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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평범한 이름에
평범한 얼굴에
평범한 머리에
평범한 성격, 학교, 친구...
그나마 좀 이쁘고 흔하지 않을것 같던 이름도
한 여자 연예인에 묻히고
아주 이쁜것도 아주 못생긴것도 아닌 평범한 외모
지금까지 거의 변하지 않은 머리
한번도 옮긴적 없는 집, 학교
늘 그대로인 친구들...
아침이면 학교에가서 수업받고
일주일에 세번 학원가고
남들처럼 시험끝나면 가끔 놀러가고
그저 평범하기만한 내인생
"하늘아 내일봐~"
"응, 잘가"
갈림길에서 친구와 헤어지고 집에 들어왔다.
오빠는 역시 집에 없다.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와 현관문을 잠그고 내방침대에 털썩 누웠다.
몇분동안 가만히 있던 나는 살짝 몸을 일으켜 가방을 책상 밑에 던졌다.
늘 반복되는 하루하루
달라지는건 점점 쌓이는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와
점점 보기 힘들어지는 가족 얼굴
난 그런아이다.
누구보다도 평범한 아이.
요즘따라 내가 사는이유를 모르겠다.
'늦었다....'
난 허겁지겁 뛰어가 최대한 살살 교실문을 열었다.
잠이 워낙 많은 나는 어쩌다 한번 지각을 한다.
문을 열면 주목되는 시선을 예상했지만 몇명만 나를 쳐다볼뿐 나머지는 앞을 주시하고 있었다.
"지금왔니? 빨리 앉아라"
자리에 앉고 가방을 내려놓고 나서야 나는 숨을 가쁘게 쉬며 앞을 쳐다보았다.
'전학생인가..?'
유난히 까만 머리에 훤칠한 키, 교복을 좀 불량하게 입은 한 남자아이가 앞에 서있었다.
아까부터 눈을 내리깔고 바닥만 보고 있다.
"전학생인데, 딴반 친구 말로는 복학했대"
앞에있던 하은이가 뒤돌아서 나에게 작게 말했다.
"복학..? 왜?"
"뻔하지.. 어디서 양아치짓 하다가 이제야 정신차렸나 보지. 근데 엄청 잘생겼다~ 그치?"
"....글쎄...."
난 대충 대답했다.
방금 날 발견한 그 아이는 날 발견하고 빤히 보더니 싱긋 웃었다.
'뭐..뭐지..?'
난 당황해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때 그 아이는 내쪽으로 저벅저벅 걸어왔다.
내 뒤쪽으로 돌아 내 옆에 앉았다.
'아.. 내 옆자리가 비었었지..'
나는 태연한척 하며 가방을 괜히 뒤적뒤적 거렸다.
"김..하..늘.."
내이름표를 보며 천천히 작게 말하는 그 아이
난 못들은척 칠판만 주시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다른반에 좀 논다는 여자애들 서너명이 우르르 몰려왔다.
"오빠~"
"왠일이야~ 학교를 다 나오고"
여자애들의 애교섞인 목소리에 그 애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왜그래? 무슨일 있었어?"
한 긴 생머리에 여자애가 나를 밀치며 들러붙었다.
나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있으려고 했지만 도저히 있을수가 없어서 책을 덮고 일어났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현민오빠 진짜 많이 변했다~ 난 처음에 다른사람인줄 알았다니까?"
'현..민..?'
난 그아이.. 아니 그 오빠에게 고개를 살짝 돌렸다.
보조개가 푹 파이게 싱긋 웃고는 말했다.
"이제 알았냐, 바보야"
여자 애들중 한명이 나가버리자 나머지 애들도 우르르 쫓아 나갔다.
난 나가던 말던 신경쓰지 않고 눈을 똑바로 마추지며 말했다.
"내가 알던.. 지현민 맞아요?"
"그럴껄요? 너는 내가 알던 김하늘이니까요"
나는 몇초동안 눈을 마주치고 있다가 현민오빠와 나는 피식 웃었다.
지현민.
불량한 오빠때문에 알게된 남자.
오빠가 가끔 술먹고 뻗은날이면 우리집에 항상 오빠를 끌고 들어오던 남자.
그리고 언제나 나랑 30분정도 놀다가 가던 남자.
오빠 친구들은 다 싫었지만 유일하게 싫지 않았던 남자.
나랑 다 잘맞아서 무엇을 하든 재밌었던 남자.
현민오빠는 어깨에 약간 닿던 갈색 머리였다.
한때는 전교 30등 안에 들정도로 공부를 잘했지만 나쁜 우리 오빠때문에
좋지 않은 길에 빠졌었다.
그래서 괜히 내가 미안했었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현민오빠는
까맣고 많이 짧아진 머리에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우리학교 교복을 입고있다.
그리고 날보며 장난스레 웃고있다.
"잘있었어?"
"어떻게 된거예요?"
"하나도 안변했네?"
'좋은..말은 아닌것 같다..'
"오빠는 정말 많이 변했어요"
"그런가? 나도 이제 맘잡고 공부 할려고"
"우리오빠는요? 오빠도 복학했어요?"
"뭐야 그자식. 집에 아직도 안들어갔어? 걘 내일부터 나온대"
"오빠.. 정말 고마워요"
"무슨소리야? 걔가 먼저 나한테 학교나오자고 했어"
'오빠가..먼저?'
김하현..
역시 우리 오빠답다.
믿고 있었어. 김하현이니까.
방과후, 현민오빠는 내가방을 뺏어가더니 멀찌감치 먼저 나가버렸다.
난 차마 소리는 못지르고 뛰어 나갔다.
"아 하은아! 미안한데 나 먼저 갈께! 미안!!"
하은이는 놀라서 쳐다볼뿐이었다.
조금 뛰어가니 약간 빠르게 걷고 있는 현민 오빠가 보였다.
"오빠!!"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멈춰선 현민오빠는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내 어깨에 손을 척 올리더니
정문까지 억지로 끌고갔다.
'이런적 처음이야.. 친구들이 쳐다보잖아..'
난 당황하며 빠져나오려고 애썼지만 도저히 빠져나올수가 없었다.
'현민오빠와 내가 친한건 아무도 몰랐을텐데.. 다른사람들이 괜히 오해라도 하면.. '
사람들이 많던 정문앞을 지나 한참을 와서야 현민오빠는 손을 내렸다.
"왜 그러신 거예요?"
"이상해? 난 원래 친한사람한테 어깨동무 자주 하는데"
"그래도 사람들보는데.."
"우리 같은반도 되고 했으니까 앞으로 잘지내보자!"
"너무 가식적인 말투 아니예요?"
"그런가? 뭐어때. 날씨도 좋은데 기분전환이나 하러가자~"
현민오빠는 내 팔목을 턱 잡더니 웃으며 빠르게 걸어갔다.
오빠가 끌고간곳은 시내에 큰 미용실이었다.
"여긴 왜온거예요? 머리 또 짜르게요?"
"아니~ 여기 앉아서 잠깐만 기다려봐"
그러고는 손님의 머리를 감겨주고 있는 한 미용사에게 가서 뭐라고 말했다.
얘기가 끝나자 그 미용사는 손을 씻고 나한테 왔다.
"여기 앉으세요"
난 영문도 모르고 미용사가 앉으라는 의자에 앉고 현민오빠를 보았다.
현민오빠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기분좋게 웃고있었다.
미용사는 내가 의자에 앉자마자 분무기로 물을 칙칙 뿌리더니
요상하게 생긴가위로 내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아. 저..저기요! 잠깐만요"
"움직이시면 안돼요~"
난 할수없이 아무말도 못하고 잘려져가는 내 머리를 볼수밖에 없었다.
희한하게 생긴가위로 여기저기 자르고는 다 잘랐는지 머리를 다 털고
이상한 약을 손에 묻혀서 내머리에 슥슥 발랐다.
"다됐습니다~"
난 일어나서 손거울하나를 들고 내 머리를 살폈다.
어깨에서 좀 내려오는 어정쩡한 길이였던 내 머리는 짧은 숏커트로 바뀌어있었다.
머리를 계속 만지며 현민오빠에게 다가가자 쇼파에 앉아 잡지를 보고있던 현민오빠는
날 올려다 보고는 피식 웃었다.
'난 짧은머리는 정말 안어울리는데..'
"웃지마세요... 안어울리는거 알..."
"진짜 귀엽다-"
"...네?"
현민오빠는 잡지를 내려놓고 나에게 다가와서 머리를 만져보더니 말했다.
"난 역시 보는눈이 있다니까~ 훨씬 잘어울리잖아"
"그래도 막무가네로 자르게 하는게 어딨어요"
"내가 이렇게 안하면 졸업할때까지 안자르게? 가끔은 변신도 해주고 그래야지~"
'변신..이라..'
난 포기했다는듯 피식웃었다.
미용실을 나온 현민오빠와 나는 시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쇼핑도 하고
가끔 하는 한 밴드에 공연도 보았다.
그리고 한 회전초밥 집에 들려 저녁을 먹고 나왔다.
"벌써 8시네? 집에 가야돼?"
"아, 이제 들어가봐야겠어요"
"그럼 이제 가자"
현민오빠와 집앞 공원을 가로질러 가고있었는데 새로생긴 벤치가 눈에 띄었다.
"벤치 새로 생겼네요?"
"그래? 잠깐 앉았다 갈래?"
난 말없이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벤치에 앉아 나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왜그래?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고민이라기보다..."
"뭔데? 나한테 말해봐"
'말..할까..?'
"...전 너무 평범해요.."
"무슨소리야?"
"솔직히 다 평범하잖아요.. 얼굴이나 성격이나.. 모두 다.."
오빠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해?"
"네? 왜그렇긴요.. 그냥 다 평범하니까.."
"평범한게 나쁜건 아니잖아"
"그렇다고 좋은것도 아니잖아요.."
현민오빠는 하늘을 보고 말했다.
"이세상에 평범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
"...네..?"
"니가 지금 서울안에 한 공원 벤치에 지금 앉아있다는거. 쉽게 말하면 김하늘이라는 너 자체가 특별한거야"
".....나..자체가..?"
"그래-"
".....고마워요... 나한테 이런말해준사람 오빠밖에 없었어요... 사실 이말을 아무한테도 안했지만.."
"그리고..."
오빠는 고개를 푹 숙이고 살짝 발장난을 치며 말했다.
"...아무리 니가 평범하다고 생각해도 내가 좋아하는건 그런 너니까..."
순간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거렸다.
같이 장난치던 발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현민오빠는 아까보다 조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널...좋아해"
'.....잘못..들은건가...?'
심장은 아까보다 더 쿵쾅거리고 얼굴은 화끈거렸다.
그때 현민오빠는 발장난 치던 그 자세 그대로 고개만 들었다.
오빠와 눈이 마주치자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내 눈이 떨리고 있다는걸 느낄때쯤
오빠는 몸을 살짝 틀어 내 얼굴쪽으로 다가오더니 내 입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단지 지현민이라는 남자와 키스를 하고 있다는것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난 살며시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현민오빠는 조심스럽게 입술을 떼더니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포옥 안아주었다.
나는 나도모르게 내 몸을 왼쪽으로 살짝 틀었다.
"여-"
누군가의 목소리에 움찔하고 바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앉은 벤치에서 조금 떨어진곳에는 주머니에 손을넣고 삐딱하게 서있는 우리오빠가 서있었다.
"집에 가자"
오빠는 그렇게 한마디 툭 던지고는 뒤돌아서 먼저 집쪽으로 가고 있었다.
난 황급히 가방을 들고 오빠를 쫓아갔다.
오빠의 팔목을 턱 잡고나서야 뒤를 돌아봤다.
현민오빠가 귀엽게 웃으며 한쪽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씨익 웃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난 평범하지 않아.
아무리 나와 같은이름에 같은 얼굴에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 있어도
이세상에 김하늘, 나는 하나뿐이니까.
첫댓글 우와 해피엔딩~~넘 재밌어여
땅콩다솜님 재밌게 읽으셨다니 너무 뿌듯하네요~ 감사드립니다! 번외편 쓰게되면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
끝이라고하기엔조금어색해요ㅠ_ㅠ, 뒷내용더써주세요~~~~
아프기만해봐님 단편치고는 너무 길어지는것 같아서 나름대로 끊어봤는데 좀 어색했나요?ㅜㅜ 뒷이야기 따로 쓸께요 ^^
번외식으로 뒷이야기 쓰면 얘기가 이쁠텐데 ; 평범한 사람들에게 모두가 특별하다는걸 알려주었어요 ^^
련하님, 번외편 쓰고있어요 ^^ 올리면 꼭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동이예요 T_T
끝에, 어색하지 않은것같은데 ...... ;; 모르겠어요 ;ㅁ; 근데 저는 묘화님 디게 잘쓰신것 같아요! ㅎㅎㅎ 재밌어요!
하나님바라기님 정말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니 정말 뿌듯해요 ^^ 감사합니다!
현민이 너무너무 멋있네요> <ㅎㅎ
슬퍼지자-님, 쓰다보니 제 이상형 쪽으로 가버렸네요(..) 저는 친구같은 애인을 좋아하는지라 허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