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어쨌든 일단 수술은 끝났다.
주는 약 잘 챙겨 먹고 가끔 들러 상처 소독하는 처치를 잘 받으면 되는 거지. 코는 아직 얼얼하지만, 하루를 집에서 푹 쉬고, 월요일 오전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병원을 찾았다.
"피는 많이 안 나냐?"
"응, 별로..."
눈이 가려져서 본 것은 없지만, 소리와 통증과 상상이 만든 겁난 장비들이 불가사이하게 좁은 콧구멍 안으로 드나들면서 헤집어놓은 비강은 아직 피범벅. 그 위에 당연히 딱지도 자리를 못잡고 일부는 아직 너덜너덜할 것이고, 신경이 바늘끝보다 더 예민할 터인데...
쏴~ 시원하게 세정제를 분사한 후, 석션으로 말끔하게 빨아내고 나서, 그 안에 소독솜 조각을 벽돌 쌓듯이 능숙하게 채우기 시작한다. 으~
재채기가 터지고 눈물이 또다시 분수처럼 쏟아진다.
이 일은 수술 전후로 한 번씩 이미 겪은 적이 있다. 고개를 요리해라 저리 돌려라 이런 말은 필요 없다. 핀셋으로 조금 밀거나 당기면 아파서 호되게 놀란 경험을 기억하고 있는 머리가 자동으로 움직인다. 촉각과 후각 세포들이 평생 이런 강한 자극을 동시에 받은 일은 당근 이번 일이 처음일 것이다.
재채기가 터지면 피가 섞이는지라 혹여 하얀 의사 가운에 묻으면 미안해서 어쩌나 싶어서 실눈을 뜨고 뚫어진 천구멍 사이로 내다보니, ○○이는 투우사가 춤을 추듯 반 박자 전에 허리를 C자로 틀면서 살짝 피한다.
진짜로 힘든 일인데 내가 잘 참는 것인지, 힘들어 보이는 나를 달랠 요량인지 젊은 간호사 언니는 수술 후 내가 참 잘 참는다고 했다. 5층 입원실 간호사도 웃으면서 같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원장의 나이든 친구분한테 건낸 인사말일 수 있지만, 나는 칭찬 받을 때마다 힘을 내는, 착하고 얌전한 고래가 되기로 한다.
내가 아프다고 엄살을 부리면 머하겠노,
수술 끝나 기분 좋~다고 내가 소고기를 사묵겄나, 마침 찾아온 동장군 만난 나만 더 춥겠지. 흐~
아무튼 요런 처치를 날마다 일주일 정도 더해야 한단다. 어쩔 것인가. 참아야지. 아암~ 막힘없는 코로 쉽고 원만하게, 편하고 조용하게 숨을 쉴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며...
실은 일상에서도 코가 자주 막혀 숨쉬기가 불편하고, 가끔 숨소리가 쌕쌕거려서 명상 때 집중에도 방해가 되기에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이 문제를 정리하고 싶어서 수술을 결심하게 되었다. 조박사는 가급적 내가 수술까지 가지 않는 수습방도를 찾아보려고 나름으로 애를 썼고, 작년 추석 때부터 치료를 해보고, 정 약발이 안 먹히면 시간 넉넉한 겨울방학 때 수술을 하자고 했다.
기다리는 환자가 있고, 조원장이 바빠서 그렇게 되지만, 둘 사이의 대화라면 진찰할 때 나누는 몇 마디와 치료가 끝나고 일어서면서 건네는, "그래, 수고했다." 혹은, "고맙다."라는 끝인사가 전부다.
금번 치료가 끝난 후에는 내 크로키 한 점을 들고 가서 감사의 뜻을 전해야겠다. 조원장이 크로키를 이해하고 좋아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친구들아, 니들한테 준 크로키도 인자 새 크로키로 바꿔줄 때가 되었제..?
그래도 그간 18년 세월의 내공이 쌓인 터라 전에 준 작품보다는 동세나 균형감, 조형성과 선맛 - 어느 면에서나 조금씩 더 나을 거라고 믿고 싶구만.
흐~ 친구들아, 허버 사랑한데이~
(친구들 카페에 올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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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명품 환자시라 곧 완쾌되시겠죠?....얼릉얼릉 편안해시길요...
아...무서워요...우리 경아도 수술을 해야하나 걱정이네요...제작년 비염으로 한의원 치료를 받다가 중단했는데..추워지는 겨울에만 더 심하거든요
애쓰셨네요..얼마나 무섭고 아프셨을까나?...와~얼른 완쾌되시길 바랍니다...
진찰할때 나누는 몇마디 그리고 건네는 끝인사에서 진한 우정이 느껴지는건 왜일까요? 너무나 평범한 인사말인데도 말이예요.
토만사 수업때 멀쩡하시길래 이렇게 힘드셨는지 몰랐어요. 완쾌 되시길 바래요..
뒤늦게 비염수술 단편소설 재밌게 읽었슴다. 투우사와 간호사 언니 단어가 더욱 인상적입니다. 이미 완쾌하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