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9일 연중 제15주간 (금) 복음 묵상 (마태 12,1-8) (이근상 신부)
그때에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지나가시게 되었다. 그런데 그분의 제자들이 배가 고파서, 밀 이삭을 뜯어 먹기 시작하였다. 바리사이들이 그것을 보고 예수님께 말하였다. “보십시오, 선생님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너희가 알았더라면, 죄 없는 이들을 단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마태12,1-2.7-8))
바리사이들이 문제삼는 것은 배고픈 자가 주린 배를 남의 곡식으로 채웠기 때문이 아니라, 안식일에 수확을 했기 때문이다. 신명기 23,24-25에 보면 남의 포도밭에 들어가서 마음껏 먹어도 되지만 그릇에 담으면 안되고, 이삭을 손으로 뜯어먹어도 되지만 낫을 대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있다. 유대인들은 굶주리는 이가 남의 땅에서 한움쿰 배를 채울 수확을 하도록 허용하는 사람들이다. 배고픔이 만연한 세상에서 살도록 허용하는 행위가 없으면 그 사회는 무너지기 쉬운 위태한 사회가 된다. 바리사이들은 이런 관대함을 잘 아는 이들이다. 그들이 문제삼는 행위는 하필이면 왜 안식일날 수확을 하느냐 문제삼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배고픈 이는 안식일이 아닌 날 남의 땅에서 수확을 해야 한다는 건데...
이게 참 애매하다. 그릇에 담을 수 없으니 손에 쥘 만큼을 간직하고 안식일의 배고픔을 준비해야 하는데... 제자들의 움직임을 보면 누군가의 선의에 의지하여 끼니를 떼우는 형편같다. 하필 안식일날 아마도 아무에게도 적선을, 호의를 받지 못한 모양. 매일 매일 사람들의 선의에 의지하는 이들이 내일이 안식일이라고 그 전날 양식을 준비할 수는 없는 일. 한마디로 옹색한 처지가 진하다.
제자들 만이겠는가? 빌어먹는 많은 이들에게 안식일은 도전이 되는 날이다. 운이 좋으면 먹고 운이 안좋으면 손으로 뭔가를 비벼 먹어야 되는데, 그 날은 그조차 참으로 힘겨운 날. 내 땅에서 이삭을 비벼먹은 이들이 그렇지 않아도 거지들이 마뜩치 않았는데... 이 날이야 안식일이 아닌가...
복음은 안식일 이야기이지만, 사실은 가난한 이들의 이야기다. 안식일의 주인이 가난한 이들이란 말씀이다.
출처: https://www.facebook.com/simonksyi/posts/pfbid02TPs2SigDbQ2udMKjCiWibsxBHM2WRWhS2xJGtcv6A3RrHQUMucSSJ2sEgJZBb362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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