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국산 초음속전투기 ‘KF-21’ 날았다
경남 사천서 첫 시험비행 성공
한국형전투기 개발 선언 21년만
세계 8번째 개발국 성큼 다가서
국산 전투기 KF-21(보라매)이 19일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2001년 3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국산 전투기 개발을 선언한 지 21년여 만에 우리 손으로 만든 전투기가 창공으로 비상한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에 성큼 다가섰다. 지금까지 초음속 전투기를 독자 개발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프랑스, 스웨덴, 유럽 컨소시엄(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뿐이다.
KF-21 시제 1호기는 이날 오후 3시 40분 제작사인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근 공군 제3훈련비행단 활주로를 굉음을 내며 박차고 이륙했다. 꼬리 날개에 ‘001’이라는 숫자와 조종석 하단에 그려진 태극기가 선명했다. 역사적인 첫 비행의 조종간은 공군 제52시험평가전대 소속 안준현 소령이 잡았다. KF-21은 시속 약 400km로 30여 분간 사천 상공을 선회하면서 엔진 상태 등 기본 성능을 점검한 뒤 오후 4시 13분에 안착했다.
4.5세대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이 19일 오후 경남 사천 공군 제3훈련비행단 상공에서 첫 비행을 하고 있다. 독자 장상호씨 제공
노지만 방사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공군 대령)은 “4.5세대 첨단 전투기의 국내 개발능력이 첫 비행으로 실현되는 동시에 첨단 강군육성과 국내 항공기술 발전의 성과를 보여주는 역사적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KF-21의 시험비행 성공에 “자주 국방으로 가는 쾌거다. 우리 방산 수출 확대의 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번 시험비행을 시작으로 KF-21은 향후 4년간 6대의 시제기가 2000여 차례의 비행시험을 거쳐 개발을 완료하게 된다. KF-21은 공군의 노후 전투기(F-4·F-5)를 대체하기 위해 2015년 말부터 개발에 착수했다. 2015∼2026년 인도네시아와 함께 추진하는 체계 개발에 8조1000억 원, 2026∼2028년 한국 단독으로 추진하는 추가 무장시험에 7000억 원 등 총 8조8000억 원이 투입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방위력 증강 사업이다. 공군은 2032년까지 120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KF-21은 5세대 스텔스 전투기(F-35A, F-22)에 근접한 4.5세대 전투기로 분류된다.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한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자체 개발하는 등 핵심 장비의 국산화율이 89%에 이른다. KAI 외에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 국내 방산업체와 700여 개 중소 협력업체가 개발에 힘을 보탰다. KF-21은 5세대 전투기보다 가격과 유지 보수 비용이 저렴해 세계 수출시장 도전도 기대된다. 군은 향후 KF-21을 내부 무장창과 스텔스 도료(페인트)가 적용된 5세대급 전투기로 개량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