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하늘나라는 저마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에 비길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다섯은 어리석고 다섯은 슬기로웠다. 어리석은 처녀들은 등은 가지고 있었지만 기름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다. 신랑이 늦어지자 처녀들은 모두 졸다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 한밤중에 외치는 소리가 났다.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그러자 처녀들이 모두 일어나 저마다 등을 챙기는데, 어리석은 처녀들이 슬기로운 처녀들에게 ‘우리 등이 꺼져 가니 너희 기름을 나누어 다오.’ 하고 청하였다.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안 된다. 우리도 너희도 모자랄 터이니 차라리 상인들에게 가서 사라.’ 하고 대답하였다. 그들이 기름을 사러 간 사이에 신랑이 왔다.
준비하고 있던 처녀들은 신랑과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가고, 문은 닫혔다. 나중에 나머지 처녀들이 와서 ‘주인님, 주인님, 문을 열어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지만, 그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동네에 잔치가 있거나 아주 귀한 손님이 온다고 하면 그날은 마을전체가 한바탕 큰 소동이 벌어집니다. 오늘 혼인잔치의 풍경을 말씀하시는 주님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혼인잔치가 있었던 옛날의 모습을 생각하게 됩니다. 잔치가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소중한 사람을 초청하고, 일을 도와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사람들 모두 정말 기쁜마음으로 축하의 뜻을 가지고 그 집의 잔치가 성황리에 치뤄지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큰 잔치를 앞두고 여러 날에 걸쳐서 서로 도와가면서 힘을 합해서 함께 잔지준비를 합니다.
잔치를 준비하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첫째, 우선 집 안팎을 아주 깨끗하게 청소합니다. 음식준비 할 동안에 더러운 곳을 아주 깨끗하게 청소합니다. 구석구석 먼지도 털어내고 깨끗하게 쓸고 뒷산에 가서 깨끗한 황토를 지게로 져와서 바닥에 가지런히 깔아 놓는데 지금의 카펫을 깔아놓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잔칫집 온 식구들은 물을 따뜻하게 데워 목욕을 정성스럽게 합니다. '신목자필탄관'(新沐者必彈冠)이란 말이 있는데 <새로이 목욕한 사람은 반드시 옷이나 모자를 퉁겨 먼지를 털어낸다.>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을 정결하게 합니다.
둘째,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다치게 할 수 있는 것이나 불필요한 것들은 모두 정리합니다. 못이 삐죽 나와 있는 널빤지나, 유리 조각들을 치우고, 빨래 줄도 걷어놓고, 아이들이 손에 닿아 위험한 것들은 모두 치워놓습니다. 손님들이 와서 위험스러운 염려가 있는 것들은 모두 치우고 집안의 모든 물건들은 정리정돈을 잘해서 찾기 쉽고 보기 좋게 만듭니다. 혹시라도 잔치집 분위기를 망칠 수 있는 것은 모조리 치우고 정리하고 부정을 탈 수 있는 것은 미리 치웁니다.
셋째, 불을 밝힐 준비를 합니다. 기름을 넉넉하게 준비하고, 잔치집 분위기를 고조시킬 많은 등을 달아놓습니다. 특히 전기가 들어오지 않을 때 등은 필수사항이었습니다. 등잔불도 준비하고, 초도 많이 준비해 두고 쉽게 불을 켤 수 있는 갑으로 된 큰 성냥통도 준비합니다.
넷째, 사람들이 오손도손 모여서 음식 준비를 합니다. 음식은 구색을 맞추어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술과 식혜, 떡과 빵, 부침과 튀김, 고기와 생선, 과일과 과자, 김치와 각종 채소도 색깔과 용도에 맞추어서 여러 가지를 장만하고 잔치를 앞두고 소를 잡는 경우는 그리 많치는 않았지만 더러는 소도 잡고 돼지와, 닭도 잡습니다. 여하튼 음식을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는데 한 마을에서 양념이나 달걀, 각종 기름과 채소는 전부 부조를 하기도 합니다. 별도로 부조 돈도 준비하지만 농촌에서 쉽게 구하 수 있는 음식 준비로 부조를 했습니다. 남자들은 물도 길어오고, 솥도 걸어주고, 땔감도 준비하고, 물건도 나릅니다. 그 잔치 집 아이들은 심부름하느라고 바쁘고 힘들지만 가장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정성껏 모두 모여 준비한 잔치 날에는 예식 준비 즉 결혼식 상차림을 준비합니다. 병풍도 준비하고, 주인공들이 입을 관복과 사모관대와 원삼 족두리까지 준비합니다. 혼인식을 위해서 목기러기를 빌려오고, 잘생긴 닭도 준비하고, 꽃도 준비하고, 음식을 정성스럽게 괴어 놓습니다. 잔치 당일이 되면 모든 사람들이 각각 맡은 일을 분담해서 일사천리로 잔치를 벌입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신랑이나 주인공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모든 사람들은 동구 밖을 쳐다보고, 파수꾼이 나가서 기다리다 신랑이나 신부가 나타나면 손을 흔들면서 신호를 보냅니다.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정말 최고의 순간입니다. 그러면 풍물패가 앞장을 서고 모든 사람들이 환영하는 흥겨운 잔치가 벌어집니다.
오늘 이 잔치의 모습이 우리들의 미사 모습인듯 합니다. 말씀의 식탁에 앉으시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서, 거양성체에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잔치를 위한 준비는 옛날의 일만은 아닐 것이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그렇게 준비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생략된 것이 하나도 없으며 모든 것이 각각 의미를 아주 깊이 간직하고 있답니다. 음식의 색깔도, 종류도 각각 의미를 간직하고 있고 소홀히 할 수 없는 그 모든 것을 우리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겠습니다.
오늘이라는 후한 잔치를 베푸시고 오늘도 저희를 초대하시는 주님! 혼인잔치를 준비하는 그 모든 단계를 통하여 저희가 주님을 맞이하는 매 순간을 살피게 하소서! 저희가 당신을 맞이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을 잘 생각하고 준비하는 지혜를 허락하시어 매일 잔치를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 일깨워 주소서. 그리하여 잔치 상에 초대된 사람들이 섭섭하지 않게 아주 잔치 대접을 잘 받았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주님, 저희를 이끌어 주시고 저희도 기쁜 마음으로 참례하게 하소서. 자비의 주님!
선교사랑방 야고보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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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매 순간 준비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미사를 통해 저희에게 오시는 주님을 따뜻한 마음으로 맞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엘리님 오늘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정말 잔치 준비에 성의를 다하여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동안 주님의 잔치에 너무 성의 없이 참례하였군요.
주님을 맞기 위해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생각하고 정성으로 대하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를 도우시고 이끌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