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 21:1]
이스라엘 사람들이 미스바에서 맹세하여 이르기를 우리 중에 누구든지 딸을 베냐민 사람에게 아내로 주지 아니하리라 하였더라.."
미스바에서 맹세하여 - 본절은 5절과 더불어 앞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미스바 총회에서 맹세하여 가결하였던 사항들 중에서 미처 밝히지 않았던 사항을 회상하여 기록함으로써 본장에 기록된 사건의 배경을 나타내고 있다. 그것은 곧 베냐민 지파와의 싸움에 임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혈기에 사로잡혀 하나님의 뜻을 묻지도 않고 맹세하였던 두 가지 사항이다.
첫째는 자기 딸을 베냐민 자손에게 아내로 주지 않겠다는 것과, 둘째는 온 이스라엘 지파 중에서 미스바 총회에 참석치 아니한 자들은 반드시 죽이겠다는 것 등이다. 결국 전쟁이 끝난 후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 앞에서 이 두 맹세를 이행치 않을 수 없었는데 이로써 또 다른 살상과 무모한 납치극이 벌어진다.. 딸을 베냐민 사람에게 아내로 주지 아니하리라 -
전통적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방인과의 결혼을 금기시하여 왔었다. 그리고 그것은 가나안 원주민과 관련해서 특별히 하나님께서 요구하신 사항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스라엘 자손이 미스바 총회에서 본절과 같은 맹세를 하였다는 것은 곧 그들이 베냐민 지파를 가나안 이방인들과 동등히 취급함으로써 이스라엘 사회에서 축출하려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삿 21:2]"백성이 벧엘에 이르러 거기서 저녁까지 하나님 앞에 앉아서 대성 통곡하여..."
벧엘에 이르러...대성 통곡하여 - 여기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벧엘에 이르렀다'는 것은 그들이 베냐민 지파와의 전쟁을 마친 후 다시금 하나님의 언약궤와 대제사장 비느하스가 있는 벧엘로 되돌아온 것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베냐민 지파와의 싸움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지만 전쟁의 열기가 가시면서 미스바에서 한 그들의 처음 맹세에 따르면 그들은 위대한 성전을 훌륭히 수행한 셈이다.
그러나 결과는 하나님께서 세우신 열 두 지파 중에 한 지파가 거의 멸종 위기에 닥치게 되므로서 언약 백성으로서의 구성 요건이 상실되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백성들은 이 문제를 긴급히 해결하여야 했는데 이미 저들이 하나님 앞에서 행한 맹세로 인해 해결책이 없자 대성 통곡하며 하나님 앞에서 장탄식을 늘어놓고 만다.
[삿 21:3]"가로되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여 오늘날 이스라엘 중에 어찌하여 한 지파가 이즈러졌나이까 하더니..."
어찌하여 한 지파가 이즈러졌나이까 - 이스라엘 백성들이 12지파로 존속할 수 없게 된 것이 마치 하나님의 탓인 양 하나님께 원망하는 장면이다. 아무튼 이스라엘 12지파의 존속은 하나님의 언약 백성이라는 입장에서 필수적인 전제였다. 즉 언약 공동체 중 한 지파가 빠진다는 것은 언약 백성으로서의 성립 요건을 결여한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베냐민 지파의 멸절은 이스라엘 공동체의 한 지파의 몰락이 아니라 그 공동체 전체의 사활에 관계된 심각한 문제였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베냐민 지파의 멸절 위기에 대하여 이렇게 거국적으로 노심 초사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삿 21:4]"이튿날에 백성이 일찌기 일어나서 거기 한 단을 쌓고 번제와 화목제를 드렸더라..."
거기 한 단을 쌓고 - 당시 벧엘에는 이미 제단이 세워져 있었기 때문에.. 본절에서 그들이 또 제단을 쌓았다는 것은 어쩐지 이상하게 보인다. 그러나 통상적인 이스라엘의 관습에 따르면 이에 대한 설명도 가능해진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무분별하게 함부로 아무 곳에서나 제단을 쌓지는 않으며 반드시 신의 현현이 있는 곳에서만 단을 쌓는 것을 관습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민족적인 위기를 직면했거나 축제 등을 치룰 때에도 단을 쌓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특히 전쟁 전이나 후에 단을 쌓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본절에서도 이스라엘 자손들은 전쟁을 마친 후 재기된 민족적 과제를 놓고서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하나님 앞에 새롭게 단을 쌓았을 것이다..
[삿 21:5] "이스라엘 자손이 가로되 이스라엘 온 지파 중에 총회와 함께하여 여호와 앞에 올라오지 아니한 자가 누구뇨 하니 이는 그들이 크게 맹세하기를 미스바에 와서 여호와 앞에 이르지 아니하는 자는 반드시 죽일 것이라 하였음이라..."
여호와 앞에 올라오지 아니한 자가 누구뇨 - 본절로 보아 이스라엘 백성들은 베냐민 지파의 멸절 위기를 타개할 방도를 모색하던 중 일전에 그들이 미스바 총회에서 맹세하였던 중 일전에 그들이 미스바 총회에서 맹세하였던 사항을 기억하게 된 듯하다. 그것은 곧 기브아 거민을 응징하기 위해 모인 미스바 총회에 참석치 아니한 이스라엘 자손들은 반드시 죽이겠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제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사실을 새롭게 확인하여 불참자들의 성읍을 친 후 그곳 처녀들을 사로잡아 베냐민 자손에게 줄 계획(12절)을 수립하였을 것이다. 크게 맹세하기를...하였음이라 - 여기서 '크게 맹세하였다'는 것은 불이행의 경우에는 죽임을 당하게 될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처럼 맹세한 데에는 다음과 같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1) 긍정적인 면 : 언약 공동체로서의 이스라엘을 온전케 하는 일에 발뺌한 자들을 응징하는 것은 마땅하다. 왜냐하면 그러한 발뺌자들은 소극적이나마 기브아 사람들의 죄악을 묵인한 셈이니 어떤 의미에서 적극적으로 범행에 동조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2) 부정적인 면 : 이스라엘 자손들이 하나님의 공의를 실현하는 순수한 동기에서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을 응징하지 않고 베냐민 지파의 멸절 위기를 타개하는 타개책으로 그들을 응징하였다는 점이다.
[삿 21:6]"이스라엘 자손이 그 형제 베냐민을 위하여 뉘우쳐 가로되 오늘날이스라엘 중에 한 지파가 끊쳤도다..."
베냐민을 위하여 뉘우쳐 가로되 - 여기서 '뉘우쳐'에 해당하는 '나함'은 '한숨 쉬다', 호의적으로 '동정심을 갖다', 소극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다' 등의 뜻이다. 따라서 이는 적극적인 의미의 회개와는 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이스라엘 백성들은 베냐민 지파가 멸절하게 된 그 현상 자체에 대해서만 안타까와하였을 뿐 그에 대한 책임이 자신들에게도 있다는 연대 의식을 느끼고 회개하는 자리에까지는 이르지 못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