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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망록어(張網漉魚)
그물을 펼쳐 물고기를 잡는다는 뜻으로, 가르침의 그물을 크게 펼쳐 미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중생을 모두 제도하라는 말이다.
張 : 베풀 장(弓/8)
網 : 그물 망(糹/8)
漉 : 거를 록(氵/11)
魚 : 물고기 어(魚/0)
아세아문화사에서 펴낸 범어사지(梵魚寺誌)를 읽는데 마지막 면에 인장이 한 과 찍혀 있고 옆에 위창(葦滄) 오세창(吳世昌) 선생의 글이 적혀 있었다. 사연이 자못 흥미로웠다.
범어사 부근에 원효 스님의 유지(遺址)가 있었다. 1936년 이곳에 공사를 하면서 땅을 파다가 두 길 깊이에서 해묵은 옥인(玉印) 하나가 출토됐다.
본래 철합(鐵盒)에 넣었던 것인데 오랜 세월에 합은 다 삭고 옥인만 남은 상태였다. 인장에는 아홉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크게 가르침의 그물을 펼쳐 인천(人天)의 물고기를 낚는다."
張大敎網 漉人天之魚.
가르침의 그물을 크게 펼쳐 미망(迷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중생을 모두 제도(濟度)하라는 뜻이다.
원효의 천년 성지 땅속 깊은 곳에서 쇠로 만든 상자가 다 삭아내려 흔적도 찾기 어려운 시간 속에서도 옥인은 그 모습을 변치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중생 제도의 서원은 삭지도 않고 삭을 수도 없었던 것일까?
그해 백용성(白龍城) 스님은 동산(東山) 스님에게 계맥을 전수하는 정전옥첩(正傳玉帖)에서 "해동 초조(初祖)의 보인(寶印)을 정법안장(正法眼藏)의 신표로 주노니 잘 지녀 끊어지지 않도록 하라"며 이 옥인을 내렸다.
동산은 이를 허리에 차고 한시도 몸에서 떼지 않았다 한다. 동산 스님이 서울에 왔다가 속가의 고모부인 위창 선생을 찾아 가 옥인을 지니게 된 내력을 들려주었다.
위창은 감탄하며 그 옥인에 인주를 듬뿍 묻힌 후 정성스레 자신의 인전지(印箋紙)에 찍었다. 그리고 전후 사연을 적어 두 구절의 시와 함께 써 주었다. "옥돌이 삭지 않아 어보(魚寶)를 받쳐내니, 허리에 찬 작은 인장 천년의 고험(攷驗)일세."
土花不蝕漉魚寶 腰間小鑈爾千年攷.
동산 스님은 옥인을 찬 채 '서리 솔의 맑은 절조, 물 위 달의 텅 빈 마음(霜松潔操 水月虛襟)' 같은 맵고 맑은 정신으로 성철 스님 같은 근세의 선지식들을 무수히 길러냈다.
▶️ 張(베풀 장)은 형성문자로 张(장)은 약자(略字), 弡(장)은 고자(古字)이다. 張(장)은 뜻을 나타내는 활 궁(弓; 활)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長(장)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長(장)은 길다, 길게 하다의 뜻으로, 張(장)은 활에 화살을 대어 쏘는 것을 말하는데, 나중에 화살에 한하지 않고, 당기다, 펴다, 부풂을 뜻하였다. 그래서 張(장)은 (1)일정(一定)한 명사(名詞) 뒤에 붙어 얇고 넓적한 조각의 뜻을 나타냄. 매(枚) (2)장성(張星)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베풀다(일을 차리어 벌이다, 도와주어서 혜택을 받게 하다) ②어떤 일을 벌이다 ③기세(氣勢)가 오르다 ④세게 하다, 성(盛)하게 하다 ⑤넓히다, 크게 하다 ⑥크게 떠벌이다 ⑦내밀다, 드러내다 ⑧어그러지다, 어긋나다 ⑨속이다, 기만(欺瞞)하다 ⑩뽐내다, 교만(驕慢)을 부리다 ⑪부어오르다, 불룩해지다 ⑫휘장(揮帳: 피륙을 여러 폭으로 이어서 빙 둘러치는 장막), 장막(帳幕) ⑬별자리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펼 신(伸), 베풀 진(陳), 베풀 시(施), 베풀 설(設)이다. 용례로는 시위를 걸어 놓은 활을 장궁(張弓), 나쁜 일을 일으킨 주동자를 장본인(張本人), 팽팽하게 켕기는 것과 늦추는 것을 장이(張弛), 등불의 켜 놓음을 장등(張燈), 눈을 부릅뜸을 장목(張目), 번거롭고 긺이나 지루함을 장황(張皇), 베풀어서 갖춤을 장설(張設), 종잇장 따위의 수효를 장수(張數), 책장의 차례를 장차(張次), 자기 의견을 굳이 내세움을 주장(主張), 마음을 다잡아 정신을 바짝 차리거나 몸이 굳어질 정도로 켕기는 일 또는 그런 심리 상태를 긴장(緊張), 사실보다 지나치게 떠벌려 나타냄을 과장(誇張), 늘이어서 넓게 함을 확장(擴張), 물체나 세력이나 권리 따위를 늘이어 넓게 펴거나 뻗침을 신장(伸張), 직무를 띠고 임시로 다른 곳으로 나감을 출장(出張), 이름과 실상이 일치하지 못하는 것의 비유로 장관이대(張冠李戴), 사람이 격분하거나 흥분하면 혈맥의 펼쳐 움직임은 강한 모습을 띄게 되지만 그 속은 마르게 된다는 말을 장맥분흥(張脈憤興), 장씨의 셋째 아들과 이씨의 넷째 아들이란 뜻으로 성명이나 신분이 뚜렷하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을 비유하는 장삼이사(張三李四), 헛되이 목소리의 기세만 높인다는 뜻으로 실력이 없으면서도 허세로만 떠벌림을 허장성세(虛張聲勢), 얼굴에 쇠가죽을 발랐다는 뜻으로 몹시 뻔뻔스러움을 두고 하는 말을 면장우피(面張牛皮), 말을 길게 늘어놓을 필요가 없다는 말을 불필장황(不必張皇), 사물을 지나치게 떠벌린다는 말을 과대황장(過大皇張), 눈을 크게 뜨고, 담력으로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곧 두려워하지 아니하고 용기를 내어 일을 함을 명목장담(明目張膽), 집안에 살림을 주장할 만큼 장성한 남자가 없다는 말을 외무주장(外無主張), 이미 벌린 춤이란 뜻으로 이미 시작한 일이니 중간에 그만 둘 수 없다는 말을 기장지무(旣張之舞), 한 번 팽팽히 당기고 한 번 느슨하게 한다는 뜻으로 한 때 일을 시키면 한 때 쉬게 해야 한다는 말을 일장일이(一張一弛) 등에 쓰인다.
▶️ 網(그물 망)은 형성문자로 罓(망), 罒(망)과 동자(同字), 网(망)은 간자(簡字), 罔(망)과 통자(通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실 사(糸; 실타래)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그물의 뜻인 옛 글자 그물망(网, 罒, 罓; 그물)部에 '가리다'의 뜻과 음(音)을 나타내는 亡(망)을 더한 罔(망; 그물)으로 이루어졌다. '그물'의 뜻이 있다. 그래서 網(망)은 (1)그물눈처럼 그 조직이 널리 치밀하게 얽혀진 체계(體系) (2)어떤 명사(名詞)와 결합하여 그물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 (3)끈이나 새끼 따위로 그물같이 얽어 만든 커다란 망태기 (4)그물처럼 만들어 가뼉 두거나 치거나 하는 물건의 통틀어 일컬음, 등의 뜻으로 ①그물 ②포위망(包圍網) ③계통(系統) ④조직(組織) ⑤그물질하다 ⑥그물로 잡다 ⑦싸다 ⑧덮다 ⑨가리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물고기를 잡는 그물과 날짐승을 잡는 그물이란 뜻에서 널리 빠짐없이 모음 또는 모두 휘몰아 넣어 포함 시킴을 망라(網羅), 틀 때 머리카락이 흘러 내려오지 않도록 머리에 두르는 그물 모양의 물건을 망건(網巾), 안구의 가장 안쪽에 있는 시신경이 분포되어 있는 막을 망막(網膜), 그물같이 생긴 모양을 망상(網狀), 그물을 뜨는 데 쓰이는 실을 망사(網絲), 물고기를 잡기 위하여 그물을 치는 곳을 망기(網基), 그물에서 빠져나갔다는 뜻으로 범죄자가 잡히지 않고 도망하였음을 이르는 말을 망루(網漏), 그물로 물고기나 짐승을 잡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망부(網夫), 그물을 설치하여 고기잡이를 하는 배를 망선(網船), 이익을 독차지 함을 망리(網利), 새를 잡는 데 쓰는 그물을 나망(羅網), 물고기 잡는 그물을 어망(漁網), 물고기를 잡으려고 그물을 강물이나 바닷물에 원뿔꼴로 쫙 펴지도록 던지는 것을 투망(投網), 철사를 그물처럼 엮어 만든 물건을 철망(鐵網), 물고기가 그물에 걸림을 이망(罹網), 들고 다니면서 물고기를 잡는 그물을 행망(行網), 칼과 그물을 씌운다는 뜻으로 남을 속박하거나 구속함을 이르는 말을 겸망(鉗網), 그물을 들면 그물눈도 따라 올라간다는 뜻으로 주된 일이 되면 다른 일도 그에 따라서 이루어진다는 말을 망거목수(網擧目隨), 그물이 새면 배도 그 사이로 지나갈 수 있다는 뜻으로 법령이 관대하여 큰 죄를 짓고도 피할 수 있게 됨을 비유한 말을 망루탄주(網漏呑舟), 그물의 한 코라는 뜻으로 새는 그물의 한 코에 걸려 잡히지만 그물을 한 코만 만들어 가지고는 새를 잡지 못한다는 말을 망지일목(網之一目), 그물을 한번 쳐서 물고기를 모조리 잡는다는 뜻으로 한꺼번에 죄다 잡는다는 말을 일망타진(一網打盡), 산 사람의 목구멍에 거미줄 치지 않는다는 뜻으로 아무리 곤궁하여도 그럭저럭 먹고살 수 있다는 말을 생구불망(生口不網), 썩은 새끼로 범을 잡는 다는 뜻으로 터무니 없는 짓을 꾀함을 이르는 말을 초망착호(草網着虎), 하늘의 그물은 크고 성긴 듯하지만 빠뜨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하늘이 친 그물은 눈이 성기지만 그래도 굉장히 넓어서 악인에게 벌을 주는 일을 빠뜨리지 않는다는 말을 천망회회(天網恢恢), 게도 그물도 다 잃었다는 뜻으로 이익을 보려다 도리어 밑천까지 잃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해망구실(蟹網俱失) 등에 쓰인다.
▶️ 漉(거를 록/녹)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鹿(록)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漉(록/녹)은 ①거르다(액체만 받아 내다) ②밭다 ③치다 ④앙금을 치다 ⑤물이 마르다 ⑥다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탈지면이나 가제처럼 구멍이 비교적 큰 여과재를 써서 고체와 액체를 나누는 일을 녹과(漉科), 닥나무의 겉껍질로 뜬 종이를 생록지(生漉紙), 그물을 펼쳐 물고기를 잡는다는 뜻으로 가르침의 그물을 크게 펼쳐 미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중생을 모두 제도하라는 말을 장망록어(張網漉魚) 등에 쓰인다.
▶️ 魚(고기 어)는 ❶상형문자로 漁(어)의 고자(古字), 鱼(어)는 통자(通字)이다. 물고기 모양을 본뜬 글자로, 한자의 부수로서는 물고기에 관한 뜻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魚자는 ‘물고기’를 그린 글자이다. 魚자는 물고기를 그대로 그린 상형문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魚자를 보면 물고기의 주둥이와 지느러미가 잘 묘사되어 있었다. 이후 해서에서 물고기의 몸통과 꼬리를 田(밭 전)자와 灬(불 화)자로 표현하게 되면서 지금의 魚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魚자는 물고기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활용될 때는 주로 어류의 종류나 부위, 특성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한다. 그래서 魚(어)는 성(姓)의 하나로 ①물고기 ②물속에 사는 동물의 통칭(通稱) ③바다 짐승의 이름 ④어대(魚袋: 관리가 차는 고기 모양의 패물) ⑤말의 이름 ⑥별의 이름 ⑦나(인칭대명사) ⑧고기잡이하다 ⑨물에 빠져 죽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생선을 가공해서 말린 것을 어물(魚物), 물고기 잡는 그물을 어망(魚網), 물고기를 잡거나 기르는데 쓰이는 항아리 모양으로 만든 유리통을 어항(魚缸), 물고기의 알을 어란(魚卵), 물고기와 조개를 어패(魚貝), 생선 파는 시장을 어시장(魚市場), 물고기의 종류를 어종(魚種), 낚시로 고기잡이하는 데 쓰는 배를 어선(魚船), 물고기를 기름 또는 기른 물고기를 양어(養魚), 말린 물고기를 건어(乾魚), 미꾸릿과의 민물고기를 추어(鰍魚), 청어과의 바닷물고기를 청어(靑魚), 멸치과에 딸린 바닷물고기를 행어(行魚), 퉁가리과의 민물고기를 탁어(馲魚), 은어과의 물고기를 은어(銀魚), 가오리과에 딸린 바닷물고기를 홍어(洪魚), 가물치과에 딸린 민물고기를 흑어(黑魚), 학꽁치과의 바닷물고기를 침어(針魚), 멸치과의 바닷물고기를 약어(鰯魚), 동자개과에 딸린 민물고기를 종어(宗魚), 잉어과의 민물고기를 타어(鮀魚), 철갑상어과의 바닷물고기를 심어(鱘魚), 제사 상을 차릴 때에 어찬은 동쪽에 육찬은 서쪽에 놓음을 이르는 말을 어동육서(魚東肉西), 어魚자와 노魯자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몹시 무식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어로불변(魚魯不辨), 물고기와 물처럼 친한 사이라는 뜻으로 임금과 신하의 친밀한 사이 또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 사이를 일컫는 말을 어수지친(魚水之親), 물과 물고기의 관계와 같이 매우 친근한 사이를 일컫는 말을 어수지교(魚水之交), 고기 대가리에 귀신 상판때기라는 뜻으로 괴상 망측하게 생긴 얼굴을 형용하는 말을 어두귀면(魚頭鬼面), 고기가 솥 속에서 논다는 뜻으로 목숨이 붙어 있다 할지라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을 비유하는 말을 어유부중(魚遊釜中), 잉어가 용으로 화한다는 뜻으로 과거에 급제하여 입신 양명함을 이르는 말을 어룡장화(魚龍將化), 물고기의 눈과 연산의 돌이라는 뜻으로 두 가지가 옥과 비슷하나 옥이 아닌 데서 허위를 진실로 현인을 우인으로 혼동함을 이르는 말을 어목연석(魚目燕石), 물고기는 대가리 쪽이 맛이 있고 짐승 고기는 꼬리 쪽이 맛이 있다는 말을 어두육미(魚頭肉尾), 물고기 떼나 새 때가 흩어져 달아난다는 뜻으로 크게 패망함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어궤조산(魚潰鳥散), 물고기가 변하여 용이 되었다는 뜻으로 어릴 적에는 신통하지 못하던 사람이 자란 뒤에 훌륭하게 되거나 아주 곤궁하던 사람이 부귀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어변성룡(魚變成龍), 글자가 잘못 쓰였다는 뜻으로 여러 번 옮겨 쓰면 반드시 오자誤字가 생긴다는 말을 어시지혹(魚豕之惑), 용과 같이 위엄 있는 모양을 하고 있으나 실은 물고기라는 뜻으로 옳은 듯하나 실제는 그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어질용문(魚質龍文) 등에 쓰인다.