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성범죄’ 비상 걸린 대학가… ‘인하대 사망’으로 불안감 커져
축제-동아리 모임 등 술자리 늘어
성범죄 증가에 영향 미친듯 “동기생과 술 마시기 불안” 목소리
인하대, CCTV 추가 설치 등 검토… 야간 순찰 강화 논의 나선 학교도
교육부 “야간 출입 관리 강화안 마련”
17일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한 학생이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15일 새벽 이 건물에선 이 대학 1학년생이 같은 1학년 여학생을 성폭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여학생은 이후 건물에서 추락해 숨졌다. 인천=뉴스1
“술자리를 마친 뒤 집 방향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함께 귀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잘 모르는 남학생과는 절대 그러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18일 서울의 한 사립대 캠퍼스에서 만난 여학생 김모 씨(21)는 최근 인천 인하대 캠퍼스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망 사건 이후 남학생들과의 술자리를 경계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같이 술을 마신 동기생이 혹시 이상한 짓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어 불안하다”라고 했다. 15일 인하대 캠퍼스에선 이 대학 1학년 학생이 같은 동아리 1학년생으로부터 성폭행당한 후 3층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 거리 두기 해제 후 대학가 성범죄 잇따라
4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이후 대면수업이 재개되면서 최근 대학 캠퍼스 내 성범죄도 이어지고 있다.
4일 서울 연세대에선 의대생 A 씨(21)가 교내 여자화장실에서 휴대전화로 옆 칸 학생을 촬영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지난달 고려대에서는 축제 기간 30대 남성 B 씨가 캠코더 등으로 다수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 붙잡혔다. 5월에도 성균관대 축제에서 성추행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대면수업과 함께 3년 만에 대학 축제가 부활하고 동아리 모임 등으로 술자리가 늘어난 것도 성범죄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장모 씨(22)는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술자리가 잦아졌는데, 동기나 선후배 학생이 술에 취해 스킨십을 해 불쾌할 때가 종종 있다”고 했다.
○ “캠퍼스 내 CCTV 늘릴 것”
대학 및 교육 당국은 캠퍼스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인하대 측은 18일 회의를 열고 캠퍼스 보안 강화 방안을 검토했다. 학교 측은 교내 건물에 사전 승인받은 학생만 출입할 수 있도록 하거나, 출입 시간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내 폐쇄회로(CC)TV를 추가 설치하고 보안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인하대 관계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 특별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가해자는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학칙에 따라 퇴학 등 조치하겠다”라고 했다.
다른 대학들도 고심 중이다. 한 서울 소재 대학본부 관계자는 “우리 학교에서 (인하대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자는 얘기가 나왔다”며 “야간 캠퍼스 내 순찰 강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인하대생 성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해 앞으로 대학 캠퍼스 내 야간 출입 관리를 강화하고 방범시설을 늘리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이와 함께 현재 운영 중인 대학생 대상 성폭력 예방교육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별도의 특별교육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인하대에선 연일 학생과 시민들의 피해자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의 요구로 캠퍼스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 함준우 씨(25)는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된 피해자가 너무 안타깝다”라며 “성범죄 처벌이 강화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인하대 측은 유족 요청에 따라 추모공간 운영을 이날 오후 중단했다.
이상환 기자, 인천=공승배 기자, 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