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펴고 엄지손가락 접어보자”… ‘이렇게’ 되면 동맥 이상?
엄지손가락 손바닥 테스트(Thumb-Palm Test)...콜라겐 결핍과 관련, 대동맥 이상 있을 수 있으나 자가 진단 평가로는 주의해야
간단한 손 동작 하나로 심장혈관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제기돼 화제다. 왼쪽= 조 휘팅턴 박사가 손가락 테스트의 결과를 설명하는 틱톡장면/ 오른쪽= 판와르 박사가 휘팅턴 박사의 영상에 대해 상세 설명하는 장면. 결과적으로 이 손가락 테스트는 콜라겐 결핍과 연관성은 있지만 대동맥류를 진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보도 갈무리]
간단한 손 동작 하나로 대동맥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제기돼 화제다. 이른바 엄지손가락 vs 손바닥 테스트(아래 그림 설명 참고)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병원 응급의학과 조 휘팅턴 박사는 “엄지 손가락이 멀리 뻗는다는 것은 콜라겐 결핍이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며, 이는 동맥이 위험하게 부어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테스트를 했을 때 엄지손가락이 손바닥을 가로질러 멀리 뻗는 것을 이 손가락 테스트의 양성이라 간주하고, 양성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동맥류가 있을 확률이 98%에 달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 검사는 2021년 미국 예일대학교의 심장 전문의들이 심장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 중인 305명의 환자를 검사한 후 개발됐다. 미국 심장학 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Cardiology>에 실린 “Accuracy of the “Thumb-Palm Test” for Detection of Ascending Aortic Aneurysm”이라는 논문에서 대상자 중 93명의 환자는 상행 대동맥류, 즉 심장에서 튀어나온 혈관 상부에 동맥류가 있었다. 이 93명의 환자 중 98%가 엄지손가락-손바닥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결과에 근거해 나온 주장이다.
1. 누군가에게 멈추라고 말하듯 손을 들거나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여 테이블 위에 평평하게 눕힌다. 2. 손바닥을 편 상태에서 엄지손가락을 새끼손가락 쪽으로 최대한 쭉 뻗는다. 2번처럼 엄지손가락이 손바닥 중앙에 닿으면 정상이다. 3. 3번처럼 손 가장자리를 지나서 뻗으면 콜라겐 장애의 징후일 수 있으며, 동맥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휘팅턴 박사의 이 영상이 화제가 되자 게시물은 사라졌고, 그의 틱톡 계정에서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가 공유한 내용이 맞는지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했고, 어떤 사람들은 휘팅턴 박사의 말대로 엄지 손가락이 반대편까지 뻗어 걱정하기 시작했다. 한 틱톡 사용자는 ‘걱정해야 할까요’라는 캡션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손바닥 가장자리에 대고 있는 자신의 테스트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엄지 손가락 지나치게 많이 뻗으면 콜라겐 부족 신호…콜라겐 결핍과 대동맥류 연관성 연구
휘팅턴 박사가 말한 손가락 테스트, 대동맥류 진단에 실제 유용한 것일까?
이와 관련 미국 샌포드 헬스의 중재적 심장 전문의인 무하마드 시야드 판와르 박사는 이 검사의 과학적 근거는 복잡하다고 말했다. 판와르 박사에 따르면 손바닥에서 엄지손가락까지의 테스트가 콜라겐 결핍의 징후가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동맥류가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그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동맥류 환자들이 이런 손가락 양성 반응이 나타나지만, 엄지손가락이 손바닥을 가로질러 길게 뻗어나간다고 해서 모두가 동맥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판와르 박사는 “손바닥을 가로지르는 엄지손가락 테스트는 콜라겐 장애와 혈관 기능 장애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은 맞다”며 “대동맥류는 심장에서 혈액을 운반하는 동맥이 터질 수 있는 위험한 부풀어 오르는 질환으로, 이 테스트 하나로 대동맥류를 자가 진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대동맥류는 정확히 대동맥의 일부가 정상적인 직경의 1.5배 이상으로 늘어난 상태를 말한다. 대동맥류의 대부분(75%)은 복부 대동맥에 생기고, 25% 정도는 흉부 대동맥에 생긴다. 복부 대동맥류의 대부분(약 90%)은 신동맥이 나오는 곳보다 아래 부위에 생긴다고 보고된다. 동맥류가 생기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동맥경화증이며, 그 외에 외상, 유전, 동맥염, 선천성 기형, 매독, 곰팡이 염 등이 원인이다.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흔하게 발생하고 60세 이상으로 고혈압, 관상동맥 질환, 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 흡연자, 가족 중에 복부 대동맥류 환자가 있는 사람에게 더 흔하게 나타날 수 있다.
콜라겐 부족도 대동맥류와 연관성이 있다. 콜라겐이 부족하면 혈관이 약해져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관이 부풀어 올라 동맥류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의 흉부외과 전문의 케난 윤트 박사는 “콜라겐은 몸 전체에 존재하는 신축성 있고 지지력이 있는 섬유질로, 혈관이 시간이 지나도 모양을 유지하는 데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특정 콜라겐 장애는 상행 대동맥의 동맥류와 관련이 있으며, 동맥류는 심장에서 나오는 주요 혈관이기 때문에 마모가 많이 일어나며 특히 고위험군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콜라겐 장애 있으면 관절 과하게 유연…테스트는 의사가 동맥류 발생 위험을 인지하는 신호로만 사용해야
콜라겐 장애가 있는 사람은 관절이 과도하게 움직이거나 매우 유연한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손가락 테스트에서 엄지손가락 지나치게 많이 뻗는 것으로 대동맥을 진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던 것이다.
NHS에 따르면 동맥류 파열 환자 중 약 8~10명이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대동맥류 파열로 인해 2019년에 약 9,904명이 사망했다.
앞서 미국 심장학 저널에서 손가락 테스트를 고안한 연구 저자이자 예일 뉴헤이븐 병원의 대동맥 연구소 명예 소장인 존 엘레페리아데스 박사는 “해당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동맥류 환자는 엄지손가락-손바닥 검사에서 양성이 나타나지 않지만,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는 동맥류를 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그 관련성을 설명했다. 즉, 이 검사는 동맥류 발생 위험에 대해 의사에게 확인하는 신호가 될 수 있지만 동맥류 진단은 아니라는 것.
엄지손가락과 손바닥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 동맥류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모든 동맥류가 응급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당황할 필요는 없다. 테스트로 나온 결과는 결코 응급 상황이 아니며 동맥류는 일반적으로 매우 천천히 자라며 매년 초음파나 CAT 스캔을 통해 모니터링하는 경우가 많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다만 손바닥에서 엄지 손가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고 콜라겐 장애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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