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은 본래 한 집안의 며느리로 들어가면서 시댁 식구를 위해 정성스레 꾸려 보내던 선물. 그러나 요즘엔 신부들에게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만만치 않은 고민거리인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염두에 두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짚어보고 독자들의 갖가지 예단 궁금증에 대한 해법을 전한다.
실속과 편리함 때문에 현금 예단을 보내는 경우가 늘었지만 아직도 대부분은 현금과 현물 예단을 함께 보내는 추세. 현물은 전통적으로 보료, 반상기, 은수저 등을 보내는 게 일반적이고 형편이나 취향에 따라 한복 금단추, 보석, 모피 코트, 명품 브랜드 핸드백 등을 더하기도 한다. 최근엔 격식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꼭 필요한 품목인 시어머니 한복, 시아버지와 신랑 정장, 침구 세트 정도로 실속 있게 준비하는 집도 많다. 먼저 사전에 시댁 어른들과 예단의 규모와 품목을 충분히 상의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다음 현물과 현금을 어떤 비율로 할지 결정하고 현물은 침구류, 맞춤 양복 등 오래 걸리는 것부터 마련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예단을 전하는 시기는 결혼 한 달 전쯤이 적당하다. 시댁에서 예단을 받아 친척들에게 전달하고 신부 쪽에 다시 보내기도 하므로 너무 늦지 않아야 한다. 이때 예법에 맞는 포장법도 중요한데, 현금 예단은 깨끗한 백지나 한지로 속지와 봉투를 만들고 속지 위에 예단의 품목과 금액, 일시, 아무개 배상이라고 쓴 뒤 양 모서리를 안쪽으로 모이게 접어 현금과 함께 봉투에 넣는다. 또 봉투의 입구는 봉하지 않으며 근봉謹封이라고 쓰고, 이것을 다시 청홍 보자기에 싼다. 현물은 품목별로 정성스럽게 포장한 뒤 보자기에 싸거나 큰 가방에 넣어 들고 가되, 역시 깨끗한 백지나 한지에 품목을 적고 겉봉에 물목勿目이라고 쓴 봉투를 함께 전달하는 것이 예의. 전달할 때는 형제 중 한 명이 동행하는 것이 좋지만 요즘에는 신랑과 둘이 가는 경우도 많다.
신부에게는 늘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는 예단을 현명하게 준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양가 어른과의 의견 조율입니다. 서로 생각이 달라 나중에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준비 전에 충분히 의논해 적정선을 찾는 것이 예단을 기분 좋게 주고받는 방법입니다.”라고 듀오웨드의 고미란 실장은 말한다.
써니플랜의 최선희 대표도 “특히 현물 예단에서 문제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가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인데, 이는 선물 자체보다 받는 사람의 취향에 맞지 않기 때문이에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렵더라도 사전에 시댁 어른들이 원하는 품목을 상의하고 준비하는 것이지요.”라고 조언한다.
집안마다 가풍이 다르고,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예단에는 정답이 없다. 그렇기에 각자의 상황별로 예단에 대한 고민도 가지각색. 독자들의 궁금증은 무엇일까.
Q 얼마 전 결혼한 선배가 현금 예단을 보냈을 때 시댁에서 예단비가 적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속상해하더군요. 저도 얼마를 보내야 할지 고민이에요. 집안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보통 어느 정도가 적정 수준인가요?
A 많은 신부들이 현금 예단은 대체 얼마를 해야 할까를 고민하는데 가풍과 집안 사정에 따라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라 정답이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300만~1000만원 정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엔 신혼집 마련 비용을 어떻게 분담했는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신부가 비용을 보탰다면 대신 예단 규모를 줄이고, 신랑 쪽에서 자가로 준비했다면 최대 3000만원 이상의 예단비가 오가기도 해요.
Q 현금 예단 700만원에 전통적인 현물 예단인 보료, 반상기, 은수저 등을 함께 보내려고 합니다. 신랑의 형제와 친척을 위한 예단 비용이 여기에 포함됐다고 생각하면 되나요? 혹시 따로 챙겨 보내야 한다면 적당한 아이템을 추천해주세요.
A 예산을 세울 때 포함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보통 실속과 편리함 때문에 현금 예단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일반적이고요. 경우에 따라서는 따로 준비하기도 하는데 백화점 상품권, 이불, 넥타이, 스카프 정도면 무난합니다.
Q 신랑 될 사람이 3형제 중 막내예요. 시댁 어른들이 형님들 결혼할 때 보료, 반상기, 은수저 등은 이미 받으셨기 때문에 저는 겹치지 않게 다른 품목을 보내고 싶습니다. 요즘 시부모님들이 좋아하는 인기 현물 예단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현물 예단은 딱히 어떤 것이 인기 있다기보다 받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아이템이 무척 다양해집니다. 요즘 시부모님들이 선호하는 아이템을 꼽자면 보석, 코트, 핸드백, 돌침대, 골프채 세트 등이 있습니다. 또 양문형 냉장고, 김치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교체해드리기도 한답니다.
Q 신랑을 통해 넌지시 시어머니 의중을 여쭤봤더니 원하시는 품목과 액수가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부담스럽습니다. 형편상 다 할 수가 없는데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게 좋을 지…. 무리가 되더라도 그 수준에 맞춰 준비해야 할까요?
A 너무 무리하기보다는 예산 내에서 준비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단, 시어머니가 하신 말을 모른 척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정중히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세요. 무엇보다 가능한 금액 안에서 정성껏 보내는 게 중요합니다. 현물 예단의 경우 원하시는 품목 중 경중을 따져 꼭 필요한 몇 가지를 구입해 보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고요.
Q 예단을 보낼 때 친척들 것도 고려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시아버님, 시어머님 형제가 각 8~9분씩이에요. 모두 20여 분이나 되는데 다 챙기려니 부담이 됩니다. 친척의 범주를 어디까지 생각해야 하나요?
A 전통 혼례에서는 신랑의 팔촌까지였지만 요즘은 시조부모, 시부모, 신랑의 형제자매, 신랑의 삼촌과 고모 정도까지 챙기는 것이 보통입니다. 또 촌수를 따지기보다는 시댁과 가깝게 지내는 정도에 따라 예단을 준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단의 범위 또한 미리 시어머니와 충분히 의논해 정하는 것이 좋겠지요.
Q 결혼을 앞둔 신랑입니다. 신부 쪽에서 곧 예단을 보낸다고 해요. 받은 현금 예단 중 어느 정도를 돌려보내야 하나요? 주변에 이 문제로 서로 서운해하는 경우도 있던데, 적당한 수준이 궁금합니다. 이때 지켜야 할 예법도 좀 알려주세요.
A 우선 예단을 받고 나서 신부 측에 꼭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이 예입니다. 돌려줄 때는 봉채라고 쓴 봉투에 돈과 함께 예단 서식지를 작성해 넣은 뒤 붉은색 예단보에 포장해서 보내야 합니다.
이때 금액은 꼭 얼마를 돌려줘야 한다고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가풍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요즘엔 보통 절반 정도를 다시 보내는 게 관례랍니다.
Q 얼마 전 결혼한 친구가 예단 보낼 때 예단 편지를 동봉해서 칭찬을 받았다고 합니다. 저도 쓰고 싶은데 지켜야 할 형식이나 들어가야 할 내용이 있나요? 또 요즘엔 예단 떡도 함께 보내는 경우가 많다던데 이것도 같이 보내는 게 좋을까요?
A 특별한 형식은 없고 마음에 있는 말을 정성껏 쓰면 됩니다. 자신을 며느리로 맞아준 시댁 어른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예단을 정성스럽게 준비한 친정 부모님의 마음도 함께 전하세요. 또 앞으로의 결혼 생활에 대한 본인의 마음가짐을 적는 것도 좋습니다. 예단떡이나 꽃 등은 큰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 보내는 이의 성의가 느껴지는 선물이기에 권하고 싶습니다.
기자 에디터 김보령 사진 류형철
도움말 김은경(전통의상 담연 실장), 고미란(듀오웨드 실장), 최선희(써니플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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