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여행 기억은 때로는 선명하고, 어떤 때는 금방 휘발해버리는 것 같습니다.
치기 어릴 때는 사진이니, 기록이니 하는 것은 멋이 없고, 현지의 감성을 제대로 느끼는 것이 여행의
참맛이라고 생각하여 사진을 찍거나 어디에 저장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왠지 시간이 지날수록 지난 여행들이 기억나지 않는 것이 섭섭하더라고요.
그런 의미로 한번 쭉 정리해보겠습니다.
사실 뭐 대단한걸 보고 온건 아니고... 대개 먹기만 해서리;
1일차: 12/26
인천공항에서 8시 30분 발 땅콩항공을 타는 일정이었습니다.
당초에는 일행 모두가 6시 30분에 모이는 것이었으나 너무 이른 듯하여 6시 50분에 모였습니다.
그런데 인천공항은 사람이 바글거리더군요. 해외여행 인파를 실감하였습니다.
부탁받은 면세품 구입, 담배, 선물 등을 사려니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정신없이 비행기를 타고 상해에 내렸더니 상해는 날씨가 화창하고, 그리 춥지도 않았습니다.
이르긴 해도 호텔에 짐을 맡기기 위해 직행했습니다.
묵었던 곳은 kingswell 호텔로, 이번 출장에서의 방문지인 통지(同濟)대학교에서 운영하는 호텔인 것 같았습니다.
출장자가 6명이라고 하니 통 크게도(!) 방을 6개 준비하였다고 해서 들어가보았더니 모든 방이 더블베드였습니다.
대륙의 기상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재미있게도, 이 호텔은 투숙 첫 날의 미니바(냉장고)가 무료였습니다.
생수 2개, 콜라, 사이다, 칭다오 맥주가 각기 1캔씩 있었고, 비스킷도 들어있었습니다.
단, 함정카드로 냉장고 위에 와인이 있었는데 이건 공짜는 아니라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여행이라고는 해도 사실 업무상 출장이었기 때문에 짐만 내려놓고 곧바로 식사장소로 이동하였습니다.
식사는 호텔 부근의 당나라(唐朝) 식당에서 했습니다.
* 상하이 현지 친구(중국인)의 말로, 한(漢)은 너무 올드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중국풍' 이라는 표현을 할 때는
당(唐)자를 쓴다고 하더군요.
통지대학교 사회학과와의 업무였기 때문에 학장과 교수 1명이 나와서 식사를 사주었습니다.
상하이 현지 전통식단 위주로 주문을 해주었다고 하였는데, 향이 강하거나, 너무 기름지지 않고 먹기엔 좋았습니다.
상하이 식사의 코스는 차가운 것 - 뜨거운 것 - 국물요리 및 주식류(면, 밥 혹은 만두류) 순으로 서빙됩니다.
이 채소는 이름을 들었는데 잊어버렸군요.
중국 술(백주, 白酒)로 찐 채소로, 채소에서 술향기가 은은하게 났습니다.
먹기에도 좋았습니다.
가짓수가 너무 많아 일일이 다 기억하지는 못합니다.
기본적으로 채소가 많았는데, 아마 한국 사람들을 위해 특별이 주문한 것이라고 설명한 것 같습니다.
소화에도 좋고, 향이 너무 강하지 않아서겠지요.
사진 중간쯤에 쇠 통에 담긴 것은 생선 튀김(으로추정)이었는데,
짜면서도 살짝 달았습니다.
연근에 찹쌀을 채워넣은 음식도 약간 달았고요.
대체로 상하이 음식의 간은 달거나, 짠 듯하였습니다.
너무 많이 시켜주었고, 또 우리가 다 먹지 못하여 좀 민망하였습니다만,
중국에서는 음식을 남겨주는 것이 예의라고 하니 다행이라고 여겼습니다.
이 요리는 특별히 언급할 가치가 있을 것 같네요.
웹툰 차이니즈 봉봉클럽에서 언급되었던 음식과 비슷했습니다.
(해당 편 :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er/9645)
위 음식을 '김치찌개'와 비슷하다고 말하였는데, 맛을 보니 묵은지 김치찌개 맛이 나더군요.
그렇다고 쉰 김치처럼 신맛이 너무 자극적이지는 않았고, 흰살생선과 잘 어울렸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특강을 위해 통지대학교로 이동하였습니다.
통지대학교는 캠퍼스가 여럿 있다고 들었는데 다른 캠퍼스는 가보지 않았습니다.
여기가 가장 오래된 캠퍼스인 것 같습니다.
나중에 듣기로는, 중일전쟁기간동안 통지대 역시 사천성으로 피난을 갔었다고 하는군요.
정문을 들어서자 중국 최고의 영웅인 마오 동지가 우리를 환영해주고 있었습니다.
비록 프로파간다용이기는 하지만 제법 볼만한 석상이었습니다.
앞의 꽃다발은 학교에서 매일 놓는 것인지는 궁금하였습니다만, 물어보지는 않았네요.
캠퍼스 내부에 있는 나무의 밑둥이 모두 하얀데, 이는 벌레를 막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바른 것이 페인트인제 약재인지는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도로변에 이런 나무들이 주루룩 있는 것을 보니 밤에 야광 표시등 같기도 한데,
뭐 일석이조라고 그런 의미도 있는거 아닌가 했습니다만, 진실은 저 너머에...
특강을 하고 식사장소로 이동하였습니다.
원, 이거 먹는 이야기 밖에 없군요.
거리 풍경입니다.
이 부근은 오래된 건물이 많아서 분위기가 독특했습니다.
상해 시는 구도심 지역의 상당 부분에 재개발 및 고도제한을 걸어버렸습니다.
따라서 옛 모습이 제법 잘 보존되어 있는데, 상당히 인상 깊은 거리가 많았습니다.
첫날 저녁은
点石斋小宴(Dian Shi Zhai) No. 320, Yongjia Road, Xuhui District, Shanghai.
에서 먹었습니다.
여기는 상당히 유명한 가게라고 하였는데, 가게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식당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아마 3~4층 정도였던 것 같은데, 층마다 방이 2개 정도 있고, 각 방은 최대 20명 정도까지 수용이 가능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오래된 건물을 그대로 쓰는 것 같습니다.
여기 역시 사하이 전통식으로 유명한 곳이었기 때문인지, 점심때와 비슷한 레퍼토리의 요리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음식 사진이 별로 없군요.
또, 다음날에는 제가 세미나에서 발표를 해야 했기 때문이어서 제가 긴장한 탓도 있습니다.
이렇게 상하이 첫 날이 저물었습니다.
첫날은 되새겨 보니 먹는 것 밖에 안했네요.
2일차 저녁은 몹시 특별한 곳에서 먹었습니다.
VIP들을 위한 프라이빗 클럽이었는데, 간판도 없더군요.
그 이야기는 좀 더 정리한 뒤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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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게시판에 올릴 생각을 못했네요.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상하이.... 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