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를 향한 아름다운 당신
전홍구
내 가슴 가장 깊은 곳의 동토를 깨우며
당신은 한 마리 초록 나비로 날아왔습니다
얼어붙은 침묵의 빙하가 갈라지는 소리
그것은 내 안에서 봄이 시작되는 첫 신호였습니다
지도를 펼쳐놓고 우리는 북쪽을 바라봅니다
멀지 않은 북녘 바람이 거칠게 부는 열하(熱河)를 향해
나의 뿌리는 이미 당신이라는 따스한 대지를 향해
소리 없이 그러나 완강하게 뻗어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곳이 황량한 변방이라 말하지만
내 눈에 비친 당신은 푸른 싹을 틔우는 거대한 숲
우리가 걸어갈 거친 흙길 위로
연분홍 진달래 꽃잎이 카펫처럼 깔리기 시작합니다
나의 호흡은 식물의 광합성을 닮아갑니다
당신의 눈빛이라는 햇살을 가득 머금고
내 안의 어두운 탄소를 모두 뱉어낸 뒤
가장 맑은 산소 같은 사랑만을 당신께 보냅니다
열하로 가는 길은 단순한 여행이 아닙니다
시간의 외투를 벗어 던지는 형이상학의 여정
당신과 손을 잡고 걸어가는 이 길 위에서
나의 낡은 겨울은 영원한 봄으로 치환됩니다
실개천이 모여 거대한 강물을 이루듯이
우리의 작은 발걸음도 하나의 생태계가 됩니다
바람을 실어 나르는 새들의 날갯짓 속에서
당신이라는 우주가 내 안에 온전히 정착합니다
보세요, 길가에 이름 없는 들꽃들도
서로의 어깨를 기대며 체온을 나누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열하로 향하는 길은
서로를 구원하는 가장 아름다운 생명의 행진입니다
만약 이 길의 끝에서 거센 폭풍우를 만난다 해도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단단한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당신의 존재 자체가 내 삶의 사계절을 지탱하는
가장 따뜻한 봄날의 기적이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당도할 열하의 푸른 새벽하늘 아래
나는 당신의 이마에 봄비 같은 입맞춤을 남길 겁니다
가장 먼 곳에서 가장 가까운 꽃을 피워낸
열하를 향한 아름다운 나의 당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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