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구단주, 이광은 감독에게 '경고'
“일체의 연(緣)을 끊으소.”
LG 구본무 구단주가 이광은 감독에게 뼈아픈 한마디를 했다.
지난 92년부터 매년 정규시즌 시작 전 구단주의 고향인 진주 생가에 모여 우승을 기원하는 ‘단목제’를 열어온 구 구단주는 17일 올해도 어김없이 열 린 행사에서 LG가 우승하기 위해 이 감독이 반드시 고쳐야 할 두가지 사항을 제시했다.
첫째는 모든 종류의 ‘연’을 끊고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실력으로만 평가 하고 기용하라는 것.
한국 사회가 학연과 지연을 중심으로 모든 일이 돌아가긴 하지만 그동안 L G는 배재고-성균관대를 나오면 ‘성골’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학연이 힘을 발휘한다고 소문난 곳이었다.
최종준 단장,이광은 감독,노찬엽 코치 등이 배재고를 나온 선후배 사이.노 찬엽 코치는 지난해 이광은 감독이 2군에서 1군으로 승격할 때 함께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구단주가 말하는 ‘연’이란 바로 그러한 학연관계를 지칭하는 말로 해석 되기에 충분했다.게다가 현재 이 감독과 함께 하는 코칭스태프는 연세대 동 문이 많다.이 또한 색안경을 끼고 보기엔 충분했다.
두번째는 좀더 엄격하고 모질어지라는 것.부드럽고 온화한 성품의 이 감독 은 자신의 의견보다 선수들이 스스로 프로의식을 갖고 운동을 하는 ‘자율야 구’를 주장해왔다.
문제는 그러한 성품이 시즌 중엔 우유부단함으로 보여진다는 데 있다.경기 중 잦은 선수교체와 작전변경은 선수들로 하여금 이 감독의 경기운영 방식 에 믿음을 가질 수 없게 만들었다.
지난 시즌 마무리투수 결정을 놓고 몇차례 전체 투수진을 흔든 것이나 9회 두 번이나 대량실점을 하고 역전패한 것,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보너스를 달 라며 선수들이 훈련을 거부한 것 등이 모두 선수단을 장악할 만한 역량이 부 족했다는 증거로 나타났다.
그동안 감독의 야구단 운영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없었지만 구단주는 다양 한 경로를 통해 문제점을 알아온 듯 정확하게 지적했다.
구단주는 이 감독에게 “슬럼프에 빠진 선수는 미련없이 2군으로 내려보내 라”는 말로 좀더 확실하게 선수단을 장악해줄 것도 요구했다.
이 자리에 동석한 하일성 KBS 해설위원은 “구단주님이 이 감독에 대해 꿰 뚫고 계시네”라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지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발 언이 계속됐다.
“내가 야구전문가도 아닌데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것 같다”고 구 구단 주는 얘기했지만 이날 행사에 참석한 LG 고위간부들의 표정은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