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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내용은 1부에서 영혜가 육식
을 거부하면서 남편부터 언니를 비
릇한 온 집안 식구들이 난리를 치는
장면이 줄거리입니다. 2부에서는 영
혜와 비디오 아티스트인 형부와의 육체적 행위가 몽고반점을 키워드로
진행이 되고, 3부는 영혜가 정신병
원에 입원해서 나무가 되려고 하다
가 끝내는 죽어간다는 내용입니다.
장편「채식주의자」에서 2부의 <몽고반점>과 3부의 <나무불꽃>
은 초기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
의 작품에서 그 싹을 볼 수가 있습
니다. 2천년도에 발표된「내 여자
의 열매」는 한강의 2번째 소설집
으로 총 8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
다. 작품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내 여자의 열매
②해질녘에 개들은 어떤 기분일까
③아기 부처
④어느 날 그는
⑤붉은 꽃 속에서
⑥아홉개의 이야기
⑦흰 꽃
⑧철길을 흐르는 강
이 중 <내 여자의 열매>라는 단편은
"아내의 몸에서 피멍을 처음 본 것은
늦은 오월의 일이었다."(9p)라고 시
작됩니다.
줄거리는 바닷가의 가난한 마을에서 성장한 여성과 도시 출신 남편의 결
혼 생활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의 몸에 연두색의 피멍
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점차 그녀는 식물로 변해간다는 내용입니다.
이 부분에서 "연두색 피멍"과 "식물
로 변해간다'는 부분은 각각 <몽고
반점>과 <나무불꽃>으로 연계가 되
고 있습니다.
"연두색 피멍"은 <몽고반점>에서 영
혜의 형부가 느끼는 부분인데,
"처제의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남아 있다는 사실과, 벌거벗은 남녀가 온
몸을 꽃으로 칠하고 교합하는 장면
은 불가해할 만큼 정확하고 뚜렷한 인과관계로 묶여 그의 뇌리에 각인 되었다."(몽고반점/86p)라는 장면
입니다.
<내 여자의 열매>에서 "연두색 피
멍"은 베란다의 식물로 변해지만,
<몽고반점>에서의 엉덩이에 피어난
몽고반점은 비정상적인 교합으로
확산됩니다. 이미지의 왜곡 혹은, 이
미지의 미끄러짐이 일어나는 지점
이기도 합니다.
이어서 오랜 출장 후에 집으로 돌아
온 남편은 아내를 보면서 기겁을 하
게됩니다. 그 장면에서 남편은,
"아내는 베란다의 쇠창살을 향하여
무릎을 꿇은 채 두 팔을 만세 부르듯
치켜올리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진
초록색이었다. 푸르스름하던 얼굴
은 상록 활엽수의 잎처럼 반들반들
했다. 시래기 같던 머리카락에는 싱
그러운 들풀 줄기의 윤기가 흘렀다."
(내 여자의 열매/29p)
라는,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
장면은 <나무 불꽃>에서 인혜(영혜
의 언니)가 바라보는 놀라움과 흡사
합니다.
"서쪽 복도의 저 자리에서 물구나무
서 있는 기괴한 여환자의 모습을 발
견했을 때 그녀는 설마 영혜이리라
고는 상상하지 못했다."(213p)
라는, 감정은 <내 여자의 열매>에서
남편이 아내의 변신에 대하여 느끼
는 감정일 것입니다. 그리고 단편 ⑦
<흰 꽃>은 장편「작별하지 않는다
」와 연계되지만 이 파트는 다음에
포스팅을 해보겠습니다.
이어서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와의 연계성 입니다. 일단은
2004년에 발표된「소년이 온다」에 대해서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1장: 어린 새 ㅡ동호(중3)의 시각
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며 이 소설의 화자(작가)
가 추적을 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합
니다. 여기서 작가는 1980년 당대
에 10살이었고, 후에는「작별하지
않는다」를 쓰게 되는 경하입니다.
2장: 검은 숨 ㅡ정대의 시각으로
거의 죽어가는 자의 목소리입니다.
6장과 더불어가장 괴롭고 읽기 힘
든 章 입니다.
3장: 일곱개의 뺨 ㅡ1/2장이 어린
소녀의 시선을 통한 1980년 광주를
그렸다면, 3장부터는 10여년이 지
난 후의 이야기들 입니다. 먼저 김은
숙의 시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희곡작가 서 선생의 원
고 때문에 안기부 계통의 남자에게 일곱대의 뺨대기를 맞습니다.
4장: 쇠와 피 ㅡ김진수의 시각으
로 5.18의 트라우마로 폐인이 되었
다가 금새 죽습니다.
5장: 밤의 눈동자 ㅡ임선주의 시
각으로 노동운동의 현장을 성희 언
니와 같이 합니다.
6장: 동호 엄마의 독백으로 이어
지는 장면입니다. 전라도 사투리로
죽은 동호가 언제고 돌아올것이라는
먹먹함 속에서 살아갑니다.
에필로그: 동호의 이야기를 듣고
동호를 찾아 광주를 찾아갔던 소설
의 후일담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
습니다.
이 소설의 3장에서 김은숙은 안기부 계통의 남자에게 일곱대의 뺨대기를 맞게 되는데, 출판사 사장이 회식을
제안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녀는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기
보다, 불판 위에서 고기가 익어가는 순간을 견디지 못했다. 살점 위에
피와 육즙이 고이면 고개를 돌렸다.
머리가 있는 생선을 구울 때는 눈을
감았다."(소년이 온다/72p)
김은숙이 육고기를 피하는 장면은
<채식주의자>에서 영혜가 수도 없
이 거부했던 장면과 오버랩 됩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 집에선 고기를 못 먹는다는 거야?"(22p)
"고기를 전혀 안 먹고 삽니다. 여러
달 됐어요."(40p)
"너 정말 어쩌려구 그러니? 사람한
테 필요한 영양소가 있는건데••• 채
식을 하려면 제대로 식단을 잘 짜서
하든가. 얼굴이 그게 뭐야."(54p)
정리를 해보면, 초기의 <내 여자의 열매>에서는 <몽고반점>과 <나무
불꽃>의 씨앗이 배태되어 있으며,
<소년이 온다>에는 <채식주의자>
의 스멜이 배여 있다는 것을 확인
하게 됩니다.
들뢰즈는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차
이를 동일성의 종속적 개념으로 격
하시켰다고 비판합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초월적 동일성에 대한 신념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로 인
해 차이는 단순히 이데아의 그림자
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들뢰즈는 플라톤의 철학이 차이를 억압하고 동일성에 대한 신념을 강
화하는 도구로 작용한다고 봅니다. 그는 차이를 초월적 이데아에 종속
시키는 대신, 차이를 내재적이고 생
성적인 힘으로 재해석하고 있습니
다. 이러한 해석에서 차이는 동일성
에 의해 제한되지 않으며, 존재의 근본적 조건으로 작용한다고 합니
다.
이상의 내용은 질 들뢰즈의「차이
와 반복」1장에 나오는 내용을 정
리해본 내용입니다. 그런데 알듯도
하고 좀 아리까리할 것입니다.
다시 정리를 해보면,
플라톤은 동일성으로 차이를 포섭
하려고 했던 것이고, 들뢰즈는 동일
성은 그대로 두고 <차이>를 <다름>
으로 인정하자는 것입니다.
플라톤은 <차이>를 사회의 적으로
인식했다면, 들뢰즈는 <차이>를
사회의 내재적 힘으로 해석을 했다
고 보면 될 것입니다. 그것도 어려
우면 작품을 통해서 썰(說)을 풀어
보겠습니다.
<채식주의자>에서 육식을 거부하
는 영혜는 남편과 언니를 비릇한 온 가족으로부터 고기를 먹어야된다는
강요를 받게 됩니다. 특히 이 작품
에서 아버지는 영혜와 상극에 있습
니다.
아버지(동일성)는 가족 모임에서 영
혜에게 고기 먹기를 요구합니다. 그
는 "초월적 동일성에 대한 신념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로 인해" 그 고기를 먹지 않는 영혜의 <차이>를 "삶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영혜에게 고기를 먹임으로써 가족과 사회와의 <동일성>에 합류할 것임
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요구가 거부될 때 아버지는 <동일
성>의 거부라는 미명하에 폭력을 행
사하게 됩니다.
이 가정에서의 <동일성> 거부에 대
한 폭력이 더욱 더 확대되면 가족에
서 사회, 나아가 국가권력으로 번지
면서 전두환이라는 괴물이 자연스럽
게나타나는 장면을 보게 되는 것입
니다.
<채식주의자>에서 배태된 <동일
성>에로의 회귀는 거대폭력으로 확
대되면서 광주 5.18의「소년이 온
다」와 제주 4.3의「작별하지 않는
다」라는 국가 폭력에 연결이 되고 있습니다.
이 지점은 <차이를 내재적이고 생
성적인 힘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
이며 전체주의적인 사회로 나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
다. 그래서 영혜는 <동일성에 의해 제한되지 않으며, 존재의 근본적 조
건으로>서의 삶을 꿈꾸게 되는 것
이라고 봅니다.
단편 <내 여자의 열매>에서 식물로 변하겠다는 불가능한 꿈은 분명 현
실의 세계가 아니라 감각에 맞닿아 있는 세계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
는 식물이 되지 않고는 더 이상 살아
갈 수 없기 때문에, 존재하기 위해
서, 영혜처럼 미쳐버리지 않기 위해
서 빛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 식물
이 되었다고 봅니다.
아니면 <나무불꽃>에서처럼 거꾸
로나마 서서 나무가 되기를 꿈꾸었
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혜가 영혜
를 생각하는 장면과 남편이 아내를
생각하는 장면은 우리에게 의문점
만 남기고 있습니다.
"영혜의 몸에서 검질긴 줄기가 돋고,
흰 뿌리가 손에서 뻗어나와 검은 흙
을 움켜쥐었을까. 다리는 허공으로,
손은 땅속의 핵으로 뻗어나갔을까. 팽팽히 늘어난 허리가 온힘으로 그
양쪽의 힘을 버텼을까. 하늘에서 빛
이 내려와 영혜의 몸을 통과해 내려
갈 때, 땅에서 솟아나온 물은 거꾸로
헤엄쳐 올라와 영혜의 샅에서 꽃으
로 피어났을까."(나무불꽃/249p)
"봄이 오면, 아내가 다시 돋아날까.
아내의 꽃이 붉게 피어날까. 나는
그것을 알 수 없었다."(내 여자의 열
매/3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