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만에 최악의 성적이라는데 준비 안한 댓가 톡톡히 치르네요.
문제점은 새삼 한두번 느낀것들이 아니지만 이번엔 성적으로 문제점이 터져나왔으니 많은 사람들이 한번은 더 생각할 듯 합니다.
1. 정통 센터가 사라진다.
최근에 우리나라의 정통 센터라면 하군 뿐입니다.
서장훈 선수는 정말 리그에서도 안보여주던 처절한 몸싸움을 부상임에도 해주는 투혼을 보였음니다만 수비에선 몰라도 공격에선 센터의 움직임은 아닙니다.
중국전에서 느낀 거지만 서장훈 선수는 야오밍, 이지이리엔이 뛸때의 공격 루트는 외각 3점밖에는 없었습니다.
기껏 미국에서 훅슛을 배워와서 쓰니까 욕했던 최희암 감독 같은 국내 감독들 덕분에 키큰 선수들에겐 공격할 방법이 안보이더군요.
게다가 하군이 엄청 발전하긴 했으나 서장훈이 은퇴한다면 다음 세대의 센터가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골밑 참 걱정입니다.
하군은 초장신에 무릎이 안좋은 폭탄 같은 선수, 한숨만 나옵니다.
용병판에 된 kbl덕분에 뒤를 이을 센터진이 안키워지는걸 생각하면...
2. 세컨 리바운드 참여 안할껴?
국내 리그에서 서장훈, 김주성 빼고 리바운드 젤 많이 잡는 선수는 대개 포인트 가드들입니다.
포드들은 리바운드 참여 자체가 적고 거의 잡지도 않죠.
이번에도 그런 모습 보이더군요.
이상민 선수같은 경우 20센티 큰 장신들과 경합하면서 세컨리바운드를 잡아내려고 악을 썼지만 포드들은 리바운드 경합도 시도 안하고 멀뚱이 구경하더군요.
매경기 리바운드 그렇게 뒤진 이유가 골밑 2명만 리바운드 참여를 해서 그렇다는걸 경기 보고 알았습니다.
kbl에서 같이 골밑 선수들은 용병이 아니거든...
3. 동네 농구 하냐? 어떻게 공격 전술 하나 못짜냐?
최근에 망가졌다지만 시드니때 여농 경기.
굉장히 잘 짜여진 오펜스를 자랑했습니다.
전주원이 볼 몰고 넘어오면 정은순이나 정선민이 하이포스트에서 볼 잡고 픽을 서주고 이종애, 박정은, 변연아 등 스윙맨들이 양 윙에서 골밑으로 뛰어가고 픽슨 선수는 이때 상황 보면서 슛이나 골밑 컷인 패스, 아님 킥 아웃 패스하면서 스크린 서주거나 다 안되면 다시 셋팅.
이 외에도 전주원이 돌파해 들어가고 센터들의 박스아웃, 더블 스크린을 바탕으로 오픈 찬스 만들기, 외각을 스피드하게 볼 돌리다가 순간 스크린을 타고 돌면서 오픈 찬스 등 한번 공격시 2~3번의 공격 방법이 동시에 선보였죠.
제 기억으론 시드니때는 아니지만 동시에 4명이 스크린을 서는 것도 봤습니다.^^;;
근데 남자 대표팀 경기 볼까요?
어느 경기, 대회나 항상 비슷한데 볼 몰고 넘어오면 서장훈이나 김주성이 스크린 서로 나옵니다.
근데 나머지 3명은 구경합니다. 가만히 서서...ㅡㅡ;;;
문경은이나 이규섭, 양희승 같은 슛터들이 볼 잡고 스크린 타고 도는데 스크린 서는 선수는 대개 김주성, 서장훈 1명뿐.
수비수가 스위치 되거나 스크린 피해서 수비 들어가니 쉽게 슛 쏠 찬스 절대 안줍니다.
볼 안가진 선수 움직임도 참 안좋고 그를 위한 협력 플레이도 없습니다.
게다가 서장훈은 아시아권에서 손꼽히는 센터이지만 국내와 달리 더블팀 유발을 못하기에 킥아웃 패스 해봤자 수비수가 다 붙어 있습니다.
결국 남은건 수비수 달고 쏘는 난사 3점이나 1:1개인기에 의한 공격뿐 공격 전술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죠.
기껏해야 김승현 있을때 2:2 픽앤롤을 자주 쓰는게 보이긴 하지만 그거 하나뿐입니다.
명색이 프로선수들에다가 국가대표 선수들인데 어떻게 제대로 된 공격 전술 하나 못짜는지...ㅡㅡ;;; 드림팀이라도 되는지 참...
(근데 이건 뭐라 하기 힘든게 kbl에서도 공격전술은 거의 전무합니다. 용병에게 볼 투입->열심히 패스 기다리기 뿐이니...)
4. 키작은 선수 넣어서 수비시 미스매치 유발 ㅡㅡ;;
솔직히 공격전술 짜는것보다는 수비전술은 잘 짭니다.
특히 03년 abc때 결승전 수비전술은 그야말로 놀라움이었죠.
하지만 이도 선수 키가 맞아야죠.
중국전 2쿼터에 등장한 추승균은 그야말로 투명인간이었습니다.
그의 공수 기량은 국내 최고급이지만 자기보다 10센티 큰 선수들을 상대로 공격, 수비 다 안통했죠.
게다가 머리위로 쏘는 3점이나 야오밍에게 너무도 쉽게 가는 앤트리패스를 허용하는 등 답답함의 연속이었습니다.
문경은도 마찬가지였죠. 수비시 구멍에 공격시 아무것도 못하는...
분명 약팀과의 경기에선 팀을 구하기도 하는 리딩 스코어러였지만 정작 강팀과의 경기는 구멍일 뿐이었습니다.
중국전 1쿼터의 선전 모습, 카타르전 경기 모습을 보고 허재, 이충희 급의 기량이 아닌 이상은 190정도 되는 단신 2번은 절대 국대에선 쓸모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시아권에서도 이미 장신화가 이루어진 이상 최소한 미스매치는 막아야 합니다.
원래 국대 2번으로 기대한 선수는 정훈이지만 최근의 모습으론 양희종이 젤 어울릴 듯 합니다. 리딩도 가능하고 허슬플레이도 좋고 청대 경기 동영상을 우연히 본적 있는데 장신들을 상대로 괜찮게 플레이 하더군요.(제가 본건만 그런지는 모릅니다만...)
5. 세컨 가드가 없다.
그나마 아시아권에서 가장 경쟁력을 가지는 포지션이 가드진이죠. 그중에 포가만...(슈가는 허재 이후엔 우리나라에서도 거의 명맥이 끊겼으니...)
근데 중국전 보면서 불안감이 들더군요.
이상민은 정말 잘했습니다만 신기성이 그토록 암울한거 보고 할말을 잃었습니다.
이상민, 김승현은 현재 아시아권에서도 탑클레스 가드인건 사실입니다.
아직도 트랩 들어가면 하프코트 못넘어가는 류웨이보다는 몇수 위인건 사실이죠.(아무리 생각해도 류웨이는 은희석의 공격력 강화판에 불과...)
하지만 이상민은 만33이고 이제 국대 은퇴하죠.
그럼 김승현 하나뿐입니다.
최소한 김승현이 벤치로 들어갈때, 아님 파울 트러블로 빠질때 어느 정도라도 매꾸어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합니다.
신기성이 그토록 암울한걸 봤으니 프로에서도 적합한 선수가 잘 안보입니다.
임재현, 주희정 정도가 생각나는데 이상민 다운그레이드판으로만 생각이 드는 임재현이나 외각슛이 심하게 없는 주희정을 생각하면 휴~~
(듀얼가드 같은 황성인, 양동근의 경우 리딩은 더 암울해지죠.)
6. 세대교체 안할겨?
인위적인 세대교체가 힘든건 저도 압니다.
근데 이번 대회같이 부상자 병동이고 일정이 빡빡해서 12명 거의 다 돌린 대회같은 경우는 예외이지만 대개의 대회에선 10명도 채 안쓰고 대회를 마칩니다.
즉 아마 유망주들 중 1~2명은 국대에서 벤치에서 구경만 하더라도 국대에 뽑을 여력은 있다는 겁니다.
축구 같은 경우 고교때 국대에 뽑힌 이동국, 고종수, 최성국이 기량이 벌써 국대선수들보다 나아서 국대에 뽑힌건 아니지 않습니까?
유망주를 국대에 뽑아서 경험을 쌓게 해주려고 뽑은거지...(축구의 경우 너무 유망주를 뽑아서 혹사시키는게 문제가 됐지만...)
대학시절 제가 본 연고대의 경기에서 방가와 김동욱의 경기력은 크게 차이가 안났습니다.
오히려 김동욱이 압도하는 경기도 있었죠.
근데 뒤로 갈수록 방가가 늘더군요. 즉 국대에 계속 뽑히다보니 자신감이 쌓인겁니다.
방가가 kbl에 와서 국대에 뽑히는 것이었으면 지금정도로 발전 안했을 겁니다.(난사도 덜 했겠지만...ㅡㅡ;;; 슛 셀렉션은 어찌 해가 지날수록 나빠지는듯...)
솔직한 심정으론 서장훈 빼고는 지금 30넘는 선수들은 몽땅 은퇴시키고 대거 유망주를 등용해서 국대를 교체했으면 합니다만 그게 안되더라도 어짜피 2명정도는 남는 로스터, 무조건 무조건 1~2명은 아마 유망주를 뽑는 방침이라도 만들었으면 합니다.
7. 현대는 정보전이거든?
카타르 국대 맴버 존스배 맴버 그대로입니다.
즉 진작부터 관심 가지고 중동팀들 전력 조사했으면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거죠.
근데 대회 전까지 우리나라는 중국팀 빼곤 중동팀 전력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반대로 중동팀은 이미 우리나라에 대해 빠삭이 알고 있었죠.
10년째 그나물의 그밥인 탓도 있지만 기린컵때 우리나라 전력을 분석하려고 참가도 안한 카타르, 레바논 같은 나라의 기자들이 대거 경기 관람을 하고 경기 장면을 찍어 갔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아무런 정보도 없이 붙은 우리나라보다 전력적인 면에서도 앞선대다가 이미 경기력 분석까지 마친 카타르가 과연 질 수가 있었는지가 애초부터 의문이죠.
8. 우리가 드림팀이냐?
아테네때 미국팀, 분명 개개인의 기량면에서는 가장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였던 리투아니아나 우승팀 아르헨티나보다는 훨 강팀입니다.
하지만 몇년간 치밀하게 준비한 그 나라들과는 달리 대충 모여서 몇번 연습해 가고 하는 미국팀은 3위로 밀려버리는 개망신을 당하죠.
(준비 쫌만 더 했으면 압도적인 1위였을 겁니다.)
이번 대회, 우리나라 빼고는 다들 몇년간 치밀하게 준비한 나라들입니다.
우리보다 전력이 앞선 중국조차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해서 몇년째 준비한 나라죠.(아테네때보다 경기력 훨씬 좋아졌더군요.)
근데 우리나라는 드림팀이라도 되는지 한달도 손발 안맞추고 대회에 나갔습니다.
좋은 성적 낼 수가 있나요?
부상중임에도, 8일 연속으로 치루는 말도 안되는 경기 일정에도 열심히 뛴 선수들 모두 수고하셨지만 솔직한 심정으론 점점 더 암담해질거 같은 생각이 드는 국농입니다.
카페 게시글
국내농구 게시판
abc대회 보고 새삼 느낀 문제점
레드보이스
추천 0
조회 795
05.09.17 12:04
댓글 9
북마크
번역하기
공유하기
기능 더보기
다음검색
첫댓글 동감!!!
전체적으로 농구계가 뜯어 고치지 않는 이상 세계 선수권 가기는 더 어려울 듯 하네요 높은 분들 국대 연습때 한번와서 격려금 주고 사진 한방 찍는 걸로 자기 할일 다했다고 생각하니 실질적인 행정적인 문제나 선수 감독 선발의 문제점 장기적인 국제 대회에 대한 준비성 소홀 드림팀이라는 말을 쓰는것 자체가부끄럽네요
대동감! 조은글이네여.!!
글 무지 기시네여 ㅋ...아무리 이상민 욕해도..리바 참가는 포가중에 최고인듯...중국전에 방가 자유투 놓친고 홀로 날아서 리바 잡을때 무지 멋있었음^..
글 짧고 액기스만 쓰는 법이 너무 어렵네요.^^;; 어떻게 해가 가면 갈수록 글이 길어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어요~~ ^^
2번 3번 5번 정말 공감입니다.. 특히 리바운드요.
축구가 만약 이런 성적을 냈으면 신문이다 뉴스다 난리가 났겠지만 농구는 어찌된일인지 조용조용하군요..........관심밖의 스포츠가 되어가고 있나봅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