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된 후배, 그도 나만큼 행복할까?”
[주말 에세이 3] 김명희...
“아내와 충돌하면 무조건 꼬리 내리라는 우리 남편.."
|
◇ 김명희(44).은재식(40)씨 부부 |
서른일곱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해서 남편과 8년을 부부로 함께 살았다.
결혼 전부터 공동체 생활을 해왔기에 결혼 이후 우리의 일상은 별다른 변화 없이 지속되는 듯이 보였다. 남편이 문간방에서 안방으로 짐을 옮겨오게 된 것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변화일 정도로 우리는 이미 일상의 대부분을 공유하고 있었다.
결혼 전 10년간 나는 남편의 선배였고, 선배라는 명분으로 당연한 듯 반말로 주고 존대말을 돌려받았었다.
그래서 결혼 후 한동안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아마 호칭 문제와 존대말을 쓰는 것이었던 것 같다.
하루아침에 ‘누구야!’에서 ‘누구씨!’로 부르는 것과 익숙하게 쓰던 반말 대신 존대말로 대체하는 것이 얼마나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웠던지...
하루는 사무실에 전화를 해서 남편을 바꿔달라고 해야 하는데 통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한참을 뜸을 들이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 사람 있니?” 라고 해서 상근자들이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우리가 결혼할 때 가장 당황스러워 한 사람들이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생활하던 사람들이아니었나 싶다.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던 후배랑 사무실 상근자들의 놀란 표정들이 지금도 선하다. 우리를 잘 아는 사람들일수록 우리 둘의 조합이 통 이해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남편은 지극히 합리적인 사람인데 반해 나는 지극히 정서적인 사람이라 정반대 유형으로 대비되어 왔기 때문이었다.
하긴 함께 일하면서 참 어지간히도 싸워댔다.
매번 동일한 사안을 두고 서로의 방법에 공감을 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어느 한쪽도 쉬이 포기하지 않는 강한 성격이라 둘이 의견충돌을 일으킬 때마다 후배들은 “영감 할마시 또 시작이네” 하면서 난감해하곤 했다.
그렇게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결혼을 해서 함께 살게 되었는데 의외로 우리는 크게 싸울 일 없이 무난하게 지내왔다. 아마 결혼 전 10년간 치열하게 열심히 싸워댄 결과가 아닌가 싶다. 연인이 아닌 선후배로서 동료로서 함께해온 시간들이 서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인정할 수 있도록 해준 것 같다.
그리 길지 않은 세월이지만 어느새 우리는 적당히 서로의 색깔에 물들어 있음을 보게 된다.
어떤 일들 앞에서 우리의 선택은 큰 갈등 없이 대부분 일치했고, 선택의 기준 또한 단순하고 명쾌했다.
내 입장에서 보면 결혼은 내게 안정감과 평온하고 지속적인 일상을 가져다 준 것 같다.
그런데 간혹 농담반 진담반으로 내뱉는 남편의 말에서 남편은 나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말이라는 수단을 사용하여 의견대립이 될 때 남편은 자신이 불리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자신을 표현함에 있어 적극적인데다 정확하고 정밀한 묘사를 선호하는 여자를 당해낼 재간이 없는 남자는 요즘 들어 “남자가 표현함에 있어 여자에게 우선권을 뺏기기 때문에 항상 당한다”고 불평을 한다. 그러면서도 후배들에게는 여자랑 말로 싸워서 이기려고 하는 거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면서 아내와 충돌하면 무조건 빨리 꼬리를 내리라고 충고를 한다.
|
◇ 2003년 8월 포항 호미곶에서 남편 은재식씨와 함께... |
대외적으로 강성 이미지인 남편의 이면에 숨겨진 여리고 섬세한 면을 볼 때 나는 참 즐겁다.
선물받은 상품권으로 구입한 비싼 우산을 어딘가에 두고 온 것을 안 순간 시야를 가로막는 아내의 얼굴에 혼비백산하여 정신없이 달려가 우산을 찾아온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하는 남편을 보면서 얼마나 웃었든지... 우리 형편에 다시는 만질 수 없는 고급우산이니까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당부를 하기는 했지만 그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을 줄은 짐작도 못했었다.
또 축구를 하다가 발가락을 다쳐놓고도 아내에게 혼날까봐 이야기도 못하고 있다가 한밤중에 발가락이 퉁퉁 부어올라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져서야 이야기를 할 때는 하도 어이가 없어 그냥 밤새 얼음찜질을 해주고 말아야 했다.
8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사소한 일에도 상처받는 예민하던 아내는 어느새 호랑이가 되어 있고, 어지간한 일에는 끄덕도 안하던 강성 이미지의 남편은 아내의 눈치를 볼 정도로 소심함을 보이게 됐다.
결혼 초, 나는 남편에게 “어떤 순간에 내가 상처받았다고 이야기하면 강하게 밀어붙이지 말고 나에게 양보해주고 집중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종종 나는 어떤 순간에 “나 지금 상처받았어!” 했고, 그럴 때마다 남편은 일단 하던 말을 멈추고 기다려주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날 내가 “나 지금 상처받았단 말야!” 하니까 즉각적으로 남편이 “나도 상처받았어!” 하고 외쳤다. 순간 얼마나 놀랐던지 남편과 마주보다가 둘이 정신없이 웃은 적이 있다. 남편도 상처받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생각조차 못하다니...
하지만 지금 남편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아내가 아니다. 자식이 자라면서 남편도 아내도 자식이 가장 무섭다. 자식이 무서워서 함부로 언성을 높이지도 못하고, 자식이 무서워서 거짓말도 못한다. 자식으로 인해 부부는 성장하고 비로소 완전한 조화를 이루어가는 것 같다.
8년의 부부생활이 우리를 이렇게 변하게 했는데, 자식이 결혼할 때쯤이면 우리는 또 얼마나 변해있을까.
부디 그냥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나이만큼 성숙한 부부가 되어 있기를 희망한다.
김명희(대안가정운동본부 사무국장)
김명희씨는, 4살 아래 후배인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과 부부로 살고 있습니다.
이들 부부는 1995년부터 아이들을 입양해 [해뜨는 집]이란 이름의 '대안가정'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해뜨는 집] http://www.sunrisehome.org / 대안가정운동본부 053-628-2592)
........................................
결혼에 대하여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국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깍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깎아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며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먹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 하지 않고 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은 전깃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책갈피 속에 노란 은행잎 한 장쯤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오면 땅의 벌레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속삭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며
결혼도 때로는 외로운 것이다
- 정 호 승 -
......................................
"저는 학생들에게 애인 고르는 법을 가끔 이야기합니다.
어떤 사람을 선택할 것인가?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옛날 이야기입니다만 저의 어머니께서
괜히 옆집 며느리 선보는 곳에 따라가서는 그 여자를 들이지말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그 이유를 물어 본 적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그 여자는 잘 못 기르게 생겼다는
것이 이유였어요. 그러니까 새색시로 보는 게 아니라 애기엄마의 위치에다 놓고 보는 것이었어요.
몇년 후쯤에다 그 처녀를 세워 놓고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러한 여자는 나중에 며느리도 잘못 거느리는 시어머니가 된다는 것이었어요.
정확한 판단인지 아닌지는 고사하고라도 어쨌든 삼사십년 후의 모습을 미리 보는 셈이지요.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신부 입장할 때 쪽 팔릴까,
신혼여행 때 남들이 어떻게 볼까하는 시각과는 시간대(時間帶)의 길이가 판이한 것이지요.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인간을 인간적 품성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이제 찾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도 썼습니다만 제가 참 좋아하는 구절이기 때문에 소개하려고 합니다.
제가 읽었던 영문시나리오에 나오는 대사이기 때문에 영어로 소개합니다.
"왜 당신이 그 남자하고 결혼을 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앤이라는 여자의 답변입니다.
그와 결혼한 이유는 "Because I could be a better person with him"이었어요.
그 남자와 같이 살아간다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입니다.
나를 편안하게 해주고 능력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지요.
그 "Because I could be a better person with him(혹은 her)"이
서로의 성장을 돕는 두분의 모습에서 발견되는 듯합니다. "
- 신영복 선생님 강연 중에서 -
: 가을이 되니 저도 결혼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가을이어서 결혼하고 싶다는 것은 적절한 이유가 아닌 것 같습니다.
대상도 없는데 결혼부터 생각하는 것은 부질없는 저의 욕심인 것 같습니다.
혹자는 함께 만나는 것과 함께 산다는 것은 다르다 하던데...
출근하는 아내의 신발을 들고 기도하시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는
저는 혹여나 아내의 신발을 들고 '아내의 발을 편하게 해줄래, 아님 나한테 혼날래?'하고
얄궂게 혼내지는 않을런지...
벌써 김치국부터 마시며 상상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지만
부부의 인연이란...
지금의 자신은 먼저 한없이 부러운 마음만 일어납니다. ^^
첫댓글 김명희 선생님, 은재식 선생님~ 행복하게 살아가시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합니다.
사랑하는 진원아~ 좋은 짝을 만나기를 빈다. 진원이의 영혼을 위해서도 기도한다. 네 영혼이 잘됨 같이 네가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간구한다.
사랑하는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도 늘 건강하시고 매사에 사랑 충만하고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진원이 색시는 좋겠다. ^ ^ 진원이는 아내를 잘 아껴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될거야
왜 당신이 그 남자하고 결혼을 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앤이라는 여자의 답변입니다.
그와 결혼한 이유는 "Because I could be a better person with him"이었어요.
그 남자와 같이 살아간다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입니다.
나를 편안하게 해주고 능력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지요.
그 "Because I could be a better person with him(혹은 her)"이
서로의 성장을 돕는 두분의 모습에서 발견되는 듯합니다.
글 읽고 사랑하는 사람을 귀하게 대하는 지혜를 배웁니다.
머지않아 만나게 될 사람을 기다리며, 다듬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