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는 강한 손과 뻗은 팔로, 큰 공포와 표징과 기적으로 저희를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셨습니다. 그리고 저희를 이곳으로 데리고 오시어 저희에게 이 땅, 곧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주셨습니다. 주님, 그래서 이제 저희가 주님께서 저희에게 주신 땅에서 거둔 수확의 맏물을 가져왔습니다. 그런 다음에 너희는 그것을 주 너희 하느님 앞에 놓고, 주 너희 하느님께 경배드려야 한다." (8-10)
신명기 26장 8절은 이스라엘의 출애굽이 그들의 힘으로 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전능하신 초자연적 역사로 가능했음을 다섯 가지 표현을 사용하여 강조하고 있다.
'강한 손', '뻗은 팔', '큰 공포', '표징', '기적' 과 같은 생생한 표현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의 역사 (役事)에 큰 감동을 받았음을 잘 보여준다.
한편, 신명기 26장 8절에서 '공포'로 번역된 '베모라'(bemora)는 '~로써'라는 의미를 가진 수단의 전치사 '뻬'(be)와 '두려워하다'란 의미의 '야라'(yara)동사에서 파생한 명사 '모라'(mora)가 합하여진 말이다. 따라서 본문을 다시 번역하면, '그리고 큰 두려움으로써' 라고 할 수 있다.
이 단어는 본문에서 하느님의 표징과 기적과 대등한 표현으로 소개되어 있으며, 또한 이 단어가 모세가 이집트에서 행한 표징에 대해서도 사용된 것을 볼 때에도, 두려움을 일으킬 만한 하느님의 주권적인 행사나 표징들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신명34,12).
'저희를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셨습니다.'
여기서 '저희를 ~이끌어 내셨습니다'로 번역된 '와요치에누'(wayotsienu)는 '와우'(wau) 접속사와 '밖으로 나가다' 란 의미를 가진 '야차'(yatsa)동사의 사역형 미완료에 1인칭 복수 접미어가 합하여진 말이다.
따라서 다시 번역하면 '그리고 그가 저희를(우리를) 밖으로 나가게 하였다'로 할 수 있다. 그러니까 하느님의 인도하심은 당신 백성을 세상의 노예된 상태에서 밖으로 끌어내어 당신에게로 향하게 하시는 것이다.
이처럼 하느님의 구원은 과거에 머물던 세상과 현재의 세상을 뚜렷이 분리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로 하여금 과거에 지녔던 옛 모습에 대한 집착이나 미련을 버리고 하느님께서 인도해주신 새로운 세상에서 새 모습을 입고 구원된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낳게 한다.
'그리고 저희를 이곳을 데리고 오시어'
여기서 '그리고 저희를 ~ 데리고 오시어'로 번역된 '와예비에누'(wayebienu)는 '와우'(wau) 접속사와 '오다'는 의미인 '뽀'(bo)의 사역형 미완료에 3인칭 단수 주격 접미어 및 1인칭 복수 목적격 접미어가 합하여진 말이다. 이것을 번역하면 '그리고 그가 저희를(우리를) 오게 하였다' 이다.
여기서 '와우' 계속법이 의미하는 것은 신명기 26장 8절에서 하느님께서 표징과 기적과 큰 공포와 강한 구원의 역사로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집트로부터 밖으로 끌어낸 목적이 결국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오게 하려는 것이었음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새 성경은 신명기 26장 8절과 9절에 사용된 주동사를 '이끌어 내셨습니다' 와 '데리고 오시어'로 번역 했는데, 원문도 '밖으로 나오게 하다'와 '오게하다' 란 구별된 단어를 사용하여 분명한 의지를 드러낸다. 즉 하느님께서 행하신 구원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 목적을 확연히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주님, 그래서 이제 저희가 주님께서 저희에게 주신 땅에서 거둔 수확의 맏물을 가져왔습니다'
'이제'로 번역된 '앗타'(atha)란 말 뒤에는 '보라'는 의미를 가지는 '힌네'(hinne)가 따라나왔다. 따라서 '앗타 힌네'(atha hinne)는 '이제 보십시오'로 번역할 수 있다. 이것은 주님께 경배드리는 사람이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고 계시는 하느님의 시선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저희가 ~ 가져왔습니다'로 번역된 '헤베티'(hebethi)는 '오다'라는 뜻의 '뽀'(bo) 동사의 사역형 완료 1인칭으로서, 문자적으로는 '내가 인도하였나이다' 이다. 이 동사 '헤베티'의 어근은 신명기 26장 9절에서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약속의 땅으로 오게 할 때 사용된 단어 '와예비에누'(wayebienu)의 어근과 동일하다.
이것을 볼 때 이스라엘 백성들이 첫 열매(수확의 맏물)을 하느님 대전에 가져오는 것은 하느님께서 그들을 이집트 땅에서 구원하신 것과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인도해 주신 은혜를 철저하게 기억하며, 감사드리는 가운데 보답하는 성실한 반응이다.
'그런 다음에 너희는 그것을 주 너희 하느님 앞에 놓고, 주 너희 하느님께 경배드려야 한다.'
'너희는 ~경배드려야 한다'로 번역된 '웨히솃타하위타'(wehishethahawitha)에서 원형은 '구푸리다'는 의미의 '샤하'(shaha)이지만, 본문에서는 '샤하'(shaha)의 재귀형 완료 2인칭으로 쓰였으므로, '너는 스스로 몸을 엎드려야 한다'로 번역할 수 있다.
이 동사의 실례를 살펴보면, 약자가 자신보다 강한 자 앞에서 스스로 엎드리는 문맥에서 사용되거나 (창세37,9; 1사무24,8; 2사무9,8), 사람이 하느님 혹은 다른 신에게 경배하는 문맥에서 주로 사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여호23,16; 1열왕9,6; 2열왕5,18; 19,37).
경배는 상대의 주권적 명령에 대하여 철저히 순종하며, 그 앞에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느님 대전에 이와 같은 자세를 가지는 것은 하느님의 주권 앞에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스스로를 낮추어, 상대적으로 하느님을 높이는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경배가 수확의 맏물(첫 열매)을 드리는 것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서의 경배는 특별히 그 열매를 하느님께 드린 것이, 자신의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혜와 능력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온전히 인정하는 것이다.
출처: 피앗사랑 글쓴이: rig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