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시원한 계곡을 찾아 잠시라도 발을 담그면서 느긋하게 여유를 부려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울산에는 몇 개의 이름난 계곡들이 있지만, 대부분 산악과 자연 풍치가 좋은 울주군에 모여 있습니다. 이번에 찾아본 계곡 역시 울산 울주군의 유명한 절이면서 접근성이 좋은 석남사와 시원한 여름 계곡,석남사 계곡을 다녀왔습니다.
가지산 석남사
석남사는 영남알프스 가지산 자락에 있는 사찰입니다. 가지산은 영남알프스 7산중에 최고봉을 자랑하는 해발 1,240m 높이를 자랑하며 영남 지방에서는 고산 축에 듭니다. 가지산의 동쪽 산기슭에는 신라 헌덕왕 16년(884년)에 도의 국사가 창건하였다는 석남사가 자리하고 있는데, 지금은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도량으로 더 잘 알려져 있고 석남사는 도의 국사의 부도(보물 369호)와 3층 석탑 등의 유물이 보존되어 있는 문화재를 보유한 사찰입니다.
석남사는 일주문에서부터 펼쳐지는 시원한 숲 산책로와 사찰까지 이어지는 평탄한 길 때문에 교통약자들도 나들이하기에 부담 없어 좋은데요. 석남사 일주문을 지나자마자 우측 계곡 쪽에서 시원하고 우렁찬 계곡 물소리가 들려옵니다. 사찰 구경을 하고 돌아 나올 때 잠시 계곡에 들러볼까 했는데 흐르는 물소리에 마음 먼저 빼앗겨 계곡 쪽으로 발길을 옮겨 봅니다.
며칠 전 내린 비로 수량도 풍부하고 물 빛깔도 아주 곱고 깨끗합니다. 비와 함께 사라진 것인지 이끼조차 보이지 않는 석남사 계곡물은 맑다 못해 투명함 그 자체입니다. 초여름 계곡이라고 하지만 평일 한낮의 석남사 계곡은 인적이 드물어 한산하고 고요합니다. 들려오는 소리는 새소리와 바람소리, 물소리뿐입니다. 잠시 동안 근처 바위에 앉아 평온이라는 사치를 누려봅니다.
여름 계곡과 잘 어울리는 이맘때의 시원한 나무그늘도 색깔이 참 예쁩니다. 어두운 나무줄기 위에는 바람이 불 때마다 하늘하늘 연둣빛 품은 여름 나뭇잎들이 춤을 춥니다. 두 눈을 지그시 감고 계곡 물소리, 새소리,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여름에 듣는 자연의 소리는 다른 계절과는 다르게 신선함과 청량감이 있습니다.
입구 계곡 쪽에서 잠시 힐링하고 석남사 산책길인 걷기 좋은 길 '나무 사잇길'에 접어드는데 앞서가는 비구니 스님 한 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스님의 행동이 특이해 자세히 보니, 스님은 가던 길을 직선으로 걷지 않고 지그재그로 걷고 계십니다. 천천히 따라 하듯 조용히 스님과 거리를 두고 지그재그로 걸어봅니다.
석남사 일주문에서 석남사 입구 반야교까지는 약 700m 거리인데 중간쯤에 가니 입구 쪽 우거진 숲과는 다르게, 산책로를 걸어가면서도 계곡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계곡 중앙 너른 반석 위에 한 남자분이 자연인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 책을 읽고 계셨는데, 걱정 없어 보이고 시원해 보입니다. 평일엔 한산하지만 주말이면 사람들로 꽉 차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즘 혼행이 유행이라고 하더니 7월 초 석남사를 찾은 분 중에는 유독 혼행 중인 분들이 많이 계셨답니다. 중년의 여자분들은 기도 차 들러는 것 같고 젊은 분이나 남자분들은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는듯합니다. 사찰도 있고 계곡도 있고 대중교통으로 접근성도 좋아서 석남사와 석남사 계곡은 혼자서 여행하는 분들도 조용히 찾기 좋은 관광지인 것 같습니다. 울산 시내뿐 아니라 KTX 울산역에서 버스로 35분 정도면 석남사에 도착할 수 있으니까요.
7월까지 화사하게 피어 있는 한 떨기 수국도 만나고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울산 대표 사찰 석남사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석남사는 계곡 옆으로 여러 전각들을 보호하기 위해 높이 쌓아 올린 돌담장이 아주 멋스러운데요, 사찰을 두른 단순한 담장이라기보다 무슨 요새 같은 느낌이 들었답니다.
석남사 종각 앞 반야교 아래쪽 계곡 모습입니다. 열두 송이 연꽃이 놓인 반야교 아래는 계곡물이 모여 작은 웅덩이를 만들어 두었는데 물 깊이가 제법 깊어 보입니다. 웅덩이 아래는 다시 작은 폭포들이 이어집니다. 며칠 전 내린 비로 인공으로 만들어진 보는 여러 개의 폭포로 변했습니다..
석남사 대웅전 앞 삼층석탑입니다. 석남사 삼층탑은 부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석가 사리탑이기도 한데요. 삼층탑 아래는 작년에 보지 못했던 황금 나뭇잎 소원지가 석탑 둘레를 빼곡하게 감싸듯 매달려 있습니다. 소원지 한 장에 5,000원이라고 적혀있어 많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모금함에 적힌 작은 글귀를 보니 세상을 밝히는 일에 쓰이는구나 싶습니다. "소원지를 적으면 나의 소원도 이루고 세상에는 행복의 바람이 불어온답니다"-행복 바라미 모금행사
석남사는 계곡 옆으로 나있는 산책로를 걸으며 조용한 시간 보내기도 좋지만 사찰을 두르고 있는 높은 담장길을 따라 걸어 보는 것도 운치가 있습니다. 들어갈 때는 반야교쪽으로 들어갔다가 돌아 나올 때는 청운교 쪽을 선택해 보시면 들어갈 때랑 나올 때랑 다른 풍경들을 만나게 된답니다.
지치고 힘들 때나 지루한 일상에 힐링이 필요할 때는 울산 근교 나들이하기 좋은 곳, 사찰과 계곡이 어우러진 울산 석남사와 석남사계곡 한번 찾아보세요. 평온이라는 작은 선물을 받게 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