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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실제 범죄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허구를 가미해 재구성했습니다."
에피소드 8. [대통령 친조카 살인사건 - ⑩]
S# 48. 연변국제무역빌딩 607호. 김철웅 사장의 사무실.
정진욱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서 김철웅 사장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정진욱 (들뜬 목소리로)
이번에 큰 신세 졌습니다. 사장님.
김철웅 (손사래를 치며)
아이고,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과장님과 저 사이에 그런 말씀은 합당치 않습니다.
정진욱 아닙니다.
이번에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중국 전승절 70주년 기념식에 북한 대표로 참석한다는 첩보를
김 사장님이 미리 주셔서 저희가 주석 의전실에 손을 써서
천안문 기념식장에서 최룡해 비서의 자리를
VIP석 맨 끝으로 밀어 버릴 수 있었습니다.
(흥분된 목소리로)
대통령님이 우리 국정원장을 따로 불러서 칭찬까지 하셨다고 해요.
정말 감사합니다.
김철웅 아이구, 아이구.
대통령님께서요?
과장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제가 오히려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정진욱 이번에 윗분들도 저희 동북3성 支部의
정확한 정보 수집, 적절한 작전과 신속한 대처에 칭찬이 자자합니다.
어제 지부장님이 국정원장님의 호출을 받아서 서울에 가셨습니다.
김철웅 (상체를 앞으로 당기며)
그렇습니까?
그런 경사스러운 일이
우리 정 과장님에게도 혹시 좋은 일이 생기겠네요?
정진욱 (웃음을 주체 못하며)
하하하. 모르겠습니다.
이번 작전으로 어쨌든 간에
북ㆍ중관계가 더욱 소원해졌으니깐요.
김철웅 정 과장님이 고생하셨죠.
저야 정 과장님만 믿고서 옆에서 도울 뿐이고.
정진욱 지난 2013년,
'중국통'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처형되면서
북ㆍ중, 두 나라 사이의 고위급 교류는 사실상 단절됐었고
이번에 확실히 마지막 희미한 명줄을 끊을 수 있었습니다.
이게 다 김 사장님의 노고입니다.
김철웅 사실 제가 그 첩보를 얻기 위해서
노동당에 있는 이OO 부부장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정진욱을 응시하며)
집 한 채 값에 해당하는 뇌물을 찔러주긴 했습니다.
정진욱 제가 듣기로
김 사장님도 경사스러운 일이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
김철웅 부끄럽습니다.
요번에 아!
과장님도 북경에 저번에 저랑 가신 적이 있으시죠?
정진욱 예? 어디를?
김철웅 왜 양꼬치구이점 말씀입니다.
풍무 양꼬치구이점!
정진욱 (고개를 끄덕이며)
아~ 예 예 기억합니다.
정말 맛이 있었는데.
북경과 상하이를 비롯해서 100여 곳의 직영점이 있는
김철웅 네. 맞습니다.
그 장첸 회장님이 저에게
풍무 양꼬치구이 한국 사업권을 저렴한 가격에 주셔서
일산 좋은 위치에 임대계약도 이미 마친 상태입니다.
정진욱 예? 그러세요.
정말 잘 됐네요.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김철웅 (정진욱의 눈을 주시하며)
사실은….
과장님도 아시잖습니까?
서울 부동산 가격이 좀 비싸야죠.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정진욱 예. 주저하지 마시고 말씀하세요.
김철웅 식당 인테리어 비용을 국정원에서 협찬해 주셨으면….
상가 임대계약금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예산을 초과해서
정진욱 (김 사장의 눈빛을 피해 탁자에 놓인 찻잔을 든다)
아~
S# 49. 무역회사로 위장한 국정원 동북3성 支部.
정진욱이 상관 곽 상무의 책상 앞에 서서 결재를 받는 중이다.
정진욱 상무님.
전년도 북한의 대중국 광물자원 수출 관련 동향 보고서입니다.
곽 상무 김철웅하고 크로스 체킹 했어?
정진욱 예. 거의 모든 품목의 수치들이 일치하거나 근접한 숫자가 나왔습니다.
곽 상무 정 과장.
요즘 김철웅 사장으로부터 동향보고는 어때?
정진욱 수시로 만나서 업무협조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곽 상무가 서류를 보며
곽 상무 북한의 광물자원 수출액이 계속 느는데?
아니, 대북제재를 하고 있는데도 이러네.
정진욱 非 광물자원은
2010년 약 9억 달러에서 2015년 약 16억달러로 7억여 달러 증가한 데 비해
광물자원의 수출액은
2015년에 2010년에 비해 약 13억 달러 증가하였습니다.
곽 상무 북한 대외수출 상승세의 상당 부분이 광물자원 수출에서 이뤄지지.
정진욱 예. 맞습니다.
2006년 일본의 전면적 제재조치와 한국의 2010년 5⋅24 대북제재조치 이후
무역 상대국이 중국만 남게 된 2011년부터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곽 상무 북한의 대중국 광물자원 수출만 막아도
북한을 옥죌 수 있는데 말이야.
정진욱 예.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2011년 65.1%의 비중으로 정점을 찍은 후
조금씩 점유율이 하락하는 추세라는 것입니다.
곽 상무 여기 보니깐,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에 광물자원 수출비중이 52.4%야.
절반 이상이라고.
수입하는 지방 정부에 대해 조치를 좀 강구하라고.
정진욱 예. 그렇지 않아도 지난 달 중순에
본사에서 지침이 하달돼서
북한산 광물자원을 주로 수입하는
주요 5개성의 成長과 담당관들을 상대로 작업 중입니다.
곽 상무 어디 어디?
정진욱 예. 주타깃은 절대량을 수입하는 랴오닝성과 지린성이고
무연탄과 철광석을 서해를 통해 수입하는
산둥성, 허베이성, 장쑤성도 작업 중입니다.
곽 상무 이 자식들은 핵 개발만 포기 해도
경제 전문가들 취업 걱정을 안 할 텐데.
정진욱 북한의 대외선전용 사이트인 ‘내나라’에
올라온 ‘특수경제지대’ 개발전문가를 양성 내용 말씀이시죠?
곽 상무 응. 아니, 중요한 사업 목표 중 하나라고 밝히면서
특수경제지대의 개발을 여전히 시도 중이라는데
유엔 제재로 누가 어느 나라 기업들이 입주하겠어?
들어 가서
북한의 대외홍보용 잡지 ‘금수강산’도
‘대외투자관계의 확대발전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시리즈로 글을 올리고
지난 달에도 비슷한 글을 본 것 같은 데
정진욱 맞습니다. 두 달째 연재 중입니다.
외자투자 유치를 하기 위해 혈안입니다.
곽 상무가 결재서류를 정진욱에게 주며
곽 상무 이번 ‘전승절件’도 김철웅이가 애써 도와줬네?
정진욱 예. 대단한 친구입니다.
특이사항은 아니고,
이번에 한국 일산에 양꼬치구이 전문식당을 오픈 한다고
곽 상무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래. 잘 된 건지 모르겠네.
그 식당 설립의 법률자문을 해주기로 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
정진욱이 곽 상무를 그냥 멀뚱이 서서 바라본다.
곽 상무 민변의 박용민 변호사야.
정진욱 민변의 박 변호사가요?
왜요?
특별히 도와줘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곽 상무 당연히 있지.
혹시, 7년 전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이라고 알지?
자기가 들어오기 전이지 아마.
그 사건으로 국정원장이 날아가고
제1차장에서부터 5명의 요원이 구속된 사건.
정진욱 예. 연수교육 받을 때
국정원의 치욕적인 작전 실패 사례로 교육 받았습니다.
곽 상무 그렇지.
(담배에 불을 붙여 한 모금 깊게 들이 마신다)
병신새끼들이 일 처리 하나 제대로 못 하고서
허기사 그 덕에 내가 승진해서 이 자리에 오긴 했지만서도.
우리 같은 신분의 사람들은
성공하면 똔똔이 이고 실패하면 죽음 아니면 감옥이야
뭐랄까?
死線과 교도소 담벼락을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다고 할까?
후~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는다)
곽 상무 다시 유우성 간첩조작사건으로 돌아가서
국정원이 재판부에 제출한 위조서류.
나중에 허룽시 공안국이 선양주재 총영사관에 보낸 것이 허위로 들어난
위조된 유우성의 출입국기록서류 말이야.
그 서류를 국정원에 알선해준 게 누군지 알아?
김철웅이야.
정진욱 (화들짝 놀라며)
김 사장이요?
곽 상무 그리고, 민변에 그 위조 사실을 알려준 게
또 김철웅이고
정진욱 (눈이 휘둥그래지며 또다시 화들짝 놀란다)
예?
그래서 이번에 박 변호사가
김철웅이가 오픈 하는 식당의 법률지원을 무료로 해주는 거군요?
곽 상무 빙고.
그런 업자들은 무슨 일을 해주면
상대방에게 청구서를 반드시 들이 밀어.
마진을 정확히 붙여서.
곽 상무가 담배를 비벼 끄고서.
곽 상무 진욱아.
김철웅이 같은 놈은 양날의 검이야.
그것도 날이 바짝 선.
그런데 그 칼은 눈이 없어.
피아식별을 안 해. 일부러 안 하는 건지도
너가 그 칼을 잘못 쓰잖아?
너의 목덜미를 실수로 보이잖아?
그러면 그 칼은 너의 목덜미도 그냥 베어 버려
알았어?
정진욱이 대답을 안 하고, 쭈뼛 쭈뼛 거리며 말을 망설인다
곽 상무 (진욱을 의아하게 쳐다보며)
왜?
뭐 할 얘기가 더 남았어?
정진욱 아니, 상무님.
상무님이 방금 말씀하신 그 청구서….
곽 상무 (큰 소리로) 뭐?
김철웅이 벌써 너에게 청구서를 내밀었단 말이야?
정진욱 예.
양꼬치구이 식당에 인테리어 공사비용을
국정원에서 협찬해 줄 수 없냐고. 어제 저에게
곽 상무 능구렁이 같은 새끼.
(잠시 고민한다)
알았어. 위에 보고하고서 특활비로 집행해 줘야지.
숙제를 잘한 아이에게는 상을 주는 게 동서고금의 관례이니깐.
대신 옵션을 걸어.
정진욱 옵션이요?
어떤?
곽 상무 그 일산 풍무 양꼬치구이점을 우리 安家로 쓰는 조건으로
오케이?
정진욱 예. 알겠습니다.
곽 상무 (자리에서 일어나며)
밥이나 먹으러 가자.
오늘은 너가 사라.
중요한 인생교훈을 나한테 개인교습 받았으니깐.
하하하.
정진욱 예.
곽 상무 박 마담이 횟감이 좋은 게 들어 왔다고 하던데.
정진욱 나는 열심히 휴민트들을 관리하고 임무를 수행하면서
윗분들의 신임을 얻기 시작했어.
하지만, 그게 화근이었던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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