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부흥, 세속주의, 아드 폰테스ad fontes
문예부흥, 세속주의, 아드 폰테스ad fontes
성경聖經(구약 39권, 신약 27권)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라는 쟁점은 중세 기독교에서 사소한 문제가 아니었다. 교회 내부에서 정확히 누가 이런 권위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중요한 논쟁들이 벌어졌다. 비록 세부 사항에서는 때로 흐릿한 점이 있었지만 교회가 진리로 인도하는 거룩한 안내자라는 일반 원리는 견고하게 수립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인문주의humanism(프랑스어 유머니슴humanisme, 독일어 후마니스무스humanismus)의 등장으로 사람들이 성경에 새로운 관심을 보이게 되면서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인문주의라는 용어는 오해하기 쉽다. 21세기에 이 말은 종종 무신론無神論이나 종교나 신학과는 관계없이 인간개량人間改良의 가능성을 주창한 세속주의secularism와 같은 것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거나 신神을 믿는 믿음을 배척하는, 아니면 적어도 신을 언급하지 않는 세계관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이 말이 지금과 아주 다른 의미를 함축하고 있었다.
르네상스는 문예부흥이 두드러진 시대였다. 14세기에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문예부흥은 점차 유럽의 많은 지역들로 확산되었고, 1500년대에는 그 영향력이 정점에 이르렀다. 문예부흥의 중심 주제는 과거의 문화유산, 그중에서도 특히 고대 희랍 및 로마의 유산과 창조적으로 교감함으로써 오늘의 문화를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인문주의는 르네상스의 밑바탕을 이루는 세계관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인문주의는 유려하고 탁월한 교양의 추구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추구는 그런 교양의 가장 훌륭한 본보기들이 로마와 아테네의 고전 문명 안에 자리 잡고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인문주의의 기본 방법은 원천源泉으로 돌아가자 곧 아드 폰테스ad fontes라는 라틴어 표어로 집약할 수 있다. 강물은 그 근원이 가장 깨끗하다. 인문주의자들은 고전시대의 샘물을 폐부 깊이 들이마심으로써 현재가 새롭게 되고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중세를 건너뛰어 곧바로 고대 희랍과 로마로 가자고 주장했다.
중세the Middle Ages라는 인상적 표현도 사실은 고대 세계의 영광과 그 영광을 새롭게 되살리고 있는 르네상스 사이에 끼어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이 역사의 간주곡을 폄하하려고 인문주의자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효과들은 놀랍도록 다양한 차원에서 목격할 수 있다.
고전 건축 양식들이 당대를 주름잡던 고딕양식보다 선호되었다. 키케로와 우아한 라틴어 문체가 스콜라 저술가들의 딱딱하고 세련되지 못한 라틴어를 대체했다. 대학교에서는 로마법과 희랍 철학을 열심히 연구했다. 이 모든 경우에 동일한 기본 원리가 작동하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서구 문화가 지치고 쇠락하여 나아갈 방향마저 잃게 되었을 때, 서구 문화의 원천은 이런 서구 문화를 되살리고 그 문화가 나아갈 방향을 다시금 일러줄 능력을 갖고 있었다.
[출처] 문예부흥, 세속주의, 아드 폰테스ad fontes|작성자 문화메신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