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교통방송국에 가는 날이었다.
아침을 먹고 집안을 대충 치우고 나서 방송국에 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준비를 다 했는데도 시간이 30분 가량 남았다.
소파에 앉아 조간 신문을 보다가 허리가 아프길래 소파에 누웠다.
누워서 신문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깜짝 놀라 깨어보니 다른때보다 시간이 좀 늦었다.
급히 가방을 둘러 메고 허겁지겁 현관문을 열고 달려 나갔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올라 오는 동안에도 발을 동동 굴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서도 시계를 몇 번이나 들여다 봤다.
문이 열리자 냅다 뛰어서 큰 길로 나서니 마침 택시가 왔다.
택시를 타고 역까지 가는 동안도 조마조마해서 진땀이 났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허둥지둥 달려 48계단을 헐레벌떡 뛰어 올라갔다.
때맞춰서 전철이 들어왔다. 오! 하느님~! 전철 문이 열리자마자 경로석
빈자리에 털푸덕 주저 앉았다. 숨을 몰아쉬며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았다.
헉헉 숨을 몰아쉬다가 무심코 발을 내려다 보니 허걱! 짝짝이 신발을 신은 거다.
혹여 어떤분은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감각이 없었냐고 할테지만 그건 모르시는
말씀이다. 캠퍼 신발은 아주 가볍고 얇고 부더러워서 뒷축을 꺾어 신어도 모를
정도다.
왼발에 신은건 캠퍼 단화 신발이고, 오른발에는 쓰레기 내다 버릴 때나 신는
9000원 주고 산 쓰레빠 (사전에는 슬리퍼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적혀 있다)
였다. 사이즈 250이란 숫자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양쪽 다 까만 색이고 모양이 비슷했다.
내 신발들이 거의가 <여포신발>이다. <여포>는 여자이기를 포기했다는 뜻이다.

전철에 앉아서 두 다리를 요염하게(?) 꼬고 앉았다.
쓰레빠 신은 발은 뒷쪽으로, 단화 신은 발은 앞쪽으로 오게 해서....
신발을 자세히 보면 250이란 숫자가 보인다.
떼어 내려니까 쩍! 붙어서 안 떨어졌다.
들어가자 마자 작가님과 방송을 함께 진행하는 연극 배우이신 오지혜님께 짝짝이
신발 자랑을 했더니 방송국 안이 폭소의 도가니였다.^&^

방송이 끝나고 나서 동생과 만나 신라 호텔 조각 공원에 가서 사진을 찍기로 했기때문에
서둘러 짝짝이 신발을 신고 역으로 나가 전철을 타고 동대역에서 내렸다.
그런데 쓰레빠 뒷굽이 단화보다 조금 높아서 걸음이 불편했다.
동대역에서 동생과 만나 점심때였으므로 냉면집에 가서 냉면을 먹은 다음 신라 호텔로 갔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신라호텔 조각 공원은 공사중이어서 출입 금지였다.
하는 수 없이 장충단 공원으로 가서 인공 폭포가 보이는 의자에 앉아 동생이 가져 온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뒤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더 웃긴다.
저 사진은 동생이 찍어 줬다.
참 내가 생각해도 난 거의 멀쩡한 날이 하루도 없이 실수의 연속이다.
짝짝이 신발을 신고 동생과 동대역에서 종로 3가까지 가서 헤어졌다.
그리고 떳떳이 짝짝이 신발 신고 인천까지 주눅들지 않고 왔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모두가 바쁜 세상이다.
할머니가 짝짝이 신발을 신던말던 나만 쭈뼛거렸지 세상은 할머니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괜히 나만 부끄러워했다. 그러니까 어떤 경우던 간에 내가 중요한거지 남 시선
신경 쓸 거 없다는 얘기다. 하여튼간에 그래도 참 내가 한심하긴 하다.
첫댓글 ㅎ~짝을 이룬 슬리퍼와 갬퍼단화 신발이 방송국 까지 진출했구먼유.
진솔하고 재미난 이야기 , 함빡웃어 봅니다.
ㅎㅎㅎ 안나님 때문에 늦은 밤 컹컹 웃습니다. 짐승처럼요
아구!! 눈물나요. 웃느라고 손 씻는 것도 잠시 뒤로 미루고 흙 묻은 손으로 타이핑을 하네요.
잠을 자려 했는데 잠이 확~~ 깼어요.
하던 것을 마저 마무리 지어놓고 자야겠어요.
안나님 덕분에 온 종일 문 밖을 나서지 않아 일광욕을 못해 그런지, 광합성을 못해 그런지
뒤숭숭해있던 머릿 속이 개운하게 정리 된 느낌입니다.
안녕하시지요? 늘 바쁘신 줄 알고는 있지만,,
초하의 날씨가 무척 답다고 엄살들 피우든데 건강 유의하세요.
(근데요 안나님!! 뒤에서 찍은 사진요,, 안나님 발님의 뒤태가 더 우스워요 ~~)
그상황에 그순간에도 사진을찍어 우리에게
큰웃음 주시는 우리들의 안나님...
모 어때요 !!!~~ 별로 표가 안나는데요
그래도 방송국까지 가신용기에 한표
그리고 너무 바쁘고 힘드신가봐요 ⚡
건강잘챙기시고 ... 또 재미있는사연
기다릴께요 !~ 안나님 !!!!!! ~~~ ㅍㅎㅎ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안나님, 저는요, 몇년전에 중국 여행을 가는데 깜빡 잊고 겉바지를 안입고 고쟁이만 입은채로 하루를 중국에서 돌아다녔답니다.
강화에서 어두울때 출발을 했는데 김포지나 날이 훤해질 때 발견한거죠. 전 여행갈 때 속에다 고쟁이 입고 그 위에 몸빼바지를 입거든요. '벗으면 잠옷, 입으면 외출복' 하면서요.
근데 나중에 입어야겠다던 겉바지를 깜빡 잊은거예요.동행한 삼십여명 하루종일 배꼽뺐죠. 일행은 버스안에서 내 말을 들어서 웃은거죠.
그 외 사람들은 아무도 저를 유심히 보지 않더라구요. 그 이후로 나는 짝짜기 양말도 공공연히 신고 다녀요.
안나님 발뒤꿈치는 참 섹시하네요.
안나님은 뉴 스타일리스트!!
그러게요.. 아무도 보지 않은 것을..
여태 나 자신만 나를 보고 자책하는 일들을 거듭하고 있어서 저도 못내 속상합니다..
안나님의 글을 통해 또 한번 깨닫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 안나님 그래도 멋지세요~~^^*
ㅎㅎ250 이 압권이네요...ㅋㅋ
하루하루가 유머스런 에피소드로 간직하면 세월도 웃겨서 못 갈것 같아요~^^; ㅎㅎ
혹시 몰라요~~!!누군가는 알아보고 실소를 삼키느라 진땀뺏을지도......ㅎㅎㅎㅎ..?^0^
이렇게 당당하게 실수를 유머로 표현해 주시는 안나님이 있어 즐겁네요...얼마나 웃었는지.....
늘 그렇게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게 해 주시는, 모든 일에 유쾌하신 안나님께..
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ㅎㅎㅎㅎㅎ감사
엥?........한쪽은...뒷굽을 꺾어 신은거 아녀유?.........................(ㅎㅎㅎ....아마도...요렇게들 보았을 겁니다~)...................ㅎㅎㅎㅎㅎ
ㅎ ㅎ웃음이 나네요...
바삐사시는 모습이 넘~보기좋습니다
건강하시기에 이곳저곳 가실수있다는걸 ...
신발짝짝이면 어때요 ㅎ 보기좋습니다.^^
당당함이 최고이고 떳떳함이 훌륭하셨습니다
ㅎㅎㅎㅎ 선생님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앞모습 옆모습까지도 짝퉁인데
뒷모습은 크크크크
역시나 용감하십니다. (허긴 그 상황에서 우짤끼고^^)
방송실 안이 대굴대굴 하셨을
누가 어쨌든간에 언제나 용감하시면 됩니다.
헛허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