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심이 지극한 두 여동생에게 은색 실로 베스트를 떠서 선물할 계획을 세운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몸이 정상이었으면 벌써 베스트를 완성해 주인을 찾아 갔을 텐데...
손녀 인형 뜨기 한다고 시간을 보냈고, 손가락과 어깨에 통증이 생겨 치료받느라고 또 시간을 하릴없이 보냈습니다.
지난 주말에 대구 여동생 베스트만 겨우 완성해서 갖다 주었습니다.
가볍고 따뜻하고 무늬도 예쁘다고 좋아해서 애써 뜬 보람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입을 계절이 아니라서 아쉽지만 가을이 오면 요긴하게 잘 입겠지요.
니터들이 가장 크게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선물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덩달아 즐겁고 행복하게 되는 때입니다. 뜨는 동안 옷의 주인공을 생각하며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펴는 동안 손은 쉴 새 없이 바늘에 실을 걸어 무늬를 정교하게 엮어갑니다.
이태리 수입사라고 권하던 실가게 아저씨의 말씀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고 해도, 뜨개질 하기엔 쉽지 않게 가는 실 한 가닥에 더 가는 털이 있는 다른 한 가닥이 합해진 실인데, 털이 있는 가닥은 자꾸만 뒤로 밀려 뜨는 내내 어려웠습니다. 털이 있는 한 가닥의 실 때문에 떴다가 푼다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하게 생겨서 뜨는 내내 무늬가 틀리지 않게 바짝 긴장해서 떠야 했습니다.
대구 여동생은 내과 전문의로 내과의원을 경영하며 우리 집안의 주치의 노릇을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이상을 느끼면 동생에게 전화로 문의하게 되고 동생은 차근차근 설명을 잘 해줍니다.
친정어머니가 병환이 나시자 바로 동생이 집으로 모셔가서 1년여를 끝까지 모셨습니다.
어머니께 가장 자랑스러운 딸이며 가장 효성스러운 딸이기도 합니다.
부산의 막내 여동생은 연년생 고등학생 두 아들을 둔 직장맘인데도 불구하고 토요일이면 어머니 뵈러 대구에 와서 목욕탕에 모시고 가서 씻겨드리고, 아버지 아파트에 가서는 청소며 집안 정리정돈을 맡아하는 착한 딸입니다.
이 두 여동생에 비하면 맏이인 나는 멀리 있다는 핑계로 어머니가 입원하실 때만 간병 일을 맡았습니다.
매달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시는 어머니와 병원에서 함께 보낸 시간이 그래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습니다.
일등실이라고 해도 간병인 침상이 따로 없어 장의자에 쪽잠을 자야 하기에 어머니는 동생 네로 퇴원하시면서 함께 가서 하루 푹 쉬고 가라고 하시는걸, 그냥 상경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이 주일 간씩 집을 비워놓은 상태라, 남편과 아들 두 남자에게 맡겨놓은 집안 상태가 어떨지는 안 봐도 비디오지요.
세 자매가 어머니 돌보기에 정성을 쏟은 만큼 내가 못다 한 부분을 내가 가진 재능인 뜨개 선물로라도 채우고 싶어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내 것까지 떠서 세 자매가 입고 기념사진을 박을 계획입니다.
침침한 老眼에 둔해진 손놀림이지만 정성을 다해 뜨려고 합니다.
세 자매가 은색 베스트를 입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첫댓글 선배님! 결국 바늘을 잡으셨네요..
가족간의 사랑이 넘쳐서 보기 넘 좋네요.
어깨 조심해서 천천히 뜨시구요.완성되면 보여주세요...♥♥♥
어깨는 치료받고 좀 나아졌어요.
무리하지 않은 범위 안에서 조심스럽게 시작했어요.
완성하면 올릴게요.
며칠 전 갑자기 여분으로 사다 두었던 부엌 수세미가 떨어진 것을 알았지요. 어쩔까? 이 기회에 독한 맘 먹고 옥덕아우가 떠서 선물해 준 수세미를 써 봐? 귀하게 아끼며 보관하던 옥덕아우의 수세미를 만지작거렸습니다. 까슬까슬한 실로 떠진 수세미는 어서요, 어서 저를 써 보세요~ 하듯이 손끝에서 살아 있는 것처럼 반응을 하였지요. 그러나 역시... 차마 그것을 수세미로 쓸 수가 없어서 그냥 참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2년 동안 옥덕아우의 선물을 그냥 아끼고만 있지요. 그것을 떠서 선물한 아우의 단정한, 정갈한, 순수한, 단아한 그 마음을 수세미로 쓸 수가 없어서 입니다. 이런 못난이가 어디 있을까요. 제가 생각해도 참 답답합니다.
아이 참
언니도... 
수세미로 쓰세요.
쓰세요.
수세미는 설거지에 사용할 때, 본연의 의무를 하는 거라서요.
언니,
ㅎㅎ 금자 아우야 옛말에 <애끼다가 똥 된다>ㅋ 란 말 있제 옷도 큰맘 먹고 구입하여 걸어 놓고 아끼다가 유행 지나 입지도 못하고 그릇도 탐이 나서 큰 맘 먹고 사와서는 모셔놓고 아끼고....이런식으로 사는것이 몸에박혀 살다가 옥덕이한테 수세미를 선물 받아선 헌 수세미를 쓰면서 그 수세미는 나란히 걸어 놓고 쓰지 못하다가 큰맘 먹고 설날 아침에 빨간 원피스 수세미를 사용하니 싱크대가 인물이 나고 세재 뭍여 설겆이를 하니 그릇이 더 반질거리는것 같고 ㅎㅎ설날에 내 집에 온 아이들이 수세미를 보고 환하게 웃으면서 <수세미를 나란이 일년을 걸어 놓고 안 쓰든 엄마가 나이를 한살 더 먹어면서 마음이 달라졌나?> ㅋㅋ
@28회서혜숙 엄마 잘 했어요 제발 좀 아끼지 말고 쓰고 살아요... 수세미 새것 사용한다고 칭찬 받은것 어떻게생각하노? ㅎ 모처럼 잘 했다는 소리 듣고 기분이 좋아서 내친김에 해바라기 모양의 수세미를 하나 더 꺼 내어 원피스는 세재 묻혀 닦고 해바라기무늬 수세미는 그릇 행굴 때 쓰니 그만 부엌에 서 있는 이 할머니가 얼마나 세련되어 보이고 싱크대가 깔끔 해 보이는지.....ㅋㅋ 그런데 수세미가 얼마나 질긴지 ...ㅎㅎ 수세미 살 일이 없어 져 버렸으니 다른 수세미 공장 타격이 좀 있겟제 ㅎㅎ 내 손 안에서 조물 조물 설겆이 하면서 옥덕이 생각을 매일한다 ㅎ 금자 아우야 아끼지 말고 얼른 사용해라 물 묻은 수세미가 더 예쁘드라 ㅎㅎ
@28회서혜숙 ㅎㅎㅎ
손 안에서 조물조물 수세미로 설겆이를 하면서 옥덕아우 생각하신다는 언니 말씀 들으니 갑자기 용기가 생기네요. 그렇게 정갈하게 온 정성으로 뜬 수세미에 고추기름기를 어찌 묻힐까 걱정 했는데 말 입니다. 눈 딱 감고 쓰겠습니다. 아껴서라기보다 아우를 마구 대하는 것 같아서 용기를 못 냈었는데 생각을 달리 하지요. 호호호 언니 감사 합니다.
언니 베스트 색갈은 같은색으로 뜨시나요? 어깨 생각하셔서 천천히 쉬엄쉬엄 하세요...
세 벌 뜨려고 넉넉하게 실 큰 뭉치로 구입했어요.
세자매께서는 elite면서도 마음씨, 솜씨, 맵씨 모두 뛰어 나시네요....부러워라...
동생들에 한참 못 미치는 접니다.
옥덕아우야 세자매 짜 입고는 인제 뜨개질은 문 닫자
모두가 너를 걱정하니까...
베스트 세 벌 뜨고나면 오래오래 쉬렵니다.
이젠 눈도 침침해서 예전같지 않습니다.
빨리 사진 보고싶네.아우야 힘내

완성하는대로 인증샷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