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 대선배 방상묵 선생님의 자식교육
교육칼럼니스트 이 영 관
얼마 전 교직 대선배인 방상묵 선생님을 뵈었다. 선배님은 경기도 개봉군 봉덕면 지금리에서 태어나 개성사범 본과 1년 때 남쪽으로 내려왔다. 선배님은 인천사범 5회, 필자는 인천교대(지금은 경인교대) 출신이니 직속 선배님이다. 선배님은 경기도내 초등학교에서 43년간 재직한 경기교육계의 원로이다.
필자와의 인연은 수원시 매산동에서 20여 년간 앞뒷집에서 살았다. 우리집이 앞집이고 울타리 하나를 경계로 선배님이 뒷집이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매산동 이웃이다. 지금 연세를 여쭈어보니 90세가 넘으셨다. 그런데 아주 건강하시다. 1녀2남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우시어 주위의 부러움을 사신다. 큰아들(방문규)은 공직생활을 마무리 짓고 국회의원에 도전하고 있다.
가훈은 ‘우애, 창의, 선도’
선생님으로서 아버지가 보는 ‘내 아들 방문규’는 어떤 사람일까? ‘정직하고 책임감이 강하다’고 답하신다. 결정된 사항에 대한 추진력이 있고 부모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솔직하다고 한다. 한마디로 부전자전으로 아버지의 성격을 물려받았다는 것.
가훈(家訓)이 ‘우애, 창의, 선도’라고 소개한다. “형제간에 우애 있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모든 일을 처리할 때 덤벙거리지 말고 계획적이고 신중하게 행동하라” 여기서 선도는 ‘앞장서서 일을 하는 것’이라고 부언한다. 자식 세 명 모두에게 가훈이 습관화되도록 지도했다고 한다.
매산동 거주 당시 프로권투나 프로레슬링 TV 생중계 때 동네 어린이들에게 안방 개방한 이유를 여쭈었다. 필자는 유년시절 여러 차례 선생님 댁 안방에서 방송 시청을 한 경험이 있다. 그곳은 형편이 비교적 어려운 동네였는데 흑백 TV가 출시되어 마침 추첨에 당첨되어 구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직업이 초등학교 선생님인지라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냐고 되묻는다.
공부하는 자식 곁에서 열 두벌 뜨게질한 현대판 한석봉 어머니
아드님이 여러 고위 공직을 맡았는데 공직자로서의 자세가 궁금했다. “문규는 한 가지 생각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져 그 어려움을 해결한다. 그것이 장점이다. 공부 잘하는 것도 끈기의 산물이다. 모르면 끝까지 알아낸다”고 답한다. 함께 오신 사모님이 말씀을 덧붙인다. “아이가 밤늦게까지 공부하는데 부모가 먼저 잘 수가 없어 옆에서 뜨개질을 했다” 누구 옷 뜨개질이었냐고 물으니 “받을 사람도 없는 뜨개질을 해 옷 숫자를 세어보니 무려 열 두벌이나 되었다”고. 우와,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공부 뒷바라지가 완전 감동이다. 교직에 있는 아내에게 이 이야기하니 아내는 “한석봉은 흰떡을 썰고 문규 어머니는 뜨개질을 하셨네”라며 현대판 한석봉 어머니라고 거든다.
그렇다면 자식은 부모님께 효도는 했을까? 결혼해서 공직에 있는 동안은 설날, 추석, 부모 생신, 어버이 날은 온 가족이 다 모이는 날이라고 한다. 공직에 있기 때문에 바빠서 만날 시간이 사실 부족했다고 한다. 선배님은 흐뭇한 표정으로 말씀을 이어간다.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다. 자식이 속을 썩이지 않는다. 부모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자식이다. 우리 자식들이 형제간에 우애가 있는 것은 며느리가 잘하기 때문이다. 며느리가 하도 예뻐 3년 전 설날엔 5백만 원 보너스를 준 적도 있다”고 한다. 어느 집을 막론하고 며느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며느리 칭찬을 한다.
박봉의 공직생활 어려움, 자식들이 힘이 돼
자식 키우는데 어려웠던 점은 없었을까? 공직자로서 박봉생활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고백한다. 학비 대느라 쩔쩔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자식들이 부모 속 안 썩이고 공부 잘하는 것이 부모에게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이 되었고 보람을 안겨 주었다고 고백한다.
아드님의 장점과 부족한 점을 물었다. 형제간에 우애심이 강하고 지금까지 부모에게 걱정 끼치지 않고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고 한다. 고위직에 있으면서도 청렴한 생활을 한 것이 장점이라고 한다. 부족한 점을 재차 물으니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답하신다.
국회의원 후보자 아버지로서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을 여쭈었다. 혹시나 ‘내 아들에게 한 표’? 그게 아니었다. 필자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우리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국회의원들이 상임위원회에 소속되어 활동을 잘하려면 특정 분야의 전문성이 뛰어나야 합니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자가 국회의원이 되어야 합니다” 선거를 앞두고 학연, 지연, 혈연에 휘둘리는 사람에게는 아주 따끔한 충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