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가도 추억은 남는다
/ 모네타
서른살 노처녀 해순이는 며칠전부터
저녁이면 텔레비전 홈쇼핑을 열심히 보고 있다
회사퇴근 후 많았던 모임도 회식도
멀리한 채 텔레비전 홈쇼핑을
채널을 돌려가며 보고 메모까지 한다
며칠을 방콕해서 유심히 살피던 중
오늘 마음에 아주 쏙 드는 광고가 있다
얼른 쇼파에서 일어나 냉장고를 뒤져
어제 먹다 남은 과일 그릇을 가져와
손은 과일을 주워 입으로
눈은 홈쇼핑 광고를 뚫어져라 본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멋진 모델들이
여러명 나와 산악자전거와 레져복을
판매가의 30%만 받는다고 뻥치고 있다
그리고 일시불로 결재하면
상하의 2벌씩에 보너스로 트래킹화를
준다고 남녀 뻥치기 도사급인 광고자가
입에 침까지 튀겨가며 떠들고 있다
‘앞으로 남은 판매시간은 20분,
벌써 몇몇 사이즈는 매진되었고
지금도 주문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어서 빨리 신청하세요
이번 기회는 흔치 않는 기회니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합니다
신청 전화번호는 1577- 1577입니다‘
시골출신이어 순진하고 약간
띨띨한 노처녀 해순이는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얼른 안방으로 뛰어가
서랍속을 뒤져 줄자를 꺼내와 허리며
히프며 열심 재본다
요샌 운동도 안하고 친구를 만나서
찰밥이랑 회랑 마구잡이로 먹어
제법 살이 통통 올랐기 때문이다
반품은 절대불가 하다하니 유비무환의
심정으로 ‘돌다리도 다시 한번 두들겨
보고 건넌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버스 지나간 뒤 손 흔들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가 생각나서이다
66이면 너무 작고 77이면 약간 크지만
편하기는 한데 맵시가 영 미모를 안 받쳐준다
얼굴에는 고소하게 볶은 깨소금이
여러개 보이지만 다시 한번 뜯어보면
귀여운데가 있어 보인다
듬직한 체구는 영락없는 종갓집 맏며느리감
무거운 짐도 버쩍 들고 중항아리 정도는
시골에 살 때 늘 해순이가 옮겼다
‘따르릉 따르릉’ 벨이 몇 번 울리고나서
갸날프고 상냥한 목소리가 들리며
사이즈며 색상을 안내원이 묻는다
해순이는 적은 메모장을 보며 분홍색과
검정색 77사이즈 1벌씩 , 산악 자전거 1대
트래킹화는 회색빛으로 주문하고
텔레뱅킹으로 바로 물건값을 넣어 준다고
한다
이번에는 작심삼일이 아니고
진짜 열심 운동 해야지 명심 작심
양손가락까지 걸고 달 보며 맹세한다
며칠 후 퇴근하니 주문한 물건들이
배송되어 왔다
5층짜리 낡은 고물 아파트에 5층에 사는
해순이는 삐걱거리는 현관문을 열고
물건을 받아 자전거는 번쩍 들어
거실에다 놓고 배송상자를 뜯어 얼른
주문한 옷을 입어본다
그런데 넉넉할 줄 알았던 옷들이 타이트하게
꽉 조여온다
반 치수 적게 만들어졌던 것이다
반품은 절대불가하다 하니 할 수 없이
육중한 몸을 옷에 맞출 수밖에 없다
다음날 일요일 아침
혼자 사는 노처녀 해순이는 일찍 일어나
너무 타이트해서 뱃살이며 조선반도 반만한
엉덩이를 요란하게 흔들며
자전거를 들어 어개에 메고 5층 아파트에서
내려와 타고 한강 고수부지로 내달린다
샛길을 따라 힘차게 달리니
20분도 안되어 한강에 도착하였다
이른 아침인데도 한강변 고수부지
사이클 도로에는 남녀노소 할 것없이
한데 어울려 자전거를 타며 지나간다
모두가 열심 운동하는 자전거 매니아
여서인지 날씬하고 멋있게만 보인다
‘나도 얼른 운동해서 살이 조금 빠지면
인터넷 사이클동호회에 가입해서
멋진 몸매와 예쁜 미모를 자랑해야지
이래뵈도 해남에서는 미인이란 소리를
듣고 자랐는데
그리고 멋진 배우자도 골라야지‘
머리가 나빠 늘 김칫국부터 먼저 마시고
혼자 자화자찬 즐거워하는 해순이는
자전거 패달을 힘껏 밟으며 김포쪽으로
아주 우아하게 폼을 잡으며 달린다
때는 바야흐로 춘오월 호시절
녹음방초가 우거지고 이름모를 산새들이
한데 어울려 짝짓기하는 계절이다
그래서 그런지 남녀 쌍쌍이들이 한데
어울려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너무 정겹다
남녀 한쌍이 해순이앞을 깐즉거린다
빨리좀 가지
무슨 나눌 말이 그렇게 많은지
깔깔대며 호호대며 영 눈꼴이 사납다
자세히 보니 남자는 해순이 이상형이고
여자는 여시같이 생겨 구역질이 날
정도이다
“아니 저 년은 나보다도 별 잘난 것이
없어 보이는데 무슨 남자복이 저렇게 많어
디러운 세상
미인은 예전부터 박복하다 했더니
그말이 딱 맞는 오늘이네
아니 xxx같은 년놈들이 늦게 갈려면
길옆으로 가야지 정말 성질이 있는대로
쏟구쳐 머리에서 흰연기가 ‘폴폴’ 난다
‘평소 같았으면 다가가 머리채를 잡아
두바퀴 돌려 잡아당기고 비틀거릴 때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넘어진 년
엉덩이를 보기좋게 걷어차며 콧노래를
부르며 의기양양해서 걸어갈텐데‘
라고 생각해 보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상대가 2명이니 혼자서는 역부족이다
입술까지 나오는 욕을 참아가며
있는 힘을 다하며 반대편 길로 추월하면서
힐끗 째려본다
그런데 아뿔싸 재려보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맞은편에서 오는 자전거를 못 보았던
것이다
째려보는 시간이 너무 길었던 것이다
‘꽈탕탕’ 소리가 나면서 해순이가 탄
자전거는 부닺혀 비틀거리며 바로 앞에
있던 남녀 자전거와 뒤엉켜 쓸어진다
남자가 째려보며 인상을 쓰고 여자는
‘뭐 이런 여자가 있어
생겨먹기는 꼭 저팔개 사촌같은 여자가
망가진 자전거는 어떡하냐고‘
아귀나찰보다 더 무섭게 쏘아보며 말한다
해순이 잘못으로 자전거 3대가 보기좋게
넘어지면서 망가진 것이다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를 하자 맞은
편에서 오던 남자는 괜찮다고
조금 삐걱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갔고
커플 중 남자도 괜찮다고 하지만
여자는 수리비용하고 약값까지 달라며
막무가낸다
해순이는 할 수 없이 거듭 머리를
180도 조아리며 사과를 하고
수리비용과 약값으로 꿍쳐둔 5만원을
주고 해결을 한다
사건이 해결되고 혼자 남았을 때
다시 자전거를 탈려고 하니 무릎에
피가 맺혀 있고 어깨도 절려온다
화가 났지만 참을려고 부단히 애쓴다
자전거를 타서 패달을 밟자 앞바퀴가
고무줄처럼 휘청거린다
자세히보니 앞바퀴 휠이 휘여져
바퀴 커버와 부딪혀 구르지 않는다
어쩔수없이 자전거를 메고 4키로미터
남쪽에 있는 한강 자전거 수리센터로
힘겹게 가고 있다
‘씨팔 개잡년놈들
아니 자동차 사고도 쌍방과실
모든 사건들이 둘이 만나서 발생했는데
어찌 나만 잘못이냐
야, 씨팔 나쁜 버러지 잡종들아
내돈 떼먹고 잘사나 두고보자‘
큰소리로 한강을 향해 목청껏 소리를 친다
그러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실성한 여자처럼
불쌍히 처다본다
창피한 것을 느낀 해순이는 자전거를 메고
절뚝거리며 수리센터로 간다
그런데 아주 많은 나홀로 남자들이
지나가건만 누구 하나 솔선수범 자전거를
대긴 메주는 백기사는 없다
억울하고 원통해서 살이 왕창 빠지는 것 같다
무겁고 아파서 쉬고 또 쉬고해서 2시간 걸려
수리센터에 자전거를 맡기니
무려 수리비가 10만원이나 나온다
알지 못했던 다른 부분도 망가진 것이다
그리고 내일 찾으러 오라한다
억울하지만 어찌하겠는가
참고 또 참고 주린 배를 달래려
근처 잔디밭에 앉아 배낭을 열고
싸온 김밥을 먹을려고 꺼내보니
김밥이며 물이며 뒤섞여 비빔밥인지
물말아 논 밥인지 물위에 밥알이
분리되어 떠있고 김이 여기저기
뺑덕어미처럼 붙어있어 도저히 ]
먹을 수가 없다
할수없이 다시 싸 근처 쓰레기통에
버리고 돌아서니 눈물이 ‘펑펑’ 쏟아진다
눈물이 흘러 시야가 뿌여지자 다시
떡뚜거비같은 손으로 훔치고 다시 울고
하다 울기도 지쳐서 집으로 갈려고
일어서는 데
어디에서 날라왔는지 야구공이 해순이
머리통을 날려버린다
너무 아파서 머리를 만져보니 혹이
남산만하게 불거져 나왔고
눈알이 뱅뱅돈다
주위를 살펴보지만 모두들 시침을 떼니
누군지 알 수가 없다
재수 디럽게 사나운 날이다
욕을 하며 야구공을 힘껏 한강으로
던져버린다
그런데 아불싸
어디에선가 ‘뿌지직 뿌지직’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보니 엉덩이쪽 바지가 살을 이기지 못하고
찢어져 빨간 팬티가 선명하게 보인다
순간 모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자기 팬티에만 쏠린 것을 보고
배낭을 엉덩이에 대고 어그적거리며
계면쩍은 웃음을 흘리며 도망을 간다
이때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다리며 어깨며 머리까지 너무 아프지만
창피해서 아픙을 참고 사람없는 곳으로
달려가고 있다
너무 불쌍한 해순이다
오래간만에 운동해서 살찐 몸매를 날씬이로
바꿔볼려고 하다 몸도 다치고, 돈도 날리고,
새로 산 바지도 망가지고
더욱 망신스러운 건 한강 고수부지에서
빨간 삼각팬티까지 보인 것이다
정말 머피의 법칙이 생각나는 하루이다
재수 더럽게 없는 년은
꼭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이
어울리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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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감하네요~~ 좋은하루되세요^^
고맙습니다
언제나 행복한 날들이시길요
잘 보고갑니다..ㅎㅎ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젠 완연한 봄이네요
추위도 가시고요
즐거운 시간 되시길요
ㅎㅎㅎㅎ즐감요
고맙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
활기찬 하루 되시길요
그래요~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그런 날이 있지요...
아주 ,비속어까지 재미있게 읽었네요!
혹시,실화인지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시간되시길요
실화? 글세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한참 웃다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