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개항한 인천국제공항이 지난 7년여 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제 화물 운송 세계 2위, 여객 운송 세계 11위, 국제공항협회(ACI) 주관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 3년 연속 1위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룩한 채 2009년 '소의 해'를 맞았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급작스럽게 엄습해 온 세계적인 경제 불황을 극복하고 해외 물동량 급감, 3단계 건설 사업 착수 등 안팎의 수많은 고비를 넘어 2030년 연간 여객 수송 1억명 시대를 여는 토대를 닦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2009년 인천공항의 해결해야 할 현안과 과제를 살펴 봤다.
▲2008년 인천공항의 빛과 그림자
2008년은 인천공항 2단계 확장 시설 공사를 성공리에 마쳐 향후 10년 간 성장의 토대를 닦은 반면, 개항 이후 최초로 여객·화물 등 수송 실적이 감소 추세로 돌아서는 등 명암이 교차한 한 해였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6월 2001년부터 4조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해 온 2단계 확장 시설 공사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인천공항은 길이 4천mfh 초대형 항공기 A380 여객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는 제3활주로와 탑승교 30개를 구비한 탑승동을 갖추고 연간 여객 수용 능력을 3천만명에서 4천400만명으로 늘렸다. 항공기 운항 횟수는 24만회에서 41만회로 늘어났고, 화물 처리 능력도 270만t에서 450만t으로 확충됐다. 면세점과 식음료 시설도 대폭 확충됐으며, 새 탑승동까지 전자동 무인열차가 설치돼 외국 항공사 이용객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인천공항은 이같은 '하드웨어'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에서도 세계적인 공항으로 평가받았다. ACI가 실시한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로부터 세계 최우수 공항에게 주는 '이글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또 글로벌 트래블러誌·에어 카고 월드誌 등 세계 유명 전문지로부터 최고 공항으로 선정되는 등 유난히 '상복'이 많은 한 해였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싹 달라졌다. 매년 평균 8%대의 안정적 성장을 하던 인천공항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고유가·고환율과 미국발 금융 위기에 따른 경제 불황이 본격화됨에 따라 개항 이후 여객·화물 등 수송 실적이 전년보다 감소한 채 새해를 맞이했다. 해외여행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지난해 11월 한달 간 국제선 이용객이 전년 대비 15.8%나 감소하는 등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화물 수송량도 같은 기간 18만6천37t을 실어 날라 지난해 11월 23만3천796t에 비해 20.4%나 줄었다.
▲2009년, 인천공항의 도전과 과제
인천공항이 2009년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세계적인 경제 침체 및 국내 경기 불황에 따른 해외 여행 수요·물동량의 감소다. 해외 여행객과 물동량 등 수송 실적이 호조를 보여야 앞으로 진행될 3단계 시설 확장 공사도 명분을 얻어 신속히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해외 여행 수요 급감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고유가·고환율 현상은 가라앉아 희망을 주고 있다. 한때 배럴당 140달러대까지 치솟았던 국제 유가가 최근 들어 30달러대로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도 1천500원대에서 1천200원대로 내려갔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도 1월부터 국제·국내선에 적용됐던 유가할증료를 대폭 인하하는 등 항공료를 내리기 시작했고, 얼어붙었던 해외 여행 수요에 '봄바람'이 불기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엔고 현상에 따른 일본인 관광객 증가, 지난해 11월 17일부터 발효된 미국 무비자 입국 프로그램 등은 국제선 이용객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발 금융 위기로 촉발된 경제 불황이 최소한 내년 말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아직까지 인천공항을 통한 해외 여행 수요 및 수·출입 실적이 단시일 내에 봄바람을 탈 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이같은 전망을 토대로 2009년 한 해 동안 총 3천119만명 정도가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2008년 3천1만여명보다 3.9% 늘어난 수치다.
이와 함께 인천공항은 올해가 3단계 시설 확장 공사를 착수하는 해인 만큼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올해 인천공항을 2020년까지 아시아 대표 공항이자 글로벌 복합 공항 전문 그룹으로 도약시키고, 2030년까지는 연간 여객 1억명, 화물 8백만t을 처리하는 세계 초일류 메가 허브 공항으로 성장시킨다는 목표 하에 3단계 시설 확장 공사를 착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오는 2015년까지 약 4조원의 예산을 들여 공항 북측에 여객터미널을 추가로 1개 건설하는 한편, 화물계류장, 수화물처리시스템, 접근도로·철도 공사, 여객터미널간 연결도로, 주차장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최근 열린 인천공항 중장기 개발계획 토론회에서 김연명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3단계 시설 확장 공사에서 지어질 여객터미널은 기존 계획상의 현재의 인천공항 남측 주차장 부지에서 공항 북측 부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천공항은 또 정부의 김포공항 국제선 활성화, 동남권·새만금 신공항 등 권역별 지역 허브공항 신설 등의 '도전'을 뛰어 넘어야 하는 시점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지난 2008년 초 이명박 대통령의 "도심에 근접해 있어 활용성이 높은 김포공항 국제선의 재활용을 검토하라"는 지시에 따라 김포공항 국제선 운항 가능 범위를 기존 1천500km에서 2천km로 확장했다. 이에 따라 김포공항의 국제선 운항 가능 범위는 중국쪽 양쯔강 하류 인근과 동북지역, 일본 전역, 연해주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2007년 11월 상하이∼김포∼하네다 노선이 개설됐고, 2008년 12월엔 김포∼오사카 노선이 취항하는 등 올 봄에는 동북아 주요 3개도시에 하루 모두 28편의 여객기가 오갈 예정이다. 특히 최근 들어 원화 초약세 현상에 따라 늘어난 일본·중국 여행객들이 김포공항을 채우면서 불황 여파로 한산해진 인천국제공항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다 현 정부가 주요 SOC 사업 10대 과제로 선정해 적극 추진 중인 동남권 신공항, 호남권의 주요 국책 사업 요구 사안인 새만금 국제공항 등 지역 허브공항의 등장도 인천공항을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남권 신공항이 건설될 경우 동북아 노선을 중심으로 연간 400만명에 달하는 동남권 국제선 이용객들이 인천공항에서 이탈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여기에 아직은 '검토 사항'인 새만금 신공항도 건설될 경우 200~300만명 가량의 국제선 이용객이 인천공항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돼 인천공항으로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밖에 인천공항공사가 '미래사업' 차원에서 적극 추진 중인 해외 공항 운영 컨설팅 사업 진출, 에어시티 조성 사업 등도 올해 부터 본격화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10월 이라크 쿠르드족 자치구 정부가 발주한 150억원대의 아르빌 신공항 운영 컨설팅 사업의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현재 세부 계약을 협상 중이다. 협상이 마무리돼 공식 계약이 체결되면 인천공항공사는 약 30여명의 운영·설비 관련 직원들을 아르빌 신공항에 파견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아르빌 신공항의 시운전과 운영을 맡아 컨설팅을 해줄 예정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밖에 이란 이맘 호메이니 공항 물류 용역사업, 태국 수반나 품 공항의 2단계 건설사엄, 필리핀 클라크 국제공항 제2터미널 건설사업도 진출을 준비하는 등 해외 공항사업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에어시티 조성 사업도 올해 첫 삽을 뜰 예정인 패션아일랜드 사업을 중심으로 본격 추진된다.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국제업무지구 내 33만㎡ 부지에 대규모 패션 아울렛 등 패션아일랜드를 조성하기로 하고 지난 5월 프랑스 패션협회 등과 양해각서를 맺는 등 적극 추진 중이다. 지난해 12월엔 정부로부터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주요 과제로 선정돼 탄력을 받고 있다. 인천공항 남측 유수지에 지어질 예정인 경정 훈련장을 포함한 세계적 수상 레저 단지인 워터파크 사업도 지난해 11월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내년 10월에는 완공해 개장에 들어갈 예정이다. MGM테마파크 사업도 오는 2012년까지 공항 북측 유수지 인근 150만㎡ 부지에 짓기로 하고 지난해 6월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본격 추진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본격화된 세계 경제 불황에 따라 각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었던 해외 투자 자본들이 이미 철수했거나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분한 투자 자본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