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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대로였다. 우크라이나의 서방 장거리 미사일 사용에 대한 러시아의 답변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신형 탄도미사일의 발사였다.
푸틴 대통령은 21일 신형 탄도미사일 발사후 대국민 연설에서 "발사 미사일은 '오레슈니크'(Орешник, 개암나무) 극초음속 중거리 미사일"이라고 소개하면서 "초속 2.5∼3㎞인 마하 10의 속도로 목표물을 타격해 전 세계에 배치돼 있는 최신 방공 시스템과 미국·유럽의 어떤 미사일 방어 시스템도 요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의 기자회견 장면/사진출처:크렘린.ru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22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의 '개암나무냐 삼나무냐?'(Орешник или Кедр?)는 코너에서 "오늘날 전세계의 관심사는 전날(21일) 러시아가 핵전쟁을 위해 설계된 탄도미사일로 드네프르를 공격한 사건"이라며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에이태큼스와 영국의 스톰 섀도와 같은)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이 계속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다면, 탄도 미사일 공격이 반복될 것임을 천명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향해 미사일을 겨냥하고 있는 서방 국가들에 대해서도 타격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신형 탄도미사일 공격이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대응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 19일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6기가, 21일에 스톰 섀도 미사일이 각각 브랸스크주(州)와 쿠르스크주에 있는 러시아의 군사 표적을 공격했다. 브랸스크주 탄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사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쿠르스크에서는 북부군관구의 지휘소 하나가 공격을 받아 시설 경비원들이 사망하고 부상을 입었으나, 군인들은 다치지 않았다.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우리 군(러시아군)은 21일 우크라이나 드네프르의 군수산업단지 시설 중 하나(현지 언론은 우크라이나 국영기업 유즈마쉬южмаш, Yuzhmash로 지목/편집자)에 신형 미사일 공격을 가했으며, 타격 목표가 달성됐다."
미국의 에이태큼스 미사일 발사 장면/사진출처:록히드마틴 홈피
그는 그러나, "우리는 늘 평화적인 방법으로 분쟁 문제의 해결을 선호해왔으며, 지금도 어떠한 시나리오에도 준비돼 있다"며 대화의 문이 닫지 않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기 30분 전에 자동 핵확산 방지 핫라인을 통해 미국에 사전 통보했다고 밝혔다. 미국도 즉각 이 정보를 나토 동맹국들과 공유했으며, 주키예프(키이우) 대사관을 24시간 폐쇄했다.
◇ 오레슈니크는 어떤 미사일?
러시아의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오레슈니크'가 드네프르를 타격하자, 우크라이나군은 즉각 러시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RS-26 루베즈를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러시아 측으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은 미국 당국자들은 ICBM이 아닌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사용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언론에 전했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대변인도 "러시아가 실험적인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21일 우크라이나 드네프르 지역을 타격한 러시아 미사일/사진출처:우크라 비상사태부
CNN 등 서방 언론은 '오레슈니크'를 '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체'(MIRV, 하나의 미사일에 장착된 여러 개의 탄두가 대기권을 통과해 각기 개별적인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탄도미사일/편집자)로 규정했다. MIRV의 효시는 미국의 핵탄두 ICBM인 미니트맨-Ⅲ인데, '오레슈니크'도 사거리를 1천∼5천500㎞로 줄인 MIRV라는 것. 한마디로 중거리 ICBM이라는 말이다.
'오레슈니크'가 목표물을 타격한 뒤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소위 경고용으로 '불활성 탄두'를 장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오레슈니크'는 러시아가 처음 공개한 신형 미사일인 만큼 그 정체를 둘러싸고 군사 전문가들끼리도 설왕설래하는 중이다.
군사 웹사이트 '밀리터리'의 러시아 편집자인 드미트리 코르네프는 "오레슈니크가 이스칸데르 탄도 미사일을 기반으로 차세대 고체연료 엔진을 부착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올해 봄 (러시아 볼가강 하류의 도시) 아스트라한의 '카푸스틴 야르' 시험장 78주년 기념 영상에 등장한 신형 이스칸데르급 탄도 미사일이 바로 오레슈니크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측 주장은 다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GUR)의 바팀 스키비츠키 부국장은 22일 우크라이나 TV에 나와 "우리가 확보한 미사일 파편으로 볼 때, 그 기반은 러시아의 '야르스' 미사일이고, 그 방식은 '토폴'"이라며 이스칸데르 바탕설을 부인했다. 그는 "신형 로켓에는 원격 관측및 유도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으며, 사거리도 5,000㎞에 이른다"며 "우리는 3회 이상 이 미사일의 시험 발사를 모니터링했으며, 최대 10기까지 보유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사일을 대량 생산하려면 최소한 시험발사를 10번은 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러시아는 가까운 시일 내에 대량 생산에 들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GUR 수장(국장)/사진출처:페이스북
스키비츠키 부국장의 상사인 키릴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GUR 국장은 "오레슈니크는 개발 프로젝트의 이름이었고, 실제 명칭은 '케드르'(Кедр, 삼나무라는 뜻)"라며 "러시아는 현재 서너 종류의 케드르 미사일을 만들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러시아의 이번 공격을 '완전히 미쳤다'는 경고로 해석했다. '케드르' 미사일은 아직 서방 세계에서는 생소한 무기 체계다. '오레슈니크'와 '케드르'는 위키피디아(러시아판)에서도 소개되지 않고 있다.
GUR측의 이같은 발표로 '우크라인스카야 프라우다' 등 우크라이나 매체들이 당초 보도했던 'RS-26 루베즈'(러시아 정식 명칭은 PC-26 Рубеж, 이하 RS-26) 발사설은 식어가는 모양새다. RS-26은 고체연료 기반의 ICBM으로, 최대 5,800㎞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고, 최대 16개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MIRV여서 이번 공격에 사용된 가장 유력한 러시아 미사일로 꼽혔다.
2011년 첫 시험발사에 실패한 RS-26은 이듬해(2012년) 5월 두 번째 시험발사에서 성공했고, 그해 10월 세 번째 시험발사는 '오레슈니크'가 발사된 아스트라한의 공군 훈련장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스트라나.ua는 21일 "러시아 RS-26 미사일 개발에 대한 공개된 정보는 없다"면서 "이 미사일의 개발도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러시아 언론은 지난 2018년 'RS-26 프로젝트'가 더욱 유망한 극초음속미사일 '아방가르드'의 개발 때문에 연기됐다고 쓴 바 있다.
스트라나.ua는 "RS-26 미사일이 주로 핵탄두 운반용으로 설계됐고, 탄두가 여러 개 있어 대공 방어 시스템으로 요격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면서 "(우크라이나 공군의 발표대로라면) 이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핵전쟁 단계로 이동할 수 있다는 모스크바의 신호"라고 해석했다. 또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서방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러시아에게는 자국의 신형 미사일이 나토(NATO)의 방공망을 뚫을 수 있는지 시험해 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도 했다.
RS-26 루베즈 탄도미사일/사진출처:유튜브
궁금한 것은 RS-26과 '오레슈니크',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이 주장하는 '케드르'와의 상관관계다.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종류의 MIRV인지, 전혀 다른 체계의 탄도미사일인지 여부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정보총국(GUR)은 러시아 탄도 미사일(푸틴 대통령은 '오레슈니크', 부다노프 국장은 '케드르'라고 주장)이 아스트라한에서 발사된 뒤 15분만에 드네프르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또 미사일에는 6개의 탄두가, 각 탄두에는 또 6개의 새끼 탄두(자탄, 子彈)이 장착돼 있다고 했다. 마지막 구간의 비행 속도는 마하 11 이상(푸틴 대통령의 발표는 마하 10)이었다.
이 미사일의 테스트(시험 발사)는 2023년 10월과 2024년 6월 아스트라한의 카푸스틴 야르 훈련장에서 실시됐다고 GUR는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RS-26 루베즈'의 개발에 성공한 뒤 '케드르'(혹은 오레슈니크)가 개발됐다고 할 수 있다.
'케드르' 개발에 대해 알려진 것은 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1년전 쯤이다. 러시아 언론은 2021년 2월 말, '케드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보도했고, 지난 4월에는 10년 안에 케드르 탄도미사일 체제가 토폴및 야르스 ICBM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고정및 이동식 발사대에서 모두 발사가 가능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올해까지도 개발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뿐, 시험 발사 이야기는 없었으며, 빨라야 2030년에 도입될 것이라고 했다. 그때쯤 기존의 토폴 미사일이 수명을 다하고, 야르스 ICBM 역시, 교체 주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같은 보도들을 전제로 하면, '케드르'는 당초 개발 계획보다 몇 배나 더 빠르게 만들었다고 스트라나.ua는 진단했다. 하지만 서방에서는 여전히 '케드르'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 국방부는 RS-26 루베즈를 기반으로 제작된 신형 미사일(혹은 개량형)으로 우크라이나를 타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쯤되면 푸틴 대통령이 소개한 '오레슈니크'는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의 미사일인지, 케드르 프로젝트로 만든 미사일인지, RS-26 루베즈의 개량형인지 모호해진다. 러시아가 굳이 '오레슈니크'라고 고집하는 것은 '전략적 모호성'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게 거의 없는 새로운 러시아 미사일이라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RS-26 루베즈다.
◇러시아의 향후 대응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오레슈니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에 참여하는 서방 국가들의 무모한 결정과 행동에 러시아의 대응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라며 "러시아는 (대응) 능력을 분명히 보여줬고, 우리의 우려가 고려되지 않을 경우, 추가 보복 조치에 대해서도 매우 명확하게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또 "오레슈니크 미사일의 발사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부와 접촉한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말한 대로) 일부에서는 러시아가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심한다"며 "러시아는 어떤 상황에서도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이를 의심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스트라나.ua는 푸틴 대통령이나 페스코프 대변인의 발언을 토대로 크렘린이 두 가지 행동 전략을 갖고 있다고 썼다.
하나는 우크라이나와 나토에 대한 빠르고 강력한 핵 대응이다. 러시아의 매파(강경파, 전쟁지지파)는 러시아의 '레드 라인'(금지선)을 넘어선, 서방측 장거리 미사일의 본토 공격에 가능한 한 가장 강력한 대응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서방은 러시아의 '레드 라인'을 공갈로 인식하고 도발을 계속할 것이라는 논리에서다.
강경 군사블로그(텔레그램)들은 2022년 개전 초기부터 "우크라이나에 두세 번의 핵 공격을 가하면 키예프를 항복시킬 수 있을 텐데, 왜 굳이 돈바스에 수천, 수만 명의 군인을 투입해야 하느냐"며 "미국은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터뜨렸다"고 주장했다.
다른 하나는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는 실질적인 조치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 공격은 중국과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신흥국가들)의 지지를 잃고 국제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세계를 핵전쟁으로 몰아갈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전략을 지지하는 이들은 "시간은 러시아편"이라며 "러시아군이 주요 전선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이상, 트럼프 당선자의 취임을 기다려 그의 전쟁 종식안을 살펴보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후에 강경 대응에 나서더라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오레슈니크' 미사일 발사에 뒤이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바로 이 전략을 따르고 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력의 거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원전에 대한 공격이 핵무기 사용보다 실제 효과가 더 크다는 본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니, 우리도 그 보복조치로 원전을 공격한다는 논리다.
푸틴 대통령은 연이은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향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접근 방식이 더욱 강경해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략적 모호성이 두드러졌다. “우리는 서방을 위협하지만 (아직) 공격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핵무기 탑재 미사일로 공격했지만 핵탄두를 장착하지는 않았다"는 식이다. 그려면서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행동에 따라 언제든지 더욱 강경한 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협박했다.
러시아의 국제전문가 모임인 '발다이 클럽'의 안드레이 비스트리츠키 회장은 "푸틴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서방 정치인들에게 '레드라인'에 대해 생각하게 할 것"이라며 "이제 공은 저쪽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올레크 카르포비치 러시아 외무부 외교아카데미 부총장은 "푸틴 대통령은 서방 국가들이 선을 넘었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며 "그들의 행동이 세계 핵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불가리아 군사 전문가 보얀 추코프는 '오레슈니크'가 푸틴 대통령이 제시한 '레드카드'라고 말했고, 오슬로 핵프로젝트(ONP)의 파비안 호프만 연구원은 "MIRV에는 핵탄두가 장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위스 군사전문가 랄프 보스하르트는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하는 국가들은 러시아군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했을 가능성과 오레슈니크외에도 서방이 모르는 다른 무기를 보유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황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대응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러시아 '오레슈니크' 미사일 공격은 우크라이나와 전세계를 큰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우크라이나 의회(최고라다)는 보안상의 이유로 당분간 문을 닫겠다고 발표했고, 일부 의원들은 러시아군이 조만간 키예프의 행정부 지역을 공격할 계획이라고 주장하는 등 공황상태에 빠졌다.
우크라 의회인 베르호브나야(최고) 라다/사진출처:НикВести
러시아가 '오레슈니크' 미사일 발사를 사전에 미국에 통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크라이나 의회의 이같은 호들갑은 러시아에 대한 근본적인 공포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하긴, 주키예프 미국 대사관도 러시아의 통보를 받은 뒤 24시간 문을 닫았다. 우크라이나 의회와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는 주키예프 중국 대사관은 문을 닫지 않았고, 신임 중국 대사가 업무를 시작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의회의 폐쇄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22일 저녁 연설을 통해 “공습이 없으면 국가와 생산시설, 대사관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며 "우리 정보기관의 정보만을 진짜 정보로 인식하고 공습 사이렌이 울리면 의회와 정부 기관들은 대피소로 대피하고, 그외에는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우크라이나에는 ICBM을 격추할 수 있는 수단이 아직 없지만, 미국에 방어 무기를 요청할 것"이라며 "해군용 개량형 패트리어트나 또는 이지스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Aegis BMD)의 제공을 원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21일) 서방 동맹국들에게 러시아의 '오레슈니크' 미사일 발사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지만, 서방 측의 반응은 상당히 미온적이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가 진정한 평화를 받아들이도록 무력을 통해 강요해야 한다"며 "세계가 이에(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 반응하지 않으면, 그들은 이 방식이 통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러시아가 새로운 유형의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징후는없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미국이 어떻게든 이번 공격에 대응하거나 키예프에 대한 지원을 늘릴 것이라는 발표도 없었다.
오히려 전쟁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경 너머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국제사회에서 쏟아졌다.
예컨대 숄츠 독일 총리는 드네프르에 대한 러시아의 탄도 미사일 공격을 '위험한 확대'라고 불렀다. 그는 "이 전쟁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준다"면서 "확전을 막기 위해서라도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타우러스 장거리 미사일을 공급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렀다.
현지 여론도 타우러스 제공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이치랜드트렌드의 여론 조사 결과, 독일 국민의 61%, 구 동독 지역 주민의 76%가 타우러스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공급을 반대했다. 찬성은 27%에 그쳤다. 이같은 결과는 올해 3월 이후 변하지 않았다.
독일은 대신 '미니 타우러스'(mini-Taurus)로 불리는 인공지능(AI)형 드론을 키예프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 드론은 조종자와 GPS 없이도 작동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스크 폴란드 총리도 러시아의 오레슈니크 공격이후 “글로벌 갈등의 실질적인 위험이 닥쳐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은 양측에 긴장 완화를 위한 긴급 조치를 취할 것(평화협상)을 촉구했고, 중국도 같은 맥락의 성명을 발표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의 유럽판 편집장인 벨 홀은 "러시아의 이번 공격은 핵전쟁에 이르는 보복의 사다리에서 서방을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신중하게 계획된 시도"라며 "모스크바가 핵 보안 프로그램을 준수하면서 서방측에 임박한 공격을 경고했다"고 해석했다.
문제는 트럼프 당선자의 취임까지 남은 2달간의 기간이다. 트럼프의 협상안이 가시화하는 내년 1월(젤렌스키 대통령의 전망) 이전에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이 러시아 본토를 계속 공격할 경우, 모스크바의 대응 조치가 관건이다.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을 위한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인지, 특별히 조치를 취하지 않고 트럼프 당선자의 취임까지 기다릴 것인지 여부다. 다행히 오레슈니크 발사 이후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공격 소식은 아직까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스트라나.ua는 "미국의 전쟁 지지세력(네오콘)도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그들은 트럼프가 취임할 때까지 전쟁의 조기 종식 방안을 최대한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기 위한 확전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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