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아세요? 아버진 제 삶에 커다란 기둥이셨고 나침반이셨다는 것을.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셨어요.
아버지의 품을 떠나던 결혼식 날 아침. 아버지는 저를 조용히 불러 편지 한통을 손에 쥐어주셨습니다.
'사랑하는 내 딸 연희야, 부부의 화목은 행복한 가정의 기본이다. 큰 일부터 사소한 일까지 함께 의논하고 결정하도록 해라. 살림에 파묻히더라도 절대 손에서 책을 놓지 말아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끊임없이 귀를 기울이고, 자기계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라.' 제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흘러내렸습니다.
아버지는 그런 분이셨어요. 잔잔한 말로 애정표현은 못하셔도 늘 따뜻한 눈빛과 행동으로 사랑을 주셨죠.
이제 제 나이도 마흔이 다 돼가네요.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열심히 살고는 있습니다만, 좋은 부모 노릇한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어요.
자식을 낳아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고 했던가요? 살림을 하다가 힘에 겨울 때면 어린 시절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을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아버지는 우리 삼남매에게 참 좋은 아버지셨어요. 아무리 바쁘셔도 일요일만은 가족과 함께 지내야 한다며 동네 뒷산에 오르던 것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우리에게 방 청소를 시킬 때면 어김없이 빗자루를 드시고 안방과 마루를 청소하셨고, 직접 시범을 보이시던 아버지. 아버지는 그렇게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셨던 분입니다.
솔직히 아버지가 정치를 시작하고 나서 저희들 참 힘들었습니다. 이런저런 소문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겪었으니까요.
한번은 어머니가 악의적인 소문에 시달리실 때였어요. 앉아서 서류를 보시던 아버지는 봉사활동을 하고 늦게 돌아오시는 어머니를 벌떡 일어나 맞으시더니, 어머니 어깨에 한 손을 얹고는 “오늘은 어디를 다녀오는 거야”하며 다정하게 물으셨어요. 표현은 안하셨지만 아버지의 마음이 어떤지 다 알 것 같았어요.
아버지가 정치를 하면서부터 제가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 거 아세요? 내부모, 내 남편, 내 아이밖에 모르던 제가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웃과 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아버지, 요즘 힘드신 거 다 알아요. 그리고 외로우신 것도 잘 알아요.
힘을 내세요. 아버지를 사랑하는 많은 분이 계시잖아요. 하늘이 이 나라를 버리지 않는다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항상 제 삶의 방향이 돼 주셨고, 세상을 보는 따뜻한 눈을 가르쳐주신 내 아버지. 당신은 자랑스러운 제 아버지십니다. 사랑해요.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