던 점숙인 왼쪽으로 가고
신랑 잘 만난 경자는 오른쪽으로 가도
끝내 하나로 만나는 우리들의 길
_이유상
쪽수필/오정순
사후 세계가 궁금하던 젊은 어느 날, 한 꿈을 꾸었다.
종교의 갈래가 다르고 삶의 양상이 달라도 점숙이 경자처럼 한길로 모여 흐르는 물처럼 죽음의 길로 간다. 창녀 출신은 말을 타고 달리고 한 부호는 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천상길 가는 동안에도 지상에서는 참회하고 남은 죄의 무게를 덜라는 응원의 기도가 이어진다.
심판대는 절벽 끝에 놓여 있었고 그 곳을 거쳐 천상낙원으로 건너가는 거였다. 한 사람씩 심판대에 오르자 지상에서의 신분과 별개로 계곡 아래로 툭툭 떨어지는데 허름한 노인 한 분이 오르자 떨어지지 않는다. 팡파레가 울려 퍼지고 온 사방에 향기가 진동하는 가운데 빛이 쏟아지며 천상잔치가 열리는 곳으로 천사가 안내하였다.
ㅡ왜 저 분은 안 떨어지나요.
세상 삶을 허락한 것은 받은 탤런트대로 살며 사랑하며 다 쓰고 오라는 명이었는데 다 비우고 와서 그렇다고 했다. 아무도 심판하지 않는다. 남겨온 자신의 무게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울림이 큰 천사의 답을 듣고 꿈을 깼다.
그 꿈을 꾼 후 나는 눈을 감고 자주 묻는다.
ㅡ너는 받은 바 텔런트를 다 사용하였니?
대답은 늘 아직도 남았다였다. 내 감각기관이 활동하는 한 영혼의 비만을 간과 할 수 없어 사람을 생각하며 글을 쓴다. 남김없이 비워 내리라고.
첫댓글 변변찮은 시에 깊이 생각하는 쪽수필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디카시가 쪽수필로 또 읽히네요~~날개를 달았나 보아요.^^
착상이 쪽수필로 유도해서 썼습니다.
생활 현장에서 건져 올린 디카시에
자신의 경험을 얹은 쪽수필까지
이유상 선생님
오정순 선생님
두 분 덕분에 사유의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무게로 떨어지는 것이란 표현에 놀랐지요
한도 서러움도 미련도 지나친 풍요도 다 푸고
가벼이 가야 하는 것같습니다
교회 생활과 기도, 전도, 봉사로 평생을 바삐 산 사람이 죽어 하늘나라에 갔습니다. (한국 사람입니다 ㅋ)
하나님의 첫 질문은 "설악산은 가보고 왔느냐?"
"아니요, 바빠서 못 가봤습니다"
"나의 최고의 걸작품을 못 보고 오다니, 너무 아쉽고도 섭섭하구나"
누군가 만들어낸 우화이지만 하나님과 사람의 생각은 종종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많이 이루고 축척해야 행복할 것만 같은 지상의 삶의 가치관에 경종을 울리는 오정순 선생님의 꿈이야기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시간도 돈도 노력도 사랑하는 데에 다 쓰고 가벼이 가야겠습니다.
이유상 선생님이 좋은 작품을 쓰시니 사방에서 감상글이 터집니다.^^
중랑디카시인협회에서 이번 주 장원 작품으로 선정되심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신부님도 고개를 끄덕이시더라고요.
그리고 어리석은 사람들도 설득 당하면서 어색하지 않은 걸 보면
꿈으로 보여주신 것같기도 하고요
시인의 눈은 절묘합니다.
우리를 한 줄로 세워 지퍼로 채워버리네요.
갈래가 없는 길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