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5시 10분 기상.
눈도 못 뜰 정도로 피곤하다.
이렇게 힘들 줄 알면서도 난 어제 아니 오늘 새벽 2시에 잠이 들었다.
회사가 가기 싫다.
하지만 부모님께 변명할 명분이 없다.
터벅터벅 이른 아침을 가르며 간신히 통근버스에 올랐다.
첫번째 정류장을 지나고 그 후 대 여섯번의 정류장을 지난 후
경인고속도로에 접어들기 바로 전 정류장인 양평에 도달했다.
몇 번의 갈등 끝에 버스에서 내렸다.
다들 이상하게 생각했을거다.
타는곳에서 내리는 사람은 나뿐이었으니까.
그때 시간 6시 40분.
갈 곳이 없다.
PC방에 들어갔다.
밤사이 같이 영화보기를 신청한 사람이 있을까 ?
역시 예상대로 아무도 없다.
9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당산에서 문래를 거쳐 신도림까지…
발바닥엔 불이 나고 아침도 굶은 배에선 밥달라고 성화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후배를 보기 위해 선릉으로 향했다.
배부른 점심을 기대하면서 전화를 했다.
“저 선약이 있는데요…”
선릉역까지 와서 난 근처 편의점에서 700원짜리 컵라면에 계란하나를 풀어서
아침겸 점심을 때워야 했다.
그시간 양복을 빼입은 많은 사람들은 근처의 식당으로 향하고
편의점 창밖을 통해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모습.
‘난 지금 여기서 뭘하고 있는 걸까 ?’
국물까지 남기지 않고 먹은 탓에 제법 부른 배를 두들기며
비오듯 흐르는 땀을 식히기 위해 근처에 있는 삼성금융플라자로 들어갔다.
떡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보험증권 잃어버렸다고 신고해서 재발급받고
멀쩡한 자동이체 계좌를 국민은행에서 주택은행으로 바꾸고
고객용 PC에 앉아 게시판에 “포기다…”를 썼다.
그리고 광화문…
6시까지 연락주겠다던 후배는 힘들겠다고 통보를 하고
음료수 한잔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별이와 재롱이는 모두 바빴다.
오늘은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갑자기 영화도 보기 싫어졌다.
그리고 이제 집이다.
추신> 어제 소개팅했던 여자를 만났다.
내가 편했나 보다.
아니면 정말 싫었나 보다.
자기가 좋아하고 있는 남자이야기만 한다.
그 사람은 키도 작고 가진것도 없지만 그냥 좋단다.
그것도 웃으면서…
이런말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모두들 내가 그렇게 정말 함부로 대해도 될 만큼 만만한 걸까 ?
아니면 내가 그런 대접밖에 받지 못할 정도로 행동을 잘못하고 있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