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선포로 윤석열 대통령은 두고두고 역사속 야사(野史)의 혼군(昏君)으로 회자될 것이다.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아야 하는 계엄령의 각본이 허술하기가 짝이없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허술했을까? 왜 평일 밤에 내렸을까? 계엄이 성공하리라 확신했을까? 국방장관은 왜 모든걸 걸었을까?
아내를 위해 국정을 던져 버린듯한 대통령은 사실과 소문의 곤죽 속에 어처구니 없게도 ‘카더라’ 야사의 주인공이 되었다. 비극의 대통령도 기가 막히지만 희극의 대통령도 기가 막히기는 마찬가지다.
무슨 일이든 한 번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어렵지않다. 대통령 탄핵도 마찬가지다. 학습효과 때문이다. 집권여당이 탄핵의 학습효과를 적나라하게 입증하는 중이다.
고개 숙였던 8년 전 대통령 탄핵 때와는 달리 탄핵소추된 대통령 자신이 사과 한마디 없이 “탄핵에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탄핵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당은 단 몇일도 자숙하지 못하고 탄핵소추 이틀 만에 당원이 뽑은 당대표를 쫓아냈다. 다섯 달 만에 당대표가 축출된 사유는 대통령을 탄핵에서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국민들이 70%를 넘는데도 불구하고 당대표 한동훈을 쫓아낸 친윤들 용감한건지 무모한건지 몰라도 탄핵 찬성한 동료 의원을 “부역자”, “쥐새끼”라고 비난하며 색출하자고도 한다. 보수가 말하는 개딸과 뭐가 다른가?
셀럽처럼 등장한 한동훈이 밑천을 너무 빨리 보인것은 사실이다. 몇번 말을 뒤집었고 더러는 애매한 태도를 보이가도했다. 대통령과의 갈등 국면에서 탄핵까지 리더십의 한계도 드러냈다.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날 때 “시간을 갖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고 했다. 그 말대로 재등판을 늦추고 내공을 쌓고 있었더라면 최선이었을 것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사견이지만 한동훈 대표가 적어도 친윤한테 멍석말이를 당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탄핵이 가결되지 않았다면 국민의힘은 성난 민심을 감당 못 해 정당 존립을 걱정했을 판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몰라도 안다면 그래서는 안된다.
지금의 보수 궤멸을 몰고온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들에게 훨씬 더 많다고 본다. 당론으로 탄핵을 반대하며 “똘똘 뭉치자”던 친윤 집단에 상식 있는 국민이면 시선을 접는게 당연한데도 말이다. 당권을 쥐겠다는 이름들이 나돌지만 글쎄 하품부터 나는건 왜 일까?
한때 윤석열 대통령도 기대를 받았다. 밀턴 프리드먼의 책을 27년이나 끼고 살았다고 했다. 후보 시절의 그 말을 그대로 믿었고 지지를 했다.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그의 방식대로 소화한 내공이 있겠거니 믿었다. 그런데 때가 되면 내놓는 그 흔한 ‘휴가 도서’ 한 권도 들어 본 적 없다. 쓴소리하는 신문을 멀리한다더니 아예 유튜브만 본다는 소문이 돌았다. 철학이 없으면 리더십은 황폐할 수밖에 없다. 부정선거 같은 황당한 음모론에도 휘둘리고 만다.
정치 초보라도 성공한 지도자는 많다. 아르헨티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도 정치 생초짜다. 무정부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경제학자. 큰 기대가 없었으나 포퓰리즘에 중독된 나라를 회생시키고 있어 세계가 놀란다. ‘벨벳 혁명’을 이끌어 노벨평화상 후보에 몇 번이나 올랐던 체코의 바츨라프 하벨 그는 극작가였다. 이들 모두 정치 철학이 확고한 리더들이다.
2007년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에게 패배했을 때 친노 핵심 안희정 후보는 스스로 “폐족”이라 불렀다. “우리는 실컷 울 여유가 없다”고 자책했다.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할 이들이 지금 누군가? 친윤들이 폐족이다. 그런 사람들이 반성은 없이 보수의 싹마저 제 손으로 잘라 내고 있다. 오늘의 친윤은 그날의 친노보다 하수로 보인다.
한동훈이 아깝고 안타까워서가 아니다. 제대로 된 정치인 하나를 만드는 일이 그리쉬이 될 리 없다. 준비 덜 된 대통령의 후과가 이렇게 쓰라리다면 기왕에 올라온 싹을 자르는 자해는 하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이라면 이런 자멸 행위를 과연 이 시점에 했을까? 모를일 이지만 말이다.
벚꽃 필 때 하든 장미꽃 필 때 하든 조기 대선은 기정사실로 굳어진게 아닐까? 그렇게 될 경우에 보수는 불과 몇 달 뒤 어떤 얼굴로 대표를 내세울 것인가? 묻고싶다. 중도가 보수에 등을 돌리는 일만 골라서 한다. 욕먹을 각오를 하고 말한다. 보수여 이제라도 정신차려라! 민의가 두렵지 않는가? 시간 싸움에 뭉쳐도 어려운데 분열은 필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